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다


리처센세가 먼저 렛시 씨씨 쌍둥이 낳아서 기르고 있을 즈음 하포드도 잭 임신해서 조금씩 젖 나오기 시작했을텐데 아무리 건강한 리처라도 식욕 왕성한 아기 둘 배를 채우려면 자기 모유만으로는 부족했겠지
그렇다고 분유를 타먹이기엔 매번 뭍에서 물자를 공수해오기도 까다롭고, 또 아직 갓난아기에 불과한 주제에 몽고메리의 성격을 빼다박은 건지 두 아이 모두 어미의 체온을 느끼며 젖을 빠는 행위 자체에 집착하는 면모가 있어서 결국 언니가 난처해하는 모습을 보다 못한 하포드가 본인이 나서서 아이들한테 같이 젖 먹이는 거
처음엔 몸집이 좀 더 작은 렛시를 안는 게 편하겠다 싶어서 조심스레 하포드 품에 들려줬었는데 익숙한 체온과 젖맛이 아닌지 날카롭게 저항하며 젖꼭지를 죄다 잘근잘근 씹어놓으려고 하길래 (하포드: ...o̴̶̷᷄‸o̴̶̷̥᷅ ) 얼른 도로 받아들고 그나마 좀 더 순한 씨씨 안겨주는 리처겠지. 다행히 씨씨는 하포드 젖도 무난하게 잘 받아먹어서 비로소 언니에게 도움이 됐다며 뿌듯하게 웃는 하포드일테고
그러다 하포드가 잭 낳고 나서는 반대로 리처가 잭 젖어미 노릇 해줬으면 좋겠다. 안 그래도 허약한 체질의 하포드인데 출산까지 하고 나서는 제대로 몸도 추스릴 수 없을 만큼 아파서 누워있기만 하는 거. 몽고메리는 하포드 치료제 만들겠단 명목으로 또 뭔 개거지같은 실험하러 온종일 연구실에 틀어박혀 있고 (몽고메리: 개거지 아니고 진지한 실험이에요 누나...) 어린 잭은 하포드가 최선을 다해 안아주고 온기를 나눠주려 하지만 아픈 몸으로는 제대로 젖을 먹일 수조차 없어 결국 리처센세의 몫이 되는 거
물론 본인도 건사해야할 아기가 둘이나 있는 리처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몰라도 렛시는 성장 속도가 기이하게 빨라서 벌써 혼자 걸어다니며 알아서 돌아다닐 정도라 신경 안 써도 돼서 씨씨랑 잭에게 혼자 젖을 먹이는 리처. 사실 잭은 워낙 쪼꼬매서 젖 먹는 양도 얼마 안 되겠지. 안 그래도 작은 녀석이 밥까지 적게 먹으면 언제 크나 걱정스런 마음에 더 물려보는데 애가 하도 울먹여서 에휴 됐다...얘도 지 엄마 따라 예민한가보지, 생각하고 대충 마무리한 뒤 도로 하포드 품에 아이를 들려줄 거야. 그럼 하포드는 초췌한 얼굴로 겨우 눈을 떠 언니 고마워요... 인사하고는 동그랗게 말린 잭의 주먹에 제 손가락을 살살 비집어 넣고 놀아주며 흐뭇하게 웃을 거고.
리처는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 둘만 남아있을 수 있게 먼저 나갈 때도 있을 거고, 혹시 하포드가 갑자기 아프거나 힘들어질 상황이 올지도 모르니까 아예 자기도 씨씨 데리고 와서 곁에서 지켜보며 함께 있어줄 때도 있을듯. 한동안 그렇게 아이들 데리고 평온한 시간 보내고 있다보면 어느새 몽고메리 '아내사랑' 카잔스키가 빌을 위해 만든 특급 영양제와 리처누나를 위해 끓인 미역국을 들고서 헐레벌떡 달려오겠지... 절대로 평범하진 않지만 아무튼 나름 화기애애하고 행복한 세 사람의 공동육아가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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