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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붕, 날조, 노잼ㅈㅇ 개연성 없음 ㅈㅇ 문제시 칼삭
“연화도 나처럼 두 사람 사이를 오가야 한다고 말하고 싶은 건 아니겠지. 연화는 맹주가 원하면 가져야 하고,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주고받을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을 테니까.”
매장소가 찻잔을 내려놓고는 차분한 눈빛으로 상대방을 올려보았다. 미동 없이 앞만 보는 눈빛이 오만해 보이지만 크게 거슬리지도 않았다. 저 정도 배짱과 자신감이면 연화의 짝으로 괜찮지 않을까, 속으로 가늠해보던 매장소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연화를 보낼 수는 없지만 두 사람이 랑야각으로 오겠다면 그건 내가 도울 수 있소. 적 맹주는 이미 랑야각에서 지내고 있으니 상관없을 테고. 방 대협도 오시겠다면 거처를 마련해드리겠습니다.”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다병이 감사를 표하자 매장소가 흐뭇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소보가 꽤 마음에 드셨군, 사근사근한 녀석이니 좋아하실만하지, 연화는 묻지 않아도 제 의부의 속을 알 것 같았다.
“의부님, 공기가 차니 이만 안으로 들어가는 건 어떨까요?”
“그래, 들어가서 얘기하자꾸나.”
“부축해드리겠습니다.”
연화가 매장소의 어깨와 팔을 감싸 안으며 부축했다. 다병도 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반대편 팔을 감쌌다. 매장소가 엷은 미소를 지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적 맹주는 랑야각에서 지내보니 어떻던가? 불편한 점은 없었나?”
“딱히 불편한 점은 없었소.”
“무공을 겨루기 좋아한다는 소문은 들었네. 랑야방에 이름을 올리진 않았지만, 린 각주의 실력도 부족하지 않으니 겨뤄봐도 좋을 것 같군.”
“실력이 그리 뛰어나 보이진 않던데.”
비성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매장소는 살짝 입꼬리를 당겨 웃을 뿐이었다.
“산골에서 약초나 캐고 서화나 즐기는 이가 무공을 드러낼 일이 얼마나 있겠나. 하지만 자네 성격을 보니 린 각주가 제 실력을 보여줄 일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 그때가 오면 한번 겨뤄보시게.”
“글쎄… 그리 기대되는 결투는 아니군.”
“연화한테 하듯이 나중에 다시 붙자고 매달리지나 말게.”
매장소가 콧방귀를 뀌며 찻잔을 들었다. 눈치를 살피던 연화가 화제를 돌리고자 입을 열었다.
“금릉에서 지내시는 데 불편함은 없으십니까? 린 의부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보다시피 신경 써주는 이가 많아 불편함은 없지만, 너를 자주 보지 못하는 게 아쉬울 뿐이지.”
매장소가 온화한 표정을 지으며 연화의 손등을 어루만졌다.
“가끔 서신을 보내주니 잘 지내는 것은 알고 있다만, 너는 힘들어도 내색하지 않잖니. 얼굴을 보지 못하니 걱정이 되더구나.”
“장성한 청년을 무얼 그리 걱정하세요. 두 분 의부께서 저를 아이 취급하시니 부끄러워서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연화가 장난기 섞인 웃음을 보이며 목을 움츠려 얼굴을 감추는 모양새를 했다. 그 모습에 매장소가 살포시 웃음을 지었다.
“내가 금릉에 온 뒤로 네가 찾아온 것은 처음인데 하룻밤 자고 가지 않겠니, 방을 내어달라고 폐하께 말씀드릴 테니 오늘은 세 사람 모두 궁에 머물다 가는 게 어떻겠어.”
“오랜만에 벗을 만났으니 밤늦은 시각까지 객잔에서 술 한잔해야죠. 금릉에는 엿새 정도 머물다 갈 것이니 시간은 충분합니다. 내일 다시 올게요.”
매장소가 못내 아쉬운 기색을 보였지만 별다른 말은 없었다.
*
황궁을 나선 후 객잔에 자리를 잡자마자 다병이 탁자를 손바닥으로 가볍게 치며 입을 삐죽거렸다.
“그래. 이연화, 오랜만에 나를 따돌리고 혼자 다닌 소감이 어때?”
“누가 봐도 잘 지낸 얼굴 아닌가?”
“너한테 물어본 거 아니거든?”
연화가 입을 채 열기도 전에 비성이 대답을 가로채자, 약이 오른 다병이 쏘아붙이듯 답했다. 비성은 다병의 반응에는 관심도 없다는 듯 시선을 두지 않았다. 어린애가 따로 없네, 두 사람을 번갈아 본 연화가 고개를 내저었다.
“나야 십 년 동안 혼자 다녔으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 소보는 못 본 사이에 많이 성장한 것 같아.”
“하나를 배우면 열을 아는 사람이니 일취월장은 당연한 거 아니겠어?”
“대단해. 풋내기 수사관이 언제 이렇게 컸을까.”
“너랑 있을 때도 그렇게 어린애는 아니었거든? 누가 보면 네가 날 키운 줄 알겠다.”
“내 제자가 되고 싶어서 약도 잘 먹고 무예도 익힌 거잖아? 그러면 내 덕에 네가 건강해진 것이니 절반은 내가 키운 거나 다름없지.”
연화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하자 다병이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헛웃음을 지었다.
“너랑 적비성은 언제부터 같이 다녔어? 이렇게 만나지 않았으면 나한테 연락도 하지 않을 생각이었어?”
“마음 같아서는 당장 소보를 찾고 싶었지만, 내가 새로운 곳에 적응하느라 좀 바빴거든.”
“바쁜 사람치고는 꽤 여유로워 보이던데.”
비성이 끼어들자 연화가 미간을 살짝 좁히며 혀를 차는 소리를 내었다.
“쓰읍. 적 맹주, 도움이 되지는 못할망정…”
“왜? 내가 없는 이야기를 한 건 아니잖아?”
비성이 재미있다는 듯 입을 살짝 벌리고 빙글 웃었다. 연화가 관자놀이를 짚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정말이지, 적 맹주랑 있으면 내 수명이 반으로 줄어드는 느낌이야.”
“언제는 나와 함께 한 모든 시간이 행복했다고 하지 않았나? 벽차지독이 발작해도 그 기억마저 지우진 못할 거라고 한 것 같은데.”
아무렇지 않게 던진 비성의 말에 두 사람의 눈이 동그래졌다. 다병은 연화를 향해 배신감이 가득한 눈길을 보냈고, 연화는 당황스러움에 비성과 다병만 번갈아 볼뿐이었다.
“아니, 적 맹주.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나는 두 사람과 함께 한 시간을 말한 거지 자네와 단둘이 보낸 시간이 즐거웠다고 한 적은 없는 것 같은데?”
“그 대상에 나도 포함되니 틀린 말은 아니지 않나?”
“하지만 내가 말한 의도와는 너무나 다른 것 같은데.”
연화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그렇지, 다병이 눈을 가늘게 뜨며 비성을 향해 못마땅한 기색을 보였다.
“적비성, 너 설마 나와 이연화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거야?”
“하지만 내가 그 말을 꺼내자마자 너는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배신감 가득한 눈빛으로 이연화를 쳐다보더군. 이연화를 향한 너의 믿음이 그만큼 얄팍하다는 거 아닌가?”
“무슨 소리야. 차마 믿을 수가 없어서 쳐다본 것뿐이야.”
“그런 셈 쳐주지.”
비성이 여유롭게 웃었다. 그 모습에 약이 오른 다병은 술만 연거푸 들이부었다.
“방소보, 천천히 마셔. 이러다가는 자정이 지나기도 전에 취해버리겠는걸.”
“내가 어린아이도 아니고. 고작 이 정도 마셨다고 취하진 않아.”
연화가 손을 뻗어 제지하자 다병이 짐짓 퉁명스럽게 답했다.
“어린아이라니 가당치도 않아. 앞으로 나눌 이야기도, 술도 많으니 천천히 마시는 게 좋겠다는 거지.”
아직도 묘하게 나를 어린아이 취급한단 말이지,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굳이 연화의 말에 반박하고 싶진 않았다. 다병이 입을 삐죽이며 잔을 내려놓자, 연화가 눈을 살짝 접으며 웃어 보였다.
“역시 내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은 소보 밖에 없어.”
흥, 내가 불여우도 아니고 칭찬해주면 고분고분하게 따를 거라고 생각하나, 연화가 제 몫의 고기를 덜어주는 모습을 보며 다병이 부루퉁한 표정을 지었다.
랑야방 연화루 각주종주 정왕종주 비성연화 다병연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