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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15 22:55
안영수 보고싶다
3학년이 은퇴하고 윤대협이 주장을 이어받은 후 처음 맞이하는 가을 윤대협 땡땡이 방지 겸 데이트 겸 함께 농구부 소모품 사러 나온 대협영수는 정환수겸이랑 마주침 카나가와의 쌍벽이란 이름 아래 현내 굴지의 라이벌인 두 사람이 생각보다 사이가 좋아 보이는 것에 놀라긴 했지만 굳이 말을 섞고 싶은 생각은 없었는데 당최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 모를 윤대협이 손을 흔들며 살갑게 말을 건거지
해남의 이정환은 상당히 온후하게 웃으면서 손을 마주 흔들어주는데 그 옆에 있는 상양의 김수겸은 의아한 듯 이쪽을 살피고 있어서 아 저 사람도 왜 이 만남이 성사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얼굴이네 하는 안영수 이정환이랑 윤대협은 화기애애하게 요즘 근황을 묻고 있는데 얘네 이렇게 친했나? 생각하다가 밥이나 같이 먹자는 소리에 엑 데이트 방해 받는거 싫은데 순간적으로 얼굴 찌푸리고 고개 들었다 시선이 마주치고 아 이 사람도 똑같이 옆의 화상 때문에 고통 받는 군 하고 공감대를 형성한 김수겸과 안영수겠다
결국 분위기를 못 읽는건지 읽을 생각이 없는건지 알 수 없는 이정환과 윤대협의 주도 하에 넷이 밥 먹으러 가는데 김수겸은 이러니 저러니 해도 후배들한테 친절한 편이고 안영수도 체육계라 경기 중에는 투지를 불태우는 편이지만 그 밖에는 타교생 선배라도 꽤나 깍듯하게 대하는 편이라 분위기가 크게 이상하지는 않았을 듯 넷 다 농구 좋아하니까 화제는 당연히 농구였겠지 처음엔 조심스럽게 NBA나 프로, 대학 같은 조금 먼 곳의 농구 이야기를 하다가 점차 자신들의 농구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서로 겨울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다가 인터하이 때 해남능남전 얘기가 나오는거지
처음 시작은 김수겸이었을 것 같은데 상양은 이번 겨울까지 3학년 전부가 남는다며 이번에야 말로 지지 않는다 이정환 너는 목 씻고 딱 기다려라! 하면 윤대협이 옆에서 하하 능남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거예요 하고 유들유들하게 선전포고 하겠지 그런데 의외로 이정환이 아니 윤대협 너는 아직 이르다 해서 자기네 에이스 얕잡아보는거 못견디는 안영수 타 학교 선배고 뭐고 발끈하려는데 옆에서 김수겸이 맞아맞아 인터하이 때도 결국 이정환이 안 걸려들어서 연장까지 갔다가 그대로 해남의 승리로 끝났지 해서 어...? 하고 벙 찌는거 보고싶다
인터하이 때? 무슨 소리야? 그 때 동점이 대협이가 의도한게 아니었다고? 대협이 작전이 실패한거라고? 안영수는 혼란스러운데 세명은 너무 자연스럽게 그때 그 상황에 대해 얘기를 해 셋 다 그 상황이 어떤 상황이었는지 명확하게 인식을 하고 있는데 자신만 그 이야기에 못 끼는 이 상황 세명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그제서야 그때 윤대협이 어떤 그림을 그렸는지 이해를 하는데 일순간 자기 옆에 앉아있는 윤대협이 너무 멀고 낯설게 느껴져서 기분 확 가라앉는 안영수 보고싶다
거기 앉아 있는 셋 다 눈치가 귀신인 사람들이라 안영수가 급 기분 나빠진거 다 눈치 챘겠지 다른 사람 별로 신경 안 쓰는듯 하면서도 안영수에 관해서 누구보다도 기민하게 파악하는 윤대협이라 밥도 다 먹었고 그럼 일어날까요? 하고 자리 정리할듯 정환수겸도 그래 어쨌든 겨울에 이기는건 우리다! 하고 깔끔하게 자리 파하겠지 헤어질 때 억지로 예의바르게 웃으며 능남을 얕보지 마시라구요!! 웃는 안영수를 좀 걱정스럽다는듯 바라보긴 했는데 윤대협이 괜찮다고 웃으면서 보냈음
윤대협 가만히 안영수 내려다보다가 짐도 무거운데 계속 돌아다니기보단 우리 집에 올래? 하고 편의점에서 디저트 사서 안영수 데리고 집에 가겠지 집에 들어서자 눈에 띄게 풀이 죽은 안영수 보면서 윤대협 드물게 쩔쩔 매겠다 안영수가 화가 난거면 풀어주기가 쉬운데 이런 시들한 안영수는 처음이라 어떻게 대해야할지 모르겠어 그래서 세운 무릎에 얼굴을 묻고 있는 안영수의 머리만 살살 쓰다듬는데 안영수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하는거지
나는 전혀 몰랐어
어..?
아까 그거 나는 전혀 몰랐었다고
그거라면...
해남하고 경기 말이야 나는 그저 동점이라고 연장전이란 기회가 더 생겼다고 기뻐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던거잖아 넌 그게 아니라 다른 가능성을 본거였지? 너뿐만 아니라 이정환도 그리고 김수겸도... 다 볼 수 있었는데 나는 몰랐어...
영수야...
그게 싫다는게 아니야 넌 역시 대단해 재능이 넘쳐 그 상황에선 역시 너를 포인트 가드로 내세운 감독님의 판단이 옳았지 응 나라면 그렇게 못했을거야 그 시합에선 그게 맞았고 아까 얘기 들어보니 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잘 한거더라 네가 자랑스러워 역시 능남의 에이스다워
...
그냥... 그치만 말야... 분해... 분하다고!! 내가 가드로서 조금 더 능력이 있었더라면... 아 오해하지 마! 너가 포인트 가드 하는게 싫은 건 아니야
...영수
아니! 아니야!! 자기비하라거나 그런게 아니야!! 너한테 라이벌 의식을 불태우는 것도 아니고 널 이기고 싶은 것도 아니야... 난 너랑 같이 뛰고 싶어 있지 세상엔 농구 잘 하는 사람이 정말 많아 아까 그 두 사람도 그렇고 프로 선수들도 그렇고 그렇지만 날 매료시키는건 대협이 네 농구야 너는 코트 위에서 뭘 시켜도 잘 할테지만... 그런 널 믿고 있지만... 그래도... 너에게 모든 걸 내맡기고 싶지는 않아... 너와 같은 것을 볼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너 혼자만의 싸움을 하게 하고 싶지는 않다고...
그렇게 말하며 우는 안영수가 너무 예뻐보여서, 안영수의 속에서 활활 타오르고 있는 그 투지가, 올곧게 자신을 바라보며 날 매료시키는건 네 농구라고 말하는 그 믿음과 애정이, 순수하고 가련하면서도 아름다워서 윤대협은 살며시 안영수를 끌어안았을 듯
영수야 나도 너랑 하는 농구가 제일 좋아 능남에서 하는 농구가 제일 즐거워 우리는 항상 같은 곳을 바라보며 농구할거야 겨울에는 꼭 전국대회에 나가기로 했잖아 그렇지? 그 말에 떨군 고개를 들고 그제서야 눈을 마주쳐오는 안영수를 보며 윤대협은 안영수의 눈가에 살며시 입을 맞췄음 겨울에야말로 안영수가 진심으로 기뻐서 울게 만들겠다고 생각하면서
윤대협 능남 치와와 조련사 자격증 1급인데 치와와가 와르르 아르릉 안하고 풀 죽어서 몸 둥글게 말고 있음 자기가 더 안절부절 못할거 같지
슬램덩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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