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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8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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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런 세계관이 있을수도 있잖아. 온객행이 친구들과 저잣거리에서 술마시며 낄낄대다가 친구 하나가 옆마을에 엄청난 미인이 있는데 그 콧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높아 건방지다며-
꺾이지 않는 꽃이 있다는 말을 한거지. 술도 들어갔겠다
얼마나 궁금하겠어? 누군가 입을 열었지. 야, 가보자. 대체 어떤 사람인지 보고 오자. 혹시 모르지? 그 미인이 우리들 중 누군가에게 반할지 어떻게 알아?

술이 뭔지 다들 가보자며 기세등등하게 일어나는 공자들이었지.
미인을 얻는자 천하를 얻는다.
응~ 개구려. 됐고요. 나는 오늘 미인를 꼭 손에 넣고 장가를 들거야.
그래? 그럼 성공하는 사람한테 우리가 혼수품 사주기로 하자. 그것도 최고급으로.
좋아. 그 말 물리기 없기야.

시끄럽게 떠들며 마을에 도착한 공자들은 어떤 집 앞에 섰겠지. 그리고 문을 두드리는데 아무도 나오지 않음.
-여기가 맞아?
-맞아....듣기로는 여기인데.
-근데 이렇게 두드려도 하인조차 안나오는게 맞아?
-이제 어떻게 해?

이런 말을 하며 우왕좌왕할때였지.

흥으로 따라온 것일 뿐 크게 관심이 없던 온객행은 친구들과 조금 떨어져 주변을 살피고 있었음. 새로 지은 것도 낡은 것도 아닌 또 크기도 작지도 않은 깔끔한 집이었음. 집주인의 성격이 그런 것이겠지. 담벼락 근처에 잡초조차 없으니 까탈스러운 편인가.

그런 생각을 하며 집을 올려다 봤을 때 누군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걸 깨달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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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이 환한 밤.
높은 지붕에 앉아 슬쩍 비웃듯이 입꼬리를 올리고 내려다보는 이가 있었지.

놀란 온객행은 숨을 쉬는 것도 잊은 채 그를 올려다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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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술에 취한 친구들은 여전히 시끄러운데도 온객행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음.
멀리 떨어진 저 지붕에 있는 자에게 온 신경이 쏠려있었지. 피가 흐르고 심장이 격렬하게 뛰는 소리가 귓가에 울렸음.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그의 향기까지 느낄 수 있었음. 향과 꽃향기가 섞인 듯한 기품이 느껴지는 향이었지.

가까이서 그를 보고 싶었음. 눈 앞에 있는 자가 환영이 아니라는 걸 확인하고 싶었지.
온객행이 움직이려하자 지붕에 있던 자가 손을 내밀었지. 오지 말라는 경고같았음. 온객행이 이마를 찌푸리자 그가 작게 웃었겠지. 그 미소에 온객행은 넋이 나가버렸겠지. 그 때 지붕위의 사람이 달을 올려다봤지.

온객행도 그를 따라 달을 쳐다봤다가, 다시 지붕 위를 봤을 때는 그의 모습은 없었지.
허탈한 마음에 입 밖으로 절로 한숨이 흘러나왔음.
친구들이 무슨 일이냐며 온객행을 둘러싸고 웅성거렸지. 귀신이라도 본 거냐며 걱정할 때 온객행은 귀신이라도 좋으니 그를 다시 만나고 싶다고 생각하겠지. 떨리는 손으로 가슴 쪽 옷깃을 쥐며 지붕을 올려다봤지만 그의 모습은 없었음.



그렇게 심하게 상사병을 앓게되며 주자서를 찾는 온객행이 보고싶다...... ㅠㅠ




산하령
객행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