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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2 00:23
애들 놀다보면 종종 마주칠거 같은데, 카페에서 데이트 하다가 밖에 대협영수 투닥거리면서 지나가는거 본 수겸이가 "쟤네 풋풋하네" 하고 물끄러미 바라보면 앞에 앉아 있던 정환이가 "그런가?" 하고 가볍게 넘기는 듯 하더니 한참 지나서 "그래도 우리도 나름 풋풋하지 않나?" 하고 대답하겠지
이미 그 화제는 지나갔다고 생각했던 수겸이가 정환이의 그 말에 "풋풋? 너랑 내가?" 하며 '그건 아니지' 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는데 뭔가 '너'에 방점이 찍힌 것 같이서 정환이 내심 상처받을듯 '나도 풋풋할 수 있다 김수겸' 말로는 못 꺼내고 살짝 의기소침해짐 수겸이는 그냥 고3이고 윈터컵이다 센터 시험이다 한껏 찌들대로 찌든 우리가 풋풋? 이런 의미였는데
앞에 앉은 정환이가 시무룩해진걸 본 수겸이 풋풋하지 않다는게 그렇게까지 충격인가 갸우뚱하면서도 기분 풀어주려고 앞에 놓인 정환이 손 끌고와서 손등에 가볍게 입술도장 꾹 찍어줄 듯 정환이가 놀라서 눈 크게 뜨는데 씩 웃으면서 "나갈까?" 하고 그대로 깍지 끼면 정환이가 무슨 힘이 있나 그대로 수겸이 따라 나가는거지 손등에 남은 간질간질한 기운에 기분 가라앉은 것도 어느새 다 잊어버림

그리고 정환수겸 두 손 꼭 붙잡고 어디론가 걸어가는거 발견한 영수가 어라? 저 두 사람? 어??? 하고 놀라서 쳐다보는데 둘만으로도 완전한 하나의 세계를 이루고 있는 그 안정적인 분위기를 부럽다고 생각하면 좋겠다 '나는 맨날 얘랑 싸우느라 정신 없는데 저 두 사람은 코트에서는 그렇게 날을 세우더니 사적으로는 전혀 안 그렇구나'
그런 영수를 따라 잠깐 멀리 두 사람에게 눈길을 주었던 대협이는 이내 흥미를 잃고 다시 영수에게 시선을 돌리는데 영수가 멍하니 멀어지는 두 사람 뒷모습만 바라보니까 "영수 부러워? 우리도 손 잡을까?" 하고 손 깍지 껴서 "읏, 그런거 아니야 바보야!" 하고 걷어차여라 아마 손이 자유로웠으면 등짝을 맞았겠지 그래도 잡은 두 손은 놓지 않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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