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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22 23:31
"...그렇게 됐네요."
"왜?"
"3학년에 예쁜 누나 있거든. 잘 보일려고."
"새끼. 발랑 까져선."
"대만군한테 듣고 싶은 말은 아닌데."
"...시끄러. 아무튼 향이 너무 강하다 야."
"대만군 개코야?"
"얌마 진짜 향 진하다고! 30m 밖에서도 맡아질걸?"
"그래야 그 누나가 알거 아냐."
"어휴 됐다 잘 해봐라."

아 향수 좀 덜 뿌리고. 난 간다 하면서 휘적이며 떠나버리는 정대만의 등을 바라보던 양호열 속 뒤집어지겠지 3학년 누나는 개뿔. 눈치가 있으면 좀 바로 알아들어라. 일부러 3학년이라고 했는데 그걸 곧이곧대로 알아먹는 것도 진짜 대만군 같다고 생각하는 양호열이었음 하긴 누나라고 내가 먼저 말했으니까...그냥 3학년이라고만 말했어야 되나.

우연을 가장해 길가, 학교 복도, 교실 앞 등에서 마주치는 상황을 만드는 것도 슬슬 끝낼 때가 됐음. 정대만이 너무 눈치가 없는 탓일까 아니면 양호열이 솔직하지 못한 탓일까 아마 둘 다겠지만 저 연애 쪽으로는 감이 1도 없는 3학년의 철벽을 뚫기에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느껴버린 호열이겠지 대만군이랑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면서 '...정말로 덜 뿌렸어야 하나...' 하고나 생각하는 양호열임 

양호열의 최악의 하루는 머지않아 찾아왔음 옆학교 양키들이랑 시비가 붙어서 오랜만에 패싸움좀 했는데, 예상보다 더 크게 다쳐버린 거임 혼자 그 많은 놈들을 상대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피투성이가 되어버린 호열이었겠지 담벼락에 쓰러지듯이 기대 앉으며 주머니에서 담배 한대 꺼내 꼬나물었는데, 불 붙은 담배에서 올라오는 매캐한 향과 제 피냄새 그리고 오늘도...혹시 대만군을 만날까 싶어 뿌렸던 향수 냄새가 뒤섞였겠지

아...씨발 냄새 좆같네. 골이 울리는 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 했음 그렇게 축 처져 앉아있는데 멀리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겠지 그리고 양호열 눈 질끈 감음 하필...왜 이 타이밍에. 야! 양호열! 임마 너...하고 점점 가까워지는 목소리와 급하게 달려왔는지 헉헉대는 숨소리가 영락없는 대만군임 나 지금 냄새 좆같으니까 오지 말라고 할까. 실없는 생각이나 하면서 픽 웃는 양호열 곧 정대만한테 툭 던지듯이 말함

"저리 가요."
"뭘 저리 가! 너 이게 다 뭐야?"
"대만군이 알 필요 없는 일."
"너...!"

자신을 바라보는 눈이 너무 걱정스러운 눈빛이어서, 기분이 한층 더 좆같아진 양호열임 당신 그렇게 착한 사람도 아니잖아. 왜 나를 걱정해? 내가 당신한테 뭐라고? 왜 내 세계에 들어와서 나를 이렇게 뒤흔들어 놔? 이럴거면 책임지던가. 그럴 자신도 없으면서. 비틀린 생각들이 하나 둘 꼬리 무는 사이에 정대만은 어느덧 성큼 양호열의 앞으로 다가와있겠지 그리고 양호열 정대만의 깔끔한 얼굴과 턱에 남은 아주 작은 흉터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충동적으로

쪽.

"...!!!!"

키스해버림. 정대만 멱살을 붙잡듯이 제 얼굴에 가까이 대고는 맞붙인 입술이 정도를 모르고 불이 붙어가는 듯 했음 홧홧하게 달아오르는 얼굴을 애써 무시하며 입술 안쪽으로 더 침범하듯이 혀를 밀어 넣는 양호열이겠지 정대만 어쩔 줄 몰라하면서도 너무나 절박하게 붙어오는 혀에 조금씩 응해줌 츄웁, 츕 소리를 내며 질척하게 섞이는 혀에 템포를 올려가면서 양호열 정대만 입 안쪽을 한껏 유린하고는 

"...당신이라고."
"...뭐?"
"내가, 이런 짓 하고 싶은거,"
"...!"
"...향수, 뿌린거,"

다 당신 때문이었다고.


아무것도 모르면서

양호열, 최악이자 어쩌면 최고의 하루

슬램덩크
호열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