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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01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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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군 수고가 많아. 너무 히라군한테 의존하는 거 같아서 우리가 면목이 없네. 우리 키요이군 정말 잘 부탁하고, 도움 필요하면 뭐든 연락부탁하네."

키요이가 말을 못하게 되고, 소속사에서도, 안나도, 키요이의 가족들도, 꾸준히 히라를 통해 키요이의 안부를 묻고, 히라에게 미안해했어. 나에게 뭘 부탁하거나, 미안해할 건 없는데... 히라는 아리송했지만 말주변이 없어 그저 네, 아닙니다, 헤에, 그런, 괜찮습니다.. 라고만 대답했지...ㅎㅎ

히라에게 키요이는 언제나 '키요이'이기 때문에... 히라는 딱히 불편하거나 생활이 달라졌다거나.. 그런 걸 전혀 못 느꼈음. 한동안은 '키모이'가 들릴 타이밍에 들리지 않아 (ㅋㅋㅋ) 허전함을 느낀 적도 있었지만 그것도 잠깐이었음.

그리고 솔직히.... 뭐라 설명하기 어렵지만 말이 없는 키요이는 오히려 알기 쉽다고 해야하나... 원하는 거나 의도같은 걸 오히려 알기 쉬워서 히라는 전혀 불편함을 못 느꼈음.

그저 키요이는 언제나 아름답고 고귀하고, 꾸준히 몸을 단련하며 아름다움을 가꾸는 키요이는 정말 킹구라고 밖에 할 수 없고... 눈과 표정으로만 원하는 걸 말하는 키요이는 진짜 너무너무너무 귀엽고, 자기가 출근한 사이에 황송하게도 살림을 보살펴주고 미천한 자신을 위해 신의 음식을 만드는 큰 은혜를 베풀어주고, 퇴근했을 때 오리대장과 카메지로랑 놀고 있는 키요이는 진짜 심장 아프게 귀여움... 같이 노구치상의 작업실에 출근했을 땐 쇼파에 앉아서 만화책을 보거나, 간식을 욤욤 먹거나, 히라를 고양이처럼 빠안히 보는 키요이는 또 얼마나 귀엽게요... 데이터 정리 작업을 하다가 고개를 돌렸을 때 진짜 귀여움 공격에 기절할 뻔한 적이 여러번...

정말 솔직히..... 이 상황을 만든 온라인 쓰레기들에 대한 분노와 살의와는 별개로, 히라는 지금 생활에 불만이나 불편이 진짜 조금도 없었어. 히라는 정말 키요이만 있으면 되니까.

하지만 마음이 아픈 것도 사실이었어.

원래 드라마와 영화, 연극 보기를 좋아하고, 늘 다른 배우들의 연기를 보며 자극을 받던 키요이가 의식적으로 모든 미디어를 차단하며 만화책이나 소설 정도만 보고 있다는 걸 히라도 느끼고 있었고... 부쩍 요즘 말하고 싶어서 초조해 하는 게 히라의 눈에도 보여.

"ㅇ, 으, 으, 으아, 으아, 아."

히라가 보고 있는 줄 모르고 오리대장이나 카메지로에게 인사를 하려고 하는 키요이를 몇 번 목격한 히라. 키요이가 얼마나 연기 욕심이 많고 일을 사랑하는지, 더 높은 곳을 향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잘 알고 있는 히라는 너무 마음이 아픔...

역시 우리는 잘못된 걸까. 잘못된 조합이라 그 죄의 벌을 키요이만이 받고 있는 건 아닐까... 정말 자기가 떠나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한 적 있지만... 히라는 맹세했잖아. 무슨 일이 있더라도 키요이 곁에 있겠다고. 행여 폭풍을 만나 떨어지게 되더라도 몇 번이고 키요이를 찾아 사랑할 거라고... 이제 떨어지는 선택지 같은 건, 히라에겐 없어.


간만의 휴일. 오리대장을 손에 쥐고 툇마루에서 햇볕을 받으며 금목서를 보고 있는 키요이. 히라는 습관적으로 카메라를 들어 사진을 찍었고, 셔터소리를 들은 키요이가 돌아보더니 웃으며 오리대장이랑 포즈까지 잡아줌. 사랑스러움에 심장이 괴로운 히라....

처음 말을 못하게 되고 며칠은 키요이가 너무 힘들어해서 히라가 차마 카메라를 들지 못했었던 때도 있었음. 하지만 며칠 만에 키요이는 마음을 다잡고 몸을 단련하고 총명한 눈으로 히라를 마주봤고 언제나 처럼 히라의 카메라에 응해줬지. 강하고 아름다운 나의 왕..

연예인 키요이의 공백기에도 히라의 덕질은 멈추지 않기 때문에, 매일 팬들의 짹도 체크하는 히라. 그냥 건강문제로 휴식기를 가진다고 소속사에서 공식 발표한 탓에 팬들은 걱정도 많았어. 연기하는 키요이를 그리워하는 팬들도 많았고. 예전 활동 영상이랑 사진들 추억팔이하며 겨우 버티는 팬들... 히라는 함께 팬심으로 아파하며, 팬들에게 키요이를 돌려주고 싶었어. 키요이의 은총이 널리널리...

어떤 키요이든 이렇게 강하고 아름다운데.. 언어라는 건 키요이 앞에선 너무 사소한 수단일 뿐인데... 키요이는 존재만으로 특별한데.... 아름다운 키요이를... 내가 가장 아름답게,

"키요이. 사진 찍자."

키요이는 한쪽 눈썹을 씰룩 움직이며 고개를 살짝 갸우뚱했어. '무슨 소리야. 지금 찍고 있잖아?'라는 표정.

말을 못하게 된 키요이는 표정이나 손짓 같은 '비언어적' 표현이 더 선명하고 다양해졌음. 그게 또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히라는 몇 번씩 심장을 부여잡지...

"이런 거 말고."

아름다운 키요이를,
내가 가장 아름답게 담아 세상에 보여주는 것.
그게 나의 사명..



원래 이런 건 소속사와 먼저 상의해야 하지만, '직접' 보여줘야만 전할 수 있는 게 있다고 히라와 키요이는 판단했어. 안나와 키리야의 사랑을 사진으로 전했던 것처럼. 누구든 보면 아무말도 할 수 없는, 누구도 키요이의 아름다움에 반박할 수 없는, 그런 사진을 보여줄 거야.

노구치상에게 스튜디오랑 장비를 사용하고 싶다고 부탁하자 노구치상은 그저 '시간만 맞으면 좋을대로 해~'라고 했어. 자신의 성역, 키요이의 일에 대해서 만큼은, 엄청 영리한 활약을 하는 녀석이니까.


그렇게 노구치상의 시간이 빌 때 사진를 찍은 히라와 키요이. 자기자신을 가장 잘 아는 키요이가 스스로를 스타일링하고, 히라의 의도에 따라 최소한의 연출로 담은 아름다운 키요이의 다양한 감정. 말을 잃을 정도의 공포, 증오와 냉소, 슬픔, 불안과 공허라는 부정적인 감정부터 사랑하는 사람을 마주보는 수줍음과 행복감, 자신을 믿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희망까지. '표현자'로서 키요이가 보여줄 수 있는 스펙트럼. 키요이는 연인 앞에서 모든 걸 보여줬고, 히라는 그 모든 걸 가장 아름답게 담으려 노력했어.

둘만의 작업은 고됐지. 히라는 어시일도 병행해야 했고. 함께 틈틈히 촬영을 하고, 늦은 밤에 노트북 모니터에 들어갈 기세로 사진 후반 작업에 몰두하는 히라를 보며 '진짜 나는 여기있는데 왜 화면만 몰두하는 거야!!'라는 묘하게 분한 생각에(ㅋㅋㅋㅋ) 히라를 빤히 노려보다가 꾸벅꾸벅 조는 키요이....ㅋㅋㅋ 잠시 화면에서 눈을 떼고 모니터 너머 꾸벅꾸벅 조는 키요이를 보고 잠시 심장을 부여잡다가 키요이를 꼬옥 품에 안고 침실로 데려다주는 히라.

그렇게 함께 만든 결과물을 긴장하며 노구치상에게 보여줬을 때 그저 노구치상은 연하게 웃으며 "너네가 뭘 전하고 싶은지 알겠다"고 산뜻하게 평가해 줌.

결과물을 소속사 사람들에게 보여줬을 때, 매니저는 돌아서서 눈물을 찔끔 닦았고 사장님은 히라의 양손을 꼭 잡았어.

"그래 해보자! 보여주자고!"

그렇게 소속사는 후다닥 일을 진행했어. 그렇게 "NO COMMENT"라는 제목으로 키요이의 사진집은 발매를 발표했지.

제목값 하며 노코멘트는 정말 제목, 키요이의 이름, 사진작가 히라 이름, 판권 등 책에 필요한 최소한의 텍스트 외의 아무 텍스트도, 설명도 없었어. 홍보도 지면광고와 sns외에 어떤 인터뷰도 이벤트도 없었지. Sns에도 정말 사진이랑 제목, 발매일만 딱.

그저 전전긍긍 기다리며 걱정했던 키요이의 사진집에 팬들은 기뻐했고, 홍보방식도 무모하다 싶은 수준이라 오히려 화제성이 있어서 예판율도 기대 이상. 키요이는 초조했지만 또 너무나 설렜어. 자신의, 자신의 사랑하는 연인의 작품에 엄청나게 자신 있었으니까. 후회없이 만들었으니까. 최종 후반 작업까지 바쁘고 바쁜 나날을 보낸 히라와 키요이. 발매 며칠 전 견본을 한 권씩 받은 히라 키요이는 함께 펼쳐보겠지.

사랑과 사명, 희망, 열망.
모든 걸 꾹꾹 담은 단 한 권.

함께 말없이 페이지를 넘기는데, 무언가 꽉찬 뜨거운 게 키요이의 목까지 치밀어 올라. 견딜 수 없이 말하고 싶어. 말할 수 밖에 없어

"ㅎ, 히라."

말을 한다는 게 이렇게 낯설고 어색한 일이었을까.

놀라서 더욱 검고 커진 히라의 눈동자를 마주보며 키요이는 이어서 말했어.

"고마워."

말할 수 밖에 없잖아. 참을 수 없잖아.

덥석 히라의 품에 빨려들어가듯 안긴 키요이. 마치 오랜 달리기를 한 사람처럼 숨차고 다급한 말투로 히라는 키요이 키요이 좋아해 사랑해 키요이 키요이만 거듭 말했고, 키요이는 히라의 등을 마주안고 대답해줬어. 응응 히라 나도 좋아해 사랑해 고마워


그후

사진집이 발매되자 sns에 호평이 엄청 올라오겠지. 키요이의 아름다움에 대한 찬양은 물론 표현력에 대한 칭찬도 많고. 다시 키요이의 연기를 보고 싶다는 반응도 늘어날 거야. 화제성을 타고 사진집 판매량은 수직상승. 게다가 영화감독들이나 연극 연출자가 소속사를 통해 사진집을 봤다, 표현이 너무 좋다, 연기를 직접 보고 새 작품에 대해 얘기를 해보고 싶다. 언제쯤 복귀 계획이 있냐고 계속 연락 올 듯. 사진집을 통해 표현자로서 역량을 제대로 보여준 키요이.


키요이는 조금씩 히라에게, 가족이나 안나, 소속사 사람들 등 믿을만한 사람들에게 조금씩 말할 수 있게 될 거야. 점점 대본도 읽고 연기에 집중도 할 수 있게 되어 연기도 복귀하겠지. 아직 매니저가 없는 곳에선 감독이나 스탭과 대화하는 건 어렵고 언론사 인터뷰나 예능출연 같은 건 까마득하게 멀었지만... 그래도 양해를 구하면서 천천히 해나가겠지.

많은 사람들의 도움과 배려를 받는 만큼 키요이는 더 열심히 할 거야. 화보집에 이어 연기로 훌륭히 복귀한 후에, 전부 밝히겠지. 왜곡과 루머로 인해 언어장애를 겪는 것, 한동안 단 한마디도 할 수 없었고 지금도 완전히 치유되지 않아 활동에 제약이 있다는 것, 화보집을 준비하면서 배우로서 할 수 있는 것을 많이 생각하고 힘을 많이 얻었다는 것, 바라봐주는 사람들을 위해 열심히 하겠다는 것 등등.


그렇게 히라키요이의 일상도 돌아오겠지. 습관적으로 튀어나오는 키요이의 '키모이'에 기쁜 듯 베시시 웃는 히라 ㅋㅋ 키요이의 화보집으로 업계에선 신인 작가 히라 카즈나리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지만, 히라는 "하이, 이야, 헤에, 손나~"하고 쓰루하며 노구치상 어시 열일하고, 노구치상 가르침 밑에 열심히 배우고, 퇴근하면 다시 바빠진 키요이를 기다리며 살림을 챙기고 식사를 준비하고, 그렇게 키요이와 행복한 나날을 보낼 듯.







찔끔찔끔 이어서 쓴 건데
너무 구태의연한? 엔딩이라 올릴까말까 하다가
그래도 해피엔딩을 보여주고 싶어서 올림

읽어줘서 ㅋㅁ

내 상상속 키요이는 굉장히 귀여웠는데
그 귀여움이 아그들에게도 닿기를

아그들도 건강하고 행복하자
아그들 스트레스 주는 것들 다 뒤져버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