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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01 14:30






타니가 아끼던 후배이자 사랑하는 연인이었던 우리하라가 모종의 사건에 휘말려서 죽어버리고나선 빛 잃고 살아가던 타니 앞에 나타난 우즈카... 타니가 놀란 이유는 역시 우리하라랑 우즈카의 모습이 너무나도 닮았기 때문이겠지. 우리하라를 알던 선배들도 우리하라가 살아 돌아 온 거 아니냐는 얘기를 했을 정도니.
근데 다들 우리하라랑 우즈카는 완전 다르다, 고 결론이 났는데 그 이유가 우즈카의 성격이 우리하라보다 훨씬 더 좆냥이었던 것..ㅋㅋㅋㅋㅋ 일단 친해지는 건 둘째치고 애 자체가 선배들에게 호의적이지가 않은 것임. 타니를 포함한 모든 선배들한테 그랬는데, 예를 들어 다른 선배들이 우즈카 보고 야 아가야, 야 꼬맹아. 하고 부르면 눈 뾰족하게 뜨고 꼬맹이 아니거든요? 아가는 누가 아가예요? 촌스러 진짜. 하고 떽떽거리고 심지어 첫만남엔 타니를 보고선(우리하라랑 너무 닮아서 인상 쓰고 진지하게 바라보고 있었음) 설마 저 인상 더러운 사람이 제 사수예요? 하고 타니처럼 똑같이 인상 쓰고 투덜거렸었음ㅋㅋㅋㅋ 타니는 욱해서 뭐? 너 임마 그게 처음 만난 선배한테 할 소리냐? 하는데 우즈카 귓등으로도 안 듣고 아 말투 봐 맞네 성격 더러운 거 하고 중얼거려가지고ㅋㅋㅋㅋ 그렇게 둘이 첫만남부터 니가 더럽네 선배가 더 더럽네 투닥투닥거렸는데 다른 선배들은 우리하라 그렇게 보내고 죽지 못해 살아가는듯 보였던 타니가 오랜만에 무언가에 반응하는 거 보고(그게 비록 싸우는 거였지만) 오호라? 싶었을 거임.
솔직히 우리하라 죽고나서 타니가 눈에 생기도 없어지고 삶에 여유라는 게 없어 보였어서 선배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거든…. 우리하라 그렇게 된 건 안타깝지만 살 사람은 살아야지. 하고 달래봐도 새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내가 우리하라 어떻게 보냈는지 알면서 나한테 그런 소리를 하냐, 난 그렇게 못한다, 내가 내 손으로 범인 잡을 거다. 하고 소리 지르는데 또 울먹거리느라 한마디 한마디 겨우 내뱉는 타니 보고 선배들도 그 이후로는 더 이상 말 못했을 거다.
타니가 이렇게까지 구는덴 이유가 있었는데 우리하라가 연인이었던 것도 크지만, 그 연인이 타니 품에서 죽었으니까... 범인이 타니 저격하고 총 쐈던 걸 우리하라가 타니 살리겠다고 타니 앞 가로막고 대신 총 맞았었음. 타니는 순식간에 일어난 상황에 패닉 온 상태로 벌벌 떨면서 우리하라 상처 부위만 애타게 눌러보는데 타니 손가락 사이로 핏덩이만 울컥울컥 쏟아져 나올 뿐, 우리하라의 호흡은 점점 더뎌졌을 거고... 끝내 허무하게 우리하라 잃고 죄책감과 상실감에 휩쌓인 타니 한동안 자지도 못하고 먹지도 못했는데, 트라우마가 너무 심해서 먹은 것도 없이 속 게워내야 했고 겨우 잠들어도 발작 일으키면서 깨고 이런 일들이 정말 많았을 거야. 자기 품에서 점점 생기를 잃어가던 우리하라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어서... 아무튼 타니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 만큼 이제 발작 일으키고 못 먹고 이런 건 없어도 여전히 불면증은 심할 거다. 타니는 그 불면증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거고. 편하게 잘 자격 조차 없는 놈이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을듯..
아무튼 근데 이번달 근무 시간표에 우즈카랑 같이 야간 잡힌 날이 좀 있었음. 우즈카는 다른 선배들이랑도 그랬듯이 타니한테 번갈아서 자고 오자고 했겠지. 근데 타니가 손 휘적휘적 내저으면서 난 안 자니까 너나 실컷 자고 와. 하고 퉁명스럽게 말했을 거임. 그랬더니 우즈카가 불신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을듯.
“선배 나중에 나 때문에 잠을 못잤네 병가를 써야겠네 이럴 생각하지 말고 그냥 번갈아서 자요.”
”내가 너냐? 됐어 임마. 괜찮으니까 진짜 신경 쓰지 말고 자러 가.“
“어떻게 신경을 안 써요? 선배 지금도 다크써클이 바닥까지 뚫고 내려 올 기센데. ”
“됐다니까 그러네. 나 집 아니면 못 자서 그런다. 됐냐?”
하고 귀찮다는듯이 다시 손 휙휙 내젔는데 우즈카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선배가 애예요 집 아니면 못 자게? 진짜 손 많이 가네. 아 일로 와봐요. 하고 타니 끌고 침대까지 가겠지. 타니는 이게 뭔가 싶어서 너 뭐하냐? 하는데 우즈카는 대답할 가치도 없다는듯 타니 말 씹고(일상임) 침대에 타니 눕힌 다음 이불까지 덮어주고 자기도 덥썩 그 옆에 누워버릴 거임. 타니 놀라서 너 뭐뭐뭐하냐?! 하고 벌떡 일어나는데 우즈카 귀찮다는듯이 아 진짜! 가만 있어봐요, 재워줄 테니까. 하고 타니 가슴팍 꾹 눌러서 다시 눕힐 것ㅋㅋㅋ
그러더니 타니 가슴팍에 손 올려서 조심스럽게 토닥토닥하더니 잔잔한 목소리로 “자장자장 우리 아가, 잘도 잔다 우리 아가....” 하고 자장가를 불러 줄 거야. 타니는 처음에 이게 뭔가 싶어서 당황스러웠는데 항상 떽떽거리기만하던 우즈카가 이렇게 조곤조곤한 목소리도 낼 수 있었나 하는 걸 시작으로 의외로 목소리가 부드럽네. 손이 매운 줄만 알았는데 포근하네, 혹은 따뜻하네. 싱글 침대에 성인 두 명이 누워있는데 생각보다 안 좁네. 오히려 사람 온기가 느껴져서 마음이 편안해지네. 같이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고... 그리고 타니가 기분 좋게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오전 여덟시였음. 누운 자리에서 몇번 더 눈을 꿈뻑거리던 타니가 서서히 정신이 돌아오면서 소스라치게 놀라 벌떡 일어난 뒤 밖으로 달려나갔는데 밖에는 우당탕탕하는 소리에 뒤 돌아본 우즈카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집 아니면 못 잔다는 사람은 어디 갔대?” 하고 타니 보고 있겠지ㅋㅋㅋㅋ
근데 타니는 진짜로 이렇게 편하게 잠을 잔 게 정말 몇달만이었을 거야.. 집은 커녕 그 어디서도 잠을 못 자서 코피 흘리고 휘청거리고 병원에서 눈 뜨고 이러는 게 일상인 수준이었는데. 그 마저도 한계에 다달아 쓰러지듯 잠에 든다해도 금방 깨거나 식은땀을 줄줄 흘리면서 깼어서 잠을 잔다는 게 개운은 고사하고 타니한텐 그렇게 기분 좋은 일이 아니게 됐었거든. 그런데 우즈카가 한번 재워줬다고 이렇게 편하게 잠을 자다니, 타니는 다 잊고 기분 좋게 잔 게 얼마만인지 생각함과 동시에 내가 편해도 되는 걸까? 하는 우리하라에 대한 죄책감이 스멀스멀 올라왔지.
갑자기 또 혼자 심각해진 타니를 가만 보던 우즈카가 잘 잤으면 나중에 밥이나 사라고 한마디했을 거야. 그제서야 타니는 자기가 자느라 우즈카가 못 잔 걸 알게 되고 미안하다고 사과하는데 우즈카는 평소랑 다름없이 됐어여. 하고 도도하게 반응하겠지. 사실 우즈카는 타니가 불면증 있다는 걸 다른 선배들한테 전해 들어서 알고 있었을 것 같다. 그리고 그 불면증이 우리하라라는 강력반 전 막내가 죽은 이후로 생겼다는 것도, 타니가 그 범인을 잡기 위해 기를 쓰고 있다는 얘기도.. 자세한 내막은 못 들었지만 타니가 우리하라를 꽤나 아꼈다고 하던데, 저럴 정도면 둘이 꽤 애틋했구나. 어제 막 잠에 든 타니를 보고 일어나려던 우즈카의 손을 무의식적으로 붙잡곤 ‘가지마...‘ 하고 타니가 중얼거렸거든. 순간 심장이 빠르게 뛰는 우즈카였지만 뒤이어 우리하라라는 이름이 나오자 우즈카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한건지, 하고 어이없어서 웃었다가 슬쩍 타니를 봤어. 슬퍼 보이는 표정과 동시에 편해 보였지. 자신을 우리하라라고 생각하는 타니를 보며 잠시라도 마음이 편하다면, 타니가 잠을 잘 수 있다면, 그러라고 하는 게 우즈카 쪽에서도 마음이 편하니 그냥 뒀음. 굳이 깨워서 전 우즈카인데요? 하는 것도 솔직히 웃기고. 또 궁금한 게 많았지만 불면증까지 생긴 사람 붙잡고 무슨 사건이었냐고, 왜 우리하라 씨가 죽었냐고 꼬치꼬치 캐물을 정도로 눈치 없진 않아서 물어보지도 않았음. 하지만 소중한 사람 잃고 잠도 제대로 못 잔다는 건 조금 안쓰러워서 우즈카가 타니 재워보려고 어제 자장가까지 불러 준 거겠지. 선배가 잘 잤으면 됐다.
아무튼 둘은 이런식으로 야간 근무를 같이 지내다보니 생각보다 금방 친해졌을 거야. 심지어 가끔은 데이트 아닌 데이트를 하기도 했음. 퇴근하고 한잔씩 기울이기도 하고, 쉬는 날에 영화를 보러 가기도 하고 맛집을 찾아다니기도 했겠지. 함께 야간이 있는 날엔 우즈카가 타니를 재워 주는 건 당연한게 되어있을 정도임. 사실 친해진 걸 넘어서 어느정도 서로에 대한 마음이 커졌기도 했고... 그래서 어느날 타니는 혼자 충격을 받았을 거야. 우즈카랑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우리하라를 잊고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걸 깨달아서... 순간 죄책감이 타니를 바싹 죄어와. 내가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지내면 안되잖아. 난 행복하면 안돼.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면... 안되는 거잖아. 우즈카를 사랑하게 됐다는 걸 인정하자마자 우리하라에 대한 죄책감과 절망감에 몸이 굳어서 녹아버려. 그때 누군가 타니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음. 선배, 선배! 깜짝 놀란 타니가 정신을 차리니 우즈카가 눈 앞에 보여. 선배 무슨 생각을 하길래 그렇게 식은 땀을 흘려요.. 확실히 다른 사람에게 대하는 것과는 다르게 사뭇 걱정 어린 표정과 다정한 목소리의 우즈카. 타니는 대답도 하지 못하고 우즈카의 얼굴을 빤히 쳐다봐. 정말로, 우리하라를, 닮은 아이. 그 생각이 들자마자 타니는 혼란스러워져. 내가 우즈카를 사랑하게 된 건, 우즈카가 우즈카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우리하라를 닮았기 때문일까?
...아무것도 아니야. 애써 웃으면서 자료실 쪽으로 급하게 방향을 바꿔서 파일을 찾는 타니의 손이 벌벌 떨려옴. 만약에, 만약에 우리하라를 닮아서 우즈카를 사랑하는 거라면, 우즈카를 이용해도 될까? 우리하라랑 우즈카는 많이 닮았잖아. 우즈카를 이용하면 범인을 다시 볼 수도 있잖아. 우즈카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해볼까? 아냐, 그런 부탁을 어떻게... 생각은 끊임없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타니를 더 정신없게 만들어서 결국 타니는 자료 파일을 탁 소리나게 덮을 거임. ...나도 모르겠다.


그리고 타니는 정말 오랜만에 우리하라의 사진을 꺼내들어. 속이 갑갑해짐과 동시에 미안함에 어쩔 줄을 모르겠어서 마른 얼굴을 괜시리 한번 쓸었음. 머릿속도 너무 복잡했지만 우리하라의 사진을 보자마자 마음은 어느 한켠으로 기울고 말았지. ...우즈카를 어떻게 이용해야 범인을 다시 볼 수 있을까. 다시 그 현장에 가볼까, 그 현장에 우즈카를 데리고 갈까, 우즈카랑 함께 팀을 짜서 범인을 찾아 다닐까... 타니가 사진을 내리고 고개를 젖혀들어. 아무것도 모르겠어. 우즈카랑 영화를 보고 밥을 먹고 웃으며 얘기하던, 즐겁던 모든 순간들이 죄책감으로 변해. 더 이상 우리하라의 사진도 쳐다보지 못할 정도로 마음이 복잡해서... 아무 생각도 정리하지 못한 채 자료실을 나온 타니는 무슨 일이냐는 우즈카의 물음에도 별 다른 대답을 하지 못하고 그대로 퇴근했겠지. 집에서 타니는 많은 생각을 했어. 우즈카에 대한 사랑과 우리하라에 대한 사랑. 둘 중 하나를 선택하지 못한 타니가 결정한 건, 우즈카가 다른 곳으로 발령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거였어. 우즈카에 대한 타니의 사랑은 결국 그거였던 거임. 우즈카를 이용하지 않는 것, 그리고 우즈카가 범인에게 노출되지 않게 하는 것. 그리고 우리하라의 범인을 잡는 건, 우리하라에 대한 사랑이었던 거고. 우선은 우즈카를 다른 곳으로 보내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지. 우즈카는 나같은 놈이랑 있어선 안돼.
그래서 그 다음날부터 타니는 우즈카를 피하기 시작했을거야. 우즈카의 메세지에도 답장을 안 하는 건 물론, 최대한 우즈카와 야간이 잡히는 날이 없도록 몰래 스케줄을 조정하고, 만나는 근무일이 있어도 눈에 띄게 우즈카를 피했겠지. 우즈카를 마주쳤을 때는 차갑게 굴었어. 이렇게하면 우즈카도 욕하면서 자신을 피하겠지싶어서. 우즈카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지거나 상처 받은 듯 보이면 흠칫했으나 그때마다 타니는 우리하라의 이름을 몇번이고 되뇌였어. 우즈카를 이용할 자신은 없는 타니의 방어 자세는 이런식이었음. 그런데 우즈카가 언제 한번은 타니를 붙잡고 대놓고 물어봤겠지. 선배 요즘 저 왜 피해요?
"피한 적 없어."
"지금까지 피했잖아요."
"할 말이 그게 다야?"
"왜 피하는지 알고 싶어요."
이유라도 알고 제가 잘못한 게 있으면 고치죠. 평생 이렇게 지낼 거예요? 난 자신 없어요. ...내가 선배 좋아하는 거 알잖아요. 선배도.. 그런 거 아니었어요? 목소리가 떨리는 우즈카의 표정은 곧 무너질 것처럼 보였음. 아마 타니의 표정도 우즈카랑 다르지 않았을 거임. 그래서 타니는 절대 들키면 안된다고 생각했지.
"...내가 착각했어."
"......"
"너랑 우리하라가 너무 닮아서 널 좋아한다고 착각했던 거야."
너 알잖아, 너 우리하라 많이 닮은 거. 선배들도 처음에 너 보고 많이 당황했던 것도 기억나지. 그거 다 우리하라 때문이었던 거야. 나 뿐만이 아니야, 그냥 모두가 너를 보고 다 우리하라라고 생각했어. ...네가 있을 자리는 없어.
우즈카가 붉어진 눈가를 짓무르며 입술을 안쪽으로 깨물어. 그 말, 진심이에요? 후회 안 해요? 재차 묻는 우즈카에 타니가 애써 표정을 감추고 고개를 끄덕여. ...응. 진심이야.
마지막 말에 우즈카는 대답없이 타니를 지나쳐갔음. 타니는 차마 마지막 우즈카의 표정을 볼 자신이 없었지. 그냥, 이게 우즈카를 향한 사랑인 거라고 생각하면서 헛웃음을 지었을 거야. 이딴게? 스스로에게도 되묻지만 우즈카한테 상처를 주고 여기를 떠나게 하는 게 자신이 줄 수 있는 유일한 것이라고 애써 합리화해.
이날을 마지막으로 우즈카도 더이상 타니를 찾지도, 쳐다보지도 않았음. 타니와 조를 짜게 될 경우가 있다면 우즈카가 먼저 나서서 다른 선배랑 팀을 짜게 해달라고 말했지. 무슨 일인가 싶어서 다들 눈치 보면서 타니를 슬쩍 바라보는데, 타니도 별 반응 없었기 때문에 둘이 거하게 싸웠다보다 하고 말듯... 화해 시켜주려던 선배 몇명도 우즈카의 너무나도 건조한 반응 때문에 포기하게 됐을 거고. 그래도 매번 야간을 피해서 짤 수는 없는 노릇이라 가끔은 단 둘이 있게 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딱히 달라질 건 없었음. 더이상 우즈카는 타니를 재워주지 않았고, 타니 또한 우리하라에 대한 범인을 찾는다고 다시 잠을 자지 않았으니까.
그러던 언제 한번 다 같이 잠복해서 흉악범을 쫓는 날이 있었는데, 흉악범이 칼을 들고 휘두르다가 우즈카가 찔리면서 크게 다쳤겠지. 위협만 할 생각이었지 경찰을 찌를 생각까진 아니었던 흉악범이 당황한 틈을 타서 가장 가까이 있던 타니가 흉악범을을 덮쳤어야 했는데, 우즈카가 피를 울컥 쏟는 걸 보고 순간적으로 트라우마가 도진 타니가 우즈카한테 달려가느라 결국 흉악범은 그 사이에 도망갔을 거임. 아, 어떡해, 잠깐만, 우즈카, 빨리 구급차 불러요!! 씨발, 안돼, 제발.. 타니가 손을 벌벌 떨면서 우즈카를 품 안에 안으려는데 우즈카가 타니의 손을 쳐냈을거야.
"나, 그 사람 아니에요. 착각하지 마요."
"..뭐?"
"죽을 정도 아니니까, 씨발..."
그리고 우즈카가 벽에 기대서 식은 땀을 흘리며 다른 선배를 불렀을 거야. 곧이어 구급차가 오고, 우즈카는 다른 사람들의 부축을 받으며 구급차에 올랐을 거야. 반장님은 타니의 어깨를 툭툭 치기만 할 뿐, 아무말 없었지. 그런 반장님께 타니는 우즈카 소식 좀 전해달라고 부탁해. 반장님은 이번에도 아무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음.
그 이후 타니는 자기가 어떻게 집으로 왔는지도 모르겠지. 그리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불이 다 꺼진 방에서 그냥 하염없이 앉아만 있었어. 그리고 두세시간이 지나서야 작은 불빛과 함께 휴대폰의 진동이 울렸음. 우즈카 다행히 별 이상 없대. 반장님의 메세지였음. 곧이어 우즈카가 있는 경찰병원의 병동 호실로 추정되는 주소가 보내졌어. 비번 때 함 가라. 타니는 주소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또 두세시간이 지나서야 답장을 했어. 감사합니다.
하지만 타니가 우즈카의 병문안을 가는 일은 없었어. 정확히는 갈 자신이 없었지. 우즈카가 없는 일주일 동안 범인에 대해 찾지도 못하고,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어. 그냥... 우즈카의 마지막 말이 너무 맴돌아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 '나 그 사람 아니에요.' 우즈카는 무슨 마음으로 그런 말을 했을까. 그리고 타니가 그 상황을 다시 떠올렸을 때, 자신은 우리하라가 아닌 우즈카를 그대로 걱정했던 거였어. 트라우마와는 별개로. 그래서 우즈카의 말에 더 마음이 쓰이는 거였지. 이 생각을 하다보면 타니는 또 혼자 픽,픽, 하고 미친 것처럼 웃었어. 우즈카 상처주겠다고 한 말에 되려 자신이 상처 받는 꼴이라니. 내가 우즈카라면 웃기지도 않을 거야. 아니, 그냥 우습겠지. 그렇지만 타니가 여기서 더 할 수 있는 건 없었어.
한편 우즈카는 입원해있는 동안 선배들이 번갈아가면서 병문안을 왔겠지. 타니를 제외하고 모두가. 우즈카랑 타니가 대충 싸운 줄만 알지 무슨 사정이 있는지 크게는 모르는 선배들은 괜히 타니 욕도 막 하면서 장난쳤을 거야. 그놈새끼 대체 얼마나 삐졌길래 막내 병문안 한번을 안오냐? 우즈카 퇴원하면 이 형님이 타니 한번 쥐어박아줄게. 그러니까 얼른 나아라. 우즈카는 아무렇지 않은 척 낄낄 웃다가도 원래 좆냥이같은 성격으로 돌아와서 귀찮으니까 오지 말라고 했을 거야. 사실 진심은 아니었어. 요즘엔 혼자 남겨진 그 적막감을 이기지 못하겠거든. 타니의 말이 잊혀지질 않아서... 선배들도 정말 나를 우리하라로 생각하는 걸까? 내 병문안을 오면서도 그 사람을 생각하는 걸까? 내가 그 사람의 자리를 차지했다고 생각할까? ...타니 선배는 정말 안 오는 걸까? 우즈카는 정말로 혼자 남겨진 기분이었어.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 나를 나로 보지 않는 사람들...
우즈카는 이 곳을 떠나야겠다고 마음 먹어.
몇주가 지나고 회복해서 퇴원한 우즈카는 바로 복귀했음. 그리고 곧이어 우즈카가 발령 신청을 했다는 소식이 퍼졌을 거임. 우즈카의 갑작스러운 발령 신청에 선배들이 달려와서 무슨 일이냐고 묻지만 우즈카는 제대로 대답해주진 않았음. 그냥 원래 성격처럼 이 동네 흉악범 너무 많아서 좆같애서 못해먹겠어여. 할 뿐이었음. 그 소식을 들은 타니는 심장이 쿵하고 내려 앉았어. 자신이 바라던 우즈카의 발령 소식이었는데, 왜 이런 기분일까. 하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지. 아니야, 잘 된 일이야. 여기 있으면 위험할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우즈카는 발령 전에 타니랑 한번 더 대화를 나눠보고 싶었어. 전처럼 사랑하느니 착각하느니 이런 대화 말고, 그냥 하고 싶은 말들. 병문안엔 왜 안 왔는지 같은 것들. 무슨 용기였는지 우즈카는 타니에게 문자를 보내보기로 해. 선배 왜 제 병문안 안 왔어요? 그리고 타니에게서 온 답장은 우즈카의 마음의 문을 완전히 닫히게 만들었지.
[나랑 상관 없는 일이잖아.]
우즈카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당직실로 달려갔음. 무슨 정신인진 모르겠고 눈물은 나는데 타니 앞에서 울 수는 없어서... 타니에게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은 날 이후로 정말 크게 울었던 것 같아. 그러면서 다시 알게 됐지. 자신이 칼에 맞았을 때 타니가 당황했던 이유는, 정말 우리하라 때문이라고... '나 그 사람 아니에요.' 이 말은 방어적인 태도일 뿐이었고, 마음 한구석에선 타니가 자신을 걱정하는 게 아닌가 하는 기대감도 있었거든. 정신없이 울고 있는데 누군가 들어와서 보는데 타니겠지. 우즈카는 눈물길이 사방팔방 트인 얼굴로 히끅거리면서 타니에게 다가가. 왜 상관이 없어요, 내가 다쳤는데 왜 상관이 없냐고요. 선배 왜 그렇게 나빠요?
"선배 거짓말하는 거죠. 사실 오고 싶었는데 못 온거죠, 네?"
"......"
"나 사랑하잖아요. 응? 근데 왜 그래요. 말 좀 해봐요, 좀!"
우즈카가 울면서 소리를 질러. 그리고 갈라진 목소리로 타니의 팔을 붙잡고 말을 이어갈 거야. 내가 잘못한게 있으면 말해줘요. 내가 성격이 더러워서 그래요? 내가 맨날 틱틱거려서 그래요? 그러면 다 고칠게요. 선배 밥도 안 뺏어먹구, 캬라멜 팝콘 먹는다고 우기지도 않을게요. 선배 더 잘 재워줄게요. 그러니까 착각이었다고 하지 마요. 나 사랑한 거 맞다고 한마디만 하면 돼요. 그러면 병문안 안 온것도, 거짓말 한 것도 다 용서해줄게요... 네? 선배애...
우즈카의 얘기를 가만히 듣던 타니는 고개를 푹 숙이고 우즈카의 손을 빼면서 말해.
"널 사랑한 적 단 한번도 없어..."
그리고 며칠 후 우즈카의 발령은 확정되었음 . 우즈카가 발령을 원한다고 한 덕분이었겠지.
마치아카
[Code: e4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