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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0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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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하고 잠에서 깬 아카시우스의 입에서 작게 한숨이 터져나왔어.

창 밖은 여전히 어두웠고 해가 뜨려면 아직도 꽤나 시간이 남은 때였지. 하지만 아카시우스는 알고 있었어. 아무리가 그가 노력해도 다시 잠에 들 수는 없다는 걸 말이야.

아카시우스는 손으로 제 얼굴을 천천히 쓸어내렸지. 이마 끝에서 만져지는 식은땀을 느끼며 또다시 자신의 불면이 도진 것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었어.

아카시우스가 불면을 겪은 것은 꽤나 오래 된 일이었지. 처음 몇 주는 직접 세어보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게 너무도 오래되어 세는 것도 포기했지.

다음 날이면 누미디아로 출정까지 나가야 하는데… 이런 날은 제발 잠이라도 제대로 잘 수 있으면 좋으련만… 싶었지만 여전히 제 불면은 아카시우스를 도와주지 않았지.

결국 아카시우스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고 의자에 대충 던져두었던 토가를 손에 쥐고 방을 나섰어.

기나긴 밤은 오늘도 아카시우스에게 친절하지 않았어.






“빨리 준비해! 로마 군이 곧 도착한다는군!” 누군가의 외침에 허니는 물론이고 그와 대화를 하던 아리샷과 하노의 움직임까지 분주해졌어.

다른 이들의 행동도 크게 다를 것이 없었지. 누군가가 명을 내리지 않아도 저마다 알아서 제가 할 일을 해나갔지. 누군가는 칼을 점검했고 또 누군가는 성벽으로 달려가 제 자리를 벌써부터 지켰어. 또다른 누군가는 아이들을 어서 집 안으로 대피 시켰지.

모두가 이런 날이 언젠가는 올 것을 알고 있었어. 그야 로마 제국은 무서운 속도로 제 몸집을 키우고 있었고 누미디아는 그런 로마군이 점령해나가는 중인 아프리카에 유일하게 남은 영토였으니 말이야.

“허니, 혹시라도 로마 군이 이긴다면.” 제 칼을 손보고 있던 허니에게 누미디아의 지도자가 말했어. “머리카락을 자르게. 아주 짧게 말이야.”

예? 하고 허니가 질문을 하기도 전에 그는 또 다른 이에게 말을 하기 위해 자리를 떠났지. 머리를 자르라고? 이해할 수 없었어. 그야 허니는 이미 머리가 그리 길지 않은 사람이었거든. 어깨를 겨우 넘는 머리카락인데 여기서 더 짧게?

의문이 들었지만 허니는 그의 말을 들었어. 아직 전쟁이 시작되지 않았지만 쥐고 있던 칼로 머리카락을 짧게 잘라냈지. 어쩌면 하노의 것보다도 더 짧게 말이야.

갑작스럽게 짧아진 머리가 어색했지만 허니는 애써 그 어색함을 떨쳐냈어. ”로마군이 보인다!“ 하고 누군가가 외쳤거든.







누미디아의 영토에 가까워질수록 아카시우스는 왜인지 머리가 조금 더 맑아지는 기분이었어.

이건 아주 이례적인 일이었어. 그야 아카시우스는 벌써 며칠 째 배 위에서 생활 중이었으니까.

이렇게 오랜 기간 항해를 하다보면 속도 불편하고 머리는 항상 깨질 듯이 아팠지. 그리고 그건 아카시우스가 얼마나 자주 항해를 하든 항상 비슷했어.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어. 분명 항해를 시작할 때는 언제나와 같이 비슷했는데, 어쩐지 누미디아에 가까워질수록 머리가 맑아졌고 언제나 그를 괴롭히던 지끈거리는 두통까지도 사라졌지.

바닷바람 덕분인가, 하는 실없는 생각도 했지만 이내 아카시우스는 머릿속을 비웠어. 시야 끝에 누미디아 땅이 보이기 시작했거든.

그리고 전쟁의 시작이었지.






결론부터 이야기를 하면, 전쟁은 누미디아의 패배로 끝났어.

베이 빅티스. 그 말이 로마 장군의 입에서 흘러나왔고 허니는 입술을 씹었어.

패자에게는 비애 뿐. 그 말은 틀린 말이 아니었어. 그리고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 누미디아인들의 울음소리가 허공을 채웠어.

한 순간에 모든 것이 바뀌어버렸어. 누미디아는 로마 장군의 간단한 선포 아래 로마령이 되어버렸고 모두가 저마다 사랑하는 이를 잃어버렸지. 그리고 그 속에는 하노의 아내인 아리샷도 포함되어있었어.

살아남았다고 해서 마냥 기뻐할 수는 없었어. 그야 모두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대충 알았거든. 운이 좋으면 누군가의 노예로 팔려가겠지만 운이 나쁘면 검투사가 될 것을 알고 있었지.

그리고 허니는 당연히 자신이 검투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어.





전투가 끝난 이후 모든 것은 익숙하게 정리가 되었어. 이미 많은 영토들을 점령해나간 로마 답게 노예들은 따로 배에 탔고 아카시우스는 제 배를 타고 빠르게 로마로 돌아갔지.

로마에 가까워질수록 아카시우스의 두통도 다시 심해졌고 조금 괜찮아진 줄 알았던 불면도 다시 돌아왔지.

웃긴 일이었어. 오히려 아카시우스가 잠을 제대로 잔 날은 누미디아를 점령한 그 날, 떠나기 전 하룻밤을 묵었던 바로 그 날이었지.

이렇다 보니 아카시우스는 누미디아가 제 체질에 맞나 하는 우스운 생각까지 들었어.

불면은 다시 이어졌어. 아카시우스는 매일같이 새벽에 깼지. 어쩌면 더 심해졌는지더 몰라. 점점 더 이른 시간에 그가 일어나기 시작했거든. 심지어 황제들의 손에 이끌려 강제로 콜로세움에서 경기라도 관람하는 날엔 더 심했지.

이러다 진짜 불면으로 죽겠군. 하는 생각이 들 때 쯤, 아카시우스의 앞에 그가 다시 나타났지.

“무패의 행진을 이어가며 이곳 로마! 콜로세움까지 온 누미디아의 노예를 소개합니다!”

누미디아? 그 익숙한 지명에 손가락으로 제 눈을 꾹 누르던 아카시우스가 고개를 들었어. 그리고 그런 아카시우스를 기다리기라도 한 듯, 철문이 열리며 익숙한 얼굴의 허니가 나왔지.

아카시우스는 그 얼굴을 알았어. 여자인가 싶을 정도로 얇은 팔과 다리, 그럼에도 누구보다 강인하게 칼을 휘두르며 상대방의 숨을 앗아가는 그 모습은 마치 죽음의 신, 아니지 죽음의 신 하데스의 옆을 굳건히 지키며 오히려 죽음의 신보다 더 두려움의 존재인 ’공포의 페르세포네‘를 지켜보는 것만 같았지.

그리고 마지막 사람의 목숨까지 앗아간 허니의 모습을 보던 아카시우스는 그제서야 알아챘어.

누미디아에서 돌아오던 그 날부터 그를 괴롭히던 두통과 이명이 모두 사라졌다는 것을 말이야.

그리고 그걸 알아채자마자 아카시우스는 입을 열어 황제들에게 말했지.

“폐하, 혹시 저 노예를… 제가 받을 수 있을까요?“








은은하게 센가물 첨가한 거 맞음
아니 근데 잠드는 거 안 나왔네…

아카시우스너붕붕 페드로너붕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