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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30 02:31
분명 어제까지 기숙사 침대 안이었던건 기억남
오랜만에 푹 자보는 아침이겠지
이제 훈련도 없고, 챙겨야 할 애들도 없어서
간만에 푹 자는데 이명헌은 잠깐 잠에서 깼을듯
습관처럼 눈 뜬거나 다름 없는데 이명헌도 그걸 알아서
내려간 이불이나 주섬주섬 올리고 아, 다시 자야지 싶은 순간 벌떡 일어날 수 밖에 없었음
이유는 단 하나
침대가 단층임
기숙사 침대는 2층 침대 2개가 들어가서 4인 1실인데
지금 자고 있는 침대는 위가 시원하게 뚫려진 그냥 평범한
퀸사이즈 침대였을듯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천천히 방을 둘러보니 쓰던 기숙사방보다는 넓었고 개인 책상, 부드러운 러그, 스탠드 머 그런게 있었을듯
문은 두개인데 하나는 화장실(산왕은 샤워장이 단체였는데) 나머지는 작지만 행거 설치까지 다 되어있는 드레스룸이었을듯
자느라 눈이 퉁퉁 불어있는 이명헌도 보일 건 다 보임
뭐야 여기 어디야뽕
한참을 돌아다니면 그럴수록 잠에서 깸
꿈인가?
이럴 땐 영화처럼 뺨 한대를.....
치진 않고 그냥 찬물로 감각 확인함
왜냐면 이명헌도 본인이 전력을 다해 셀프 뺨 때리기를 시전하면 개 아플거 같아서 차마 못 때림
암튼 차갑고 뜨겁고 다 느껴지는거 같으니 현실같음
근데 방 보면 현실 아닌거 같음
어안이 벙벙한데 갑자기 건물 전체로 알림음이 시작됨
딩.딩 딩 굿모닝~
빠빠빠 빠빠빠(굿모닝)
누가 들어도 쳐 일어나라는 알림소리라
이명헌도 자리에서 일어나긴 했는데
뭘 어찌해야할지는 알지 못함
그래서 현관문 살짝 여니까 복도에 지나가던 사람이랑 눈이 마주쳤음
번듯한 제복을 입은 남자가 다가옴
오라는 뜻은 아니었는데 아무튼 저보다 어른처럼 보이니
이명헌 자기도 모르게 허리 반듯히 펴고 마주봄
뭐해 준비 안 하고?
뭐부터 준비해야 하는지 모른다고 할까
내적 갈등을 하는 사이 복도에 다른 수십개의 같은 방들이 눈에 들어옴. 그런 내부는 이명헌도 익히 잘 아는 기숙사처럼 보이기도 함
남자는 손목시계를 확인하더니 다시 말함
졸업식 늦겠다. 서둘러
그러고는 생하니 가버림
홀로 남겨진 이명헌은 다시 문을 닫고 화장실로 들어감
세면대에 물을 틀긴 했는데 세수도 못하고 아무것도 못함
그냥 멍했음
졸업식...?
그러니까 원래 산왕 기숙사에 쿨쿨 자던 이명헌은 일어나면 나름 잘 다려둔 카쿠란 입고 졸업식을 할 '예정' 이었음
그러니까 기억이 맞다면 자신도 졸업식이란 말임
멍하니 있다가 세수하고 양치하고 드레스룸으로 들어감
쭉 살펴보니 일상복 같은것도 있지만 그보다 제복의 수가 좀 더 많았음
옷감 만져보며 최선을 다해 계절에 맞을거 같은 옷을 하나 입고 밖으로 나옴
비슷한 옷을 입은 또래처럼 보이는 애들이 삼삼오오 모여있었음. 그냥 그 애들이 흘러가는데로 따라감. 복도를 따라 나오니 역시 자신이 있던 곳은 기숙사가 맞았음
평소엔 절대 침착한 이명헌이라도 사람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일을 겪으니 동요가 될 수 밖에 없었으나
방금 전 대화를 떠올리면 여기서 혼란스러워하면 안될거 같아서 애들 따라감
다들 잘 조성된 길을 따라 멀지 않은 커다란 건물 안으로 들어갔음. 잠시 입구에 멈춰서서 건물을 올려다보자 산왕 학교랑을 비교도 안될 정도로 큰 건물임.
본관....내지는 학교인가.
맞는지부터 의문이지만 최대한 주변 환경을 눈에 담아두려 노력하면서 떨어지지 않는 걸음을 억지로 끌어 안으로 들어감.
졸업식이 강당에서 열렸다는게 비슷했음
순서가 좀 다른 부분도 있었지만 졸업식 자체는 산왕에서 보던거랑 같았음
뭔가 사건이 일어나거나 황당한 일을 겪는것도 없었고...
그냥 들어가니 왔냐며 니 자리라고 누군가 안내해줘서 거기 앉고 대충 학생 대표로 보이는 애가 선서하고 교장선생님 처럼 보이는 높은 어른이 몇마디 덕담해주고
그게 전부였음. 이쯤되니 이명헌은 제 판단력이 맞는지 의문이 들기시작했음.. 아예 처음에 빨리 준비하라던 어른을 붙잡고 사정을 설명하는게 나았나? 졸업식에 참석하지 말고 주변 탐색을 해야했나? 애초에 여긴 어디고 난 왜 여기있는거지?
아무것도 먹은적 없는 속이 울렁거리고
귀에서는 한번도 안 들리던 이명이 들리는거 같았음
졸업식은 순식간에 끝이 나고
앞에서 뒤로 무언가 전달이 되었음
이것도 예상대로라면 졸업장이겠지만
이명헌이 받아든건 플라스틱 카드였음
카드엔 이명헌의 얼굴이 있었고
이름은... 뭐야 모르겠는데
생전 처음보는 글자라서 읽지를 못했음
카드는 투명한 부분도 있었는데 안에 바코드 같은게 보여서 누가봐도 이 부분으로 긁거나 가져다대시오 하는 느낌이었음
산왕짬바 3년차 이명헌 사실 내적으론 동요가 되다못해 미치겠는데 3년 내내 티 내는 법을 자제했더니 이제 너무 익숙한 무표정 얼굴로 주변에 녹어내렸음
아직 남은 카드는 앞에 애가 했던거처럼 뒤로 넘겼고 모두 요상한 카드를 받자 곧 졸업식이 끝났음
이제 꽃다발 받고 사진찍나
동태눈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으려니
흰 가운을 입고 안경을 쓴 키가 그리 크지않은 남자가 다가옴
준비 됐을까요?
준비랄게 없음. 뭘 알아야 준비를 하니까. 에라 모르겠다 싶은 명헌은 고개를 끄덕임. 글자는 못 읽는데 말은 알아먹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하면서.
그럼 가죠
선생님? 인솔자? 아무튼 이명헌은 부딪혀보자는 심정으로 따라감. 반 발자국 뒤에서 걷는데 인상이 선한 선생님(아마도)이 말을 조잘조잘 걸어주셨음
정식 가이드가 된거 축하해요.
네(가이드?관광가이드?)
알다싶이 매칭 센티넬이 너무 오래 기다려서...
네(못 알아듣는 용어 먹금)
아무튼 여러모로 기대가 큽니다. 얼마전부터 수치가 2.0 이하로는 안 떨어져서 진정제를 투여했거든요
네?(진정제?)
그래서 대면하면 좀 몽롱해하는 상태일 수 있어요
네...?
거기까지 잠자코 듣던 이명헌은 주변을 둘러보니 방이 굉장히 많은거 같은 복도를 걷고 있었음. 굳이 비유하자면 초딩 피아노 학원같은... 명헌이 멈추자 앞서 걷던 인솔자도 의아한듯 뒤를 돌아봄
제가...누굴 만나나요?
두려운 마음에 뿅도 잊음
그 말에 상대의 얼굴에 의아함이 스침
센티넬이죠?
센티넬...이 성함인가요? 그럼...저기 센티넬씨는 뭐하시는 분이신지...
상대와 이명헌 얼굴에는 각자 이해못한 의문스러운 표정이었음. 이명헌은 다짜고짜 누굴 만나야 한대서 의문이었고 상대는 그런 명헌을 한참 보다가....
아하하하 아니 이야기 들었지만 정말 장난 좋아하시네요
갑자기 냅다 웃음
환한 웃음을 보고있자니 이명헌은 뭔가 ㅈ됨을 감지함
아이고....학생, 아니 가이드님. 사람 놀리는거 아닙니다 제가 아무리 신입이어도 그렇지. 자, 얼른 갑시다
이러더니 홀로 척척척 앞으로 가버림
이명헌 얼떨결에 사람 놀린 ㅁㅊㄴ이 됨
산왕이면 현철이 옆에서 수습해주거나 했을텐데
그래서 복도를 걷는 내내 이명헌의 무언가를 알아내려는 시도는 전부 거품으로 돌아감. 선생님인지 누군지는 이명헌이 자기를 놀리거나, 장난을 치거나, 신입 테스트를 한다고 생각했음. 중반까지 하던 이명헌은 제 풀에 지쳐 어느 지점부터는 그냥 입 닫고 따라가나 했음
한 5분 걸었을까 연구원은 한 방문 앞에 그를 데려다 놓음.
그리고 문 옆에 설치된 도어락기계(처럼 생겼다고 이명헌은 생각함)에 방금 명헌이 받은 키 카드를 가져다대자 띠릭 소리나 나고 문이 열렸음.
딱 여기까지가 자신의 임무였는지 상대는 굉장히 시원스러운 얼굴로 말함
그러면 다시 말하지만 가이드 되신거 정말 축하드리고
첫 업무이신만큼 소문의 실력 보여주세요.
거기다 대고 진짜 센티넬씨가 뭐하는 양반인지 물어볼 수 없어서 이명헌은 잠자코 들어감
방은 넓고 쾌적은 했음
내부가 어둡진 않았는데 천장 한 가운데 등은 없고
은은한 간접조명과 바닥에 있는 스탠드의 빛이 분위기를 잡아주는 듯 했음
내부엔 테이블이랑 마주보고 놓여진 의지 두개정도...
그리고 누가 앉아있었음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 없이
이명헌. 그가 누구인가. 산왕 3년을 통들어, 아니 인생 전반을 통틀어 공포영화와 게임에는 꿈쩍도 하지 않고 인터하이 선서를 하거나 농구부 주장으로 뽑히거나 하다못해 우승 트로피를 들었을 때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는데
.......시발 인터하이 졌을 때도 안 울었는데
지금은 모든 상황이 피부로 따끔하게 느껴질 정도로 공포 그 자체였음
여차하면 운동부 체면이고 나발이고 호신술로 제압하겠다는 각오로 이명헌은 준비된거 같은 의자에 앉음
갑자기 게임을 시작하자고 하는건 아니겠지
의자에 앉자 인기척인지 아니면 소리 때문인지 상대가 움찔하더니 고개를 천천히 들었음. 이제야 상대가 눈에 들어올 정신이 생겼는데 우선 대가리는 저랑 같은 빡빡이였음. 잘 밀린 머리통을 지나 얼굴이 눈에 들어왔는데 좀처럼 초접을 잡지 못하는 상대에게 이명헌은 벌떡 일어나 다가감
야!
그러니까 상대는 다름아닌 정우성이었음
없는 머리털도 쭈뻣 설 정도의 소름과 쿵쿵 뛰는 심장이 한꺼번에 다가왔다가 파도처럼 빠져나가기를 반복함
사람이 정신이 없으면 아무말도 못한다더니 부른 뒤에 이명헌은 더 이상 말을 못했음
우선 정우성은 큰 소리에 눈을 느리게 감았다 뜨더니 이내 초점이 뚜렷하게 잡힌...평소 익히 알던 눈으로 돌아와있었음. 움직이려고 들썩이는데 움직일 수가 없었음
가만 보니 허리랑 손을 의자랑 묶어둠
미친...!
그제야 제정신으로 돌아온 이명헌은 손에 구속구부터 풀어주려고 낑낑댐. 여기는 미친 집단인게 틀림없고 어떤 미친놈들이 미국간 애까지 잡아다가....
단단한 타이로 묶여있었는데 그거보단 이명헌 손 악력이 더 쌨음. 통째로 잡아당기자 몇번 들썩이는거 같더니 이내 뚜둑 소리가 나면서 끊어짐
정우성 우선 여기서 나가서....
하늘같은 선배 말 끝나기가 무섭게 풀어진 손이 이명한 멱살을 틀어잡더니 그대로 끌고감. 훅 하고 끌려들어간 이명헌은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입술에 뭔가 닿고 그게 또 할짝거려진....
이제 타이고 나발이고 필사적으로 도망가려는 놈과 또 죽자사자 붙잡고 키스만 하려는 놈 둘만이 남음.
이명헌 욕하고 싶은데 욕도 못함. 혀 들어올까봐 정조의 위기를 느낌
그 와중에 방 안에는 사이렌 소리가 울림
코그 블루, 코드 블루
무슨 힘이 얼마나 센지 밀어내려는 힘은 꿈쩍도 안 먹히는데 점점 끌어당겨져서 이제는 아예 무릎 위에 엉거주춤 올라서기 직전이었음
숨이 막힐대로 막혀서인지 위기감때문인지 혼몽한 정신 속에 이명헌의 주마등에 과거의 기억이 잡힘
'우성, 집중력 부족'
시발 죽기 전에도 이 새끼 회상하면서 뒤질 순 없뿅
과거의 자신이 준 힌트대로 이명헌은 완벽히 끌려가기 전에 팔을 뒤로 뻗어 버섯 스탠드를 잡는데 성공했고 그걸로 그대로 내려침으로서 키스 지옥과 잡아당기는 품에서 모두 벗어날 수 있었음
근데 너무 세게 쳤나봄
막힌 숨 몰아쉬면서 돌어온 시야로 보니 우성의 이마가 찢어져 피가 뺨까지 흘러내리는 지경이었음
ㅓㅜㅑ....너무 심했던거 같은.... 아니 이건 자기방어뿅
그럼에도 후배를 쳤다는 미안한 감각이 없는게 아니라서 명헌은 마른 기침 좀 하고 우성에게 말을 검
우성 알겠지만 이건 정당방위뿅
이명헌이 말을 거는데 다행히 맞아죽은건 아닌지 우성이 다시 고개를 들었음. 이번엔 울상인 얼굴로
후카츠....? 너무하신거 아니에요??
뭐라는거야 미친놈이 라는 말을 하기도 전에 미리 말문이 막힘. 아까까지 붉은 피가 철철 흘러내리는 상처가 그 부위만 시간을 되돌리는것처럼 다시 아물다가 이내 완벽히 상처가 지워짐
저희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이러는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오늘 하루 기묘한 일을 너무 많이 당해서 이제는 나갈 정신조차 남아있지 않았음.. 모든 비합리화의 끝에는 강한 합리화만이 명헌을 기다리고 있었음.
여기는 자신이 모르는 곳이 아니라 산왕이다
기숙사가 너무 좋아진건....모르겠다 신기숙사였나보다
졸업식은....오늘이 맞으니까 패스
신현철,김낙수,최동오,정성구 이것들은 어디간거지....늦잠 잤나보다뿅
정우성이 여기 있는건...서프라이즈?
상처가 아문건....미국가서 신약이라도 맞았나보다뿅
울상이던 서프라이즈 정우성이 뭔가 열심히 말하다가 별안간 뺨을 붉혔다
그래도...후카츠상 저를 싫어하지 않는거죠...
지 혼자 울었다 붉혔다... 이명헌의 감상이 길게 이어질 것도 없이 문이 벌컥 열리고 무슨 특수대원들 같은 무장한 사람들이 끝없이 들어오길래 이명헌 이제는 그냥 기절하고 싶었느나 너무 튼튼해서 의식은 말짱했음
뒤이어 흰 가운을 입은 사람들 몇명이 바닥에 쓰러진 이명헌은 부축해줌.
후카츠 가이드 괜찮으세요?
저요? 하기엔 그냥 들이마시고 있는 공기부터 기묘함 그 자체라.... 그래서 이명헌은 제 이름 석자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불림에도 대꾸를 하지 않기로 함
뒤이어 방패에 곤봉까지 들고있는 무장대원이 정우성을 둘러쌈. 방금 전까지 패기를 제 손으로 패놓고 그래도 후배가 모르는 사람들한테 둘러싸이니 무의식적으로 이명헌은 반응함.
뭐 하시는....
말 다 끝나기도 전에 누군가 전기충격기를 정우성 뒷목에 가져다 대는데 이 모든 상황을 끝까지 지켜보던 이명헌은 얌전히 목을 맡기는 우성을 보았고 항의가 다 끝나기도 전에 스파크가 튀는 듯한 통증이 뒷목에서 느껴지더니 그대로 정신을 잃음
센티넬 세계관인데 슬덩 세계관에서 잘못 워프된 이명헌으로
오랜만에 푹 자보는 아침이겠지
이제 훈련도 없고, 챙겨야 할 애들도 없어서
간만에 푹 자는데 이명헌은 잠깐 잠에서 깼을듯
습관처럼 눈 뜬거나 다름 없는데 이명헌도 그걸 알아서
내려간 이불이나 주섬주섬 올리고 아, 다시 자야지 싶은 순간 벌떡 일어날 수 밖에 없었음
이유는 단 하나
침대가 단층임
기숙사 침대는 2층 침대 2개가 들어가서 4인 1실인데
지금 자고 있는 침대는 위가 시원하게 뚫려진 그냥 평범한
퀸사이즈 침대였을듯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천천히 방을 둘러보니 쓰던 기숙사방보다는 넓었고 개인 책상, 부드러운 러그, 스탠드 머 그런게 있었을듯
문은 두개인데 하나는 화장실(산왕은 샤워장이 단체였는데) 나머지는 작지만 행거 설치까지 다 되어있는 드레스룸이었을듯
자느라 눈이 퉁퉁 불어있는 이명헌도 보일 건 다 보임
뭐야 여기 어디야뽕
한참을 돌아다니면 그럴수록 잠에서 깸
꿈인가?
이럴 땐 영화처럼 뺨 한대를.....
치진 않고 그냥 찬물로 감각 확인함
왜냐면 이명헌도 본인이 전력을 다해 셀프 뺨 때리기를 시전하면 개 아플거 같아서 차마 못 때림
암튼 차갑고 뜨겁고 다 느껴지는거 같으니 현실같음
근데 방 보면 현실 아닌거 같음
어안이 벙벙한데 갑자기 건물 전체로 알림음이 시작됨
딩.딩 딩 굿모닝~
빠빠빠 빠빠빠(굿모닝)
누가 들어도 쳐 일어나라는 알림소리라
이명헌도 자리에서 일어나긴 했는데
뭘 어찌해야할지는 알지 못함
그래서 현관문 살짝 여니까 복도에 지나가던 사람이랑 눈이 마주쳤음
번듯한 제복을 입은 남자가 다가옴
오라는 뜻은 아니었는데 아무튼 저보다 어른처럼 보이니
이명헌 자기도 모르게 허리 반듯히 펴고 마주봄
뭐해 준비 안 하고?
뭐부터 준비해야 하는지 모른다고 할까
내적 갈등을 하는 사이 복도에 다른 수십개의 같은 방들이 눈에 들어옴. 그런 내부는 이명헌도 익히 잘 아는 기숙사처럼 보이기도 함
남자는 손목시계를 확인하더니 다시 말함
졸업식 늦겠다. 서둘러
그러고는 생하니 가버림
홀로 남겨진 이명헌은 다시 문을 닫고 화장실로 들어감
세면대에 물을 틀긴 했는데 세수도 못하고 아무것도 못함
그냥 멍했음
졸업식...?
그러니까 원래 산왕 기숙사에 쿨쿨 자던 이명헌은 일어나면 나름 잘 다려둔 카쿠란 입고 졸업식을 할 '예정' 이었음
그러니까 기억이 맞다면 자신도 졸업식이란 말임
멍하니 있다가 세수하고 양치하고 드레스룸으로 들어감
쭉 살펴보니 일상복 같은것도 있지만 그보다 제복의 수가 좀 더 많았음
옷감 만져보며 최선을 다해 계절에 맞을거 같은 옷을 하나 입고 밖으로 나옴
비슷한 옷을 입은 또래처럼 보이는 애들이 삼삼오오 모여있었음. 그냥 그 애들이 흘러가는데로 따라감. 복도를 따라 나오니 역시 자신이 있던 곳은 기숙사가 맞았음
평소엔 절대 침착한 이명헌이라도 사람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일을 겪으니 동요가 될 수 밖에 없었으나
방금 전 대화를 떠올리면 여기서 혼란스러워하면 안될거 같아서 애들 따라감
다들 잘 조성된 길을 따라 멀지 않은 커다란 건물 안으로 들어갔음. 잠시 입구에 멈춰서서 건물을 올려다보자 산왕 학교랑을 비교도 안될 정도로 큰 건물임.
본관....내지는 학교인가.
맞는지부터 의문이지만 최대한 주변 환경을 눈에 담아두려 노력하면서 떨어지지 않는 걸음을 억지로 끌어 안으로 들어감.
졸업식이 강당에서 열렸다는게 비슷했음
순서가 좀 다른 부분도 있었지만 졸업식 자체는 산왕에서 보던거랑 같았음
뭔가 사건이 일어나거나 황당한 일을 겪는것도 없었고...
그냥 들어가니 왔냐며 니 자리라고 누군가 안내해줘서 거기 앉고 대충 학생 대표로 보이는 애가 선서하고 교장선생님 처럼 보이는 높은 어른이 몇마디 덕담해주고
그게 전부였음. 이쯤되니 이명헌은 제 판단력이 맞는지 의문이 들기시작했음.. 아예 처음에 빨리 준비하라던 어른을 붙잡고 사정을 설명하는게 나았나? 졸업식에 참석하지 말고 주변 탐색을 해야했나? 애초에 여긴 어디고 난 왜 여기있는거지?
아무것도 먹은적 없는 속이 울렁거리고
귀에서는 한번도 안 들리던 이명이 들리는거 같았음
졸업식은 순식간에 끝이 나고
앞에서 뒤로 무언가 전달이 되었음
이것도 예상대로라면 졸업장이겠지만
이명헌이 받아든건 플라스틱 카드였음
카드엔 이명헌의 얼굴이 있었고
이름은... 뭐야 모르겠는데
생전 처음보는 글자라서 읽지를 못했음
카드는 투명한 부분도 있었는데 안에 바코드 같은게 보여서 누가봐도 이 부분으로 긁거나 가져다대시오 하는 느낌이었음
산왕짬바 3년차 이명헌 사실 내적으론 동요가 되다못해 미치겠는데 3년 내내 티 내는 법을 자제했더니 이제 너무 익숙한 무표정 얼굴로 주변에 녹어내렸음
아직 남은 카드는 앞에 애가 했던거처럼 뒤로 넘겼고 모두 요상한 카드를 받자 곧 졸업식이 끝났음
이제 꽃다발 받고 사진찍나
동태눈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으려니
흰 가운을 입고 안경을 쓴 키가 그리 크지않은 남자가 다가옴
준비 됐을까요?
준비랄게 없음. 뭘 알아야 준비를 하니까. 에라 모르겠다 싶은 명헌은 고개를 끄덕임. 글자는 못 읽는데 말은 알아먹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하면서.
그럼 가죠
선생님? 인솔자? 아무튼 이명헌은 부딪혀보자는 심정으로 따라감. 반 발자국 뒤에서 걷는데 인상이 선한 선생님(아마도)이 말을 조잘조잘 걸어주셨음
정식 가이드가 된거 축하해요.
네(가이드?관광가이드?)
알다싶이 매칭 센티넬이 너무 오래 기다려서...
네(못 알아듣는 용어 먹금)
아무튼 여러모로 기대가 큽니다. 얼마전부터 수치가 2.0 이하로는 안 떨어져서 진정제를 투여했거든요
네?(진정제?)
그래서 대면하면 좀 몽롱해하는 상태일 수 있어요
네...?
거기까지 잠자코 듣던 이명헌은 주변을 둘러보니 방이 굉장히 많은거 같은 복도를 걷고 있었음. 굳이 비유하자면 초딩 피아노 학원같은... 명헌이 멈추자 앞서 걷던 인솔자도 의아한듯 뒤를 돌아봄
제가...누굴 만나나요?
두려운 마음에 뿅도 잊음
그 말에 상대의 얼굴에 의아함이 스침
센티넬이죠?
센티넬...이 성함인가요? 그럼...저기 센티넬씨는 뭐하시는 분이신지...
상대와 이명헌 얼굴에는 각자 이해못한 의문스러운 표정이었음. 이명헌은 다짜고짜 누굴 만나야 한대서 의문이었고 상대는 그런 명헌을 한참 보다가....
아하하하 아니 이야기 들었지만 정말 장난 좋아하시네요
갑자기 냅다 웃음
환한 웃음을 보고있자니 이명헌은 뭔가 ㅈ됨을 감지함
아이고....학생, 아니 가이드님. 사람 놀리는거 아닙니다 제가 아무리 신입이어도 그렇지. 자, 얼른 갑시다
이러더니 홀로 척척척 앞으로 가버림
이명헌 얼떨결에 사람 놀린 ㅁㅊㄴ이 됨
산왕이면 현철이 옆에서 수습해주거나 했을텐데
그래서 복도를 걷는 내내 이명헌의 무언가를 알아내려는 시도는 전부 거품으로 돌아감. 선생님인지 누군지는 이명헌이 자기를 놀리거나, 장난을 치거나, 신입 테스트를 한다고 생각했음. 중반까지 하던 이명헌은 제 풀에 지쳐 어느 지점부터는 그냥 입 닫고 따라가나 했음
한 5분 걸었을까 연구원은 한 방문 앞에 그를 데려다 놓음.
그리고 문 옆에 설치된 도어락기계(처럼 생겼다고 이명헌은 생각함)에 방금 명헌이 받은 키 카드를 가져다대자 띠릭 소리나 나고 문이 열렸음.
딱 여기까지가 자신의 임무였는지 상대는 굉장히 시원스러운 얼굴로 말함
그러면 다시 말하지만 가이드 되신거 정말 축하드리고
첫 업무이신만큼 소문의 실력 보여주세요.
거기다 대고 진짜 센티넬씨가 뭐하는 양반인지 물어볼 수 없어서 이명헌은 잠자코 들어감
방은 넓고 쾌적은 했음
내부가 어둡진 않았는데 천장 한 가운데 등은 없고
은은한 간접조명과 바닥에 있는 스탠드의 빛이 분위기를 잡아주는 듯 했음
내부엔 테이블이랑 마주보고 놓여진 의지 두개정도...
그리고 누가 앉아있었음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 없이
이명헌. 그가 누구인가. 산왕 3년을 통들어, 아니 인생 전반을 통틀어 공포영화와 게임에는 꿈쩍도 하지 않고 인터하이 선서를 하거나 농구부 주장으로 뽑히거나 하다못해 우승 트로피를 들었을 때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는데
.......시발 인터하이 졌을 때도 안 울었는데
지금은 모든 상황이 피부로 따끔하게 느껴질 정도로 공포 그 자체였음
여차하면 운동부 체면이고 나발이고 호신술로 제압하겠다는 각오로 이명헌은 준비된거 같은 의자에 앉음
갑자기 게임을 시작하자고 하는건 아니겠지
의자에 앉자 인기척인지 아니면 소리 때문인지 상대가 움찔하더니 고개를 천천히 들었음. 이제야 상대가 눈에 들어올 정신이 생겼는데 우선 대가리는 저랑 같은 빡빡이였음. 잘 밀린 머리통을 지나 얼굴이 눈에 들어왔는데 좀처럼 초접을 잡지 못하는 상대에게 이명헌은 벌떡 일어나 다가감
야!
그러니까 상대는 다름아닌 정우성이었음
없는 머리털도 쭈뻣 설 정도의 소름과 쿵쿵 뛰는 심장이 한꺼번에 다가왔다가 파도처럼 빠져나가기를 반복함
사람이 정신이 없으면 아무말도 못한다더니 부른 뒤에 이명헌은 더 이상 말을 못했음
우선 정우성은 큰 소리에 눈을 느리게 감았다 뜨더니 이내 초점이 뚜렷하게 잡힌...평소 익히 알던 눈으로 돌아와있었음. 움직이려고 들썩이는데 움직일 수가 없었음
가만 보니 허리랑 손을 의자랑 묶어둠
미친...!
그제야 제정신으로 돌아온 이명헌은 손에 구속구부터 풀어주려고 낑낑댐. 여기는 미친 집단인게 틀림없고 어떤 미친놈들이 미국간 애까지 잡아다가....
단단한 타이로 묶여있었는데 그거보단 이명헌 손 악력이 더 쌨음. 통째로 잡아당기자 몇번 들썩이는거 같더니 이내 뚜둑 소리가 나면서 끊어짐
정우성 우선 여기서 나가서....
하늘같은 선배 말 끝나기가 무섭게 풀어진 손이 이명한 멱살을 틀어잡더니 그대로 끌고감. 훅 하고 끌려들어간 이명헌은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입술에 뭔가 닿고 그게 또 할짝거려진....
이제 타이고 나발이고 필사적으로 도망가려는 놈과 또 죽자사자 붙잡고 키스만 하려는 놈 둘만이 남음.
이명헌 욕하고 싶은데 욕도 못함. 혀 들어올까봐 정조의 위기를 느낌
그 와중에 방 안에는 사이렌 소리가 울림
코그 블루, 코드 블루
무슨 힘이 얼마나 센지 밀어내려는 힘은 꿈쩍도 안 먹히는데 점점 끌어당겨져서 이제는 아예 무릎 위에 엉거주춤 올라서기 직전이었음
숨이 막힐대로 막혀서인지 위기감때문인지 혼몽한 정신 속에 이명헌의 주마등에 과거의 기억이 잡힘
'우성, 집중력 부족'
시발 죽기 전에도 이 새끼 회상하면서 뒤질 순 없뿅
과거의 자신이 준 힌트대로 이명헌은 완벽히 끌려가기 전에 팔을 뒤로 뻗어 버섯 스탠드를 잡는데 성공했고 그걸로 그대로 내려침으로서 키스 지옥과 잡아당기는 품에서 모두 벗어날 수 있었음
근데 너무 세게 쳤나봄
막힌 숨 몰아쉬면서 돌어온 시야로 보니 우성의 이마가 찢어져 피가 뺨까지 흘러내리는 지경이었음
ㅓㅜㅑ....너무 심했던거 같은.... 아니 이건 자기방어뿅
그럼에도 후배를 쳤다는 미안한 감각이 없는게 아니라서 명헌은 마른 기침 좀 하고 우성에게 말을 검
우성 알겠지만 이건 정당방위뿅
이명헌이 말을 거는데 다행히 맞아죽은건 아닌지 우성이 다시 고개를 들었음. 이번엔 울상인 얼굴로
후카츠....? 너무하신거 아니에요??
뭐라는거야 미친놈이 라는 말을 하기도 전에 미리 말문이 막힘. 아까까지 붉은 피가 철철 흘러내리는 상처가 그 부위만 시간을 되돌리는것처럼 다시 아물다가 이내 완벽히 상처가 지워짐
저희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이러는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오늘 하루 기묘한 일을 너무 많이 당해서 이제는 나갈 정신조차 남아있지 않았음.. 모든 비합리화의 끝에는 강한 합리화만이 명헌을 기다리고 있었음.
여기는 자신이 모르는 곳이 아니라 산왕이다
기숙사가 너무 좋아진건....모르겠다 신기숙사였나보다
졸업식은....오늘이 맞으니까 패스
신현철,김낙수,최동오,정성구 이것들은 어디간거지....늦잠 잤나보다뿅
정우성이 여기 있는건...서프라이즈?
상처가 아문건....미국가서 신약이라도 맞았나보다뿅
울상이던 서프라이즈 정우성이 뭔가 열심히 말하다가 별안간 뺨을 붉혔다
그래도...후카츠상 저를 싫어하지 않는거죠...
지 혼자 울었다 붉혔다... 이명헌의 감상이 길게 이어질 것도 없이 문이 벌컥 열리고 무슨 특수대원들 같은 무장한 사람들이 끝없이 들어오길래 이명헌 이제는 그냥 기절하고 싶었느나 너무 튼튼해서 의식은 말짱했음
뒤이어 흰 가운을 입은 사람들 몇명이 바닥에 쓰러진 이명헌은 부축해줌.
후카츠 가이드 괜찮으세요?
저요? 하기엔 그냥 들이마시고 있는 공기부터 기묘함 그 자체라.... 그래서 이명헌은 제 이름 석자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불림에도 대꾸를 하지 않기로 함
뒤이어 방패에 곤봉까지 들고있는 무장대원이 정우성을 둘러쌈. 방금 전까지 패기를 제 손으로 패놓고 그래도 후배가 모르는 사람들한테 둘러싸이니 무의식적으로 이명헌은 반응함.
뭐 하시는....
말 다 끝나기도 전에 누군가 전기충격기를 정우성 뒷목에 가져다 대는데 이 모든 상황을 끝까지 지켜보던 이명헌은 얌전히 목을 맡기는 우성을 보았고 항의가 다 끝나기도 전에 스파크가 튀는 듯한 통증이 뒷목에서 느껴지더니 그대로 정신을 잃음
센티넬 세계관인데 슬덩 세계관에서 잘못 워프된 이명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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