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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4 13:56
태섭이는 벽치는데 의외로 허무는 건 쉬울 것 같음. 뭔말이냐면 자기한테 친절하고 다정하게 구는 사람한테는 묘하게 물러지는 태섭이인데 누군가 그 틈 파고들려고 하면 귀신같이 정대만이 나타나서 막을 것 같다는 얘기임...

개강파티를 핑계로 선배들이 주는 술을 요령도 없이 전부 마시려고 했던 게 화근이었는지 생각보다 많이 취해서 눈썹 안 올리고 웃는 태섭이는 확실히 첫인상과 다르게 많이 풀어진 얼굴이겠지. 아까는 껄렁해보였는데 지금 보니 귀엽다고 하는 사람들이 여럿 있었고 태섭이 옆에 모브선배도 똑같이 생각했음. 원래 갭모에가 사람 미치게 하는 법이니까 태섭이한테 관심이 생긴 모브선배가 어떻게 해볼까 싶어 슬금슬금 몸 붙이고 태섭아 어지러우면 기댈래? 하고 은근슬쩍 어깨를 감싸서 안으려는데 의외로 태섭이가 버티더니 아니요... 하고 어떻게든 꼿꼿이 서있으려 하겠지. 그래봤자 헛손질 할 정도로 술에 취했으니 한 번 더 세게 당기면 딸려올 것 같아 다시 당기려는 순간 모브선배 위에 웬 커다란 손이 올려지는 거임.

태섭아, 형 왔어.

그리고 더러운 걸 치워버리듯 모브의 손을 떨쳐내더니 그 큰 손이 태섭이 어깨 위로 올라와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감싸쥐겠지. 태섭아. 다시 한 번 똑바로 부르는 이름에 반응한 태섭이는 그 남자를 보고 눈까지 잔뜩 휘더니 선배애-? 하더니 두 팔 벌려 꼭 안기기까지 함. 아까와는 다르게 덥석 안겨선 목에 얼굴을 부비는 모습과 함께 살벌하게 내려다보는 남자의 얼굴을 보고 모브는 저도 모르게 어깨를 떨었음. 대만아? 누군가 그 남자로 추정되는 이름을 부르자 남자는 뒤돌아보더니 어. 태섭이 내가 데려간다. 하면서 태섭이 안아들고 술자리를 빠져나가겠지. 대만이랑 태섭이가 나가고 잠시 소강됐던 술자리는 다시 소란스러워졌지만 모브는 남자가 입모양으로 얘기했던 말이 머리에 박혀버렸음.

건들지마.
죽인다.

안 그래도 큰 키에 운동이라도 하는지 건장한 체격으로 진심를 담아 죽일 것 같은 눈빛으로 본 덕에 모브는 다시는 태섭이를 건들지 않았다나 뭐라나.... 아 그리고 여담이지만 대만이는 태섭이 말고 깊이 알고싶은 사람이 없어서 굳이 안 엮이려고 선 긋는 거임.




슬램덩크
대만태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