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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02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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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히라도 이런 감정을 눈치 못챌 정도로 바보는 아니였음. 그야 서른줄 접어드니 알게된걸.

하지만 아이의 마음을 안일하게 생각한건 큰 오산이었음. 방학식 날, 학생들이 빠져나간 학교 뒷편에 잠깐 상담거리가 있다는 부탁을 받고는 히라쌤은 한숨을 내쉬었음. 당황스럽기도 했고 이거 큰일 났구나 하고. 이와중에 혹시나 싶어 뒤를 돌아보니 키요이는 시로타 무리에 둘러쌓여 놀러갈 계획을 세우는 것 같았음.

역시나 아이는 얼굴을 붉힌채로 선생님을 좋아한다고 마음을 전했음. 하지만 히라는 고개를 저을뿐 교사로써 충실히 대답하자 아이의 얼굴이 대번 흐려졌음. 완곡한 거절에 한참을 고개 숙인 아이가 훌쩍거리면서 갑자기 다른 화제를 꺼냈지. 선생님 저 아직까지 그 애들이 무서워요. 하고.

특히 키요이 소가 항상 절 째려봐요.

순간 히라의 호흡이 멈췄음.

고백 안 받아 주셔도 되니까 전처럼 선생님 옆에서 계속 도와드려도 되죠?




히라쌤 자기가 어떻게 대답했고 어떻게 상황을 끝냈는지 방금 전 일어난 상황인데도 경황없이 교무실로 걷고 있었음. 아이의 말은 거짓이 아닌 사실이고 자신도 알고있었으니까. 그리고 어렴풋 깨닫고 눌러왔던 묘한 감각에 잠시 발을 멈추었는데 그때 근처에서 누군가 거칠게 자전거를 빼는 소리가 들려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곳엔 키요이가 있었으면.
히라쌤이 이름 부르자 화가 난 표정으로 가방을 싣던 키요이가 그대로 히라를 지나치려했음.

키요이?

저도 모르게 팔을 잡으니 키요이가 거칠게 팔을 빼고는 한심한 애한테 할말이라도 있냐며 홱 가버리겠지.
이래서야 다시 원점이었음. 아마 키요이는 고백 장면을 목격한 것 같았음.



히라쌤 다시 교무실로 돌아갔지만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예전에 끊었던 담배 생각이 절실해졌음. 어짜피 방학이라 급한 일은 없으니 이대로 퇴근하고 나머지는 재택으로 해결하는게 나을 것 같아 조금 일찍 일어섰음.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하고 땅만 보고 터덜터덜 걸으면서 한대 피고 갈까 진지하게 고민하겠지.
결국 마음 접고 주차장으로 향하는데 그곳에 생소한 모습의 키요이가 벤치에 앉아있었으면 좋겠다.

키요이?
....너무 늦어요.

아까와는 다르게 어른스러운 사복으로 갈아입은 키요이는 천사 같아서 히라쌤 잠시 눈가를 좁히고는 어떻게 여기있냐고 묻겠지. 대답 대신 차 어떤거에요? 하고는 히라가 가리키는 차를 보고 흠, 하더니 냉큼 조수석으로 올라타는거 보고싶다.


저녁시간도 가까웠기 때문에 히라쌤은 근처 파스타 파는 곳으로 차를 몰았음. 오늘 친구들이랑 만나는거 아니었었니? 온화한 목소리로 물어보자 창밖만 바라보던 키요이가 아무렇지 않게 중간에 빠져나왔어요. 하고는 더이상 말을 잇지 않았음.
성장기 학생인걸 고려해서 파스타, 샐러드, 피자 사이드 접시도 시켜주는데 역시나 남김없이 깔끔하게 비우겠지. 배부른 고양이처럼 만족한 표정 짓자 히라쌤 은은하게 웃었으면 좋겠다. 저녁 사주셨으니까 제가 사겠다며 키요이가 이끈 까페에서도 히라쌤이 계산해버리자 다시 불퉁한 표정으로 돌아왔지만.


아까 그거.. 뭐라고 말하셨어요?

한참 말없이 있다가 키요이가 불쑥 꺼낸말에 히라쌤 헛웃음 쳤어. 학생이랑 그런일이 있을리 없잖니, 하고 싶지만 뭔가 뒷맛이 씁쓸했을거임. 말없이 고개를 젓자 키요이는 흐음.. 하고는 눈앞의 프라푸치노를 들이켰음.




부모님이 걱정하시겠다.

집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주소를 물었지만 키요이는 늦게 가도 된다며 요지부동이었음.

어짜피 나한테 관심도 없어요.

사실 키요이의 생기부를 몇번이고 들여다본 탓에 대략 어디사는지 알고있었지만 본인이 생각해도 기분 나쁠것 같아서 히라는 잠자코 앉아있었음.
차 안에서 실랑이를 벌이다가 결국 키요이가 피씨방에서 밤을 새겠다고 내리려 해서 히라쌤 눈 뒤집혔으면. 절대로 그런곳에서 홀로 있게 해선 안됬음.

그건 허락 못 해.

드물게 강압적으로 나간 히라쌤 약간 주저하다가 결국 자기 집으로 차를 몰겠지. 이번 한번만이라고 신신당부했지만 정작 키요이는 두리번거리더니 마당에 핀 금목서에 관심을 보일 뿐이었음.
여튼간 떨리는 마음 진정하고자 키요이의 부모님에게 전화를 걸게했는데 속 편한 제자는 그것도 모르고 한술 더 떠 흔들의자에 턱하니 앉아있었겠지. 억지로 스피커폰으로 전화를 걸게 하자 키요이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는데 곧 히라는 그 결정을 후회하게 되었음.

나 오늘은 친구집에서 하고 말도 끝나지 않았건만 떠들썩한 아이들 소리와 함께 알아서 하렴 한마디 하고 뚝 끊어버리니 과연 키요이도 민망한 표정을 지으며 어깨를 툭 늘어뜨리는데 히라쌤 저도 모르게 키요이를 꽉 안아주었으면 좋겠다.
조금 놀란 키요이도 곧 히라쌤의 품에 꼭 안기겠지.



앎그 히라키요이 맇쿠유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