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608776205
view 781
2024.10.20 17:55
처음엔 태섭이가 대만이 더 좋아했고 고백도 태섭이가 먼저 했는데 이땐 대만이가 태섭이한테 후배로서의 호감만 있었단 말임? 거기다 태섭이가 자길 좋아한다는 걸 예전부터 알아차렸기도 해서 태섭이의 고백이 딱히 거부감이 들지는 않았지만 사귈 생각도 없었음. 그래서 난 널 그렇게 본 적 없다고 거절하려고 했는데 이 애한테서 처음 보는, 떨리는 듯한 얼굴을 보니까 생각이 바뀌었고 연인으로서의 송태섭은 어떨지 호기심이 생겨서 사귀자고 함. 그런데 가면 갈수록 대만이도 태섭이만큼, 어쩌면 태섭이 마음의 크기보다 더 크게 태섭이를 좋아하게 됨. 비록 본인은 몰랐음. 그 애를 보면 저절로 웃고 있고 같이 있기만 해도 좋고 뭘 해도 즐거운데 아직 자기 맘 정확히 모르고 아 나 남자도 되네 송태섭이랑 지내는거 재밌네 하면서 안 헤어지고 있는 거지.

그런데 태섭이는 대만이가 어떤 마음으로 고백 받은지 알고 있었음. 까짓거 한 번 사귀어볼까? 라는 얼굴로 받아준 걸 여태 잊지 않고 있던 탓에 현재의 대만이 마음이 어떤지는 보이지 않았지. 초반에야 오래 좋아하던 사람이랑 사귀니까 설렘이 더 컸는데 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사귄다는 사실이 계속 지속되니까 못 할 짓인 거임. 그래서 태섭이가 먼저 이별을 고했음.

저 이제 선배 안 좋아해요. 그러니까 헤어져요.

어차피 정대만도 나 안 좋아하니까 이 정도 이유면 되지 않겠나 싶어서 얘기한 거임. 그게 정대만의 버튼을 누르게 된 이유였다고는 생각도 못하겠지. 송태섭이 하는 말이 거짓말인줄 알겠는데, 그야 손을 떠는 게 눈에 띄게 보이니까 웃기는 소리 말라고 하면 되는데, 너무 화가 나서 도저히 넘길 수가 없는 거임. 나를 좋아하지 않는 송태섭? 그럴 수가 있나? 나는 니가 나한테 고백했을 때 어떤 얼굴로 말했는지 아직도 기억하는데? 그런데 끝내겠다고? 감히? 좋아하는 사람한테 거절당했으니 마음이 요동치는 건데 그것도 모르고 그냥 괘씸하다는 감정 하나로 몸으로 태섭이를 존나게 혼내줬으면 함.

너 정말 나 안 좋아하냐고 물어서 태섭이가 그렇다고 하면 다시 대만이가 혼내는 과정을 몇번이나 반복해서 태섭이 머리가 다 녹아내릴 때 즈음 송태섭. 너 나 안 좋아해? 물으면 이제 생각이라는게 멈춰버린 태섭이가 다 풀린 혀로 조아해......... 하고 진짜 마음 꺼내겠지. 근데 왜 안 좋아한다고 했어. 여전히 아래가 단단히 결합된 채로 얕게 움직이며 다그치는데 태섭이가 멍하게 대만이 보다가 이미 눈물로 범벅된 얼굴에 다시 눈물이 흐르더니 선배는.... 나 안 좋아하니, 까....... 하면 대만이도 움직이던거 멈추고 한대 얻어맞은듯한 표정을 짓는거임.

내가 널, 너를.... 태섭아, 내가 널.... 안 좋아할 리가 없잖아.....

그렇게 말하자마자 눈을 질끈 감아버린 대만이는 자신이 생각보다 송태섭을 많이 좋아한다는걸 이제야 깨달았음. 근데 대만이가 눈 감은 것 때문에 태섭이가 안 믿고 거짓말...... 하면 다시 대만이가 눈 떠서 눈물 주룩주룩 흘리고 있는 태섭이 얼굴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그러겠지. 거짓말 아니야. 내가 너 많이 좋아해. 너무 많이 좋아해 태섭아. 그러니까 헤어지자고 하지마. 정말 좋아하니까 그러지마.... 넣었던 것도 빼고 태섭이 안아주면서 우는 애한테 헤어지지 말자고 매달림. 태섭인 이 사람이 주는 온기가 좋아서, 그 온기 속에서 정대만이 하는 말을 믿고싶어서 히끅거리느라 대답은 못하고 대만이가 생명줄이라도 되는 것 마냥 목을 끌어안으면 대만이가 더 단단하게 태섭이를 빈틈없이 감싸안겠지.





슬램덩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