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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0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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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이 그런걸 궁금해하는줄 몰랐다. 그다지 특별한 이유가 아니었는데 그렇게 궁금해할 줄은 몰랐지. 





알버트는 평생동안 필름이 끊겨본 적이 없었다. 일명 술고래로, 설령 술자리에서 취한다한들 다음날이면 어제 술자리에 있었던 일을 모두 기억하곤 했다. 물론 술고래인 알버트는 애초에 별로 취해본 적도 없다. 그러니 자신이 톰에게 한 말 정도는 충분히 기억할 수 있다는 소리다. 술 취한 저를 붙들고 때는 왔다는것마냥 궁금했던걸 그렇게 탈탈 털어대놓고, 다음날 아침 아무일도 없었다는듯이 굴 작정이었나보다. 하지만 아쉽게도 톰은 거짓말을 정말, 더럽게 못 한다. 본인은 모르는것 같지만. 그렇지 않고서야 그렇게 티를 내면서 눈동자를 굴릴수가 없을테니까. 


딱히 숨긴 것도 아니고, 톰이 궁금해한다면 얼마든지 대답할 용의가 있었지만 톰은 그런걸 물은 적이 없었다. 스위티, 달링과 같은 흔한 애칭이겠거니 생각했겠지. 알버트도 여태 그렇게 생각했다. 최근까지는. 그게 그렇게 궁금했면 물어봐도 됐을텐데, 자신이 취한 때를 노려 묻는다는게 겨우 "왜 나를 솜사탕이라고 불러요?" 라니. 기껏 판을 깔아줬더니 하는 질문이라고는 꼭 저처럼 귀여운것만. 

요 며칠 내내 저에게 할 말이라도 있는것처럼 입술을 달싹이기만 하고 끝내 입을 못 여는걸 떠올렸다.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며 저를 힐끔대기에, 모른척 나 불렀어요? 물어보면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고. 재촉해서는 어차피 말 해주지 않을 성격임을 알기에 어떻게 잘 구슬리면 저 입이 열릴까 고민했는데 마침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사실을 말하자면 취한 척을 한 건 아니다. 그 때에는 진짜로 취했으니까. 다만 취한 와중에도 제가 판을 깔아주면 톰이 미끼를 물거라는 본능적인 직감이 들었다. 토미이, 내 소오옴사아아타앙. 길게 늘여부르자 예상대로 저를 부축하던 톰이 눈을 반짝이기 시작했다. 당시 알버트는 알았다. 지금 자신은 이걸 들으면서 동시에 톰의 말을 잊어버릴지 몰라도 눈을 뜨면 기억을 할 거란 사실을. 그날따라 아주 오랜만의 회식이었고, 때문에 알버트는 살짝 알콜하이 상태였다. 동료들이 작정을 하고 퍼먹인탓에 톰과 말을 하면서도 대체 자신이 어떻게 집에 들어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만큼 취해있었다. 



"알버트. 하나 물어볼게 있는데요."
"으응. 물어봐요 토미. 뭐가 궁금했어요?"
"....맨날 나더러 솜사탕이라고 부르잖아요. 왜 그런거에요?"


솜사탕. 그건 톰의 몇가지 안 되는 애칭들 중 하나였다. 토미, 솜사탕, 또 뭐가 있더라 아무튼. 부끄러움이 많은건지 톰은 평소에 달달한 애칭으로 부르면 부끄러하곤 했다. 뭐가 그렇게 부끄러워요? 그렇게 물어도 제대로 된 대답을 듣기 어려웠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솜사탕이랑 톰은 찰떡인데. 직관적이고  눈이 달려있다면 모를수가 없는데, 톰은 왜 모르는걸까? 



 


"닮았으니까?"
"내가...솜사탕을 닮았다구요."
"응. 하얀 솜사탕. 몽실몽실하고 부드러워보여서."




하얗고 보드랍고 손질관리가 잘 된 꼬리가 눈 앞에서 살랑거릴 때마다 알버트는 충동에 빠지곤 했다.  하얗고 몽실거리는 꼬리는 언뜻 보면 하얀색 솜사탕처럼 보인다. 달콤한 것도 똑같고. 솜사탕이네, 솜사탕. 톰 본인은 모르는것 같았지만 톰은 당황하면 머리 위로 쫑긋 여우 귀가 솟아오른다. 하얗고 복슬복슬한 귀가 얼마나 귀여운데. 본인만 모른다. 귀만 나오면 다행이게. 침대  위에서는 꼬리도 튀어나왔다. 살랑살랑, 꼬리뼈 근처에서 하얗고 복슬거리는게 왔다 갔다 하면 어쩔 수 없이 눈 앞에 불꽃이 튀고만다. 알려주면 낑낑거리며 숨길까봐 일부러 말은 안 하지만, 나중에는 어차피 본인도 알 수 밖에 없다. 침대에 누웠을 때 배기거나 저도 모르게 잡아채는 경우가 있어서. 꼬리가 예민한걸 알아서 굳이 잡아채는 일은 없지만, 본능적으로 움켜쥘 때도 있었다. 그럴때면 숨넘어가는 소리와 함께 내벽이 움츠라들었다. 이를 악물고 그르렁 소리를 내며 톰을 달래야 할 정도로. 딱히 그런 반응을 원해서 그런건 아니지만, 눈물을 매달고 애처롭게 저를 바라보는게 어쩐지 가슴 속 깊은 곳을 건드리곤 했다. 




"내가....몽실몽실 하다구요?"
"응...엄청요."
"부드럽다고요?"




부드럽지, 그럼. 보기만 해도 잠이 포근한데. 몽실몽실하고. 잡아보고 싶은데 여우수인들은 꼬리가 예민하대서 맨날 꾹 눌러참고. 만질 때마다 얼마나 보드라운데. 그런데 톰은 수인모습을 잘 보여주지 않았다. 창피하대나. 덮어놓고 귀여워해주고 싶지만 자꾸만 구석으로 숨어드는 바람에 알버트는 안달이 나곤 했다. 여간 피곤한게 아니고서는 수인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서 대부분 여우의 모습을 한 건 침대 위였다. 아, 생각하니까 또 보고싶네. 여간해선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이 더 감질나게 하는건 알까? 보여달라고 하면 톰 성격에 거절은 못 하겠지만, 보여주고 싶지 않아한다면 굳이 재촉하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너무 귀여운데....알콜에 절여진 뇌는 평소에 꾹 눌러 참아왔던걸 폭발시키기라도 한듯이 터져나오는것 같았다. 계속 만지고 싶었는데, 꾹꾹 눌러보고 싶었는데. 귀를 건드리면 파드득 거리고, 꼬리를 건드리면 잔뜩 울상이 되어 눈물이 맺히곤 했다. 그럼 우리 토미 귀여운데...거긴 건드리지마요, 저를 바라보며 애처롭게 말 하는 솜사탕. 톰이 얼마나 귀여운지, 꼬리는 얼마나 탐스러운지, 손 끝을 스치는 감각이 얼마나 보드라운지, 그 꼬리를 만질 때 톰의 표정이 어떻게 변하는지, 붉어진 눈꼬리가 끝내 눈물로 도톰해지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말 해줘야 하는데. 오랜만에 몸에 들어온 알콜에 눈이 스르륵 감기고 만다. 아, 이유도 말 해줘야 하는데. 




"알, 잠들지 말아봐요. 응? 대답 해줘야죠."
"으응..했는데? 몽실몽실...부드럽다..고."
"어디가 그렇게 몽실몽실 부드러운데요?"
"여기...음, 오늘은 없네?"




제 어깨를 자꾸만 흔들어오는 톰의 손길에 눈이 뜨였다가, 3초도 안 되서 다시 눈이 감긴다. 그렇게 궁금했구나. 저가 술에 취해 골아떨어지기 직전에야 저를 붙들고 물어오는 사람. 가엽기도 하고, 사랑스럽기도 하고, 조금은 안타깝기도 하고. 맨정신에 물어도 얼마든지 대답해줄텐데 부끄러워서 이러나. 아니면 자신이 대답해주지 않으리라 생각했나? 별 이유가 없을것 같아서? 뭐가 됐든 조금은 아쉽고, 조금은 마음이 찡해진다. 내 사랑, 이유라면 하루종일이라도 설명해줄 수 있는데. 여간해선 보여주지 않는 모습이라 더 귀하고 사랑스럽다는걸 알까. 저를 보면 반가워 쫑긋대는 하얗고 복슬복슬한 귀를 깨물어보고 싶은데, 그럼 놀라서 펄쩍펄쩍 뛸까봐 참는건데.




"알버트, 잠깐만요. 대답을-"
"했잖아...요. 하얗고, 복슬복슬...몽글몽, 아니 몽실몽실...하다구." 







알버트는 턱을 간질이는 간지럽고 부드러운 감각에 깨어났다. 눈을 깜빡이며 내가 언제 잠들었더라, 생각해봐도 딱히 기억은 없다. 이후의 기억은 없으니 제 기억이 맞다면, 다음날 눈을 아침에 눈을 뜰 때까지의 기억이 없는걸 보면 그 때 잠든게 맞다. 술자리에서 당시에 잠든다 하더라도 다음날 일어나면 기억은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그러니 어젯밤 톰이 취한 저를 붙들고 물었던걸 고스란히 기억한다는 뜻이다. 취했을 때 자신에게 물으면 기억이 안 날거라고 생각을 했으려나. 앙큼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톰이 생각할 수 있는거라고는 아마도, 그게 전부겠지. 보이는것만큼이나 투명한 사람이라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이 그 정도였겠지. 취한 저를 옮기느라 힘이 들었는지, 주말이라 늑장을 부리는건지 여전히 잠들어있는 톰을 바라본다. 새하얀 털로 뒤덮인, 쫑긋 서있는 귀를 살살 쓰다듬어본다. 귀엽게도 제 품에 폭 안긴채 잠든 톰의 머리에는 보드라운 하얀색 털의 귀가 쫑긋 서있다. 깃털처럼 부드럽게 쓰다듬어본다. 온통 새하얗고 몽글몽글한 털이 주는 부드러움에 알버트는 눈을 감고 재차 잠을 청한다. 일어나면 조금 놀려줘야지. 그리고는 톰이 이제 됐다고 해도 쫒아다니며 애칭이 솜사탕인 이유를 말해주리라 다짐한다. 하얗고, 부드럽고, 몽실몽실하고, 달콤하다고.





"잘자요, 내 솜사탕."




잠들어 답이 없는 이에게  뒤늦은 굿나잇 인사를 건네고 이마에 키스를 한다. 영원히 나의 하얗고 사랑스러운 솜사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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