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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1:04
참고로 받아달라는 건 아니고. 나는 너 좋아하는데 니가 좋아하는 애 얘기 들으려고 하니까 좀 그래서 그냥 알아달라고 말하는 거다ㅋㅋㅋ 무슨 말인지 알겠지? 부탁한다~

어떻게 된 상황이냐면 송짝정이고 태섭이는 대만이 마음 전혀 눈치채지 못 한 상태임. 둘이 같이 하교하는 중에 태섭이가 짝사랑하는 아이에 대해 얘기하다가 대만이한테 고백을 받게 됨. 근데 무슨 고백을 야 오늘 저녁 햄버거 ㄱ? 같이 얘기하더니 자기는 쏙 가버리고 태섭이는 그 자리에 붙박힌 채로 서서 이 상황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중임.

그니까 내가 지금, 정대만한테 고백을 받았다는 거지? 겨우 상황을 이해했는데도 이해가 안 됨. 뭐가 이해가 안되냐면 첫번째, 살면서 처음으로 받은 고백의 상대가 자기를 줘팬 남자 선배라는 거. 두번째, 동성의 고백이니 분명 기분이 나빠야하는데 나쁘기는 커녕 가슴이 두근거리고 귓가가 빨개지는 거. 그러니까 막말로 무시하고 넘겨도 될 고백을 넘기지 못하게 됐고 더 이상 대만이를 전처럼 대할 수가 없어버린 거지.

대만이가 조금이라도 가까이 다가오려고 하면 멀어졌고 농구에 관한 얘기만 했으며 같이 하교하는 일도 사라졌고 일단 둘만 있는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했음. 하지만 그럴수록 대만이를 더 신경을 썼고 자꾸만 대만이를 몰래 쳐다보게 되었으며 결국은 자기 전에도 대만이를 떠올리게 되어버렸지. 이제는 짝사랑하던 아이는 생각나지도 않아. 오직 정대만만 생각나서 미치는 상황이었지. 그러다 어느 날, 정대만은 송태섭이 자길 피하는 걸 알고 둘만 있는 상황을 만들어버렸음.

어이 주장. 너 요즘 나 피하더라?

빙빙 돌리는 거 없이 직구로 꽂아버리길래,

안 피했는데요.

일단 피하고 봤음. 솔직히 태섭이 본인도 말도 안 되는 걸 알지만 궁지에 몰리다보니 어쩔 수 없었음.

....내가 너 좋아한다고 해서 그런 거면 그냥 잊어버려.

근데 또 이렇게 들으니까 화가 나는 거야. 실컷 신경 쓰이게 해놓고 이제 와서 잊어버리라고?

그게 그렇게 쉬운 줄 알아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발끈해버렸는데 눈 앞의 선배라는 사람은 동요하지 않고 그러겠지.

기분 나쁜 거 알아. 그렇게 때려놓고 고백이라니, 나 같아도 어이없지. 그러니까 잊어줘. 난 너랑 이제 불편한 사이 되기 싫다.

아 진짜 장난하나. 태섭이의 야마가 돌아버린 순간이었음.

아 진짜 장난해요? 나는 그 고백 받은 이후로 하루종일 선배만 생각하게 되버렸어요! 신경이란 신경은 다 쓰게 해놓고 잊어버리라구요? 뭐가 이렇게 다 자기 마음대로에요? 멋대로 고백해놓고 멋대로 잊어버리라고 하면 나는 뭐 바로 뚝딱 잊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게 멋있는 고백도 아니었으면서 진짜.... 나는 그거에 바보같이 설레고.... 선배는 중학생 때도 그랬어요. 멋대로 찾아와서 멋대로 같이 농구하고 다음에도 같이 하자더니 다시는 안 왔잖아! 나는 철썩 같이 믿고 기다렸는데! 그런데 지금은 뭐? 고백해놓고 또 잊으라고? 진짜 뭐하는 인간이지? 말을 뱉었으면 본인이 한 말에 책임을 지라구요!

태섭이가 쏟아낸 말들을 듣던 대만이는 멍해지다가 뭔갈 깨달은 듯 태섭이 어깨를 붙잡겠지.

그러니까 너도 날 좋아한다는 거지?
말이 왜 그렇게 돼-

아.
아.
아..............
태섭이도 깨달았음. 본인이 한 말이 거의 고백과 다름이 없었다는 걸. 그래서 도망가려고 대만이를 밀어냈지만 오히려 거리만 가까워졌겠지. 거의 대만이 품에 갇힌 태섭이는 고개도 들지 못하고 입을 뗐음.

아 좀 비키라구요...!
너 같으면 비키겠냐.
나중에 얘기하자고요 제발....
태섭아.

전에 없이 다정한 목소리에 태섭이는 눈을 꾹 감아버림. 아 반칙이야. 반칙이라고. 슬슬 심장이 빠른 속도로 두근거리기 시작했음. 마치 산왕과 경기하던 때처럼.

나도 너 좋아하고 너도 나 좋아하잖아.
......
근데 왜 나중에 얘기해야돼?
......
응? 태섭아.
......
태섭아.
......
좋아해.

조심스럽게 감싸안는 손길을 그대로 두었더니 귓가에 자신의 심장과 똑같이 뛰는 심장소리가 들렸지. 선배도 나랑 똑같아.

......저도 뭐, 선배 좋아하는 거 같거든요?

근데 도저히 대만이처럼 간지럽게 얘기 못하겠어서 퉁명스럽게 얘기했는데 위에서 푸스스 웃는 소리가 퍼지고 흩어지더니 태섭이를 안은 팔에 힘이 더 들어갔겠지.

꿈 같다.

그 말에 결국 태섭이도 대만이를 슬쩍 안아줄 수 밖에 없었음.

근데 중학생 얘기는 뭐야? 우리 만난 적 있어?
그건 진짜 나중에 얘기해요....

금방 다시 도망가고 싶었지만, 그래도 이번엔 도망가려는 마음을 꾹 누르고 얌전히 대만이 품에 안겨있기로 한 태섭이겠지.




슬램덩크
대만태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