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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2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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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가 부러진 새를 보고 웃던 아다치가 머릿속에서 맴돌며 계속해서 쿠로사와를 괴롭게 만들었다. 7년 동안 봐왔던 아다치는 따뜻하고 여린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날의 아다치는 마치 자신이 알던 아다치가 아닌 것 같았다. 쿠로사와는 자신이 아다치를 망친 것일까봐 한동안은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그 사건 이후로도 아다치는 이상했다.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 사람처럼 멍하니 있다가 쿠로사와를 보면 밝게 웃어보이고, 어떤 날엔 새벽에 일어나 가슴을 쥐어뜯으며 못 참겠다는 듯 울음을 터뜨렸다.

 

 

 

 

 

쿠로사와는 마음이 아팠지만 그러한 아다치조차도 품에 안았다. 사랑하는 사람이 괴로워하는데 옆에서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는 것이 힘들 뿐이었다.

 

 

 

 

 

그러던 와중 사건이 발생했다.

 

 

 

 

 

"쿠로사와, 저 사람은 누구야?"

 

 

 

 

 

그 날은 똑같은 하루 중 하나였다. 회사에 가서 일을하고, 같이 점심을 먹던 그런 날.

 

 

 

 

 

아다치는 롯카쿠가 쾌활하게 인사하고 지나간 자리에서 그렇게 말했다. 저 사람은 누구길래 저렇게 반갑게 인사를 하냐고.

 

 

 

 

 

.

 

쿠로사와가 들고 있던 젓가락이 힘없이 추락했다.

 

 

 

 

 

쿠로사와? 충격에 빠져있던 그에게 어리둥절한 물음이 뒤따라왔다.

 

 

 

 

 

"쿠로사와도 모르는 사람이야? 아닌데. 나랑 쿠로사와 이름 부르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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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놀라 무슨 말을 꺼내야할지 감도 잡을 수 없었다

 

 

 

 

 

그리고 저 깊이 묻혀져 있던 불안이 머리를 짓쳐들었다.

 

 

 

 

 

넌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

 

또다시 그 비아냥대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쿠로사와?"

 

 

 

 

 

또다시 이름이 불리고 나서야 쿠로사와는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확인, 확인이 필요했다. 쿠로사와는 다급하게 저 멀리서 밥을 먹고 있는 우라베를 가리켰다.

 

 

 

 

 

 

 

"저 사람은? 저 사람은 누군지 알겠어?"

 

 

 

 

 

"우라베상 말하는 거야? 당연히 알지! 내 바로 뒷자리에, 매일 보는 선밴데."

 

 

 

 

 

 

 

그 대답에 쿠로사와는 조금은 안심했다. 그래, 얼굴을 못 본거겠지. 정말 롯카쿠를 까먹을리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쿠로사와는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금 질문했다.

 

 

 

 

 

 

 

"그럼 저기 머리 묶은 사람은?"

 

 

 

 

 

"누구? 저 연두색 가디건 입은 사람?"

 

 

 

 

 

", 그 사람."

 

 

 

 

 

"저 사람은 왜?"

 

 

 

 

 

 

 

아다치가 불안한 눈으로 후지사키를 힐끔 쳐다봤다. 그리고 우물쭈물 뜸을 들이는가 싶더니 조심스레 입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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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마음에 들어...?"

 

 

 

 

 

"...?"

 

 

 

 

 

"오며가며 마주친 적은 꽤 있는데 말은 한번도 안해봐서 잘 몰라. 근데 쿠로사와는 저 사람 좀 친근하게 보는 것 같아서..."

 

 

 

 

 

"아니야, 아다치. 나랑은 오며가며 인사만하고 지내는 사이고 나는 아다치밖에 없어."

 

 

 

 

 

 

 

쿠로사와는 아다치를 안심시키려고 뭐라고 하는 지도 모른 상태로 말하면서도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후지사키와 얘기해본 적이 없다고?

아다치가 유독 그녀와 친하게 지내서 질투를 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 어지러운 상황 속에서 쿠로사와는 그제서야 확신했다. 이 것이 그 꿈속의 존재가 말한 대가라고.

 

 

 

 

 

아다치가, 나와 관련되지 않은 감정과 기억을 잃고 있다.

 

 

 

 

 

 

 

***

 

 

 

 

 

 

 

그 날 이후 쿠로사와는 답지 않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시간을 죽였다. 그저 불안에 잠식당하는 것이 쿠로사와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러한 시간이 벌써 일주일째. 그리고 아다치를 은근히 피한지도 일주일 째였다. 은근히라고는 하지만 연락도 받지 않고 얼굴도 보려하지 않았으니 아다치의 입장에선 대놓고였다.

 

 

 

 

 

연락이 안되자 걱정을 하던 1일째.

 

정말 일이 생긴 것이 아닌가 찾아왔던 2일째.

 

자신을 피하는 것을 알고 슬퍼하던 3일째.

 

걱정이 되니 그저 안부만 알게 해달라던 4일째.

 

밤마다 찾아와 몰래 얼굴만 보고가던 5일째.

 

회사에 온 것을 알고 찾아오지 않던 6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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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서럽게 눈물을 흘리며 집앞에 앉아있는 지금.

 

 

 

 

 

아다치의 일주일은 그러했다.

 

일주일.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이 지난 지금, 아다치는 많이 불안정해 보였다. 밥은 먹고 다니는 건지 볼살도 거의 없어져 있었다.

 

 

 

 

 

그 모습에 심장이 쿵 떨어지는 것 같았지만 쿠로사와는 그 우는 얼굴 앞에서 결심을 굳혔다.

 

 

 

 

 

쿠로사와는 불안에 잠겨 일주일 동안 고민했다. 원래의 아다치로 되돌려 놓을 방법이 뭐가 있을지. 그리고 '그 것'이 말한 대가가 아다치를 향해 있다면, 쿠로사와는 아다치를 망치는 것 보다는 제가 멀어지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아다치를 어떻게 대해야할지 일주일 간 그렇게도 고민했는데 섧게 우는 그 얼굴을 보자마자 결심이 섰다.

 

 

 

 

 

쿠로사와는 속이 문들어지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힘겹게 아다치를 마주보았다.

 

 

 

 

 

아다치는 이별을 예감한 것처럼 보는 사람이 눈물을 흘리지 않고선 못배길만큼 아프게 울었다.

 

 

 

 

 

 

 

"쿠로사와, 내가 잘못한 게 있으면 말해줘... 내가 다 고칠게, 제발..."

 

 

 

 

 

"아니, 네가 잘못한 건 없어. 다 내 잘못이야.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난 절대... 절대 그러지 않았을 거야. 미안해, 아다치. 내가 다 되돌려 놓을거야."

 

 

 

 

 

난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너에게 소중한 사람들을 기억하면서 슬픈 일에 울고, 기쁜 일엔 웃는.

 

 

 

 

 

제발, 쿠로사와, 제발...

 

쿠로사와의 팔에 매달려 울며 비는 아다치의 손은 밖에서 그를 얼마나 기다리고 있었던 건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그럼에도 쿠로사와는 단호하게 아다치의 팔을 떼어내고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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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닫자마자 참고 참았던 감정의 둑이 넘쳐흘렀다쿠로사와는 문밖에서 흐느끼며 우는 아다치를 위로해 줄 수 없는 자신이 너무 미워 숨죽여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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