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70036693
view 2346
2023.10.25 23:33
10548480.jpg
https://hygall.com/569203532 (3)

정말로 출근하기 싫었다. 물론 마주칠 일이 거의 0에 수렴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나는 예전부터 히라와 엮이면 늘 혹시나가 역시나가 되었다. 그랬기에 아픈 머리를 짜내며 결근할 핑계를 생각해봤지만 눈 떠보니 다시 교수실에 앉아있었다. 어찌저찌 외래를 마치고 소파에 누웠는데, 어젯밤 술을 얼마나 마신건지 속이 메스꺼웠다. 해장을 하려 배달을 시키고, 이루마 선배가 있는 옆방으로 갔다.



밥을 어느정도 먹으니 이루마 선배가 묻는다.



야, 어제 기억나냐?

왜요, 저 무슨 짓 했어요?

아니 그건 아니고, 너 나가고 그... 히라 걔도 따라 나가길래.

아.

너 엄청 비틀거리면서 나가더라. 존나 마셨나봐 너, 그러니까 다른애 집에서 아침을 맞이하지. 히라네 집이었어봐, 니가 또 얼마나 난리를 쳤겠냐? 



이루마는 학교 선배였고, 유일하게 나와 히라 모두와 친한 선배이다. 내가 헤어지고 힘들어하던 것도 다 지켜본 사람. 말은 틱틱거리면서 하지만, 속으로는 엄청 걱정하는 사람이다. 그러니 당연히 히라가 다시 등장한 지금, 그 누구보다도 내 안위를 살펴주고 있다. 물을 한모금 마시고 말했다.



걔가 따라나온건 맞아요? 착각일거에요.

착각이라기엔, 히라 걔 나랑 같은 테이블 앉았잖아. 너만 봤어. 뭐, 대놓고는 아니지만.

...그러는 선배는 히라만 본 거에요?

야! 임마, 선배를 뭘로 보고. 그런 파렴치한은 아니다.

아무튼 그 얘기는 넘어갑시다, 입맛 다 떨어지고 있어요.

그래 그러자... 근데 너 다 먹었네.

아 선배, 근데 저 어제 어떻게 옮겨진거에요?

정말 알고싶어?

네.

밖에서 무슨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히라가 업고 가게로 들어오더라. 물론 그 이후로는 다른 애들이 챙겼지만.

아.

나는 당연히 히라가 집에 데려갈 줄 알았는데, 예전부터 생각했는데 걔 은근히 고집 있더라. 니가 눈 떴을 때 본인집이면 더 싫어할 것 같다고 나한테 미루더라고, 근데 알잖냐. 나도 곧 가정이 생길 사람이고...



괜히 물어봤다고 생각했다. 어제의 그 일이 꿈이라고 믿고 싶었지만, 결국 히라와 대화를 한건 사실이 되어버린다. 그런 생각을 하던 중 이루마 선배가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을 알았다. 뭔가 할 말이 있을 때 나오는 표정이다.



뭔데요, 할 얘기있으면 뒤에서 말고 앞에서 해요.

아니, 너 혹시 들었나해서.

뭘요?

아니, 그니까 그게...

아 답답하네. 뭔데요? 오늘 얘기 안하면 이 방에서 못나가요.

하, 미치겠네.

선배, 피할생각하지 말아요.

...히라 걔 결혼했다는 이야기는 들었냐?

...네?



처음들었다. 왜냐하면 그 누구도 히라 소식을 몰랐기 때문에. 너무 놀래서 사레가 들렸다. 계속 기침을 하니 이루마가 물을 주며 다급하게 말한다.



아니 근데 걔 이혼했대. 걱정마.

제가 걱정을 했다고요? 그냥 놀란 것 뿐이에요.

그렇겠지, 나도 놀랬어, 처음들었을땐.

선배가 왜요?

아니, 그렇잖아. 내가 니네 둘 지지고 볶고 염병 떠는걸 6년 동안 봤는데, 너랑 갑자기 헤어지고 거기에 미국으로 건너갔다고 하지. 착실히 공부하나 싶었는데, 여자랑 결혼을 했다고 하지. 그러다가 또 갑자기 이혼을 했대. 걔 인생은 참 뭐랄까... 파란만장? 그거 같아.



처음 들었을 때는 분노였다. 누구는 6년동안 소개팅도 안받고 살았는데, 누구는 결혼을 해? 진짜 나 없이도 행복하게 살았구나 라고 생각하며 억울했다. 그보다 게이인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나? 그 순간 갑자기 어렴풋이 기억이 났다. 남자를 좋아하냐고 물었을 때, 내가 좋다고 했었던 사람이다. 그러니까 완전한 게이는 아니었다는 뜻이었겠지. 그리고 자존심 없이, 이루마 선배에게 최후의 질문이라고 생각하고 던졌다. 



아이는요?

아, 아이는 없었다고 하더라.



이루마 선배의 마지막 대답에 그나마 낫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히라키요이 맇쿠유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