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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25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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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간 가오투 되게 행복하게 지냈을 거 같음 
선원랑이랑 같은 집에 살고, 매일 얼굴보고 또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라는 거에 조금 우쭐한 것도 있었을거. 선원랑 원래 누구에게도 곁을 안 주는 사람인데 가오투가 옆에 있는 건 그렇게 신경 쓰지도 않고 오히려 없으면 신경질냄
언감생심 좋아한다 이런 생각까진 못해도 그래도 그냥 본인이 선원랑에게 있어서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는 거 
그래서 아주 조금 자신감 붙어서 예전이랑은 좀 달라짐
전에는 선원랑 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주눅들어서 어깨 숙이고 고개 푹 숙이고 다녔는데, 그게 원래 선원랑이 가오투에게 안 좋아하던 점이었음. 비굴해보일 정도로 자기를 낮추는 것도 별로였고 선원랑이 뭐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수그러드는게 
선원랑은 애초에 타고난 성격이 달라서 설령 가오투 같은 상황이라고 했을지라도 성질머리는 안죽었을거임 그러니까 이해도 안되고 그런 점이 말 그대로 보기 싫은 거였음. 근데 이게 조금 바뀐거지 
가오투 선원랑 챙겨주는 걸로 일종의 자기 효능감이 생겨버림.. 물론 이게 무조건 좋은 건 아니지만 가오투 인생을 살펴봤을때 그나마 이게 가장 나은 종류의 감정일거임. 가오투 스스로 더이상 그렇게 자신감 없어하지 않으니까 조금 성격도 밝아지고 이전처럼 과하게 주눅들어 있지 않음

어차피 그래도 선원랑은 눈새라 모르고 다른 학생들은 선원랑 때문에 가오투 가까이 잘 못가니까 그렇게 체감은 잘 못함 

둘이 이때 사진 같이 찍었으면 좋겠다 
춘추복 새로 바꿨다거나 해서 하여간 누가 찍어준다고 한 거. 선원랑은 당연히 싫다고 하려고 했는데 가오투가 그럴까? 하고 웃는 얼굴로 돌아보는 거 거절을 못함. 문득 자기 눈도 잘 못 마주치고 항상 좀 기가 죽어있던 가오투가 아닌 것 같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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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원랑은 진짜 가오투가 좋아하는 거 같으니까 사진 찍은건데 결과물이 마음에 들어서 뿌듯함
가오투 그때 휴대폰 없었으니까 어차피 선원랑 폰으로 찍은거라.. 가오투가 사진 보면서 나 이거 인화하고 싶은데.. 하니까 이따 학교 끝나고 사진관 가면 되지 않나? 하고 바로 대답하겠지 
자기 앞에서 막 그렇게 시원하게 웃을 일이 없었어서 잘 모르다가 막상 딱 사진으로 웃는 얼굴 보니까 가오투 좀 예쁜 거 같다고 생각함 
예쁘고 잘생겼다고... 
뭐 못생긴 얼굴은 아니지 그렇게 혼자 결론 내리면서도 마음으로는 알고 있음 가오투 예쁜거 

하교 길에 정말 사진관가서 바로 뽑았는데 가오투가 액자를 진짜 한참 고르는 거 
하나는 짙은 갈색이고 다른 건 남색이었음. 선원랑은 가오투 방 생각해봤을 때 저렇게 어두운 색 보다는 밝은게 나을 거 같아서 자기 딴에 괜찮아 보이는 거 고른 다음 이거 사, 이거 하고 결제 해줌 
가오투가 너는.. 필요 없어? 하고 좀 머뭇거리면서 물었는데 또 위축된 채로 그러는게 괜히 또 싫었음
뭐 하러? 하고 좀 차갑게 대답해서 가오투 금방 또 우울해짐. 
거기다 원본은 어차피 선원랑한테 있으니까 이거 못 뽑는다고 뭐 아쉬울 것도 없고

근데 가오투 표정 되게 어두워진 거보고 아니 너 두개 하고 싶으면 두개 해.. 하고 대강 대답하는데 가오투가 고개 저어서 그냥 사진 하나 가지고 조용히 집에 감. 요즘은 집에 가면서 나름 이런 저런 대화하면서 가는데 가오투 주눅 들어서 바닥만 보고 걷는거 보고 그깟 사진 그거 그냥 몇장이든 뽑이면 그만이지 왜 그렇게 대답했지 혼자 갑갑한거지 

가오투 그렇게 바닥만 보고 걷는게 괜히 좀 신경쓰여서 그러다 다친다고 자기 쪽으로 어깨 잡고 끌어 당김
그래놓고 팔 안 치우고 천천히 걷기 시작하는 거 
처음엔 놀라서 반응을 못했다가 나중엔 좋아하는 사람이랑 너무 가까이 있어서 숨도 편하게 잘 못쉼. 
선원랑은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앞만 보고 걷는 거지. 가오투랑 키차이 그렇게 많이 나진 않지만 그래도 본인이 좀 더 커서 늘 가오투 그 크고 동그란게 꼭 토끼같은 눈으로 쳐다보는 거 익숙하단말임 
선원랑이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거 중 하나가 자기가 키가 큰 거. 가오투도 큰 키라서 남들이 다 올려다 보니까 그렇게 귀여운 눈으로 보는 건 본인만 알거임. 학교에도 키 큰 학생들 있긴 하지만 애초에 가오투가 자기 말고 다른 사람들이랑 그렇게 말 주고받지 않으니까.. 

어깨 자기도 모르게 꽤 꽉 쥐고 걷다가 갑자기 사진은 왜? 하고 툭 던지듯 물어봄
바로 대답 못하던 가오투가 나 사진 찍은 거 별로 없어서.. 하고 한참만에 대답함
그건 맞음. 어릴때도 사진 찍고 그럴 집안 사정도 아니었고 가오밍이랑 살면서 무슨 사진을 찍고 그랬겠음. 가만히 듣고 있던 선원랑이 이번 방학 때 놀러갈 생각이었는데 그럼 그때 많이 찍던가 하는 거 
여행 같은 것도 가본 적 없어서 가오투 좀 놀라서 쳐다보다가 어.. 하고 대답도 아니고 의성어도 아니고 좀 애매한 소리만 냄. 
선원랑이 지명 말하면서 원래 거기로 가려고 했는데 별로야? 다른 데 갈래? 하고 살짝 고개 자기 쪽으로 움직여서 묻는 바람에 가오투 너무 당황하고 놀라서,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 나올 거 같아서 자기도 모르게 선원랑 손 살짝 피해버림 
그래놓고 혹시 기분 나빠 할까봐 목 마르다고 근처에 있던 편의점으로 향하는 거.. 거절했다고 생각하는 걸까 싶어서 정말 일말의 용기를 다 끌어내서 선원랑 소매 끝 쪽 살짝 잡고 당겼겠지. 당겼다고 하기도 애매할 정도로 정말 조심스럽게 움직였음

그리고 선원랑 그거에 또 좋다고 성큼성큼 따라옴 
뭐 마시고 싶은데? 하고 등 뒤로 손 뻗어서 가방 누르는데 결국 약간.. 가방도 없었으면 허리 감싼거임 

가오투가 커피 잡으니까 지금 다섯시인데 커피 왜 마셔? 시험 기간도 아니고.. 하고 약간 잔소리 비슷한 거 하는 거
그러더니 너 이거 좋아하지 않냐고 라임주스 꺼내주는데 자기거까지 두개 한손으로 쥐고 이거 산다? 이럼 
여기서 가오투도 요즘 선원랑이 자기한테 질문이 많아졌다고 생각함 

그러더니 배는 안 고프냐고 물어보는 거. 가오투가 가만히 고민하다가 집에 재료 좀 남았는데, 가서 국수 해줄까? 하니까 선원랑이 계산하다가 웃으면서 넌 애가 왜 이렇게.. 그러다가 말을 끝까지 안하고 그냥 한숨 쉬듯 웃음
음료수 뚜껑 열어서 바로 건네주면서 가자. 하고 데리고 나옴 

애가 왜 이렇게.. 뭐? 내가 뭐 어떤데.. 궁금하지만 묻지는 못하고 주스 손에 쥐고 같이 걸음 

그때까지 간질간질하고 기분 좋았음
갑자기 선원랑이 주변에 오메가가 있나? 하고 코 틀어막기 전까진 
심장을 누가 꺼내서 바닥에 던진것처럼 몸이 차가워져서 라임주스도 떨어뜨려 버리겠지. 선원랑 옷에 다 튄거 보고 미안하다고 어쩔 줄 몰라하는데 의외로 조금 놀라서 인상 찌푸리기만 함. 세탁할건데 뭐. 
그러더니 자기 손에 들고 있던 거 다시 뚜껑 열어서 가오투 줌 

이렇게 조금 호의가 있는 것도 들키면 모두 끝이겠지 싶어서 여전히 손끝까지 차갑겠지 



이러나 저러나 선원랑도 요즘 행복하긴 한데..........
얘는 자기 감정을 몰라서 자기가 행복한 것도 모름..................... 그러니까 기분 좋은 건 인지 하는데 그게 가오투 때문이고 자기가 가오투를 얼마나 좋아하고 이걸 모름 
선위가 알긴함
선원랑 요새 기분 좋은거 

선원랑이 자기 외모 성격 그대로 물려 받은 거 때문에 해석이 되는 것 뿐이겠지만. 
선위도 응익 만나고 나서 첫눈에 반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사랑하지 않은 순간이 없으니까 원랑이 사고만 치지 않으면 둘이 앞으로 잘되겠지 싶어서 그렇게 신경 안쓰겠지. 응익은 능력이 너무 뛰어난 오메가라 자기 눈앞에서 사라질 수 있었고 죽을 수도 있었지만, 뭐 여차해서 가오투가 도망치려고 하거나 심지어는 죽으려고 든다고 해도 선위, 선원랑 둘이 막으면 아무것도 못할 거임 
물론 가오투의 행복은 고려하지 않은 결론이지만 선위가 원래 그런 인간이라... 그래도 그런거 치고 가오투 집안 형편도 살펴주고 여동생도 돌봐줄 사람까지 고용해서 돌봐주고 있고, 가오투 맘 약한거 보고 가오밍은 알아서 처리함. 물론 죽이거나 그러진 않았음. 처음엔 딱 조금 많다 싶을 정도로 돈 줘서 네 아들 오메가던데 자기가 사겠다는 식으로 말함 
가오밍은 원래 그랬을 사람이라 딱봐도 심상치 않아보이는 선위를 보면서도 말릴 생각 전혀 없이 돈 받고 좋아했겠지. 이후에 가오투에게 접근해서 어떻게든 돈 더 받아내려고 했었는데 선위는 이거 기다린거임. 저번에 분명히 얘기 다 했는데 자긴 한 입으로 두말하는거 용납 못한다고 적절히 폭행과 협박 그리고 굉장히 사실적인 가오밍의 대한 계획을 설명함으로써 가오밍이 제발로 도망가게 했음. 반감금 해놨다가 가오밍이 도망찰 틈을 일부러 준거라서 가오밍 이제 가오투 근처에 갈 엄두도 못낼거겠지 

가오투가 뭐 앞으로 공부하고 싶다고 하면 공부 시켜주면 되고 하고 싶은 거 있으면 해주면 되고.. 선위가 원래 집에 들이면서 필요한 거 사라고, 편하게 쓰라고 통장 따로 만들어줬는데 거기서 돈이 나간적이 없음
아직 본인이 아르바이트하면서 조금 벌어뒀던 저축에서 쓰는 모양인데 이런거만 봐도 보통 애는 아닌거지 

그래서 선위는 가오투 은근 예뻐하면서도 경계함 
가오투가 뭘 해서 그런게 아니라 응익이 자기 인생에서 사라져버려서 선위 인생이 망가졌으니까 적어도 선원랑에게는 그런 일이 안 생기게 해주려고.




수연 랑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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