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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2 15:15
아 또 사람 키 갖고 그러네?
귀여워서 그러지.
선배는 그렇게 컸는데 뭐하게요.
농구해야지.
그건 당연한 거니까 빼구요.
그럼 너랑 결혼해야지.
.....?
왜 그런 얼굴을 해?
선배 제정신인가 싶어서.
완벽하게 제정신이거든? 그니까 결혼하게 빨리 커.
....난 뭐 무조건 선배랑 결혼해야해요?
나 말고 딴놈 있냐?
아 그건 또 무슨 말이에요.
아닌데 왜 나랑 안 해?
결혼이 뭐 쉽나요.
어려울 건 또 뭔데.
참나.....
얼른 이 정대만이랑 결혼하겠다고 해라.
잠깐만 간지럽히지마요! 아! 알겠어요! 결혼할게요! 한다구요!
진작 그래야지.
결혼 허락을 누가 이렇게 얻어가요?
아무튼 허락했으니까 하는 거다?
알겠다구요......


하지만 태섭이는 믿지 않았지. 대만이가 그냥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거든. 그도 그럴게 그 때 둘은 각각 대학교 1학년, 고등학교 3학년이었으니까. 그래서 미국 생활이 시작되고 몇 년이 지나 그 생활을 정리함과 동시에 기나긴 롱디가 끝나고 대만이가 데리러 온 날에는 태섭이는 이미 결혼하자는 말을 잊어버린 상태였음. 아무튼 대만이가 꽉 안아주면서 그동안 수고 많았다는 말을 먼저 하겠지. 그 후의 이야기는 주차장으로 향하면서 계속 이어졌음. 둘 다 차에 타면서 먼저 입을 연 건 대만이었지.


재밌게 하고 온 거야? 후회는 없어?
네. 하고싶은 건 다 하고왔어요.
다른 나라 갈 생각은 없고?
네. 이제 정착 좀 해보려구요.
그러면 태섭아.


불러놓고 표정을 정리하더니 자켓 안주머니에서 뭔갈 꺼내. 태섭이의 눈도 자연스럽게 대만이의 손을 향하더니 눈이 커졌지.


내 옆에서 평생 정착하는 건 어떠냐.


당연히 잊어버린 줄 알았던 그 말을, 자신마저 잊은 그 말을 대만이는 고이 보관해두고 있었던 거였음. 작은 상자 안에 든 한 쌍의 반지를 본 태섭이는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고 대만이는 당황해서 어쩔 줄 몰랐지. 태섭이가 싫어하는 줄 알아서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지만 그래도 태섭이를 먼저 달래주려고 하는데 갑자기 왼손이 불쑥 튀어나와. 으어? 바보같은 소리를 내는데 태섭이가 다시 한 번 손을 내밀면 그제야 허겁지겁 반지를 끼워주겠지. 반지를 끼워준 순간엔 대만이도 너무 떨려서 순간 헛손질 할 뻔 했음.

태섭이 왼손가락에 딱 맞는 반지가 채워졌고 이제 대만이의 왼손가락이 채워질 차례였음. 태섭이는 눈물을 닦고 반지를 집어 대만이의 왼손가락에 정말 조심스럽게 끼워주었음. 마치 이 반지가 꼭 맞길 바라는 듯이. 당연히 반지는 대만이 손에도 꼭 맞았고 그제야 태섭이는 겨우 웃어보였지. 아직 맺혀있는 태섭이의 눈물을 살살 닦아준 다음 그 눈가에 가볍게 뽀뽀한 대만이었음. 태섭이는 반지가 마음에 드는지 계속 자신의 손가락을 쳐다봤지.


마음에 들어?
네.
너 이제 내꺼라는 뜻이니까 매일 끼고 다녀.
선배.
응?
사랑해요.
어?
그동안 말 못해서 미안해요. 그 말이 너무 무서웠거든요.
태섭아...
근데 이젠 아니에요. 선배, 내가 선배를 너무 많이 사랑해요.


너무 늦게 꺼낸 진심이었지만 그것만으로 태섭이가 드디어 온전히 제게 온 것 같아 대만이도 울어버리겠지. 왜 울어요. 몰라. 울지 마요. 너나 울지마. 둘이 차 안에서 울다가 눈 퉁퉁 부어선 바보 같다. 하고 웃고 가볍게 입 맞추면서 둘이 살 집으로 가면 좋겠다.





대만태섭 슬램덩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