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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9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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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편 결말 이후~진엔딩 사이 메가트론 시점



사이버트론에서 떠난지 몇 사이클이 지난 시점, 스타스크림이 건의한 적이 있었다. 만일 정 그를 옆에 두고 싶다면 그의 보이스 박스를 뜯고, 브레인 모듈을 수정하라고. 그렇지 않으면 영영 그가 내 옆에 있을 일은 없을거라고 말이다. 설령 매트릭스를 파괴하고 그에게 그 어떤 무력도 남지 않게 된다 한들, 그의 영혼이 끝까지 나에게 반발할거라고 말이다. 다들 무언가 오해하고 있는 모양이다. 난 딱히 오라이온이 내 모든 의견에 따라주길 바라는건 아니다. 사실 상관없다. 오라이온이 날 싫어하건 원치 않건. 그저 내 옆에 있으면 그만일 뿐인데.

메가트론은 옵티머스 프라임을 적대하지만 오라이온 팍스를 사랑한다. 오라이온의 미소와 내 삶에 활력을 돌게하는 모든 요소를 사랑하지만 어디까지나 그건 내 손 안에 있을때 뿐이다. 그러니 너에게서 그 증오스러운 매트릭스를 빼앗아 무력하게 만들어, 그저 내 옆에 있게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네가 날 사랑하지 않아도 상관 없으니, 옆에만 있으면 그만이라고.

오라이온이 망가진채 내 품에 안기게 되기 전까지는 난 내가 원하는 것이 현실에선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 진정으로 깨닫지 못했던 모양이다.

쇼크웨이브가 오라이온의 몸에서 매트릭스를 잡아 뜯은 이후, 오라이온은 회복하지 못했다. 오라이온 팍스는 오래전 그가 프라이머스의 우물로 그의 시체를 떨어트렸을때 죽었고, 프라이머스가 그에게 매트릭스를 주어 되살려냈지만 그것 뿐이라고 했다. 한번 파괴되어 약해진 스파크는 돌아오지 않을거고, 매트릭스의 힘으로 유지하고 있던 한번 죽은 몸은 한없이 약해져, 코그도 없고 스파크도 약한 존재로 내 품에 돌아왔다. 매트릭스가 떨어져나간 지금 그 약해진 몸에 코그를 넣어도 그가 제대로 트랜스폼 할 수 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오라이온은 앞으론 영원히 코그가 없는 몸으로 살아야 할텐데, 사이버트로니안의 무한한 삶은 트랜스폼 코그 없이 살아가기엔 너무나도 길다. 오라이온은 이제 스스로를 보호할 방법을 잃어버렸다. 앞으로 평생 누군가에 기대는 것이 아니면 다른 이들에게서 스스로를 방어조차 못 할 지도 모르지.

내가 원하던 것이다. 오라이온이 영원히 내 손을 빠져나가지 못하게 되는 것, 손안에 넣고 나면 반항조차 할 수 없게 되는 것, 내가 죽이고 싶어하면 죽을 수 밖에 없고, 내가 원하는대로 움직이라고 하면 그럴 수 밖에 없으며, 아무리 발버둥쳐도 어쩔 수 없도록 선택지를 빼앗는 것.

억압받는 세상에 자유와 평화를 가져다 주겠다고 해놓고선 난 내 욕망 앞에서 너무나도 쉽게 네 자유를 빼앗길 선택했다.

다른 세계에서 왔다는 쇼크웨이브는 내 그 점을 꿰뚫어보았고, 난 그 선택이 너 뿐만 아니라 이 세상을 망가트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그의 손을 잡았다. 나는 내 욕망앞에서 생각보다도 훨씬 비틀린 존재였고, 원하는 것 앞에선 내 생각보다도 더 나약한 존재였다.

쇼크웨이브와의 상황이 마무리 되자마자 쓰러졌던 오라이온은 꽤 오랫동안 병동에서 시간을 보내야했다. 내가 오래전에 쏘았던 한쪽 팔과 몸에서부터 통증이 올라와 고통스러워하면서도 비명 한번 지르지 못했다고 한다.

나는 정말로 이런 모습의 널 원했던 걸까? 망가져서 돌이킬 수 없게 되는 걸, 내가 취하고 싶을때면 언제든 굴해야 하는 존재로 변질되길, 그래서 나에게 다시 돌아와주길 바랬는데, 정말 그렇게 되어버린 널 보고나니 내 머리속에 드는 생각은 다시는 널 잃고 싶지 않다는 생각 뿐이었다. 네가 내것이길 바랬지만, 널 죽여가면서 다시 손에 넣고 싶은건 아니었다. 결국 내 삶의 활력은 너에게서 오니까.

원하는 걸 받았지만, 원하던 방식대로 돌려받지는 못했다.

난 병동에 누워있는 오라이온을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스스로 한짓을 합리화하려 애썼다. 아니야, 이게 내가 원하던거야. 드디어 원래 내 것이었던 걸 돌려받은거야. 앞으로 영원히 내 말에만 따르고 나에게만 귀속되어야 할 것이 당연하게 나에게 돌아온거야. 상관없어, 좀 네가 다쳐있어도. 네가 좀 망가졌으면 어때? 어차피 죽었을 몸인데 운 좋게 내 품에 돌아온건데. 어차피 오라이온이 내 옆에 있든 없든 내 선택은 달라지지 않았을거야. 이건 그냥 덤인거야. 좀 망가졌지만 오히려 잘됐잖아... 그런데 진짜로 그렇게 생각해?

내가 거의 그의 목을 잡고 강제로라도 내 함선으로 끌고갈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쯤, 오라이온이 눈을 떴다.

"...디?"
오라이온이 눈을 뜨고 부드럽게 미소짓는 순간 자신의 안에 있던 모든 오염과 증오와 질투, 새까만 감정이 녹아버리는 것 같았다. 나는 오라이온의 손을 맞잡는 것 밖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셀 수 없는 전투 속에서 난 단 한번도 스스로를 무력하다 느낀 적이 없었다. 그런데 오라이온이 날 찾는 순간 모든 방어막이 꺼지고 모든 무장이 해제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 나 여기있어."
"...너한텐 내가 필요 없다면서."
"그럴지도."
"너한테 방해된다면서."
"네가 방해긴 하지."
"나 정도는 버릴 수 있다면서."
"...그래."
마지막에 그에게 상처를 주며 했던 말이 그대로 나에게 돌아왔다.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사실 넌 내 계획에 아무런 도움이 안되고, 내가 세울 계획들에 오히려 발목을 잡을테고, 널 원한다는 내 욕망은 오히려 날 이 지하의 도시에 붙잡아 둬버렸다.
"그런데도 나한테 달려왔네."
오라이온이 배시시 웃었다. 난 그의 손을 더 부드럽게 감싸안고, 약해진 오라이온의 모습을 옵틱 안에 담아 두었다. 네가 무기를 들었을때 보다도, 네 웃음이 더욱 날 무력하게 만들었다. 총과 칼로는 날 쓰러트릴 수 없을지라도, 네 부드러운 미소는 날 쉽게 쓰러트렸다.

"...서로 뒤를 봐주기로 약속했잖아."

처음 만났을때 했던 약속을 상기하며 서로 손을 맞잡았다. 오라이온의 눈 속에서 꺼져가던 희망이 다시 켜지는 것을 보아서야 가슴 한군데에서 느껴졌던 공허함이 채워졌다.

사실 우리가 지금 손을 잡는다 해도 크게 변하는건 없을 것이다. 난 여전히 우주를 돌아다니며 고난 속에 있는 행성들을 자유롭게하고 복속시킬 것이며, 넌 여전히 내 가는 길을 따라오지 않을 것이다. 사상의 차이는 타협할 수 있을지라도 그 사이에 있던 감정적 상처들은 타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우린 여전히 적으로 남을 것이다. 그러나 변한 것이 있다면 내가 여정을 마치고 돌아올때마다 네가 이 도시에서 날 다시 맞아줄 거라는 것과, 내가 또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한다고 해도 넌 나를 잡아주러 반드시 올거라는 걸 알게 됐다는 사실 뿐이다.

난 내가 생각하던 것보다 널 덜 원했던걸지도 모른다. 난 널 내 신념을 포기할 만큼 널 원하진 않았던 것 같다. 다만, 내 집착과 갈망을 버릴 정도로는 널 사랑하는 모양이다.

"이젠 안 놓을게, 약속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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