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76898677
view 4887
2023.12.17 09:27
연화 침상에 방다병이랑 적비성 두 놈이 낑겨서 같이 누우면 분명히 연화 잘 자다가도 잠 설치겠지

연화는 두 남자들에게 밤새 물고 빨리고 흔들려서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르게 기절했다가 새벽의 고요하고 선득한 느낌에 스르륵 눈을 뜨게 됐을거야. 그래도 양심이 있어 몸은 닦아준건지 살끼리 닿는 느낌은 불쾌하지 않았는데 쿡쿡 쑤시는 몸이 힘들어 좀 뒤척이려고 해도 덩치 큰 두 놈들 사이에 끼어있던 터라 진짜 자리가 좁아도 너무 좁아 불편한거야. 왼쪽에는 방다병이, 오른쪽엔 적비성이 양쪽에서 벽처럼 연화를 가로막고 쿨쿨 잠들어있어 어이가 없겠지. 하여간, 이 좁아 터진 데에 기어이 들러붙어선, 저 자식들은 이러고 잠이 오긴 오나???

이연화는 맨살에 슬쩍 닿는 딱딱한 남정네들의 근골에 작게 한숨을 내 쉬었어. 무공을 수련한 건장한 사내들의 크고, 뜨끈하고 딱딱함에 가까운 단단한 몸들이 주는 압박감에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았지. 연화는 왜 그랬는지 몰라도 제 어깨에 살포시 머리를 기대던 어린시절의 교완만을 떠올렸어. 부드럽고, 가냘프고, 딱 깃털만큼의 무게로 팔짱을 끼며 수줍게 웃어오던 그녀가 이 순간엔 조금 그립기까지 했어. 그게 정말 무례한 생각인줄 알았으면서도... 글쎄, 그녀를 포기하지 않고 진득히 매달렸다면 적어도 지금처럼 험하게 끼어 잠드는 일은 없었겠지 하고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하게 됐던거야.

이연화는 짜증을 가라앉히고 냉정한 이성을 되찾아보기로 했어. 세상 모르고 잠든 두 남자들 사이에서 괜히 이렇게 홀로 불편함을 감내하고 버티고 있을 이유가 없었어. 조금 귀찮고 열받더라도 차라리 옷가지를 챙겨입고 2층의 빈 침상으로 도망가버리는 게 몸과 마음에 훨씬 이로울 것이라는 게 연화가 내린 결론이었고, 연화는 당장이라도 그럴 준비가 된 상황이었어.


......가지마.


그런데 그 속셈을 어떻게 알아차린건지, 방다병이 웅얼거리며 연화에게 답싹 몸을 더 붙여왔어. 그것도 모자라 연화는 물 흐르듯, 방다병의 큰 손에 매우 자연스럽게 붙잡혀 포박당하는 것처럼 깍지까지 끼게 됐을 거야. 이연화, 가지마...제발... 방다병이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몹시 괴로워하면서 중얼거렸어. 아마도 나쁜 꿈 속에서 헤어나오질 못하는 것 같았어. 연화의 희고 매끄러운 어깨가 곧 축축하게 젖어들었어. 애도 아니고, 자면서도 꿈을 꾸며 펑펑 눈물을 흘리는 방소보가 연화의 어깨에 이마를 기대왔기 때문이었지.

이연화는 졸지에 아직 잘못한 게 없는데도 머쓱해진 탓에 처음 생각했던 것처럼 방다병을 떨쳐낼 수 없었어. 과거의 업보가 스스로를 쿡쿡 찔러 이연화의 얄팍한 양심을 퍽 불편하게 만들었어. 얘는 대체.. 내가 어디까지 무책임하다고 생각하는거야? 아직 짜증이 전부 가라앉지 않은 이연화가 속으로 방다병을 타박했어. 그치만 씨끄러운 마음 속 상황과 달리 이어진 연화의 행동은 아주 간지럽고 조심스럽기만 할거야. 다병이가 깨지 않게 눈물을 닦아주기도 하고 좋은 꿈을 꾸길 바라며 이마에 입을 맞춰줄만큼.

그런데 그러느라 작게 뒤척인 사이 이번엔 연화의 이마에 잘만 자고 있는 줄 알았던 적비성의 손이 얹어졌어. 이번이 처음이 아닌 듯 자연스럽고 능숙하게 이마를 짚는 적비성의 손길에 연화가 저도 모르게 눈을 감고 잠시동안 숨을 참았어. 적비성은 연화의 열을 가늠해보다 곧 손을 거두고 연화의 몸에서 흘러내린 이불을 목까지 올려 덮어주었어. 다소 호방하고 거친 구석이 있는 적비성은 온데간데없이 무척이나 꼼꼼하고 섬세한 손길이었어.

그리고나선 할 일을 마쳤는지 석상처럼 바로 누워 정신없이 잠들어버리는 적비성이야. 연화가 어느새 눈을 뜨고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줄도 모르고 말이지. 연화는 익숙해보이는 적비성의 행동에서 그가 정말 많은 밤동안 아픈 절 걱정하고 이부자리를 바로 고쳐주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었어. 연화는 입술 안쪽을 꾸욱 깨물며 가슴 속에서부터 번져나가는 뭔가의 느낌을 의연하게 다스리려고 노력했어. 아까부터 눈가가 이상하게 시리고 화끈거렸어.

연화는 두 남자에게 끼여 여전히 좁고 불편한 상태였지만 결국 자리를 따로 옮기지 않고 눈을 감았어. 이제는 평소보다 시끄럽게 뛰는 심장소리가 더 신경쓰여 다시 잠들때까지 연화의 두 귀가 발갛게 물들어있었어. 아무튼, 연화가 날이 밝으면 두 녀석들에게 잔소리를 좀 퍼붓다가 골고루 부려먹으면서 좁아터진 침상부터 손봐야겠다고 마음을 고쳐먹었으면 좋겠어서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