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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3 03:01
뭔가 내 안에서 정대만은 같은거 달린 남자한테 그런쪽으로는 생각 자체가 전혀 안 뻗어나갈거같은 느낌이 있음
원작에서 여캐랑 엮이거나 로맨스 암시 같은거 전혀 주지 않았음에도 2차에선 남자 좋아하는거 상상 잘되는 애들 있고 좀처럼 상상 안 되는 애들 있는데 얜 후자인듯... 특히 자기가 '먼저' 남자를 좋아하는 일 같은거? 안 생길거같다 ㄹㅇ 양키 시절이 있어서 그런가 왜 좀 서양 창작물의 불리들 같은 그런 씹테로 바이브로 ㅋㅋㅋㅋ
그리고 준호하고의 관계성도 대만이가 농구 끊고 방황하기 시작한 시기 이전으로는 절대 돌아갈 수 없을거 같다는 점도 포인트임
농구부 돌아오고 준호랑 다시 잘 지내게되고 시험공부 같이 하고 시합 나가서 울고 웃고 그런 일을 다시 겪었더라도 정대만 마음 속에는 농최날 때 '철 좀 들어라 정대만!' 하던 권준호 존재감이 클 거란 거지
​​​​​​아니 다른데로 좀 새는데 아무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대만이한테 준호가 절대 존재가 흐릿하거나 중요하지 않은 사람은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걔랑 농구부 친구 그 이상의 감정을 가져본 적도 전혀 없을거 같다는 거... 당연함 권준호는 남자고 그냥 친구니까

​​​​​​그래서 졸업식날 준호가 고백하면 정대만 진짜 너무 심하게 당황할거같음 ㄹㅇ 단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영역의 감정임 걔한텐
그리고 준호도 막 누굴 요란스럽게 좋아하고 티낼 타입도 아니니까 더 짐작도 못했을 거고.... 이쪽은 진짜 조용히 좋아했을듯 준호 쪽은 자각한게 빨랐든 늦었든 좋음 대만이가 농구 그만두고 뛰쳐나갔을때 맘 졸이다가 자각한거여도 좋고 농구부 돌아온 이후에 다시 부딪히면서 이게 내가 기다리던거구나 하고 깨달은 거여도 좋고 다만 문제는 준호한테 그 감정은 시간을 거치면서 정제돼서 졸업과 함께 정리할 감정이라고 판단되었단거임 왜냐하면 도쿄로 대학을 가게된 권준호와 카나가와에 남아서 진로를 계속 모색해야하는 정대만은 이제는 고교시절처럼 매일 만날 일은 없어질 친구일 뿐이니까...
졸업식 끝나고 소란스러운 축하와 이별의식 이런게 전부 사람들과 함께 지나간 교정에서 마주쳤을때 준호는 교실에 마지막으로 앉아서 창밖 보다가 나온거고 대만이는 친구한테 빌려줬던 만화책, cd, 게임팩 이런거 졸업식 할때는 정신없어서 못 돌려받고 친구가 책상서랍에 넣어뒀다길래 찾아오는중이었을듯ㅋㅋㅋ 둘 다 농구부에서 거하게 송별회도 하고 가놓고선 다시 학교 들어왔다가 마주침
뭔가 둘 다 서로 얼굴 보자마자 '이제 얘랑은 보기 힘들어지겠네...'라는 생각은 똑같이 했을거같음 그래서 마지막이니까 포카포카하게ㅋㅋㅋ 같이 복도 걸어나가면서 마지막으로 같이 하교함
의대생은 바쁘겠지? 그래도 농구는 계속해라 / 하하 그래야지 농구동아리라도 있겠지 이런 대화하면서... 남아있는 농구부 후배들 얘기하고 태섭이가 주장을 잘 할 수 있을지 새로 들어올 1학년들 앞에서도 설마 태웅이랑 백호 지금처럼 투닥댈까 그럼 안되는데 이런 얘기도 하고

그러다가 준호가 물끄러미 쳐다보는거에 대만이 시선 따라가는데 그게 교복 두번째 단추 자리... 정대만 자기 교복 상의 내려다보면서 "뭐야 이거 언제 떨어졌지?" 이럴듯 두번째 단추는 이미 없을테니까
그러면 준호가 "떨어진 게 아니고 누가 가져간 거지" 하는데 그게 뭐 꼽주는 말투 이런거 전혀아니고 걍 평소처럼 온화해야됨 진짜 재밌다는 하하 웃기도 하고
그러면 대만이는 민망해하면서 "아씨 누가 가져갔지..." 하고 뒷목 벅벅 긁음. 학교 다니는 동안에는 딱히 여자애들한테 고백받거나 한 적은 없어가지고 자기 두번째 단추를 노리는 사람이 있었다고도 생각 못했음
​​​​​​정대만 괜히 민망해가지고 "백호녀석이 떼갔나..." 말도 안되는 얘기나 중얼거리다가 준호 보면서 "내것도 없는데 왜 권준호 단추는 아무도 안 가져갔지 이상하네" 이럼. 물론 악의는 0임
대만이가 보기에 여자애들한테 인기있음으로 따지면 차라리 자기보단 준호임. 공부 잘하고 친절하고 착하고 단정한 인텔리 느낌인데 농구부이기까지... 보고 들은 것도 몇 번 됨 꼭 권준호 여자 버전 같아보이는 착하고 순해보이는 여자애들이 준호 뒤에서 몰래 얼굴 붉히는거 알고 있어서 누군가는 권준호 두번째 단추 받아갔을줄?
"누구 따로 주려고 남겨둔거냐?" 정대만 그냥 가볍게 얘기한건데 권준호는 으음... 하더니 "그런 사람이 있긴 있었는데" 하겠지. 권준호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나? 싶은 대만이가 "뭐야 누군데"하면 준호는 아주 약간 조용했다가 "사실 그거 너야 대만아" 이럴듯. "근데 넌 이미 단추가 없네" 하면서

​​​​​​정대만 처음엔 장난인줄 알고 웃다가 준호 눈빛보고 진짜인걸 알면 그때부터 표정관리 하나도 못할듯. 전혀 생각해본적 없는... 같은 남자 사이에 친구 사이에 전해진 고백이라서 어떤 반응을 보여야되는지 생각도 안 들고 표정관리를 해야한다는 의식도 못하고 정말 날것의 놀라는 반응 보임. 그리고 뭔가 자각도 못하는 호모포빅한 발언을 무심코 할 거 같음... 무슨 소리야 날 좋아한다고? 그러니까 여자애들이 그러는 것처럼? 이딴 식으로 말이지...
준호는 그런 반응까지 다 예상했을거같음 대만이 성향은 이미 다 알고있었고 고백하는 상상이나 시뮬레이션 꽤 여러번 해봤지만 대부분 이런 식으로 끝나는 결말을 상상해뒀으니까. 권준호는 똑똑하기에 현실주의자임 그래서 언젠가 이런 날이 와도 대만이 반응에 상처까지는... 받지 않기로 마음먹긴 했지만 뭐 그건 꼭 생각대로 되는 부분은 아니었을듯 사람 마음이라는게
​​​​​​아무튼 존나 담담하게 너 좋아하긴 했지만 안 될 건 알고있었다는 태도로 어차피 졸업하고 나도 도쿄로 가니까 그 이상을 바란건 아니었다면서 그래도 마지막으로 얘기는 하고 끝내니까 후련하다고 웃는 권준호 옆에서 정대만은 눈에 띄게 안절부절못하다가 서로 집으로 갈라지는 길목에서 헤어졌겠지. 그때까지도 본인이 내보인 반응, 특히 그 지나치게 솔직하던 표정 자체가 무례에 가깝게 노골적인 당황이었다는것도 모르는 채로 헤어짐
만약 그 고백이 없었으면 준호가 완전히 도쿄로 가기 전까지의 한두달 정도 되는 시간 동안 가끔 연락도 하고 치수까지 같이 모여서 농구부도 후배들 방문해보고 했을 정대만은 준호랑 일체 연락도 안 했고 그대로 둘은 아주 멀리 떨어지겠지
입시를 다시 준비하고 농구도 계속 하는 동안 가끔 그때의 고백을 생각하긴 하는데 그러면서도 남자가 남자를 좋아한다는 것을 한번도 이해하진 못하는 대만일듯. 자기를 좋아하던 남자애가 있었단 걸 이제 알아도 그건 영원히 정대만에게는 상상도 되지 않는... 좀 이상한 감정임

그러고 2년쯤 지났나 대만이는 1년 꿇고나서 어떻게 대학을 감 여전히 카나가와에 지내면서... 다니는 학교는 농구로는 특출난 곳은 아니지만 어쨌든 프로로 진출할 가능성이 0이 된 건 아니니까 희망은 있다고 생각하면서 농구하는 정대만임. 그래도 뭔가 미래에 대해서 현실적인 생각은 하게되는 시기에 방학이 되고 다른 지역 학교들이랑 친선경기니 전지훈련이니 다녀오느라 바빴음. 사실 한번 도쿄에 갔을땐 준호한테 연락할까 잠깐 생각은 했는데 왠지 껄끄럽게 느껴져서 안 하고 그대로 다시 돌아옴.
한 일주일 정도 그나마 덜 농구를 하는 한가한 시간이 났을때 같은 농구팀 멤버들이랑 술 먹고 저녁 늦게 집에 오다가 2년 만에 본 얼굴에 약간 당황해서 머뭇거리게 됐음. 언제 도쿄에서 와있던 거지? 하면서도 아는 척을 해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으로 저 앞에서 누군가를 마주보고 있는 준호를 보고 그 다음에는 그 앞에 있는 남자를 봄. 전혀 모르는 얼굴인데... 아무튼 북산 동창은 아님
몇백 미터쯤 거리를 두고 그냥 우뚝 멈춰서서 훔쳐보듯이 보는데 택시가 오니까 준호가 손을 흔들었음. 같이 있는 남자를 배웅해주려는 건가 하고 있었는데 그대로 이어지는 장면을 다 봄. 남자가 택시에 타기 전에 준호한테 얼굴을 아주 가까이 붙여서 귓가에 뭐라 속삭이더니 손을 잡았다 놓음 준호는 그런 남자를 보고 웃었고 또 무어라 답하면서 손끝이 다시 닿을랑 말랑... 근데 그게 좀 애틋해보인다고 해야할까 그냥 친구 사이, 아는 사이에 저런 식으로 인사를 하진 않을거라는 확신을 한건 정대만이 씹테로이기 때문임 같은 남자랑 그런 분위기를 연출해본다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남자라서

남자를 보내고 나서야 눈이 마주치고 자기를 발견한 준호가 약간 당황한걸 알아차렸지만 정대만은 그냥 반갑게 인사나 함. 잘 지냈냐? 여긴 웬일이야. 고백받은 후로 뭐가 무서워서인지 연락 한번 안한 것치고는 태연하게 인사하고... 준호랑 잠깐 같이 걸어가면서 집에 가겠지 그렇게 오랜만에 만난 거면서 어디 따로 술집 같은데 들어가서 지난 얘기를 할 생각도 없는 것처럼 집까지 가는 길 정말 짧은데
그러면서도 그 와중에 결국 궁금한 건 물어봄. 아까 그 사람은 누구야? 대학교 친구? 그거 하나 묻는데 가슴이 이유도 모르게 존나 두근거림 열어선 안 되는 상자를 여는 것마냥... 그래도 태연한척 물어봤는데 준호 대답은 정말로 태연했을듯. 아아, 애인인데 내일 아침 비행기로 다시 본가로 가야한다고 해서. 그 말에 정대만 약간 고장난 것처럼 '어.. 어어어 그렇구나" 이거 한마디하고 다른 화제로 티나게 돌림. 뭐 그 다른 화제도 몇마디 안 하고 각자 집 가는 길로 헤어지게 되어서 서로 안녕 하고 등 돌렸겠지 졸업식날 그랬던 것처럼
그래놓고 집으로 돌아온 정대만은 혼자서 하루종일 권준호가 남자랑 연애하는거 상상함. 남자끼리 손도 잡고 진짜 그러는 건가... 권준호나 그 남자나 둘 중에 아무도 여자 같아 보이지 않는데 진짜로 그런다고? 입밖으로 내면 호모포비아 취급받을 생각만 하는데 잠깐이라도 본 게 있어서 그런가 은근히 상상은 됨 권준호가 그 남자랑 마주 보면서 웃고 그러는게. 
상상이 잘 돼서 문제인 건가? 모르는 남자랑 손 잡고 키스하는 권준호 생각하니까 이상하게 기분이 나쁨. 근데 그게 남자끼리 우웩 하는 느낌으로 기분이 나쁜게 아니고 뭔가... 권준호랑 연애하는 사람 자리에 잘못된 사람이 들어간 거 같아서 기분이 나빠짐. 2년이나 지났는데, 본인이 차놓고 본인이 불쾌한 티 내서 놓쳤으면서 새삼 졸업식날이 생각나서 치사하게 중얼거리게 됨. 언제는 나 좋아했다고 했으면서...



슬램덩크 댐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