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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1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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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ㅅㅊㅈㅇ ㅇㅌㅈㅇ
프라임은 그 날 밤 이후 한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기어오른 대가인가 싶었지만 얼마 지나지않아 디셉티콘이 침투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를 프라임이 발견했고 일을 수습하기 위해 바쁘다는 그런 얘기. 어쩐지 디는 안심하고 있었다. 웃기다고 생각했다. 모든게 순간에 흐트러진다. 자신이 이 곳에 왜 남기를 결정했는지, 평화를 위해 선택했다는 목적의식은 어느새 무게를 서서히 잃어갔다. 내가 그를 괴롭히기 위해서 남아있는 것인가. 어쩌면 그를 뒤흔들 수 있는건 자신뿐이길 바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프라임이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차고 넘친다. 그러니 자신을 후순위로 두는 것도 당연하다. 이 밤이 길게 느껴져도 디는 프라임을 탓할 수 없다. 프라임을 떠올리는건 온전히 자신이었으니까. 견고하게 쌓아올린 벽에 문을 만들고 침범을 기다렸지만 한 편으로 그가 바쁘겠거니 탈출로를 열어두는 자신에게 이골이 날 지경이었다.
프라임을 다시 만나게 된 건 갑작스런 회의였다. 쿠인테슨을 견제하기 위해 팀을 조성하는 동시에 기지에 남아있는 디셉티콘 침입의 잔재를 살펴보기를 옵티머스는 지시하고 있었다. 디는 멀찌금히 서서 그를 쳐다봤다. 그를 쳐다보는 메크는 차고 넘치니 제 시선은 눈에 띄지 않을 터였다. 하지만 어딘가 저를 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리니 프라울이 거기 있었다. 프라울은 프라임의 근처에 있었다. 무표정으로 쳐다보지만 희미하게 번지는 신경질적인 옵틱은 감출 수 없는 듯 했다.
“뭔 일을 저지른건 아니지?”
제 옆에 있던 범블비가 물었다. 네가 뭔 소동을 피웠다고는 생각이 들진 않는데 프라울이 노려보는 모습이 심상치가 않아서 그래. 나 도망가야 하는거야? 디는 대답대신 프라울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물끄러미 쳐다봤다. 화를 돋구는건 취미가 아닌데도 그의 속이 좀 끓었으면 싶었다. 프라울은 정직하게도 입술을 비틀렸다. 디는 그제서야 헛웃음을 흘렸다. 어차피 난 찍혀있는걸.
“내가 하이가드였다는 것도. 코그를 갖고 있었다는 것도. 여기에 남아있다는 사실도 프라울의 심기를 거슬리기엔 충분하잖아.”
“그럼 프라임의 심기는 무슨 수로 건드렸을까?”
“응?”
“프라임도 너를 쳐다보잖아.”
디는 시선을 돌렸다. 다급하게 거두어가는 시선의 끝자락만 간신히 쥐었다. 옵티머스는 이제 다른 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신경이 온통 자신에게 향하고 있음을 모를 수 없었다. 왜 아까는 눈치채지 못했을까. 언제부터 나를 보고 있었을까.
“해산하지. 정찰조를 부탁할게. 재즈.”
“맡겨만 줘.”
재즈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는 프라임에게로 걸어갔다. 재즈가 등을 돌려 멀어진 뒤 다시 걸음을 옮겼다. 가까워지는 프라임이 보였다. 프라임은 이제 저를 발견한다. 조금 놀란 듯 보였지만 예상한 모양이다. 무슨 말을 할 지 정한 것도 아닌데 먼저 다가간 제 행동에 디는 잠깐 행동을 멈췄다. 그 앞을 프라울이 끼어들기 전까지 말이다. 할 말이 있나. 프라울은 물었다. 그의 행동과 반대로 확연하게 궁금하지 않은 얼굴이었다. 디는 잠깐 머뭇거리더니 말했다. 프라임께 궁금한게 있어서 그래. 프라울 뒤에 서있던 옵티머스는 말없이 프라울과 디를 번갈아 쳐다본다. 그는 바빠. 내게 하지. 디는 프라임을 쳐다봤다. 그리고 턱으로 그를 가리켰다. 저기 계시잖아.
“말 한마디 어려우실까?”
“쓸데없는 소리라면야 그렇지.”
“하지만 이미 우리 얘기를 듣고 있으신데.”
프라임이 당황한듯 프라울을 쳐다봤다. 프라울은 그런 프라임을 뒤돌아 발견한다. 책망섞인 표정이 여실히 드러났다. 프라임은 물러서고 있던 자세를 버리고 한걸음 다가섰다. 프라울. 그렇게까지 할 필요 없어. 어색하게 웃어보이는 프라임을 디는 쳐다봤다. 프라울은 그런 디를 힐끔 보고는 집무실에서 봐. 하고 등을 돌렸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디가 프라울의 뒤를 따르는 제 시선을 차마 거두지 못하고 있을 때였다. 할 말이 있다고. 프라임이 물었다. 디는 다소 시끌벅적한 주변을 쳐다봤다. 바쁘셨군요. 프라임은 그런 디의 시선을 따라간다. 늘 그렇지.
“오늘도 바쁘실 예정입니까.”
“...내가 자네에게 무슨 짓을 한거지?”
진심으로 프라임은 물었다. 디의 바뀐 태도에 프라임은 불편한 것 같았다. 동시에 긴장한 듯 보였다. 디는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했다. 프라임은 무언가를 말하려다가 주변을 살피고는 다시 입술을 닫았다. 여기서 할 말이 아닌 것 같아.
“숨기는거라도 있으십니까?”
“...아 그럼 여기서 얘기하자고?”
“저는 상관없습니다.”
“됐어. 내가 그대를 잘못 생각했나봐.”
“어떻게 생각하셨기에.”
“이렇게 누굴 몰아세우는걸 좋아할 줄은 몰랐지.”
“그것보다 더 많습니다. 당신이 모르는건.”
프라임은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 그런 것 같아. 그리고 허리께에 손을 올리며 범블비를 불렀다. 저 멀리서 대화하던 범블비가 다가온다. 오라이온. 그 말에 디는 불에 데인 것마냥 범블비를 쳐다봤다. 범블비는 그런 디를 발견하지 못한다.
“너도 내 집무실에 와야 할 것 같아.”
“그럴게. 분위기로 보건대 내 친구가 널 괴롭게 한 건 아니지?”
글쎄. 프라임은 웃었다. 날 괴롭히려면 좀 더 노력을 해야할거야. 다분히 표면적이었다. 그만 가야겠어. 디는 서둘러 그런 프라임을 잡으려 했다. 프라임. 하고 부르는 동시에 그의 손목 플레이트로 향하는 제 손을 급하게 멈추었다. 프라임이 그 손을 발견하고 시선을 올려 디를 바라봤다.
“제가 왜 여기에 남았는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충동 그 비스무리한 것이었다. 디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몰랐다. 그러면서도 본능적으로 옵티머스의 흥미를 끌만한 단어를 골랐다.
“진짜 이유 말입니다.“
”....비. 잠시만..잠시만 얘기 좀 나눠도 될까.“
”...그러지. 얘기 잘 나눠.“
비가 멀어졌다. 옵티머스는 조금 화난 듯 보였다.
”...진짜 이유? 내가 저번에 자조적으로 한 얘기 때문에 그런가보지? 그게 내 목줄같은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었다고 말해. 그렇다면 정말그대에게 실망할 것 같으니까.”
“실망할 거리가 남아있긴 했습니까?”
“난 모든 이에게 기회를 공평하게 주는 편이야.”
“모두라고 묶지 마시죠. 적어도 여기서 당신을 거스를 재주는 저 밖에 없는 것 같으니.”
“모두. 그럴 수 있어. 난 압제는 하지 않아.”
“...사실 간단한 문제입니다. 저는 당신에게 진짜 이유를 알려드린다고 했고, 그걸 확인하러 찾아오는 일은요.”
뭐가 그렇게 불안하신지 모르겠습니다. 디는 턱을 살짝 치켜들었다. 프라임의 가늘어진 옵틱이 보였다. 내심 이겼다고 확신했다. 좋아. 프라임은 디에게서 시선을 떼고 피곤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좋다고.
“해가 지면 찾아갈게.”
“그러시죠.”
옵티머스는 디가 알아서 물러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할 얘기가 더 있나. 옵티머스가 묻자 디가 답지않게 말을 더듬는다. 제가 싫어지셨습니까? 한동안 벌인 말다툼이 무색하게 옵티머스는 웃을 뻔 했다. 뭐라고?
“말 그대로입니다.”
“싫어졌냐고?“
”네.“
어이없어서 웃음이 튀어나올 지경이었다. 저보다 몇 싸이클은 더 살아온 디였다. 옵티머스가 기록보관소에 매번 침입하면서 알려고 했던 사실의 이미 산증인이었던 것도 디였다. 자신을 싫어하는걸 걱정할 메크는 오히려 자신이어야 했다. 그런 디가 미움받는건 상관 없다는 듯이 굴어놓고는 저에게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순간 옵티머스는 디와 저를 감싸는 모순을 깨달았다. 이 모든 모순을 용인시킨 건 자신이 프라임이라서였다. 고집스러운 디가 저에게 충성하는 까닭도. 스스로 수없이 모자람이 느껴짐에도 이 순간 디가 고심하는 그 연유는 부정하고 싶어도 씌워진 어울리지도 않는 위계때문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디가 프라임이었다면.. 옵티머스는 생각에 빠져있다 저를 보고있는 옵틱을 발견한다. 호박색도 붉은색도 아닌 그 중간의 색이 제 눈 앞에서 빛나고 있었다.
“싫어하지 않아.”
그건 진심이었다. 무슨 수로. 어떤 이유로든. 디를 싫어하기는 힘들 것이다. 디는 필요한 대답을 얻었는지 고개를 끄덕이고 등을 돌렸다. 옵티머스는 왠지 힘이 겨웠다. 이후에도 무언가가 잘못 흘러가고 있다는 예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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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
저를 발견한 디가 자리에서 일어선다. 옵티머스는 왠지 가만 있지 못하겠는 심정이었다. 자동으로 닫히는 문을 한 번 확인하고는 주변을 살폈다. 아무도 없다. 다행이어야 하는데 그 사실이 불안감을 가라앉히진 않았다.
“앉으시죠.”
“그래.”
옵티머스는 디를 따라 자리에 앉았다. 순간 무릎을 덮던 그 날의 디가 떠올랐다. 옵티머스는 저도 모르게 발로 바닥을 밀어 조금 멀어졌다. 이를 본 디는 말한다. 멀어졌습니다. 프라임. 제 뜻을 알면서도 굳이 지적하는 디가 살짝 원망스러웠다.
“그래.”
“조금만 더 가면 방을 나가시겠습니다.“
“과장이 심해.”
“가까이 와주시면 안됩니까?”
“...그래.”
애써서 멀어져놓고 제 발로 다시 다가갔다. 디는 그런 프라임을 힐끔 보고는 뜸을 들였다. 긴 정적끝에 옵티머스가 먼저 입술을 뗐다. 내가 물어봐야 알려주는건가?
“오라고 해서 왔어. 본론으로 들어가기엔 충분하다고 생각하는데.”
“제가 여기 남아있는 이유말이죠.”
“그래. 뜻을 함께 하는 것 외에 달리 무슨 이유가 있나보지.”
“솔직히 말하자면 뜻을 함께 하진 않습니다.”
옵티머스의 푸른 옵틱이 벌어지며 커졌다. 한편으론 예상했었던 것 같았다. 디의 말이 충격적이진 않았으니. 알아. 옵티머스는 자조적으로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걷히는 미소 뒤엔 알 수 없는 슬픔이 있었다. 알고 있었던 것 같아.
“이 곳에 속하지 못한건지. 아니면 하지 않으려 했는지 묻고싶어.”
“둘 다 입니다.”
“그럼 왜 여기 있는건가.”
“당신 때문입니다.”
나 때문에. 옵티머스는 중얼거리고는 고개를 돌렸다. 괴로워마지 않는 얼굴이었다. 그 시선을 디는 몸을 틀며 따라붙었다. 처음에는 당신 생각이 궁금했습니다. 조금 다급한 목소리였다.
“자유를 원한다고 하셨죠. 저는 평생 전대 프라임을 하늘처럼 섬겼고 퇴출당한 뒤론 센티넬과 쿠인테슨의 그림자 속에서 유배됐어요. 깨닫고 보니 자유는 단 한 번도 제 삶에 끼어든 적 없었더군요. 근데 그 자유란게 진실로 가능키나 한 건지 궁금했습니다. 어쩌면 빛깔만 그럴듯한 개념을 내놓고 군림하려 드는것일지도요.”
“.......”
“센티넬이 그랬는데 당신이라고 안 그럴 확신이 제겐 없었습니다.”
“....그래서. 결론이 섰나.”
“센티넬은 평생을 애썼지만 틀렸습니다. 군림은 받으려는게 아니라 알아서 저절로 받게 되는 것임을요.”
“내가 군림을 받고 있다고.”
“모두가 당신을 존경합니다.”
하이가드식의 존경과 다른게 뭔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디는 표정이 없었다. 옵티머스는 다른 한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내가 돌파해야할 부분이겠지. 디는 말했다. 그런 뜻으로 말한게 아닙니다. 옵티머스가 무슨 뜻이냐는 질문대신 디를 바라봤다.
“누군가 군림하려 할겁니다. 이전 역사가 반복되길 원치 않으시면 차라리 당신이 그 자리에 앉아야합니다.”
“나는 그런 위치에 서고 싶지 않아.”
“그럼 누구를 세우시겠습니까.”
당신이 프라임인데. 그 말엔 약간의 원망이 묻어있었다. 하지만 디는 여전히 표정이 없다. 더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옵티머스가 고개를 떨굴 때였다. 오라이온. 자신의 오랜 이름이 디에게 불려지는건 처음이었다. 오라이온. 디는 다시 한 번 곱씹듯이 말했다.
“어차피 당신 생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봐왔던 당신은 구부러질바엔 부러지는걸 선택할 이겠죠.”
“....”
“그런 당신을 알게된 이후 바로 하이가드로 돌아갔어야 했는데”
디는 의자에서 내려와 옵티버스의 무릎 앞에 앉았다. 드디어 바닥을 내려다보던 옵티머스의 옵틱이 저를 향한다. 하지 말라던 배틀마스크는 고집스럽게 옵티머스의 입술을 가리고 있었다. 그러나 디는 멈추지 않는다. 고개를 올려 그의 마스크 위로 입술을 올렸다. 차가운 마스크 위로 입술 플레이트가 닿았다가 떨어진다.
“이래도 제가 싫지 않으십니까.”
“...무엇때문에. 나를 속이고 이제껏 떠보고 있었단 사실이? 하이가드로 돌아가는 것을 염두하고 있었던게? 평등과 자유를 원하는 내게 군림하라 한 것이?”
“당신에게 내 마음을 드러낸 것까지.”
디의 입술이 다시 짧게 마스크 위에 닿았다 떨어졌다. 미동없는 옵티머스를 차마 볼 수 없는지 디는 옵틱을 감고 있었다.
“당신만큼 저도 당신이 밉습니다. 온통 제가 원하는 바가 아닙니다. 평행선이 있다면 한 쪽엔 제가, 한 쪽엔 당신이 있을겁니다. 그런데 싫지 않습니다. 오히려 닿고 싶습니다. 옵티머스. 당신은요. 아니라면 당신 안에 오라이온은요. 당신의 그 어느 부분도 나를 원하지 않는다고 하면 물러나겠습니다.”
“.....”
“아니라면 제발 빌어먹을 마스크 좀 내려줘요.”
디가 이로 입술을 깨물었다. 쥐고 있던 옵티머스의 무릎에서 손을 떼고 주먹을 쥐었다. 그 순간이었다. 마스크가 당겨 들어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푸른 옵틱은 디를 바라보고 있었다. 디는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무너지듯이 혹은 중력에 이끌리듯이 동체를 옵티머스로 밀어붙였다. 입술이 닿았고 의자가 힘을 못이긴채 넘어간다. 바닥에 부딪힌 옵티머스가 신음을 흘리며 고통에 입술을 뗐지만 디는 그의 뺨을 붙잡고 다시 입술을 삼켰다. 모자랐다. 갈증이 치민다. 형벌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이토록 달디단 형벌이라면 응당 받겠노라고 생각했다.
디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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