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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1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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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 안녕?”
“....”
소동물 수인 구역 중에서도 소라의 영역은 제일 구석에 배치되어 있었어 사람들이 오고 갈 때마다 소라가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해서 자해까지 하는 통에 하는 수 없이 사육사가 옮겨준 곳이었지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이라 이렇게 말을 거는 사람은 극히 드문데
오늘은 운이 나쁘네
소라는 아무런 대꾸도 없이 느리게 은신처로 숨어들었어
얼른 가버렸으면 좋겠다..
“소라 나 또 왔어요.”
“....”
저 사람 뭐야?
세 달째 찾아오는 저 바보 같은 남자 때문에 소라는 요즘 여간 귀찮은 게 아니었어 인사를 반아 준 적도 제대로 얼굴을 보인 적도 없는데 매일같이 찾아와 혼자 주절거리다 가는 거 있지 이름도 이상해 카나자와 시시오라나 뭐라나 하나도 안 멋있어
“드디어 부모님께 인정받아서 빵집을 차릴 수 있게 되었거든요. 처음 시작하는 거라 크기는 작지만 그래도 위치가 마음에 들어요. 오늘 가게 오븐을 설치한 날이라 시험해 볼 겸 소금 빵도 구웠어요. 동네분들에게 무료로 시식회를 열었더니 반응이 좋더라고. 소라도 좋아할 것 같아서 이렇게 가져왔는데 지금은 아니더라도 나 가면 꼭 먹어봐요. ”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고소한 버터 냄새가 나서 소라는 저도 모르게 코를 킁킁거렸어
아마 소라는 몰랐겠지만 벽을 보고 누운 소라의 귀도 팔랑거려서 시시오는 속으로 비명을 질렀지
정말 너무 귀엽다
시시오는 가벼운 마음으로 수인 보호에 찾아왔었어
이제 제대로 된 독립을 할 수 있으니까 오랜 꿈이었던 수인을 입양하고 싶었거든
그런데 구석에 있던 여우를 발견할 줄 누가 알았겠어
그 여우를 보자마자 한눈에 반해버린 것 역시 그의 계획엔 없던 일이었지
“아... 저 아이는 입양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 왜죠? 제가 경제력이 부족해서인가요? 모의 심사 땐 자격이 충분하다고 확인받았는데요.”
“그런 게 아니라. 학대받다 파양된 아이라서요. 벌써 일 년째 심리치료를 받아도 전혀 나아질 기미가 없어요. 아마 상처가 너무 커서 마음의 문을 닫은 것 같아요. 바라보는 저희도 안타깝지만…”
보호소 직원에게 여우의 사정을 들고나니 시시오는 더욱 더 제 결심에 확신이 섰어 싸구려 동정이니 되지도 않는 정의감이라고 욕해도 좋아 그는 소라를 데려와서 꼭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지
그 뒤로 시시오는 매일같이 소라를 찾아왔어
처음엔 그런 그를 보고 보호소 직원들은 탐탁지 않게 여겼지 괜히 섣부른 동정으로 소라에게 상처 줄까봐 말이야 하지만 그게 2달이 넘어가자 그들은 시시오의 진심을 인정해 주었어
이 사람이라면 혹시 소라의 마음을 녹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생겼지
왜냐면
시시오가 있을 땐 아무 관심도 없는 척 벽만 보고 있던 소라가 그가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슬쩍 일어나서는 소금 빵을 잔뜩 입에 넣었거든 사육사들이 고심해서 만든 특식도 새 모이만큼 먹던 여우가 말이야
비단 소금 빵뿐만 아니라 그 뒤로 가져온 빵들 모두 소라는 남김없이 먹어 치웠어 아닌척해도 시시오의 빵이 마음에 든 게 틀림없었지 소라가 처음 빵을 몽땅 먹어치운 날 놀란 사육사들이 시시오 에게 레시피를 물어 그대로 만들어 주었지만 한두 개 먹다 만 것 보면 어느 정도 시시오가 마음에 든 것 같은데 아직까진 제대로 얼굴을 마주한적도 없으니 소라의 마음을 정확히 알 수가 없었지
“내가 준 빵 맛있었어요? 소라가 다 먹어줬다는 거 전해 듣는 것도 기쁘긴 한데 직접 말해주면 정말 기분이 좋을 것 같아. 그건 아직 너무 이른가요? 알았어요. 서두르지 않을게요. 오늘은 …”
“.....”
소라는 시시오가 돌아간 후 오늘도 구워온 빵을 먹으면서 잠시 생각에 잠겼어 제가 계속 무시해서 서운했을까?
하지만 나는 빵 구워달라고 한 적 없어 이렇게 매일 오라고 한 적도 없고 또 매번 이런저런 얘기를 해달라고 한 적도 없단 말이야 다 저 남자가 멋대로 한 거잖아 그러니까 소라가 저 남자한테 말을 걸 이유는 없어
....그런데 왜 마음 한구석이 불편할까
그날 처음으로 소라는 시시오가 가져온 빵을 남겼어 목이 콱 막혀서 더 이상 들어가지 않았지
내일 시시오가 오면 빵을 남긴 걸 알고 호들갑을 떨 텐데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은 그냥 자고 싶었어
“....”
제가 괜한 걱정을 했나 봐
시시오는 그 뒤로 오질 않았거든 오늘까지 꼬박 일주일째야 이제 그 남자도 나한테 질린 거겠지? 하긴 세 달 동안 아무런 말도 없는 여우에게 말을 건 것도 대단한 인내심 이였어
...그래도
내일 또 온다고 했으면서 거짓말쟁이.
소라는 더욱더 우울해졌어 아예 은신처에 숨어 꼼짝도 안 했지
“소라! 내가 너무 늦게 왔죠? 미안해요. 가게 오픈하고 이렇게 바쁠 줄은 몰라서... 많이 기다렸어요?”
“.... 미워.”
시시오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어
이게 다 내일 오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저의 잘못이었지만 오매불망 기다리던 소라의 첫마디가 미워라니 할 수 있다면 시간을 돌리고 싶었지
처음 열어본 빵집은 할 일이 정말 많았어 직원 없이 혼자 운영하다 보니 손님이 조금만 몰려도 정신이 없었지 가게를 열어보고서야 그 사실을 깨달은 시시오가 겨우 아르바이트생을 구해놓고 보호소를 찾았을 땐
이미 저에게 실망한 직원들의 싸늘한 시선이 돌아왔지 그제야 시시오는 아차 싶지 뭐야 지금까지 저를 무시하던 소라니 일주일쯤은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던 게 모두 다 자기 위안임을 뼈저리게 깨닫게 되었어
“미안해요. 소라.. 내가 정말 미안해요. 용서해 줘요..”
“....?”
소라는 뒤돌아 누운 채로 귀를 팔랑거렸어
어? 저 사람 지금 우는 거야? 여우는 당황스러웠지
제가 밉다고 한 게 그렇게 슬플 일인가 일주일 동안 한없이 슬펐던 저도 저렇게 눈물을 흘리진 않았는데 왜 울어 다 큰 어른이면서 소라는 신경질적으로 계속 귀를 팔랑거리다 결국 일어나고 말았어
“... 울지 마요.”
“흐어엉 소라아..”
아니 그렇다고 나를 껴안는 게 어딨어?! 소라는 당황스러워서 꼼짝도 할 수 없었지 이 사람 정말 이상해 다 큰 어른이 엉엉 울질 않나 갑자기 자길 꽉 껴안고 안 놔주질 않나 하지만 소라는 단단한 품 안에 안겨서 왜인지 안정감이 들지 뭐야 사육사가 기겁을 하고 달려와 떼어 놓을 때까지 그대로 안겨있었으니까 소라 저도 역시 이상한 여우 인가봐
(소라과거편은 다음편까지 총 3편 )
노부마치
13
“... 안녕?”
“....”
소동물 수인 구역 중에서도 소라의 영역은 제일 구석에 배치되어 있었어 사람들이 오고 갈 때마다 소라가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해서 자해까지 하는 통에 하는 수 없이 사육사가 옮겨준 곳이었지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이라 이렇게 말을 거는 사람은 극히 드문데
오늘은 운이 나쁘네
소라는 아무런 대꾸도 없이 느리게 은신처로 숨어들었어
얼른 가버렸으면 좋겠다..
“소라 나 또 왔어요.”
“....”
저 사람 뭐야?
세 달째 찾아오는 저 바보 같은 남자 때문에 소라는 요즘 여간 귀찮은 게 아니었어 인사를 반아 준 적도 제대로 얼굴을 보인 적도 없는데 매일같이 찾아와 혼자 주절거리다 가는 거 있지 이름도 이상해 카나자와 시시오라나 뭐라나 하나도 안 멋있어
“드디어 부모님께 인정받아서 빵집을 차릴 수 있게 되었거든요. 처음 시작하는 거라 크기는 작지만 그래도 위치가 마음에 들어요. 오늘 가게 오븐을 설치한 날이라 시험해 볼 겸 소금 빵도 구웠어요. 동네분들에게 무료로 시식회를 열었더니 반응이 좋더라고. 소라도 좋아할 것 같아서 이렇게 가져왔는데 지금은 아니더라도 나 가면 꼭 먹어봐요. ”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고소한 버터 냄새가 나서 소라는 저도 모르게 코를 킁킁거렸어
아마 소라는 몰랐겠지만 벽을 보고 누운 소라의 귀도 팔랑거려서 시시오는 속으로 비명을 질렀지
정말 너무 귀엽다
시시오는 가벼운 마음으로 수인 보호에 찾아왔었어
이제 제대로 된 독립을 할 수 있으니까 오랜 꿈이었던 수인을 입양하고 싶었거든
그런데 구석에 있던 여우를 발견할 줄 누가 알았겠어
그 여우를 보자마자 한눈에 반해버린 것 역시 그의 계획엔 없던 일이었지
“아... 저 아이는 입양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 왜죠? 제가 경제력이 부족해서인가요? 모의 심사 땐 자격이 충분하다고 확인받았는데요.”
“그런 게 아니라. 학대받다 파양된 아이라서요. 벌써 일 년째 심리치료를 받아도 전혀 나아질 기미가 없어요. 아마 상처가 너무 커서 마음의 문을 닫은 것 같아요. 바라보는 저희도 안타깝지만…”
보호소 직원에게 여우의 사정을 들고나니 시시오는 더욱 더 제 결심에 확신이 섰어 싸구려 동정이니 되지도 않는 정의감이라고 욕해도 좋아 그는 소라를 데려와서 꼭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지
그 뒤로 시시오는 매일같이 소라를 찾아왔어
처음엔 그런 그를 보고 보호소 직원들은 탐탁지 않게 여겼지 괜히 섣부른 동정으로 소라에게 상처 줄까봐 말이야 하지만 그게 2달이 넘어가자 그들은 시시오의 진심을 인정해 주었어
이 사람이라면 혹시 소라의 마음을 녹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생겼지
왜냐면
시시오가 있을 땐 아무 관심도 없는 척 벽만 보고 있던 소라가 그가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슬쩍 일어나서는 소금 빵을 잔뜩 입에 넣었거든 사육사들이 고심해서 만든 특식도 새 모이만큼 먹던 여우가 말이야
비단 소금 빵뿐만 아니라 그 뒤로 가져온 빵들 모두 소라는 남김없이 먹어 치웠어 아닌척해도 시시오의 빵이 마음에 든 게 틀림없었지 소라가 처음 빵을 몽땅 먹어치운 날 놀란 사육사들이 시시오 에게 레시피를 물어 그대로 만들어 주었지만 한두 개 먹다 만 것 보면 어느 정도 시시오가 마음에 든 것 같은데 아직까진 제대로 얼굴을 마주한적도 없으니 소라의 마음을 정확히 알 수가 없었지
“내가 준 빵 맛있었어요? 소라가 다 먹어줬다는 거 전해 듣는 것도 기쁘긴 한데 직접 말해주면 정말 기분이 좋을 것 같아. 그건 아직 너무 이른가요? 알았어요. 서두르지 않을게요. 오늘은 …”
“.....”
소라는 시시오가 돌아간 후 오늘도 구워온 빵을 먹으면서 잠시 생각에 잠겼어 제가 계속 무시해서 서운했을까?
하지만 나는 빵 구워달라고 한 적 없어 이렇게 매일 오라고 한 적도 없고 또 매번 이런저런 얘기를 해달라고 한 적도 없단 말이야 다 저 남자가 멋대로 한 거잖아 그러니까 소라가 저 남자한테 말을 걸 이유는 없어
....그런데 왜 마음 한구석이 불편할까
그날 처음으로 소라는 시시오가 가져온 빵을 남겼어 목이 콱 막혀서 더 이상 들어가지 않았지
내일 시시오가 오면 빵을 남긴 걸 알고 호들갑을 떨 텐데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은 그냥 자고 싶었어
“....”
제가 괜한 걱정을 했나 봐
시시오는 그 뒤로 오질 않았거든 오늘까지 꼬박 일주일째야 이제 그 남자도 나한테 질린 거겠지? 하긴 세 달 동안 아무런 말도 없는 여우에게 말을 건 것도 대단한 인내심 이였어
...그래도
내일 또 온다고 했으면서 거짓말쟁이.
소라는 더욱더 우울해졌어 아예 은신처에 숨어 꼼짝도 안 했지
“소라! 내가 너무 늦게 왔죠? 미안해요. 가게 오픈하고 이렇게 바쁠 줄은 몰라서... 많이 기다렸어요?”
“.... 미워.”
시시오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어
이게 다 내일 오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저의 잘못이었지만 오매불망 기다리던 소라의 첫마디가 미워라니 할 수 있다면 시간을 돌리고 싶었지
처음 열어본 빵집은 할 일이 정말 많았어 직원 없이 혼자 운영하다 보니 손님이 조금만 몰려도 정신이 없었지 가게를 열어보고서야 그 사실을 깨달은 시시오가 겨우 아르바이트생을 구해놓고 보호소를 찾았을 땐
이미 저에게 실망한 직원들의 싸늘한 시선이 돌아왔지 그제야 시시오는 아차 싶지 뭐야 지금까지 저를 무시하던 소라니 일주일쯤은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던 게 모두 다 자기 위안임을 뼈저리게 깨닫게 되었어
“미안해요. 소라.. 내가 정말 미안해요. 용서해 줘요..”
“....?”
소라는 뒤돌아 누운 채로 귀를 팔랑거렸어
어? 저 사람 지금 우는 거야? 여우는 당황스러웠지
제가 밉다고 한 게 그렇게 슬플 일인가 일주일 동안 한없이 슬펐던 저도 저렇게 눈물을 흘리진 않았는데 왜 울어 다 큰 어른이면서 소라는 신경질적으로 계속 귀를 팔랑거리다 결국 일어나고 말았어
“... 울지 마요.”
“흐어엉 소라아..”
아니 그렇다고 나를 껴안는 게 어딨어?! 소라는 당황스러워서 꼼짝도 할 수 없었지 이 사람 정말 이상해 다 큰 어른이 엉엉 울질 않나 갑자기 자길 꽉 껴안고 안 놔주질 않나 하지만 소라는 단단한 품 안에 안겨서 왜인지 안정감이 들지 뭐야 사육사가 기겁을 하고 달려와 떼어 놓을 때까지 그대로 안겨있었으니까 소라 저도 역시 이상한 여우 인가봐
(소라과거편은 다음편까지 총 3편 )
노부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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