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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15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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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교수님..."
그날 밤의 기억이 선사한 압도적인 감각과 지금 눈 앞의 교수가 내뿜는 위압감에 저도 모르게 달달 떨리는 입술에서 나온 목소리가 제 목소리 같지 않았다. 그때, 스즈키 노부유키 '교수'는 피식 웃더니 마치다가 덜덜 떠느라 이마 위로 흘러내렸던 머리카락을 쓸어넘겨 주었다.
"그러게. 어쩌다보니 이제 우리가 '교수'와 학생이 됐죠? 이렇게 다시 만날 줄은 몰랐는데."
그러게나 말이다. 마치다가 한숨을 삼키며 여전히 마치다를 위협하고 있는 이 '교수'의 위압감에 짓눌려 있을 때, 교수가 마치다를 데리고 연구실 한쪽에 있는 소파로 데리고 갔다.
"커피? 차? 주스? 물도 있어요."
"... 어..."
마치다가 주변을 살피는 걸 알아챘는지, 교수는 어깨를 으쓱였다.
"커피는 캡슐, 내가 딱히 커피를 즐기는 편은 아니라 추천 받아서 채워넣은 무난한 종류의 캡슐들이 있고, 차는 녹차. 차가운 패트병과 녹차가루 완비. 차가운 보리차도 있고요. 주스는 오렌지 주스, 망고 주스. 물은 생수. 어떤 걸로?"
"차가운 녹차 부탁드립니다."
"오케이."
딱히 뭐 염탐하려고 교수 연구실을 둘러본 건 아니었다. 둘러보고 말 것도 할 것 없이 심리학에 관한 여러 가지 책들이 잔뜩 꽂혀 있는 책장이 있었고, 크고 넓고 튼튼해 보이는 목재 책상이 놓여 있었고, 중후한 느낌의 책상과는 어울리지 않는 컴퓨터용 의자. 학위 같은 것도 액자에 넣어서 걸려 있었고, 평범한 교수 연구실 느낌. 그리고... 사진은... 없네. 저건 뭐지? 유리 문이 달려 있는 책장 선반 위에 뭔가 작은 상자 같은 게 보이는데 뭔지 몰라서 눈을 가늘게 뜨고 보고 있을 때였다.
교수는 녹차 패트병을 두 개 가지고 와 하나를 건네고, 마치다의 옆에 앉으면서 잔뜩 웃음기가 실린 목소리로 물었다.
"뭐, 쓸 만한 기구 같은 거 있나 찾아요? 뭐 찾는데? 패들? 볼개그? 수갑? 아니면... 목줄?"
갑자기 귓가에 낮게 속삭이는 목소리와 함께 따뜻한 바람이 부드럽게 전달돼서 온몸에 전류가 흐르는 듯 순식간에 발끝까지 짜릿해지는 기분이었다. 마치다는 스즈키 교수의 입김이 닿았던 귓가가 간질간질한 기분이라 서둘러 귀를 문질렀다.
"... 그냥 본 거예요."
"뭘요? 저 상자를?"
어차피 눈치챈 것 같은데 아니라고 하기도 뭣해서 애매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스즈키 교수는 마치다가 한참 문질러서 새빨개졌을 귓볼을 만지작거리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눈치가 빠르네."
"... 네?"
"이 방 안에 야한 장난감을 숨길 만한 곳이 이렇게 많은데 어떻게 딱 저 상자를 찾아냈지."
"... 진짜 그런 걸 연구실에 뒀어요? 저기 뭐가 들었는데요?"
"목줄."
"... 진짜입니까?"
그러다 들키면 어쩌려고? 국립대학 교수 자리가 그렇게 쉽게 얻고 쉽게 버틸 수 있는 자리가 아닐 텐데? 마치다가 멍한 얼굴로 바라보자 스즈키 교수는 또 웃음을 터뜨렸다.
"농담."
"뭡니까 진짜!"
지배당하는 걸 좋아한다고 했지, 놀림당하는 걸 좋아한다고 했나? 짜증을 내려고 했는데 마치다를 빤히 바라보는 스즈키 교수의 눈에 웃음기가 전혀 없는 게 보였다. 그리고 그 순간 저도 모르게 몸이 움찔 떨렸다. 스즈키 교수의 손이 얼굴로 다가오는 걸 보면서 침을 꿀꺽 삼키자, 스즈키 교수의 손가락이 마치다의 눈가를 간질었다.
"그래서 날 버리고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간 매정한 내 귀염둥이는 이름이?"
내 귀염둥이...?
이 인간, 이 교수가 뭘 잘못 먹었나? 하지만 장난치듯 물어보는 말과 달리 마치다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스즈키 교수의 눈빛은 여전히 사람을 찌르는 듯한 기운이 느껴져서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했다. 그러자 스즈키 교수는 피식 웃더니 다시 묻는 듯한 얼굴로 바라봤다.
"이름?"
"마치다 케이타입니다."
어차피 상대가 교수인 이상 신상을 숨기는 것은 불가능하니, 순순히 답해주는 게 좋았다. 이 사람과 잘해 보려고 하든 아니든.
"멋진 이름이네. 좋아요."
내 이름인데, 자기가 뭘 좋다는 거야. 그렇게 속으로 궁시렁거리면서도 가슴이 순간 두근하기는 했다. 아무래도 상대를 잘 모르고 만났다가는 위험한 상황에 처하기 쉬운 취향인 만큼 조심해야 했다. 마치다가 이런 취향인 걸 먼저 알아채고 마치다에게 주의할 점을 여러 가지 알려준 형도 그 점을 몇 번이나 강조했었다. 그래서 그날 아침에 몰래 도망쳐 버린 거였고. 사실 지금 이 사람이 마치다가 다니는 대학의 교수라는 걸 알게 됐어도 이건 마찬가지였다. 신원이 확실하다고 해서 위험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니까.
이 교수가 알고보면 사이코일 줄 누가 알아.
게다가 교수와 학생이라니. 이 나라는 교수와 학생이 사귀는 걸 강하게 규제하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좋게 보지는 않았다. 성적이 나올 시즌이면 교수에게 선물을 바치는 게 당연한 관행이라고 드라마에서 그러던데? 아직 한 학기도 다녀보지 않은 신입생 입장에서 뭐 알 수는 없지만. 교수의 힘이 그렇게 강한데 특정 학생과 사귀는 게 좋게 보일 리가 없잖아.
그래서 이 사람과는 안 된다는 걸 분명히 알고 있는데도.
그날 밤 이 사람이 자신을 통제하던 순간의 떨림과 지배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던 순간의 희열. 이 사람의 앞에 (비유적으로도, 실제로도) 무릎을 꿇었을 때의 그 비틀린 만족감...이 사람이 준 고통과 무력감, 모멸감... 그 비참한 감각들이 주던 짜릿한 희열과 흥분. 그리고 모든 것이 끝나고 정신을 잃은 자신을 안아주던 품과 씻겨주던 손길, 곡물차를 한 모금씩 넘겨주던 정성까지 모든 게...
포기해야 한다는 생각만 해도 아까워서 절로 쓴 침이 넘어올 정도로 아쉽지만.
우리는 그래도 안 되는 관-
그때, 옆에서 마치다를 빤히 바라보고 있던 '교수'가 마치다의 이마를 통 쳤다. 그날 마치다의 엉덩이가 새빨개질 정도로 내리치던 그 힘과는 전혀 다른 귀여운 '통'
"원나잇 상대를 그렇게 내팽개치고 말없이 사라지는 거, 정말 무례한 일인 거 압니까?"
"... 제가 원나잇 같은 건 처음이었기 때문에..."
교수는 '그런 것 같기는 했다'고 중얼거리더니 조금 걱정스러운 얼굴로 바라봤다.
"아예 처음부터 할 거 다 하면 서로 깔끔하게 바이바이하자고 미리 정하고 그냥 쿨하게 떠나는 건 괜찮습니다. 하지만 그런 말도 없이 둘이 같이 잠들었는데 자는 사이에 한쪽이 튀었다? 굉장히 무례한 일입니다. 뭔가 훔쳐갔다는 식으로 도둑으로 오해받거나 누명을 쓸 수도 있어요. 게다가 케이타군은 마이너한 취향이기 때문에, 상대를 짓밟으려는 성격의 나쁜놈들과 마주칠 위험도 높죠. 그런 식으로 굴면 잘못하다가는 위험..."
겁먹은 마치다가 걱정스럽게 스즈키 교수를 바라보자, 스즈키 교수는 피식 웃고는 마치다의 뺨을 살짝 꼬집었다.
"뭐, 위험할 일은 없겠네."
"... 네?"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는지 마치다를 은근히 위협하고 있던 위압감도 확연히 옅어진 기분이라 마치다가 굳은 어깨를 살짝 펴면서 반문하자, 스즈키 교수는 마치다의 머리카락을 장난스럽게 헤집으며 웃었다.
"케이타군은 원나잇을 하다가 그런 위험한 놈을 만날 일이 아예 없을 테니까."
무슨 소리야?
"그렇잖아요. 케이타군이 이제 원나잇을 할 일이 뭐가 있어."
그러니까 이게 무슨 소리죠? 아니, 뭐 굳이 또 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내가 있는데. 지금 내가 이렇게 눈 시퍼렇게 뜨고 살아 있는데."
이 개소리가 무슨 소리인 거죠?
"감히."
... 어?
"원나잇 따위를 하겠다는 발칙한 결심을 할 리가?"
..... 그러니까...... 이게 무슨 소리냐고!
왜 갑자기 또 무서워진 건데!
#놉맟
#돔섭놉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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