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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29 17:31
요마 퇴치하는 천사 방다병과 떠돌이 의원 하지만 당연히 과거 이상이인 이연화가 센티넬 가이드스러운 관계인거 bgs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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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편.
요마의 기운을 좇아 방다병과 천기당의 천사 몇 무리가 하늘을 날았다. 이연화는 재빨리 하인들의 거처 근처 빨랫줄에 널린 아무 옷가지와 복면으로 쓸 천을 훔쳐 대충 걸쳤다. 달빛에 언뜻 비친 색이 옥색이라 여자 옷같았으나 가릴 때가 아니었다.
이왕 속일거라면야.
이연화가 매화꽃이 달린 잔가지를 꺾어 머리 장식처럼 왼쪽 머리에 꽂았다. 지붕 위로 날아오른 그는 경공으로 지붕 여럿을 휙휙 넘어가면서 순식간에 옥색 장옷을 두르고 흰 복면을 둘렀다. 손에는 매화꽃 송이가 달린 두꺼운 나뭇가지가 들려 있었다.
방다병 일행은 서쪽을 향해 지붕을 박차며 가고 있었다. 금새 거리를 줄여 따라붙은 이연화에게는 옅은 요기가 느껴졌다. 유흥가가 있어 붉은 등이 가득한 화려한 골목이 아래에 펼쳐졌다. 요마는 이곳에 숨어든 모양이었다.
방다병은 요기를 쫓으면서도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갑자기 요기가 이렇게 선명하게 느껴지다니. 이연화때문인가? 이게 연형제와 경맥을 나눌 때 일어나는 일인가?'
'그날 내가 이연화를 끌어안은 것처럼 이연화도 어쩔 수 없이 그랬을까?'
이에 생각이 미치자 곧 얼굴이 붉어진 방다병은 발을 헛디딜 뻔 했다. 경공을 배운 이후 실수한 적이 없던 그였다. 집중하자, 집중.
"방다병. 여긴 화영루야. 여기가 확실해?"
화영루는 도성에서 가장 유명한 기루였다. 재차 묻는 사형의 말에 방다병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요마가 딱 놈과 어울리는 곳으로 기어들어간 모양입니다."
"사람이 많은데 어떻게 찾지?"
"협조를 구해야죠."
방다병은 천기당 요패를 들고 화영루의 대문을 두드렸다. 요마를 추적하고 있다는 말에 화영루 주인은 기겁을 하며 천사들을 들였다. 그리고 천기당의 요청에 따라 사람을 시켜 어느 누구도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화영루의 모든 문을 닫아 걸었다. 방다병 일행은 요기를 따라 움직였다. 그 짧은 사이 기루 안으로 침입했는지 기루 안의 계단을 둘러 올라갈수록 요기가 진해졌다.
"요기가 이렇게 많을 수가..."
무리 중 가장 경험이 많은 천사인 진소와 그의 연형제인 여여는 인상을 찌푸렸다. 여여는 몇 안되는 여천사라 다른 이들은 진소와 여여를 부러워했다. 기루에는 속이 비치는 활옷을 입은 기녀들이 요염한 자태로 서성이며 묘한 눈빛을 던져대고 있었다. 요마보다 기녀들이 정신을 더 빼놓을 것 같았다. 약하지만 춘약을 섞은 향이 넘실대어 기루 안의 사내들은 눈이 반쯤 풀려 있었다.
"이 안에서 찾기는 무리일 것 같은데요."
방다병이 한 팔로 코를 가리고 말했다. 기세 좋게 들어오긴 했는데 기루에는 처음 와본지라 생경한 풍경에 정신이 다 혼미했다. 방다병과 진소가 머뭇대자 여여가 정신 차리라는 듯 그들의 등짝을 쳤다.
"하여간에 사내들이란. 정신 못 차리겠으면 나가서 바람 쐬고 망이나 봐. 사내를 홀리는 요마라면 내가 잡으면 되지!"
진소는 여여의 눈치를 봤다. 더 있겠다고 하기가 애매해 보였다. 마침 흘끗 보니 방다병도 영 곤혹스러운 것 같았다. 곱게 자란 도련님에게 기루는 요마보다도 자극적이었으리라.
"나가자, 사제."
진소에게 등떠밀려 나온 방다병은 제 상태에 혼란을 느꼈다. 처음 맡은 춘향에 어지럽기도 했지만 그의 마음을 뒤흔든건 매혹적인 기녀들이 아니었다. 향을 맡는 순간 이연화가 떠올랐고, 감각이 예민해진 지금 입 안을 헤집던 이연화의 혀놀림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그는 코 대신 입을 틀어막고 밖으로 나와야했다.
"여누님이 혼자 있는데 안 들어가도 되요?"
"들어가면 더 혼날 것 같다."
"사형은 어째 요마보다 여누님을 더 무서워하는 것 같네요."
진소는 대답 대신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한가로이 있을 수 있는 것은 여여가 고수였기 때문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요마를 결박하여 끌고 나와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기루 3층의 화려한 들창과 조명이 와장창 소리를 내며 깨져나갔다. 그리고 곧 창 밖으로 붉은 옷에 검은 장포를 걸친 인영이 문짝과 함께 허공으로 튕겨 나왔다. 머리를 덮은 천이 벗겨지며 흰 머리카락이 검은 하늘을 배경으로 흩어져 푸르게 빛났다.
"요마다!"
방다병과 진소가 검을 뽑았다. 요마의 뒤를 이어 여여가 튀어나와 공중을 날았다. 허공에서 몇 합을 겨룬 그들은 곧 땅에 착지했다. 요마의 얼굴은 남자인지 여자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묘한 미형이었고 뱀같은 서늘함이 어려있었다. 가늘게 올라간 눈매가 요사스러웠다.
"여기까지 따라오다니 천기당도 영 바보는 아니로군."
외모와 달리 낮고 중후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얼음장같은 음성이었다.
"말이 많다!"
여여가 날아올라 검을 휘둘렀고 진소가 아래에서 진법을 펼쳐 여여의 검에 인을 박아 넣었다. 여여는 푸른빛이 일렁이는 검을 들고 요마에게 달려들었다. 요마의 입가에 비릿한 웃음이 흘렀다. 그가 팔을 들어 여유로이 손가락을 튕겼다. 순식간에 여여가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여여!"
"여누님!"
진소와 방다병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쓰러진 여여에게 달려갔다. 여여가 비틀대며 겨우 몸을 일으켰다. 내상을 입었는지 몸을 들썩이며 피를 토했다. 기겁을 한 진소가 재빨리 내력을 주입했다. 방다병은 검을 들고 선배들 앞을 막아섰다. 시간이라도 벌어야했다.
"호라, 너는 혼자로군. 배짱은 높이 사마."
방다병은 사형과 사매로부터 거리를 두기 위해 요마에게 덤벼들며 반대 방향으로 내달렸다. 요마는 따라가지 않고 몸만 돌린 채 손가락을 튕겨 검은 구슬을 던졌다. 방다병이 급히 검으로 구슬을 막아냈지만 술법이 걸린 구슬은 그대로 튕겨나가지 않고 방향을 바꾸어 다시 방다병을 노렸다. 몸을 피하자 구슬 하나가 나무 기둥을 그대로 뚫어냈다. 두꺼운 나무에 뚫린 구멍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본 방다병이 눈을 크게 떴다. 밤이라 구슬이 오는 방향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그때였다. 타닥 소리와 함께 방다병의 얼굴 근처에서 구슬 몇 개가 튕겨나가 다른 나무에 박혔다. 바닥에는 구슬을 튕겨낸 것으로 보이는 자갈이 산산조각 나있었다. 방다병이 황급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요마도 이것 봐라하는 표정으로 돌이 날아온 곳을 쳐다보았다.
지붕 위에서 장신의 여인이 날아 올랐다. 옥색의 활옷을 입고 흰 복면을 쓴 여인은 머리에 홍매화 장식을 하고 있었다. 요마가 바로 여인을 공격했다. 여인은 매화가 핀 나뭇가지를 휘둘러 요마가 튕겨낸 구슬을 모두 막아냈다. 검도 아니고 나뭇가지로 막아내다니, 보통 내력이 아니었다. 나뭇가지가 무쇠처럼 단단해 보였다. 심지어 끝에 매달린 홍매화는 꽃잎 하나 떨구지 않은 채였다.
'저 여인은 누구지?'
방다병은 대희국에 저런 고수가 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여인은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몸놀림으로 가볍게 요마를 상대하고 있었다. 요마가 부채를 펼쳐 허공을 갈랐다. 독침이 날아와 방다병과 여인을 노렸다. 여인은 재빨리 방다병의 앞을 가로막고 인을 그렸다. 푸른빛이 일렁이며 갈퀴처럼 날아가 독침을 모두 잡아채 바닥에 꽂아버렸다.
"술법!?"
방다병의 눈이 커졌다. 무공과 술법을 모두 사용하는 이는 천사들 뿐이었다. 어느 문파에 이런 고수가 있었단 말인가. 여인은 한마디 말도 하지 않고 곧바로 다음 공격을 했다. 허공에 진을 그린 여인은 장을 날려 요마에게 던졌다. 곧 요마가 비술로 채찍을 만들어 내리쳤다. 여인이 뛰어 피하자 채찍은 여인을 따라가지 않고 바로 방다병에게 향했다.
방다병!
이연화의 눈이 커졌다. 채찍은 어느새 방다병을 휘감았다가 바닥에 내리꽂았다. 사술이 걸린 채찍에 상처 입은 방다병의 입에서 격통에 찬 신음이 터져나왔다.
"으윽!"
이연화의 손에서 붉은 불꽃이 일었다. 그는 허리춤에서 소사검을 빼어들었다. 사술을 실은 검기가 매섭게 몰아치고 순식간에 요마와의 거리를 좁혀 들어갔다. 이연화는 요마의 어깨에 소사검을 찔러 넣었고 그 자리에서 검은 연기가 솟아올랐다. 요마는 비릿하게 웃었다.
"시순독이다. 짝없는 저 놈이 얼마나 버틸지 모르겠군."
이연화는 요마를 노려보고는 분한 듯 검을 뽑았다. 요마를 상대할 때가 아니었다. 요마가 도망치는 사이 이연화는 방다병의 곁으로 와 상처를 살폈다. 더는 지체할 수가 없었다. 그는 재빨리 점혈을 하고 내력을 불어 넣었다. 땀을 흘리며 괴로워하는 방다병의 얼굴을 들고는 복면을 옆으로 걷은 후 입술을 내렸다. 그리고 아까보다 더 깊이 혀를 밀어 넣었다. 방다병이 어미새가 물어온 먹이를 좇는 새끼새마냥 이연화의 혀를 찾아들었다.
"읏.."
이연화의 입에서 신음이 흘렀다. 상대가 입술을 깨문 탓이었다. 방다병은 기어이 제 연형제에게서 피를 보고 나서야 안정되었는지 심히 오르락대던 가슴팍이 진정되었다. 이연화는 혈색이 돌아온 방다병을 내려놓고 서둘러 땅을 박차 날아올랐다.
입술에서 피맛이 났다.
연화루 이연화 방다병 다병연화 상이다병 성의 츼츼 증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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