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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04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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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편 https://hygall.com/571120113




1 대체 나 같은 아저씨 어디가 좋다고 




다시 여름이 돌아왔다. 날이 더워지자 아저씨는 덥다고 끌어안고 자지 말라고 했지만 노부는 꿋꿋하게 방에 에어컨을 틀어놓고 아저씨를 안고 잤다. 그리고 아저씨의 생일이 다시 돌아왔을 때였다. 파티셰 형에게 부탁해서 함께 만든 근사한 케이크를 꺼내놓고 둘이서 파티도 했다. 노부는 아저씨와 사귀게 된 이후로 아저씨의 침대에서 함께 잤는데도 생일파티를 끝낸 후 아저씨가 씻는 동안 설거지를 해 놓은 노부가 뒤늦게 씻고 아저씨의 침실로 들어가자 침대 위에 앉아 있던 아저씨는 어째서인지 흠칫 놀랐다. 

어떻게 눈치챘지?

노부는 오늘 아저씨와 자고 싶다고, 그러니까 그런 의미로 자고 싶다고 아저씨한테 말한 적 없는데 말이다. 

노부가 노부와 같은 바디샴푸와 바디로션을 썼는데도 더 달콤하고 더 야한 체향을 흘리고 있는 아저씨를 끌어안자, 아저씨는 뭔가 결심하는 것처럼 눈을 꾹 감았다가 뜨더니 노부의 목에 팔을 감았다. 언젠가 노부가 첫 몽정을 했던 그 꿈 속에서처럼 매혹적으로 웃지는 않았다. 쑥스러움을 채 감추지 못하는 게 보였는데 그만큼 애정도 감추지 못해서 삐걱거리는 아저씨가 정말로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아저씨와 사귀게 되고 같이 여행을 가서 첫키스를 한 이후로 키스는 종종 하고 있었는데, 어쩐지 평소보다 더 미칠 것 같았다. 두 사람의 침대 위에서 끌어안고 체온을 함께 나눌 밤을 준비하며 입술을 맞대자 벌써부터 천국에 발을 디딘 기분이었다. 

아저씨는 옷을 벗고 노부가 아저씨의 다리를 벌릴 때까지만 해도 어색해서 어쩔 줄을 몰라했었다.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고 어색해해서 정말 이대로 괜찮을까 싶었는데 노부가 인터넷을 열심히 뒤적이며 알아본대로 열심히 하자 아저씨는 여전히 눈을 못 마주치면서도 본능인지 노부를 끌어안고 노부의 허리에 다리를 감았다. 여러 모로 알아보려 했지만 야,동같은 건 보지 못했다. 노부의 휴대전화와 노트북은 전부 아저씨가 생일선물로 사 줬던 거라 아저씨가 선물해 준 기기로 그런 걸 볼 수가 없었고, 그렇다고 학교나 레스토랑에서 그런 걸 볼 수도 없었고! 그래도 여러 가지로 찾아보기는 했었다. 그렇게 여러 가지로 알아봤는데 정작 아저씨를 안자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아저씨가 너무 예쁘고 너무 야해서 정말로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노부와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헐떡거리면서 어쩔 줄 몰라할 때도 미칠 것 같았고, 아저씨의 몸 안에 들어갔을 때는 정말로 머리가 터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건 아저씨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그 전까지는 정말로 눈도 마주치지 못했었는데 삽입하고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자 노부를 꽉 끌어안고 노부의 귓가에 젖은 신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노부, 노부 부르는 소리가 노부를 미치게 만들었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노부와 눈을 맞추고 노부의 뺨을 감싸며 입을 맞추려고 할 때마다 머리가 터질 것처럼 뜨거워졌다. 신음소리를 내는 게 부끄러운지 입술을 꽉 깨물고 있는 걸 볼 때도, 결국 참지 못하고 신음을 터뜨릴 때도 그랬다. 아저씨가 침대에서 보여주는 모든 모습이 노부를 미치게 만들고 있었다. 

결국 정신이 나가 버려서 콘돔을 몇 번이나 바꿔가면서 아저씨의 안에도 몇 번이나 들어가며 긴긴 밤을 보내고 난 뒤에는 아저씨의 몸이 얼룩덜룩해져 있었다. 노부가 여전히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헐떡거리는 아저씨의 등을 쓸어주고 있자 아저씨는 노부의 뺨을 쿡 찔렀다. 

"이렇게까지 힘이 좋을 필요는 없었을 텐데, 내가 너무 잘 먹여서 키웠네."

아저씨는 투덜거렸지만 노부가 배시시 웃자 아저씨도 결국 피식 웃었다. 

"정말 좋아해요."
"대체 나 같은 아저씨 어디가 좋다고."
"어디가 좋긴요.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귀엽고 섹시하고 아름다운 아저씨인데."
"입술에 침은 발랐어?"
"진심이니까 안 발라도 돼요. 그리고 내 아저씨 욕하지 말아요. 세상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아무리 아저씨라도 내 아저씨는 욕하면 안 돼요."
"그 네 아저씨가 혹시 나 아니니? 내가 내 욕도 못해?"
"아저씨는 다른 건 다 해도 되지만 아저씨 욕은 하면 안 돼요."

아저씨는 또 어이없다는 얼굴을 했지만 기분은 좋은지 입가가 부드럽게 풀렸다. 그리고는 노부의 뺨을 양 손으로 감싸고 부드럽게 노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좋아해, 노부."
"!"

아저씨는 한 번도 좋아한다고 말해준 적이 없었어서 노부의 눈이 커다래지자 아저씨는 다시 입을 촉 맞춰주고 다시 속삭였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많이 속상하게 한 것도 미안해. 그래도 계속 포가하지 않아줘서 고마워."

노부는 아저씨를 힘껏 끌어안고 입을 맞춘 후 속삭였다. 

"고마워하는 건 계속 고마워해도 돼요. 하지만 나한텐 아무것도 안 미안해도 돼요. 아저씨 하고 싶은대로 다 해도 돼."

아저씨가 구해주지 않았다면 노부는 성인이 되기 전에 맞아죽었을지도 모르는데 미안하긴 뭐가 미안해. 아저씨는 노부가 미처 꿈도 꿔 보지 못했던 삶을 선물해 주었는데. 아저씨는 노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 노부와 눈을 맞추며 다시 속삭였다. 

"널 구한 건 내 인생에서 제일 잘한 일이야. 널 구해서 나까지 행복해질 수 있었어."

노부는 지쳐서 창백해진 상태인데 여전히 흥분이 다 식지 않아 홍조가 떠 있는 아저씨의 얼굴을 보고 있다가 예쁜 말만 해 주는 입술에 입을 맞췄다. 정말로 모든 게 꿈 같았다. 아저씨가 노부를 구해준 후 노부는 매일같이 꿈 같다고 생각했었다. 새아버지한테 한참 두들겨 맞으면서 너무 아프고 무섭고 괴로웠을 때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고 아저씨가 나타났을 때도, 아저씨가 새아버지를 때려눕히고 노부의 앞을 가로막아줬을 때도, 아저씨가 노부를 데리고 살겠다고 했을 때도, 처음 고로케를 사 줬을 때도, 이제 아무도 노부를 때리지 못하게 해 주겠다고 했을 때도, 밤새 간호해 줬을 때도, 그리고 그 이후 모든 순간이 다 꿈같았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노부는 아저씨와 함께하는 이 현실만큼 행복한 꿈을 꾼 적은 없는 것 같았다. 

"내가 아저씨를 더 행복하게 해 줄게요."
"너만 잘 살면 돼. 그럼 나도 행복할 테니까."

아저씨는 그렇게 말했지만 노부는 정말 아저씨를 더 행복하게 해 주고 싶었기 때문에 '몰래' 프로포즈를 준비했다. '몰래'






그리고 그 '몰래' 준비하던 프로포즈는 아저씨에게 걸렸다. 열심히 반지를 알아보고 있었는데 어느 날 고로케와 함께 퇴근한 아저씨는 노부와 산책 겸 같이 걸어서 집에 돌아오고 함께 저녁을 먹고 난 후 그랬다. 

"결혼은 너 졸업하고 난 다음이다."
"... 예?"

아저씨는 노부가 프로포즈도 안 했는데 먼저 결혼 얘길 꺼내는 게 민망한지 뺨을 긁적이며 시선을 피하더니 말했다. 

"결혼."
"네!"
"... 나랑 할 거면."
"당연히 아저씨랑 할 건데요!"

그러자 아저씨는 여전히 쑥스러운 얼굴로 작게 한숨을 내쉬고 노부를 돌아봤다. 

"너 졸업하고 난 다음에 할 거라고. 지금은 안 돼."
"지금 해요."
"안 돼."
"그럼... 결혼하고 아저씨를 여보라고 부르려고 했는데 2년 동안 결혼을 못하니까 그럼 지금부터 여보!"
"기각."
"그럼 케이!"
"... 케... 뭐?"

아저씨는 진심으로 황당하다는 얼굴이었지만 노부는 나름대로 열심히 고민했었다. 노부는 아저씨를 아저씨라고 부르는 게 정말로 좋았지만 아저씨는 자기가 키운 아이와 이제 결혼을 이야기할 사이가 됐다는 게 가끔 여전히 거북한 것처럼 보여서 다른 애칭을 마련해야 할 것 같았거든. 아저씨는 노부를 노부라고 부르니까 노부도 아저씨의 애칭을 만들기로!

"생각해 봐요, 아저씨. 아니, 케이. 나중에 우리 아기가 태어나서 아빠는 왜 엄마한테 아저씨라고 불러요?라고 하면 어떡해?"
"... 어?... 그... 결혼하면 그렇게 부른다며."
"그렇게?"
"... 여보...라고."
"그러려고 했는데 아저, 아니 케이가 지금은 결혼 못한다면서요. 그러니까 결혼 전까지는 케이라고 부를게요. 안 돼요?"

여보란 말이 어색한지 귀가 좀 빨개진 아저씨가, 아니 케이가 너무 귀여워서 입을 촉 맞추자, 케이는 노부의 이마를 꾹 눌러서 밀었다가 피식 웃었다. 

"마음대로 해라. 대신 결혼은 너 졸업하고 난 뒤에 할 거야."
"알았어요. 케이."





나중에 알고 보니 아저씨한테 정보를 누설한 범인은 아마미야 사장님이었다. 반지를 고르는 노부를 보고 프로포즈는 자기 레스토랑에서 하라고 했는데 노부가 생각한 곳이 있어서 거절했더니 서운해서 아저씨, 아니 케이한테 투덜거린 모양이었다. 본인은 실수라고 주장했는데... 결국 졸업하고 취업을 한 뒤에야 프로포즈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노부는 아저씨를 만나고 11년이 지난 22살이 되어서야 아저씨, 아니 케이가 다니는 회사가 블랙기업이 아니라 평판이 좋은 대기업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냥 케이가 완벽주의자라 열심히 일했던 것뿐이었다. 

노부는 취직을 하며 레스토랑 아르바이트도 그만뒀지만 프로포즈링을 고를 때 아몬상의 도움을 받았는데 (다이키치 형의 반지가 예뻤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확실히 아마미야 사장님의 입을 막기 위해서 프로포즈는 다른 곳에서 하되, 결혼은 레스토랑의 후원에서 하고 싶다고 미리 부탁해 두었다. 레스토랑의 후원은 아주 넓고 예뻐서 꽃가루가 날리지 않는 여름부터 가을까지 손님들에게 인기가 많은 곳이었다. 아마미야 사장님은 노부가 프로포즈를 하기 전부터 혼자 신나서 결혼식장 꾸미기를 시작했고... 

그렇게 반지를 고르고 노부가 아저씨와 처음으로 함께 여행을 갔었던 바닷가에서 프로포즈를 했다. 노부가 중학교 때 수학여행을 앞두고 여행 처음 가 본다고 설레자 수학여행을 갔다오자마자 아저씨가 데려가 줬던 바다였었다. 아저씨는 노부가 수학여행을 간 사이에 캠핑장비를 많이 알아본 모양이었지만 캠핑 장비가 생각 외로 너무 비싸고 노부가 캠핑을 좋아할지 어떨지도 알 수 없어서 글램핑장으로 예약을 했었다. 평범한 캠핑도 해 본 적 없었던 노부는 생전 처음 해 보는 글램핑이 너무 행복했었다. 아침 일찍 출발해서 점심 때 글램핑장에 짐을 풀자마자 준비해 온 도시락으로 간단히 밥을 먹고 바다에 뛰어들었었다. 아저씨와 바비큐도 먹고 카레도 먹고 바다에서 신나게 놀았던 기억이 너무 좋았고, 아저씨와의 첫 여행 추억이 있는 곳이라 이곳으로 골랐다.

그동안 시설 업그레이드를 했는지 한층 더 세련되진 글램핌장에 짐을 푼 노부는 아저씨와 함께 어릴 때처럼 고기를 구워먹고 달빛과 조명이 예쁘게 어우러진 곳으로 아저씨를 이끌었다. 그리고 날이 맑아서 밤하늘의 별들도 아주 잘 보이는 곳에서 아저씨의 앞에, 노부의 케이가 돼 준 아저씨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반지를 내밀었다. 그렇게 아저씨를 올려다보자 어린 노부를 구해줬던 날, 아저씨가 노부의 안전한 보금자리가 돼 준 그 집의 욕실에서 노부의 앞에 앉아서 노부를 올려다보며 해 줬던 말이 떠올랐다. 

[이제 아무도 널 때리거나 아프게 하지 못하게 해 줄게. 아무것도 걱정하지 마. 아저씨랑 같이 살자. 아저씨가 지켜줄게.]

그때 11살의 노부에게 22살의 아저씨는 정말 든든한 어른이었다. 그러나 22살이 되어 보니 22살에게도 세상은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노부는 여전히 아저씨가 둘러준 안전한 울타리 안에 있었는데도 그랬다. 아저씨의 말대로 20살도, 22살도 어른이라고 하기엔 아직 어린 나이였다. 그런데 그때, 22살의 나이에 덜컥 11살 아이를 품에 거둔 아저씨에게는 세상이 얼마나 험난한 곳이었을까. 게다가 어릴 때 노부는 키우기 쉬운 아이가 아니었다. 몸만큼 마음에도 상처가 가득했던 노부는 아저씨에게 구출된 후에도 종종 밤에 악몽에 시달렸고 비명을 지르며 깨어나곤 했다. 아저씨는 그때마다 같이 잠에서 깨서 식은땀 범벅인 노부를 씻겨주고 포근한 잠옷을 새로 입혀서 토닥토닥 재워주며 속삭였다. 

[내일은 노부가 좋아하는 스키야키 먹을까?]
[노부가 보고 싶어다고 했던 영화 개봉했더라. 주말에 아저씨랑 극장에 가서 영화도 보고 팝콘도 먹을까, 콜라도 사 줄게. 어때?]
[아저씨가 TV에서 봤는데 근교로 한 시간만 가면 나오는 데서 밤줍기 체험할 수 있대. 거기 가 볼까? 밤 주워서 거기서 구워먹을 수도 있대. 맛있겠지?]

22살의 아저씨는 과거의 악몽에 시달리며 겁에 질린 노부에게 이제 괜찮다고 지나간 일은 잊으라고 다그치지 않고 틀림없이 즐겁고 신날 내일을 생각하게 했다. 내일의 스키야키를 생각하고, 주말에 볼 영화를 기다리고, 함께 밤을 주으러 갈 날을 기대하게 해 주었다. 노부는 아저씨와 살게 되고 나서도 한참동안 옆에서 큰 소리가 나기만 해도 반사적으로 주저앉곤 했는데 아저씨는 그때마다 노부를 끌어안고 다독여줬다. 그렇게 아저씨는 노부를 행복하게 해 주었다. 

이제 노부가 아저씨를 행복하게 해 줘야지. 

"케이."
"...응."
"아무도 케이를 아프게 하지 못하게 해 줄게요. 아무것도 걱정하지 말아요. 나랑 같이 살아요. 내가 케이를 지켜줄게요."
"... 노부."
"아저씨한테 이 말 들었을 때 엄청엄청 행복했어요."
"..."
"내가 아저씨도, 아니 케이도 행복하게 해 줄게요. 정말로."

아저씨는 노부의 뺨을 쓰다듬다가 노부의 앞에 앉으며 노부를 폭 끌어안았다. 

"넌 정말 너무 좋은 사람이야."

그래서 또 내가 붙잡고 있기에는 아깝다는 둥 그런 말을 할까 봐 노부를 얼른 아저씨를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 

"케이한테 너무 잘 어울리는 사람이죠? 막 꽉 붙잡아야 될 것 같고 그렇죠?"

귓가에서 아저씨의 웃음소리가 잠깐 들리다가 곧 노부가 아주 사랑하는 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 아무도 못 뺏어가게 꽉 붙잡아야겠다. 같이 살자. 너랑 나랑. 계속."
"정말 좋아해요. 아저씨. 정말 좋아해요. 케이."

아저씨는 수년간 몇번이고 되풀이해서 드러내는 노부의 마음을 줄기차게 거절했지만, 이젠 달라져서. 

"사랑해. 노부."

사랑하는 사람의 대답이 달콤하게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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