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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31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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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요이의 태도가 누그러진건 그날 이후부터였으면 좋겠다. 수업도 든는둥 마는둥 했던 아이가 히라쌤이 읊는 고전 시가들을 훑어보는 등 특유의 날선 태도가 조금 바뀌었으면.

히라의 섬세한 배려 또한 반 분위기를 누그러트렸는데 누구 하나 소외되지 않게, 괴롭힘 당하지 않게 비호하는 덕에 이제 시로타 무리들도 눈치를 보게되었을 것임. 괜한 서열정리는 통하지 않는다는걸 몸소 느꼈겠지.
그래서 그런지 도움받았던 그 아이가 유난히 히라를 따라다니게 되었으면 좋겠음. 밝아진 태도로 오늘도 교구정리를 돕겠다고 나서니 히라쌤도 훈훈해져서 고개 끄덕일텐데 또 시선이 느껴져서 고개를 돌리면 키요이일 것임. 히라를 번뇌하게는 아름다운 제자 키요이.
여유로워 보이는 태도로 팔짱 낀채 이쪽으로 시선을 보내지만 어딘가 초조해보이는 탓에 히라쌤 저도 모르게 키요이를 불렀으면 좋겠다.

미안하지만 다음 수업에 나갈 프린트 좀 나눠줄 수 있겠니?

교무실에 있으니 같이 가줬으면 좋겠는데. 함과 동시에 시로타 무리가 키요이 자리로 몰려드려고 해서 키요이가 바로 일어나 고개를 끄덕였을거임.

에.. 쌤 그거도 제가 도와드리면 되는데..

옆에서 교구정리 하던 아이가 서운하다는 투로 말하길래 히라쌤 다음에 도와주렴, 하고 온화하게 달래주겠지.
조금 의외였던건 귀찮아할줄 알았던 키요이가 빨리 안오냐는 눈빛으로 복도에 서있었던 것.
여튼 교무실 가는 동안 키요이는 기분이 나아졌는지 초조해보였던건 어디로 가고 다시 쿨한 상태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이러면 안되지만 히라쌤 키요이와 더 걷고 싶어서 여긴 붐비니까 다른 길로 가자 하고 우회해서 갈텐데 사실 다음 수업때 줘도 되는 예습용 자료를 핑계댄 것부터가 애초에 자격미달이었음.

5분 남짓한 들뜬 시간이었지만 약간 현타를 맞이한 히라쌤 애써 웃으면서 키요이 칭찬해줬으면 좋겠다. 도와줘서 고맙다고, 서랍 열어서 사탕 하나 쥐어주니까 키요이 불퉁한 표정으로 어린애도 아니고.. 하면서도 주머니 속에 쏙 넣겠지. 그리고선 프린트 받아서 돌아가려는 키요이 등을 보고 히라쌤 머뭇거리다가 ...다음에도 도와주겠니? 하는거 보고싶다.
키요이 멈칫 서더니 천천히 고개 끄덕이고는 반으로 돌아가겠지.


어쨌든 히라는 교사로써 자기 마음을 정리해야했음. 키요이는 제자로써, 튀는 무리에 있는 아이기 때문에 염려해서 조금 더 눈여겨 보는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키요이는 조용하고 으스대지 않는 아이였음. 많은 학생들을 겪어보니 이쯤되면 눈감고도 알수있는 사실이라 더더욱 고뇌하는 히라 보고싶음. 차라리 키요이가 영악한 애였다면 자기가 던지는 시선을 합리화 할수 있을텐데 하고.


보통 고3은 수험준비로 축제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히라쌤은 그제야 격무에 해방되었음. 방학 직전이라 평소 성실하던 애들도 듣는둥 마는둥 할정도로 분위기가 붕 떠있었으면. 오늘도 옆에서 교구정리를 돕는 아이와 변함없이 시선을 쏟는 키요이인데 사실 히라가 요며칠 느낀게 있었음.
키요이의 시선이 점점 더 날카로워진다는 것.
그리고 요즘따라 옆의 아이가 자꾸만 볼을 붉히는 것.




앎그 히라키요이 맇쿠유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