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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9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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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축구를 차다 멀리서 저를 발견한 철한이놈이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달려왔다.

그 모습에 압도되어 뒷걸음질치는 제 앞에 턱 하니 멈춘 그가 헉헉대며 잠시 숨을 고르더니 턱에 매달린 땀방울을 손등으로 거칠게 닦은 뒤 제 어깨를 잡았다.


"와?"

"니 내일 시간 좀 되나?"


어차피 주말마다 허락도 없이 제 집으로 쳐들어오던 놈이 갑자기 진지하게 스케줄을 물어오니 괜시리 긴장이 되어 침을 꿀떡 삼켰다.


"...왜"

"퍼뜩 대답해라"

"있으면 우짤낀데"

"내랑 미팅 나가자"


평소에 축구, 농구, 야구...암튼 죄다 스포츠 얘기만 떠들어대던 놈이 직접 미팅 얘기를 꺼내니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뭐?"

"아니~원래 같이 나가기로 했던 놈이 지 전여친이랑 다시 사귀기로 했다고 못나간다고 하는기라"

"아...글라"

"어! 심지어 내일이 미팅날인데 오늘 얘기한다이가 썩을놈이...!
여튼 그니까 니가 그 시키대신 머릿수 좀 채워달라고"

"싫은데"


명쾌한 거절에 놈은 얼굴을 찌그러뜨리며 울상을 했다.


"아 왜!"

"싫으니까"


어깨를 여즉 잡고있는 손을 가볍게 털어내고 다시 교문쪽으로 걸어가니 놈이 그런 저를 따라오며 뒤통수에 대고 투덜거렸다.


"야마리 없는 새끼. 니까지 그럴기가!"

"다른 애한테 부탁하라매"

"마! 니 내 친구 별로 없는 거 모리나?"


친구없다는 말을 제법 당당하게 뱉어내는 제 친구놈에 공준은 썩은 미소를 머금고 뒤를 돌아보았다.


"...그게 자랑이가"

"우...우야라꼬...그니까 니가 책임지고 내일 내랑 가주는기다 알겠나?"


뻔뻔한 놈의 태도에 질려버려 발걸음을 멈추자 등에 놈의 이마가 부딪혔다.


"아! 아이씨 갑자기 멈추면 우짜노!"

"미팅이 그래 가고 싶나?"

"하모! 니는 친구가 평생 아다로 살다 디짔음 좋겠나?!"


옷자락을 잡고 우는 소리를 하는 철한에 공준이 당황하여 뒷머리를 긁어댔다.


"아...아니 뭘 그렇게 극단적으로...잠만."

"머..."

"니 아다가...?"


제 물음에 얼굴이 뻘개진 철한이 어버버대는 모습이 바보같아 웃음이 터지자 놈이 제 팔을 꼬집고는 씩씩댔다.


"악!"

"지...지금 그게 중요하나? 어?! 그래서 같이 가줄기가 안가줄기가?!"

"걍 니 혼자 가면 안되나? 가면 니 말고도 남자애들 있을 거 아이가"


꼬집힌 팔을 문지르며 무심하게 대답하자 놈이 입술을 삐죽대며 코를 훔쳤다.


"니 내 모리나? 내 낯 졸라게 가려서 친구 없는 거."

"아..."


맞다. 얘 파워 A형이지...

문득 그가 아직도 전화공포증이 있어 매번 배달주문을 저가 대신 해왔다는 것이 떠올라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원래 같이 가기로 했던 놈이 미팅주최자 새낀데 거기 남자애들이고 여자애들이고 싹 다 옆동네 알라들이다. 내 혼자 가면 어?! 가시내들 꼬시기는 커녕 말한마디도 못해보고 빙시처럼 빵이나 뜯어먹다 올 각이라꼬!"

"아...알았다 진정해라"


침을 튀기며 열변을 토해내는 놈의 입을 한손으로 막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놈이 기쁜 듯 눈웃음을 치며 웅얼거렸다.


"이아에? 아이 아우어에?
(진짜제? 같이 가줄거제?)"

"어어"


그러자 놈은 제 허리를 두 팔로 터억 감아 안더니 뺨을 부벼대기 시작했다.


"오아워~! 어아에 어아!
(고마워~! 너밖에 없다!)"

"알면 잘해 이 자식아"

"아아어 아아어
(알았어 알았어)"


제 말에 고분고분 대답하는 놈의 모습이 제법 귀여워 가만가만 그의 복슬거리는 머리를 만져주니 기분 좋은 듯 콧노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다 여즉 놈의 입을 제 손으로 막고 있었단 걸 깨닫고 얼른 손을 떼어주곤 슬슬 떨어지라는 의미로 그의 어깨를 밀었다.


"고만 치대고 인제 좀 떨어져"


힘없이 밀려나던 놈은 곧 장난스런 눈을 하더니 갑자기 제 손을 턱 하니 잡아 입술에 가져다 댔다.





"뭐, 뭐냐?"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당황하여 손을 급하게 빼자 놈이 혀로 입술을 훑으며 뻔뻔한 얼굴로 말했다.


"감사의 뽑뽀"

"미친놈..."

"히히"


어이가 없어 방금 전까지 놈의 입술이 붙어있던 손바닥을 가만 내려다 보니 녀석은 그런 저를 보곤 낄낄대며 즐거워하다 다시 운동장으로 달려가려는 듯 몸을 돌렸다.


"그럼 내일 빵집에서 2시까지 보자잉!"


하, 참


확 취소해버릴까 싶어 고개를 드니 어느새 저멀리 점이 되어버린 녀석이 팔을 붕붕 흔들며 뛰어가고 있었다.


"꼭 똥강아지같네"

엄청 건강한.


분명 사람인 그에게서 어쩐지 꼬리콥터가 보이는 듯 하여 웃음이 터졌다.


"그래, 이참에 저녀석 여친 생기면 주말마다 시달리는 것도 없을테고...뭐 나쁘지 않지"


미팅 한번에 귀찮은 혹이 떨어져준다면야
그에게 밑 보는 장사는 아니였다.


철한이놈과 친해진 뒤로 사라져버린 주말의 평화도 되찾고 그동안 밀린 책도 좀 읽고...좋네, 좋지. 좋고 말고...


"근데 이 기분은 뭐냐"


막상 녀석이 여자친구가 생긴다는 상상을 하니 급속도로 기분이 더러워졌다.

마치 동네에 저만 보면 꼬리를 흔들며 귀찮게 따라오던 똥강아지가 옆동네 암컷강아지와 눈이 맞아, 더이상 따라오지도 않고 어디론가 증발해버린 느낌이랄까.

멋대로 왔다가 멋대로 사라져
괜히 마음 한구석이 허전해지는 그런...


"뭐래. 이제보니 나도 병신이네"


친구는 끼리끼리 사귄다더니
저 놈만 문제가 아니였구나.


아니면 바보 바이러스가 옮은 건가?


공준은 심란한 얼굴로 운동장에서 뽈뽈대며 공을 차대는 철한의 옆모습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그의 시선을 느낀건지 철한이 공을 쫓다말고 환하게 웃으며 머리 위로 하트를 만들고는 입술을 쪽쪽거렸다.

평소라면 손가락을 곱게 접어 엿을 날려주었을테지만 어쩐지 오늘은 그럴 수가 없었다.


"뭐야. 왜 귀여워"


아니 저 흉한 자태가 어떻게 귀엽지?
여느 날과 다름없이 흙에 뒹군 똥강아진데?

정신차리라며 두 손으로 뺨을 철썩철썩 때리던 공준은 문득 철한이 입술도장을 찍고 간 왼쪽 손바닥에 괜시리 땀이 차오르는 느낌에, 왼쪽 손을 바지에 슥슥 닦아내더니 바지주머니 깊이 숨기듯 꽂아넣었다.


"덥긴 덥나보네"


잠시 헛기침을 하던 공준은 집에 가서 아버지께 등목이나 부탁드려야겠다며, 저를 빤히 쳐다보는 철한의 시선을 무시하곤 바삐 걸음을 옮겼다.





준저 공준철한
2021.10.19 23:1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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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시작이고만
[Code: 79ff]
2021.10.19 23:2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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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미친 청게물+사투리 공준철한은 사랑이야ㅠㅠ센세 군만두 조아해??..
[Code: 4764]
2021.10.20 00:3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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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청춘이구만.. 그건 그렇고 센세.. 요즘 날 춥던데 우리집 지하실 난방하나는 기똥찬데 어때? 생각있어?
[Code: 08fc]
2021.10.20 01:0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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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어나더로 또와
[Code: 9fb6]
2021.10.24 00:2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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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너무좋다 청게라뉘 나 기다렸자나 어나더도 기다릴께 센세
[Code: ad5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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