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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1 22:06
지학전 생각하면 속이 쓰리다...
그 산왕을 이기고 올라갔는데 참패했다잖아...ㅜㅜㅠㅜㅠㅜ


그래서 대만준호로 보고싶은게 있다.
슬램덩크





지학전 점수 두자리차로 패하고 북산고 울음바다됐을 듯....

다들 쓰러지기 직전까지 뛰었겠지. 태섭이 속은 벌벌떨려도 언제나 쎈척하느라 우는 걸 본 적이 없는데 경기 종료 휘슬 울리자 코트 위로 쓰러지듯 누워서 눈가리고 흐느끼고, 치수 허리에 손 짚고 숨 몰아쉬면서 고개 숙이고 울고있고, 치수한테 경기 중에 질질짜지 말라던 대만이도 죽을만치 뛰다가 얼굴 허옇게 질린상태로 주륵 흐르는 눈물 몇번이나 훔쳐내겠지. 벤치는 이미 휘슬 울리기 한참 전부터 코트 위에서 포기않고 뛰는 동료들 보면서 울음바다였을거고....

그 순간에 안 울고 있던 사람 - 서태웅이랑 권준호.

태웅이 내년엔 꼭 우승...! 부글부글 전광판 노려보다가 선배들 울고 있는 거 보고 좀 울컥 했을 것 같다. 그래도 워낙 감정표현없고 눈물도 없는 놈이라 선배들 등 한번씩 툭, 치는 걸로 위로를 대신했겠지.

준호 마지막 경기라 온갖 감정 몰아치는 거 뒤로 하고 정렬하라는 심판 말에 그나마 안 울고 있는 태웅이한테 선배들 챙기라고 보내고 자기는 못 일어나고 있는 태섭이한테 가겠지.

고생 많았다, 태섭아.

하면서 손 뻗어서 태섭이 일으켜 주는데 태섭이 더 서럽게 울 것 같다. 준호도 위로 해주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당장은 등 토닥여서 달래주는 것 밖에 못 했겠지.

지학고 선수들 자기들이 크게 이겼지만 북산고 마지막까지 토할 듯 경기 뛰는 거 상대했기에 끝나고 나서 경기장 분위기 왠지 숙연했을 것 같다. 산왕전 보러갔던 선수들은 진심 마지막까지 긴장 놓지 않고 경기했겠지. 그 산왕이 역전당해 지는 걸 봤는데 아무리 점수차 크다고 해도 방심할 수가 없었겠지.

정렬하고 꾸벅 인사하고 돌아서서 각자들 자리로 가서 짐 정리 시작하고.. 자기 맘도 몸도 조금이나마 추스른 대만이가 안선생님께 꾸벅 허리접어 인사하는 걸로 죄송하다, 더 열심히 하겠다, 감사하다 등등의 말을 대신하고 안선생님 다 알아들으시고 고개 끄덕끄덕 수고했다 해주시겠지. 한나가 수고하셨습니다, 대만선배. 하니까 고맙다, 너도 수고 많았다. 하고 웃어주고, 아직도 울고 있는 1, 2학년들 머리 북북 쓰다듬으면서 위로해주고는 태섭이 어깨 툭툭 쳐주면서

이제 니가 주장이다, 임마. 고만 울어.

하니까 태섭이 아, 안 울어요! 눈물 쓱쓱 닦고 짐 챙기는 거 보면서 씩 웃겠지. 나아중에 태섭이 그렇게 울었던 거 자기인생에 흑역사라고 생각해서 그 지학이랑 붙었을 때 말이야~ 하고 말나오면 먼저 아악! 소리지르고 뛰쳐나갈 것 같다ㅎ

치수랑은 말 없이 쳐다보다가 악수하고 어깨 툭 부딪히는 걸로 서로 수고했다는 말 대신하고... 대만이 이제 진짜 끝났네... 하는데 뭔가 허전하겠지. 어? 권준호 어디갔어..

고개 돌려서 준호 찾는데 이제는 텅빈 코트 한가운데 서 있는 뒷모습 보고 왠지 쿵, 심장 내려 앉는 기분이 드는거지. 북산고 다른 애들도 준호한테 하나 둘 시선 닿기 시작하고..

북산고 농구부 누구에게나 특별한 무대였겠지. 준호한테도 그랬을 거고.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주는 감정이 쓸데없이 어마어마하게 크다고 생각하던 참이었을거야. 휘몰아치는 감정이 쉽게 가라앉지 않아서 코트 밖으로 발걸음이 떨어지지가 않았지. 그 때 제 앞으로 쓱, 걱정어린 표정지으며 대만이가 다가왔겠지.

권준호, 너 괜찮아?

대만인 준호가 울고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어서 조금 안도하고.. 준호가 대만이 보며 웃으면서 고개 끄덕였겠지.

치수랑 둘만 남았을 땐, 이런 날은 상상 속에서만 있었거든. 나로는 치수를 전국대회까지도 보내줄 수 없었으니까.

아득한 기억을 끄집어 내는 노인처럼 조곤조곤 말하는 준호를 대만이가 가만히 바라봐주었지.

태섭이랑 달재를 비롯해 2학년들 버텨주고, 1학년 사고뭉치들 들어왔을 때야 비로소 실체가 보이기 시작하더라. 그 때 즈음에 네 생각이 많이 났어. 네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그렇게 요란하게 돌아올 줄은 몰랐지.

준호 말에 뜨끔해서 잠깐 동공지진나는 대만이. 준호는 하하, 웃고는 대만이랑 눈 마주하고는 말하겠지.

고마워. 돌아와서 농구해줘서. 너랑 다시 뛸 수 있어서 기뻤어.

준호가 대만이한테 언제고 꼭 해주고 싶었던 말이었겠지. 대만이 뭔가 감동받아서 벅차오르는데 또 한편으로는 미안한 감정도 올라오고... 내가 좀 더 일찍 돌아왔다면, 애초에 방황하지 않았다면, 나도 널 조금 더 높이 데려가 줄 수 있었을까.

고맙다, 미안하다는 말은 너나 치수가 할 게 아니라고...

대만이 코 조금 훌쩍이면서 얘기하는데 준호 갑자기 어? 하고 당황해 하겠지. 참고 있던 것도 아닌데 갑자기 눈물이 후두둑 떨어져서 손등으로 훔쳐내는데 멈추질 않겠지.

아, 이거, 왜 이러지...

대만이 당황해하는 준호 가만히 보고있다가 뚜벅뚜벅 걸어가서 꼭 끌어안아주면 좋겠다.

고맙다, 잘 버텨줘서. 고마워, 준호야.

준호 그제서야 툭, 터지듯 어깨 들썩이며 울 것 같다. 조금 뒤에서 보고있던 치수도 와서 들썩이는 준호 어깨 토닥토닥 두들겨주고 태섭이도, 태웅이도 등 한번씩 툭, 쳐주면서 위로해주겠지. 벤치에 있던 1, 2학년들 우르르 나와서 준호선배, 저희가 잘 할게요! 내년엔 꼭 우승할게요! 와글와글 떠들어댈 것 같다. 그동안 위로나 달래는 건 준호 몫이었던 것 같은데 반대로 제가 이 요란한 위로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준호에겐 진짜 힘이 됐을 것 같다.





전국대회 끝나고 3학년들 보충수업으로 등교 시작할 때 즈음에 정대만 새로운 별명 하나 생기겠지.

교내 신문부에서 지난 전국대회 농구부 단독 기사로 써서 신문 뿌렸는데 거기에 준호 꼭 끌아안고 있는 대만이 사진도 실린거지. 메인 사진은 아니고 지학전 대혈투 끝에 패,라는 소 제목 아래에 경기 후 권준호(3학년 6반) 선수를 위로하는 정대만(3학년 3반) 선수, 라는 설명과 함께 실린 사진이었는데 왠지 양아치 시절부터 놀려먹기 좋았던 정대만이 타겟이 되었겠지.

권준호 남편, 부터 시작해서 권준호 마누라, 권준호 자기, 권준호 애인 등등 그 시절 10대들 유치한 장난으로 정대만 불러대는데 대만이 왁왁대는 반응이 재밌어서 신나게들 놀려먹겠지. 나중엔 선생님들도 알아서 한동안 정대만 자기 이름으로 못 불릴 것 같다.

그 와중에 준호한테는 장난으로 정대만 마누라, 라고 했다가 입은 웃고 눈은 싸늘한 준호한테 마음에 삼천원씩 적립하고 더 못 놀리고 권준호는 권준호라 불렸겠지...



준호야, 네 남편 보면 교무실로 오라고 좀 전해줘.

준호 복도에서 대만이 담임 만나서 꾸벅 인사하고 지나가는데 당연하게 정대만더러 네 남편이라 하는 선생님한테 차마 뭐라고는 못하고 네, 그를게여.. 하하. 웃고 말겠지.

아, 먼저 축하부터 해주고.
네?
00대 연락왔다.

준호가 대만이 담임이 웃으면서 하는 말 금방 알아듣고 꾸벅 인사만하고 체육관으로 달려가겠지.

정대만!!

나눠서 경기 중이던 코트에 있던 농구부원들 다 준호 쳐다보겠지. 대만이 탕탕 튀기던 농구공 잡고 권준호? 하고 보고 있는데 권준호 달리던거 멈추지도 않고 그대로 정대만 팍 끌어 안았으면 좋겠다. 뒤로 밀려서 겨우 중심 잡은 대만이가 뭔데? 왜 그러는데? 당황해 하는데

축하해, 대만아!!
뭐, 뭐를?!
방금 너희 담임 만났어.
엉?
00대에서 연락왔대!

대만이 순간 멍해질 것 같다. 치수랑 준호는 일찌감치 대학 합격 발표나서 졸업만 기다리고 있었고 저만 지망했던 어느 대학에서도 연락이 없어 포기해야하나 하는 상황이었겠지. 겉으로 티는 안 냈지만 진짜 맘 고생 심하던 시기였을 것 같다.

농구부원들 우르르 와서 축하한다고 대만이 등 때리고 머리 막 쓰다듬는 와중에도 실감이 안나서인지 멍 때리던 대만이 눈에 본인 합격 소식 때보다도 기뻐하는 준호 모습 보이면서 기분 좀 이상해 지다가 점점 실감이 나니까 울컥해서 준호 와락 끌어 안는데, 부원들 그사세 느끼고 체육관 묘하게 조용해지면 좋겠다.

이젠 숨기지도 않네.

쯧, 태섭이 혀 차고 백호도 혀 차고 저 뒤에서 태웅이 고개 절레절레 흔들겠지. 어느새 1, 2학년들에게도 퍼진 대만이 별명....



그렇게 졸업식 날도 찾아오고....


졸업 축하한다, 권준호.
너도. 졸업 축하해, 대만아.

졸업하면 만나기 쉽지 않다는 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겠지. 씁쓸해진 마음으로 준호가

대학가서도 잘 지내. 부상 조심하고.

하니까 대만이가 미간 좀 구기면서

뭔 인사를 마지막처럼 하냐? 너 나 만나러 안 올거야?

하겠지.

나는 너 만나러 갈 건데?

씨익 웃는 대만이 좀 멋있다고 생각드는 준호였겠지.



그리고 조금 뒤에 준호 다니는 대학 구경한다고 찾아 온 대만이. 대학에서 만나 과도 전혀 다르지만 농구 인연으로 준호랑 친해진 마성지가 권ㅋ준ㅋ홐ㅋ남ㅋ편ㅋㅋㅋ 하면서 정대만 놀리는 거 보고싶다. 북산고 출신 동기들 덕에 마성지도 알게 된 거겠지.

그래, 생각해보면 사내새끼들이 거기서 끌어안고 있는 거 이상했을텐데, 그 순간엔 그게 그렇게 이상하게 안 보였단 말이야. 우린 이겨놓고 크게 기뻐도 못 했을 정도였으니까. 니들 그러고 있는데 사실 나도 좀 울컥했다고.

술 한 잔 들어가니 그날의 꼬꼬무를 하면서 눈물 글썽이는 마성지 보며 대만이가 저 자식 취한 거 같은데 그만 보내자며 준호한테 툴툴대겠지. 마성지 어차피 기숙사생이라 10시 통금으로 약간 꽐라되다 만 상태로 두 사람한테 업히다싶이 끌려서 기숙사까지 모셔지겠지. 기숙사 건물 들어가는 거 보고 두 사람 돌아가는데 마성지 뭔가 할 말 더 있어서 비틀비틀 건물 밖으로 나갔다가 눈 여러번 비비게 될 것 같다.

준호랑 대만이 서로 손 꼭 붙잡고 세상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며 멀어지고 있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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