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했는데 브런치 가게가 집 근처는 아니라서 최소 6시에는 일어나야 여유 있게 7시에 도착할 수 있었겠지. 그리고 마치다는 6시에 바로 일어났는데 노부가 6시가 넘도록 일어나질 않음.

사실 둘이 신혼답게 새벽까지 뜨거운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마치다는 노부도 피곤할만하다고 생각해서 좋게좋게 깨우고 있었는데 6시는 이미 넘었고 아무리 좋게 깨워도 노부가 일어나지 않으니까 슬슬 열받을 듯. 참다못해 마치다의 손톱자국이 가득한 노부의 넓은 등짝 퍽퍽 때리면서 밤새 더 고생한 건 난데 왜 네가 못 일어나는 거냐고 화풀이하다가 눈에 들어온 게 협탁 위에 놓인 만년필들임. 요즘 마치다가 취미로 모으고 있는 만년필들이었는데 그거 보자마자 이거다 싶어서


d8bee29a9b761ce7672e1b37d3e97bd1.jpg

음... 무슨 색이 좋을까.


색깔까지 고심해서 신중하게 하나 고른 뒤에


ea219cf3ce0d1fc2db390acfab7214b0.jpg

이러고 등을 보이고 자고 있던 노부의 등에


204d4e82332e2695a10dbab6f018a39a.jpg

뭐라고 적지?


혼자 또 고민하다가 너 짜증 난다고 엄청 크게 꾹꾹 눌러서 낙서하겠지.

간지럽고 따가운 만년필 때문에 그제서야 일어난 노부 등짝 다시 퍽퍽 때리고 세수만 시킨 뒤에 마치다는 노부 끌고 최대한 빨리 브런치 가게 가는데 노부의 늦잠으로 오픈런은 실패함. 그래도 다행히 딱 한자리 남아있어서 웨이팅 없이 바로 앉았겠지. 만약 웨이팅 걸리면 즈그 케이한테 또 혼날까 봐 은근히 긴장하고 있던 노부도 자리에 앉고 나서야 긴장 풀고 속으로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할 듯. 그렇게 무사히 자리 잡고 나서 아침부터 둘이 메뉴 5개 먹어치움ㅋㅋㅋㅋㅋ

배도 부르겠다 일찍 나온 김에 드라이브 좀 즐기다가 집에 가는데 노부는 집에 와서 씻을 때에서야 즈그 케이의 낙서 발견하겠지. 이미 너무 잘 먹고 데이트도 잘 해서 늦잠 사건은 벌써 까먹은 덕분에 뭐가 짜증 난다는 건지 감도 못 잡고 그냥 즈그 케이가 심심해서 낙서했나 보다고 너무 귀엽다고 씻을 때도 일부러 낙서는 안 지우고 씻고 나온 다음에 즈그 케이한테


재생다운로드씨엘25_스즈키저택 (6) (1).gif

케이 심심했어요? 내 등에 낙서하는 이런 귀여운 짓 할 생각은 어떻게 했어요? 케이 낙서 너무 귀여워서 안 지웠는데 앞으로도 심심하면 내 등에 낙서해도 돼요ㅎㅎㅎㅎ


이래서 마치다만 어이없어하겠지. 그리고 노부가 케이의 이렇게 귀여운 낙서는 오래도록 남겨놔야 한다고 등짝의 낙서 사진까지 찍어놓을 정도로 너무 좋아하길래 노부한테 네가 진짜로 너무 짜증 나서 열받아서 그랬다는 진실을 차마 말해주지는 못할 듯ㅋㅋㅋㅋ


노부마치
[Code: d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