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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5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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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마 퇴치하는 천사 방다병과 떠돌이 의원 하지만 당연히 과거 이상이인 이연화가 센티넬 가이드스러운 관계인거 bgsd..였는데 어쩔

*ㅅㅈ주의, 주화입마된 사파 무순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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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편.

요마가 도성 내에 있다는 소문에도 저잣거리는 활기로 가득했다. 아침에 길을 나선 방다병과 이연화는 객잔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간단한 요리와 술을 주문하려는데 천기당 요패를 알아본 주인장이 요리를 더 내어주면서도 한사코 돈을 받지 않겠다고 들었다.

"천사님들 덕에 저희가 이리 장사를 하는데 어찌 음식값을 받겠습니까요. 천기당은 매일 순찰도 도는걸요. 거절하지 마시고 맛있게 드셔주세요."

방다병은 곤란하다는 표정을 하다가 곧 밝은 얼굴로 주인장에게 또랑또랑하게 말했다.

"천기당이 응당 해야할 일을 할 뿐인데 이리 하시면 저희 또한 부담입니다. 그래도 주인장의 마음을 고맙게 여겨 받겠으니 이 음식을 대신 거리의 아이들에게 주십시오. 그리하면 제가 더욱 힘이 날 것입니다."

"아이고, 천사님 참으로 군자십니다. 네네, 말씀대로 따르겠습니다!"

주인장은 요리를 들고 잽싸게 밖으로 나갔다. 곧 와-하며 아이들이 왁자하게 몰려드는 소리가 들렸다. 평소에 구경하기도 어려운 고급요리에 아이들이 흥분한 기색이 느껴질 정도였다. 곧고 바른 말을 하는 방다병이 이연화는 내심 기특했다.

"방소보, 아주 잘 컸네."

방다병이 입을 삐죽해보였다.

"어린애 취급하지 마."

"방소보가 있어 천기당의 미래가 밝겠어."

"네가 있어야 밝지. 천사가 못되면 다 무슨 소용이야."

천연덕스레 밀고 들어오는 방다병에 이연화는 기가 찼다.

"잊었나본데, 네 연형제 찾으러 나온거라고."

"그래? 나 너한테 내력 주려고 따라온건데? 물론 나도 받아야하고."

눈을 동그랗게 뜬 방다병이 한 쪽 볼이 볼록한 채로 대꾸했다. 이연화가 못 말리겠다는 표정을 하자 방다병은 모른 척 하고 이연화 밥 위에 고기를 척 얹었다.

"몸도 약한데 많이 먹어. 경맥 통법은 제법 힘들어."

"난 하겠다고 말한 적 없어. 그리고 나도 손 있어."

이연화는 눈을 흘기고는 보란듯이 소맷자락을 탁 치고 젓가락을 고쳐 잡았다. 그래도 방다병이 방금 제 그릇에 올린 고기를 집어 들어 입에 넣었다. 방다병은 그런 이연화를 보고 씩 웃었다.

"잘 생각해 봐, 이연화. 만일 내가 다른 연형제를 찾으면 넌 어떡할건데? 너도 내가 필요하잖아."

"나는 병이 있어선지 그리 괴롭지 않아. 아마도 반응이 늦은걸테지. 너는 어떤데?"

"아직까지는 버틸만해."

"나는 네 상태를 짐작하기 어려우니 내력이 필요하면 말해."

방다병은 기쁜 듯 활짝 웃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함께 있을 수 있고 내력도 주고 받을 수 있으니 다행이었다. 아직 제 몸 상태를 다 모르는 지금으로서는 이연화가 준비가 될 때까지 얼마든지 기다릴 작정이었다. 지난 한 달간 방다병은 경맥을 다스리는 내공심법을 종류별로 수련했다. 경맥이 날뛰면 어떻게든 다스려볼 심산이었다. 그런 방다병을 보고 여여와 진소가 적잖이 걱정했다.

[방다병, 처음에는 그저 불편한 정도지만 내력을 주고 받다보면 상대의 내력이 부족한 상태를 견디기가 점점 어려워져. 각인을 하지 않으면 그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괴로울 뿐이야. 뭐가 되건 서두르는게 좋을거야.]

여여의 말을 떠올린 방다병의 표정이 조금 흐려졌다. 자신은 기다리고 참을 수 있을지 몰라도 몸이 약한 이연화는 내력이 부족할 때 더 힘들어할 수도 있었다. 방다병은 젓가락을 흔들며 단도리하듯 말했다.

"너야말로야, 이연화. 내가 필요하면 꼭 말해. 괜히 약으로 어떻게 해보려고 하지 말고."

속마음을 들킨 이연화가 잠시 방다병을 바라보았다. 안 그래 보이는데 은근히 감이 좋단 말이지.

"이제 어디로 갈 생각이야?"

"금원맹에 가려고."

"금원맹?!"

방다병은 젓가락을 놓칠 뻔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금원맹은 천사를 배출하는 삼대 문파이지만 결이 달라 정파와 사파 중간쯤에 있었다. 사술을 쓰는 일도 마다치 않았고 요마와 결탁했다는 소문도 간간히 있었다.

현 금원맹주는 금원맹의 적자 혈통이 아니라 후계가 없는 선대 금원맹주 금자량이 어린애들을 살수로 키워내는 적가네 집단에서 구출해 데려온 자로 순식간에 옛 금원맹 수련자들을 누르고 실력으로 맹주 자리에 오른 적비성이었다. 적가네에서는 요력을 강제로 아이들에게 주입하려 들었다. 아이들은 요력을 이기지 못하고 죽어 나갔고 적비성은 살아남았지만 요력은 얻지 못하고 대신 내력을 깎아내는 사술을 익혔다고 했다.

순수하게 힘을 추구하고 남을 믿지 않는 적비성은 연형제 없이 혼자 다녔다. 아직 만나지 못했다는 말도 있고, 의존하기 싫어 연형제를 의도적으로 두지 않는다는 말도 있었다. 그럼에도 적가네에서 강제로 익힌 사술이 있어 혼자서도 요마를 상대할 수 있었다.

"거긴 왜 가는데?"

"적맹주가 내력을 다스리는 약을 쓰는데 제조법이 까다로워 할 줄 아는 의원이 몇 없어. 누가 날 소개했더군."

실상은 수를 써두었지만. 금원맹에 보옥 또한 있으니 현야가 손을 쓸지도 몰랐다. 보옥의 기운은 보름달일 때 강해지는데 이상이의 내력과 천마왕의 요력으로 봉하였기에 가까이 가면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천마왕의 환영육화술이 어느 정도 경지인지 몰라도 실체처럼 싸울 수 있다면 멀리서도 보옥의 기운을 느껴 위치를 파악할지도 몰랐다. 그리고 내일이 곧 보름이었다.


"약을 쓴다니 적맹주도 경맥을 통하지 않은 연형제가 있나?"

방다병이 의아한 듯 물었다.

"그럴지도 모르지. 너도 참고할게 있을지 몰라."

과연 그렇군,하며 고개를 끄덕이던 방다병은 뭐가 생각났다는 듯 멈칫하더니 곧 이연화를 향해 눈을 부라렸다.

"잠깐, 이연화. 그렇다는건 너도 경맥을 다스리는 약에 대해 잘 안다는거잖아? 정말 약으로 어찌 해볼 작정이었던거야?"

눈이 댕그래져서 따지고 드는 방다병에 이연화는 귀찮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나는 의원이라고. 우리 둘 다 살 방도를 찾으려면 어쩔 수 없잖아."

방다병은 내심 서운했다. 어떻게든 자신을 거부하려고 애쓰는 것 같아 속이 쓰렸다.

"방도가 왜 없어. 경맥을 통하면 되지. 나도 그간 내공심법을 많이 연구했어. 네게 무리가 되지 않게 경맥을 통할 방도가 있다고. 내가 좀 더 널 받아들이면 돼."

열심으로 설명하는 방다병을 보고 이연화는 속으로 혀를 찼다. 인간이 요력을 품게 하는 심법은 어디에도 없단다, 방소보야. 어찌저찌 내력만 공유한다 치더라도 혈기왕성한 방다병에게는 턱없이 부족할 터였다.

"말했잖아. 내게 병이 있다고. 너는 젊고 건강해. 내 내력으로는 모자랄거야."

"증폭시키는 심법도 있어. 그리고 각인을 하면 내력의 양은 아무 문제가 안돼."

방다병은 말 끝을 흐렸다. 너만 괜찮다면 말이지만,하고 덧붙이는 방다병의 귀끝이 발갛게 물들었다. 그 꼴을 본 이연화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앞날이 창창한데 나같은 늙은이랑 신방 차릴 일 있어? 여낭자같은 이를 만나지 못하리란 법도 없는데 조급하게 굴지 말아. 금원맹이나 백천원에 있을지도 모르고."

방다병은 상처 받은 표정을 하고 이연화를 바라보았다. 그 표정에 이연화는 더는 면박을 줄 수가 없어 잠자코 술을 들이켰다.

"너야말로 병이 있다더니 귀가 먹은게 분명해. 나는 너 아니면 싫다고 몇 번을 말해."

방다병이 입을 죽 내밀고 원망스러운 눈으로 이연화를 한 번 노려본 후 채소볶음을 입에 쑤셔 넣고 우적우적 씹었다.

"너도 참 끈질기다."

"그야 당연하지. 너랑 관련된 일인데."

한마디도 안 지네. 이연화는 방다병의 고집에 말문이 막혔다.

잠시 후 두 사람은 저잣거리에서 채소를 고르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대차게 내쳐졌던 방다병은 언제 그랬냐는 듯 신나서 이연화가 고르는 식재료를 양팔에 끼고 따라다니기 바빴다. 이연화는 이제보니 미남자였다. 시장 아낙네들이 이연화에게는 눈에 띄게 인심이 후했다.

"흥. 수완이 좋네."

처음에는 신기하게 여기던 방다병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친절하게 구는 이연화가 조금 거슬리기 시작했다. 저 반만큼만 저한테도 친절하면 좀 어때서. 그래도 밝게 웃는 이연화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는 방다병이었다.

방다병은 어려서부터 누군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함께 기분이 좋아지곤 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들이 웃으면 그 기쁨은 더욱 컸다. 방다병은 눈 앞의 병약한 의원이 웃는게 그저 좋았다. 저에게 면박을 주는 일이 대부분이었지만 그건 또 그대로 즐거웠다. 속사정이 복잡해 골치는 좀 아팠지만 자신의 연형제가 이연화라는 것이 방다병은 진심으로 기뻤다.

"뭘 멍하니 서있어? 찬거리를 갖다두고 오후에 금원맹에 가야해. 얼른 오지 않으면 늦어."

이미 저만치 앞서가는 이연화를 보고 방다병이 허둥지둥 쫓아갔다.

"왜 나만 짐꾼이야! 같이 가, 이연화!"

시장 사람들은 수수하게 입은 미남자의 뒤를 따라 딱 봐도 부잣집 도련님처럼 차려 입은 공자가 양 옆구리 가득 배추와 무, 계란을 끼고 허겁지겁 뛰어가는 기이한 모습을 보며 수군대야 했다.


*


금원맹은 도성 서북쪽의 중원 초입에 자리하고 있었다. 적비성이 맹주가 되면서 도성 안은 시끄럽고 귀찮다며 사람이 적은 중원에 자리를 잡았다. 하급 요마들이 거치적거릴만 한데도 금원맹은 개의치 않고 되려 수련으로 여겼다.
적비성은 종종 중원 깊은 곳까지 야렵을 나갔고 악명 높은 중상급 요마의 목을 따오기도 했다. 강호 문파들은 금원맹이 사술을 쓰고 적맹주가 뭘해도 협조적이지 않은 것이 영 못마땅했지만 적비성의 과감한 행보와 그 실력에 별다른 말을 얹지 못했다.

입구에서 적맹주의 약을 조제할 의원이라 하니 금원맹 문지기는 흔쾌히 문을 개방했다. 하지만 문지기는 방다병의 앞을 창으로 막았다.

"그쪽은 무슨 용무요?"

이연화가 태연하게 말했다.

"알다시피 도성에도 요마가 든다지 않습니까. 제 경호를 맡은 천기당 사람입니다."

이연화의 임기응변에 방다병은 무슨 소리냐는 듯이 눈짓을 했지만 이연화는 표정 하나 안 바꾼 채였다. 방다병은 도리 없이 수긍의 의미로 문지기에게 호의를 담아 웃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자고로 웃는 낯에 침 뱉는 자는 없..

"초대받은 자가 아닌 한 출입금지요."

..지가 않았다. 이연화는 곤란하다는 듯 웃었다.

"제 일행인데 어찌합니까. 같이 요마와 싸우는 이들끼리 협력해야지요. 이 또한 넓게 보면 저를 보호해서 적맹주를 돕는 일이지 않소. 천기당에도 요마가 들었다는데 나도 내 목숨줄은 잡아야지요. 경호로 고용했으니 같이 들게 해주시지요."

경호로 고용? 방다병의 눈썹이 꿈틀댔다. 몸이 약하다더니 어디서 능구렁이탕으로 보신을 했나 말재간이 보통을 넘었다.

그때였다. 딱딱하게 굴던 문지기의 눈이 커지더니 정색을 하고 무릎을 꿇었다.

"맹주!"

"금원맹 안에서 다른 문파의 경호 따위는 필요없다."

장도를 등에 두른 강인한 인상의 사내가 딱딱하게 말을 뱉으며 나타났다. 약을 받을 때를 맞추어 야렵에서 돌아온 적비성이었다. 이연화가 맹주에게 예를 갖추었다. 방다병도 얼결에 대충 인사를 했다.

적비성은 다른 이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한동안 이연화를 쳐다보았다. 이연화는 그 시선을 받아내면서도 흔들림이 없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오금이 저렸을지 모를만큼 안광이 강렬하고 존재 자체로 위압감 넘치는 사내였다. 방다병은 눈을 맞추는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고는 떨떠름해졌다. 이연화가 곧 표정을 부드럽게 했다.

"여기서 적맹주를 뵙는군요. 일행과 함께 하길 청하고 싶은데 어찌 안되겠습니까?"

적비성이 답을 않고 가만 있자 이연화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작게 한숨을 쉬어 보였다.

"적맹주, 제 약이 필요한게 아니었습니까?"

보다 못한 방다병이 나섰다.

"나는 이선생의 연형제입니다. 나 없이는 적맹주도 원하는 것을 얻기 힘들겁니다."

표정 변화가 없던 적비성의 눈썹이 미세하게 찡그러졌다. 그리고는 이연화에게 시선을 던졌다.

"연형제라고?"

잠시 뒤 침묵을 깨고 적비성이 짧게 말했다.

"모두 들여라."

방다병은 눈 앞의 사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제 몸 건사하겠다고 부른 손님에게 하는 태도나 딱딱하고 예의 없는 말투도 별로였지만 이연화를 보는 눈빛이 가장 거슬렸다. 방다병은 보란 듯이 문지기를 지나쳐 대문을 넘어 적맹주보다 먼저 마당에 들어섰다.

적비성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이연화의 옆을 지나면서 적비성은 온몸의 감각에 집중했다. 경맥의 흐름을 역류하는 듯한 요력이 미미하게 느껴졌다. 어릴 때 느껴본 요력이었다. 비록 그 때는 감당하지 못하고 튕겨 나왔지만 당시의 적비성은 어렸고 다른 아이들이 모두 눈과 코로 피를 내뿜으며 죽어나간 것과 달리 그만은 살아남았다. 당시의 찌르는 듯 했던 감각은 몸이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연화를 보고 그 감각이 되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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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비성은 사술의 부작용을 감내할만큼 충분히 강했지만 사술의 경지가 높아질수록 경맥이 흐트러져 약을 써야했다. 약 때문에 불러들인 의원이 둔갑한 요마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잠시 이연화 옆에 선 적비성은 또 다른 감각이 타고 올라와 눈을 크게 뜰 수 밖에 없었다. 순간적으로 이마에 핏줄이 서고 주먹이 쥐어졌다.

회음에서부터 치솟아 올라오는 뜨거운 기운이 곧바로 천문혈을 향해 내달렸다. 동시에 냉한 기운이 반대로 뻗어나가 중단전에서 부딪혀 일렁였다. 적비성은 놀라 고개를 돌려 이연화를 쳐다보았다. 이연화도 놀랐는지 굳은 채 움직일 줄을 몰랐다. 약재를 묶은 짚단을 쥔 손이 하얗게 질려있었다.

둘의 경맥이 역류하며 감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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