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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6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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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ㅈㅈㅇ
ㅇㅌㅈㅇ
황후는 발진 때문에 생긴 가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미친듯이 몸을 긁어댔어. 태의가 만들어준 약을 발라도 가려움증이 해소되는 것은 잠시뿐이었고 이제는 수포가 터져서 진물이 나는 지경에 이름. 거기다가 구역질에 어지럼증까지 심해져서 운신을 할수도 없으니 발병 이후로는 침전 바깥으로는 단 한발자국도 나가지 못했음. 황후는 궁인이 가져온 얼음 덩어리로 울긋불긋한 팔을 문지르다가 심귀인이 들었다는 말에 냅다 얼음이 든 그릇을 집어던졌음. 심귀인은 안에 들어가기 무섭게 그릇이 날아와 발치에서 깨지자 화들짝 놀라서 재빨리 무릎을 꿇었어. 황후는 심귀인이 고정하시라고 말을 하는 것을 듣더니 완전히 이성을 잃고 미친 사람마냥 비명을 질러댔음. 귀비의 얼굴을 망가뜨릴 약초를 구하라고 했더니 어째서 본궁의 얼굴이 상하게 된 것이냐고 네가 감히 귀비와 결탁해서 본궁을 해칠 생각이었냐며 뜨거운 차가 담긴 다완을 집어던지기까지 함. 심귀인이 울먹이면서 궁인들의 실수로 약초가 섞인 것이라고 하늘에 맹세코 마마를 해하려고 한적이 없다고 엎드려 빌었음. 황후가 짜증을 내다가 지쳤는지 이마를 짚고는 몸 상태가 이러니 당분간 시침도 못들고 대외 활동도 할 수가 없다고 짜증섞인 한숨을 쉬었음. 심귀인이 황후의 눈치를 살피며 발진에 좋은 약초를 찧어서 가져왔으니 발라드리겠다고 하고 황후의 팔에 약초를 펴발랐음.
황후가 제 옆에 서서 수발을 드는 심귀인을 보고 어성초는 구했냐고 물었어. 심귀인이 사가에 계신 부친께 부탁을 드려서 일찍이 구해놓았다고 하니 그 약초가 효험이 있는게 분명하냐고 확인을 함. 어성초의 성질이 임부에게 무척 해로워서 그것을 쓰면 태아가 유산이 된다고 했으니 걱정하지 마시라는 말을 듣고는 머리가 아픈지 이마를 짚음. 황후는 귀비가 또 황자를 낳으면 자신의 지위가 위태로워질지도 모른다고 그것을 막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해야 한다고 말을 하면서도 썩 내키지 않는듯 표정이 좋지 않았음. 심귀인이 어찌 그러시냐고 물으니 살생을 해야 하는데 기분이 좋을 수가 있냐고 손가락으로 다탁을 두드리며 중얼거림. 본궁이 직접 손을 쓰기 전에 태중에 있는 황손이 저절로 떨어지면 얼마나 좋겠느냐. 심귀인이 그 말을 듣고 뭔가 곰곰이 생각하는듯 하다가 마마와 신첩이 직접 손을 쓰지 않고도 귀비를 유산시키면 되지 않겠냐고 함. 황후가 그 말을 듣고 뭔가 좋은 수가 있냐고 하자 심귀인이 황후의 귓가에 대고 뭐라고 속삭임.
강징은 황제에게 줄 향낭에 수를 놓다가 경사방의 총관 태감이 들었다는 말에 안으로 들였음. 태감이 무릎을 꿇고 지난번에 노재를 구명해주신 일에 대해 감사 인사를 하러 들렸다고 하자 양심의 가책을 전혀 느끼지 않고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임. 강징은 황후궁의 궁인이 묵은 찻잎으로 우린 차를 내온게 자신을 골탕먹이려고 한 행동임을 알았지만 예전처럼 조용히 넘어가고 싶지 않았어. 그렇다고 찻잎 때문에 그 자리에서 황후궁의 궁인을 질책했다면 실수라고 둘러댈게 뻔했기에 다른 방법을 썼음. 황후를 업신여겼다는 죄로 내무부 태감의 처벌을 주청했던 것은 황후가 총애를 받지 못해 노비에게도 무시를 당한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주지시키고 싶어서였지. 물론 그 과정에서 아무 죄도 없는 태감이 다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기에 다른곳으로 자리를 옮겨주었음. 총관 태감이 마마께 은혜를 입었으니 마마를 위해서 무엇이든 다 하겠다고 하자마자 강징이 웃으며 자네가 매우 영민하다고 들었는데 본궁이 자네를 경사방으로 보낸 이유가 뭔지 알고 있느냐고 물었음. 태감이 마마의 깊은 뜻을 헤아리기엔 노재가 아직 부족하다고 가르침을 청한다고 했음.
강징이 상궁을 불러서 물이 가득 찬 수반을 가져 오라고 이른 다음에 거기에 돌을 집어넣음. 돌을 물에 넣으면 깊게 가라앉게 되지를 않나. 이제 무슨 뜻인지 알거라고 믿겠네. 태감이 돌이 물 밑에 가라앉아서 보이지 않게 되니 눈에 거슬리는게 사라졌다고 마마의 뜻대로 따르겠다고 하고 몸을 일으킴. 강징이 상궁에게 눈짓을 해서 준비해둔 것을 건네게 함. 태감은 은자가 두둑이 든 주머니를 받아들고 기쁜 내색을 감추지 못하더니 앞으로 시키실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불러달라고 하고는 바깥으로 물러났음. 경사방의 총관 태감은 다른 태감에게 심귀인의 녹두패 모퉁이가 깨졌다고 폐하께서 패를 뒤집으시다가 다치시기 전에 얼른 치워버리라고 함. 귀비와 태감이 나눈 말들은 심귀인의 성씨인 심과 동음어인 잠길 침에 빗대어 한 언어유희였음. 강징은 경사방의 수령 태감으로부터 심귀인의 녹두패가 치워졌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그 말을 전한 태감에게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했다고 은자가 든 주머니를 건넸어. 태감이 심귀인의 녹두패는 심혈을 기울여서 만들어야 하니 꽤 오래 걸릴거라고 하며 자리를 뜸. 강징은 궁인들을 모두 내보고 침전에 홀로 앉아서 괘씸하게도 저와 황후 모두에게 줄을 대려고 안간힘을 쓰는 중인 심귀인의 말간 얼굴을 떠올림. 이번 일로 황후를 골탕먹이긴 했지만 자신을 도와준 심귀인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커녕 그 행태에 소름이 끼쳤음. 다음번에는 황후 편에 서서 자신을 공격하겠지. 강징은 황후의 책사 역할을 하는 심귀인을 철저하게 응징할 생각이었음. 황제의 시침을 들지 못하게 수를 쓰는 것은 전초전에 불과했어.
강징은 황자가 아프다는 전갈을 받고 수강궁으로 가서 황자가 다 나을때까지만 자신이 보살피겠다고 연희궁으로 데리고 옴. 황자가 열이 올라서 울며 보채기에 안고 어르다가 탕약을 손수 떠먹였음. 잠시후에 배가 고픈지 칭얼거려서 미음을 쒀서 먹이고는 트름을 시킨후에 요람에 눕혀 재웠어. 공주는 유모와 함께 밖으로 놀러나갔다가 궁인으로부터 동생이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반가워하며 안으로 뛰어들어옴. 강징은 젖은 영견으로 공주의 손이랑 얼굴을 꼼꼼하게 닦아주고 아윤이 잠들었으니 깨우지 말고 눈으로만 보라고 일렀음. 공주가 요람에 기대고 서서 까치발을 하고 안을 들여다 보다가 젖은 영견이 황자의 이마에 올려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아윤이 아프냐고 물었어. 강징이 풍한에 걸렸다고 했더니 갑자기 안아달라고 떼를 씀. 강징이 안아서 다른곳으로 데리고 가려는데 그게 아니라고 칭얼거리다가 사윤을 볼 수 있게 몸을 숙여줬더니 아프지마 아가야하고 머리 만짐. 강징이 기특해하며 머리를 쓰다듬고는 상궁에게 간식을 내어오라고 일렀음. 공주는 좋아하는 연자떡을 양 손에 쥐고 먹다가 강징에게도 하나 권함. 강징이 우리 아린이가 좋아하는거니 배부르게 먹으라고 하고 목이 막히지 않게 미지근하게 식힌 차가 담긴 다완도 입에 대어줌. 목이 말랐는지 꼴깍꼴깍 소리를 내며 차를 마시는 모습이 귀여워서 보고 웃다가 함에 넣어두었던 향낭을 꺼내서 다시 자수를 놓기 시작함.
망기는 연희궁에 들어서자마자 문앞으로 달려온 공주를 번쩍 안아들고 공주에게 모친은 어디에 있냐고 물었음. 공주가 모친은 코오한다고 하니 늦은 시각인데 우리 보배는 왜 안자고 있었냐고 물어봄. 공주가 웃으면서 부황이 보고 싶어서 안자고 기다렸다는 말을 하는 것에 기뻐서 뺨에 입을 맞추고는 부황이 직접 재워주겠다고 말함. 유모에게 공주를 침상으로 데리고 가라고 하고는 강징이 나한상에 몸을 기댄채로 손에 천을 들고 졸고 있는 것을 보고 조용히 웃음. 회임을 해서 그런지 요즘들어 부쩍 잠이 많아지긴 했는데 오늘따라 많이 피곤했나봐. 무척 불편한 자세로 졸고 있는게 안쓰러워서 깨우려다가 손에 쥐고 있는 천은 다른곳에 두고 안아들어서 침상으로 데려감. 강징을 침상으로 데려가서 눕히고 춥지 않게 계수를 덮어줌. 공주도 그 옆에 눕혀서 잠이 들때까지 가슴팍을 토닥이다가 작은 손으로 제 소매를 꾹 잡고 잠든것을 보고 조용히 웃었음. 누가 모녀가 아니랄까봐 잠든 모습이 똑같았어. 그 모습이 참을수가 없을만큼 사랑스러워서 강징과 공주의 뺨에 입을 맞췄음.
그로부터 얼마후에 강징은 서비와 영상재를 연희궁으로 초대해서 차담회를 열었어. 강징은 그들과 한담을 나누다가 표기장군이 황성으로 돌아왔다는 이야기에 궁인들이 잔뜩 들떠있다는 소리를 듣고 조용히 웃었음. 강징은 한때 이종매부였던 표기장군 위무선과는 어린 시절부터 이웃에 살며 가깝게 지내왔던터라 의남매나 다름없는 사이였음. 그가 관직에 나가자마자 황명에 의해 수도와 멀리 떨어진 변방의 국경을 지키게 되는 바람에 황궁에 입궁한 이후로 그의 얼굴을 한번도 본적이 없었지만 말이야. 서비가 폐하께서 표기장군의 계처로 들일 사람을 물색중이라고 했음. 표기장군이 상처한지 오래됐는데 아직도 혼자라서 그를 흠모하는 내노라하는 가문의 여식들이 속앓이를 꽤나 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얼른 혼인을 해야 하지 않겠냐고 함. 강징은 태어날때부터 병약해서 혼인을 한지 겨우 석달만에 세상을 뜬 사촌 아우를 떠올림. 죽은 아우가 불쌍하기는 했지만 장군의 나이가 있으니 새로 가정을 꾸리는게 늦어져서는 안되겠구나 그리 생각함. 영상재가 웃으면서 이제 제법 배가 나온것 같다고 몸은 괜찮으시냐고 물어봤음. 강징이 배를 쓰다듬으면서 처음이 아니라 전보다 힘들지는 않지만 몸이 점점 무거워지니 버겁기는 하다고 출산을 하면 내명부를 다스리는데 힘이 들테니 서비와 영상재에게 옆에서 많이 도와달라고 부탁했음.
강징은 공주와 후원에서 산책을 하다가 홍매화 가지를 꺾어서 공주 머리 장식에 홍매화를 꽂아주고 자신의 머리 장식에도 꽃을 꽂았음. 강징은 공주를 궁인들과 눈밭에서 뛰어놀게 하고 혼자 후원을 돌아보다가 제 아명을 부르는 소리에 멈췄음. 반가운 얼굴을 발견하고 눈밭을 뛰어가려는데 뛰지말라고 말려서 뛰는 대신에 빨리 걸어감. 황제가 표기장군 위무선과 함께 있었어. 강징은 평소처럼 황제의 품에 안겼다가 무선이 함께 있다는 것을 깨닫고 민망해져서 얼굴이 붉어짐. 무선은 전과는 다르게 자신을 오라버니라는 호칭 말고 표기장군이라는 관직명으로 부르는 강징을 보고 웬지 모를 섭섭함을 느낌. 마마 그간 강녕하셨습니까. 회임을 하셨다고 들었는데 몸은 괜찮으시냐고 물었는데 강징이 부끄러운듯 배를 감싸안고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어. 황제는 사가에 있을때 친남매처럼 지냈다고 들었는데 오랜만에 만났으니 반갑겠다고 했다가 무선이 강징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것을 보고 표정이 굳어짐. 무선이 뭐라고 말을 하려는데 갑자기 공주가 달려와서 강징의 다리에 매달리는 바람에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는 것을 무선이 안아들어서 넘어지는 불상사는 없었어. 강징에게 떨어질 생각을 않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이리저리 살피는 장군을 쳐다보는 황제의 눈초리가 매우 매서워짐.
망기강징 망징 약무선강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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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후는 발진 때문에 생긴 가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미친듯이 몸을 긁어댔어. 태의가 만들어준 약을 발라도 가려움증이 해소되는 것은 잠시뿐이었고 이제는 수포가 터져서 진물이 나는 지경에 이름. 거기다가 구역질에 어지럼증까지 심해져서 운신을 할수도 없으니 발병 이후로는 침전 바깥으로는 단 한발자국도 나가지 못했음. 황후는 궁인이 가져온 얼음 덩어리로 울긋불긋한 팔을 문지르다가 심귀인이 들었다는 말에 냅다 얼음이 든 그릇을 집어던졌음. 심귀인은 안에 들어가기 무섭게 그릇이 날아와 발치에서 깨지자 화들짝 놀라서 재빨리 무릎을 꿇었어. 황후는 심귀인이 고정하시라고 말을 하는 것을 듣더니 완전히 이성을 잃고 미친 사람마냥 비명을 질러댔음. 귀비의 얼굴을 망가뜨릴 약초를 구하라고 했더니 어째서 본궁의 얼굴이 상하게 된 것이냐고 네가 감히 귀비와 결탁해서 본궁을 해칠 생각이었냐며 뜨거운 차가 담긴 다완을 집어던지기까지 함. 심귀인이 울먹이면서 궁인들의 실수로 약초가 섞인 것이라고 하늘에 맹세코 마마를 해하려고 한적이 없다고 엎드려 빌었음. 황후가 짜증을 내다가 지쳤는지 이마를 짚고는 몸 상태가 이러니 당분간 시침도 못들고 대외 활동도 할 수가 없다고 짜증섞인 한숨을 쉬었음. 심귀인이 황후의 눈치를 살피며 발진에 좋은 약초를 찧어서 가져왔으니 발라드리겠다고 하고 황후의 팔에 약초를 펴발랐음.
황후가 제 옆에 서서 수발을 드는 심귀인을 보고 어성초는 구했냐고 물었어. 심귀인이 사가에 계신 부친께 부탁을 드려서 일찍이 구해놓았다고 하니 그 약초가 효험이 있는게 분명하냐고 확인을 함. 어성초의 성질이 임부에게 무척 해로워서 그것을 쓰면 태아가 유산이 된다고 했으니 걱정하지 마시라는 말을 듣고는 머리가 아픈지 이마를 짚음. 황후는 귀비가 또 황자를 낳으면 자신의 지위가 위태로워질지도 모른다고 그것을 막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해야 한다고 말을 하면서도 썩 내키지 않는듯 표정이 좋지 않았음. 심귀인이 어찌 그러시냐고 물으니 살생을 해야 하는데 기분이 좋을 수가 있냐고 손가락으로 다탁을 두드리며 중얼거림. 본궁이 직접 손을 쓰기 전에 태중에 있는 황손이 저절로 떨어지면 얼마나 좋겠느냐. 심귀인이 그 말을 듣고 뭔가 곰곰이 생각하는듯 하다가 마마와 신첩이 직접 손을 쓰지 않고도 귀비를 유산시키면 되지 않겠냐고 함. 황후가 그 말을 듣고 뭔가 좋은 수가 있냐고 하자 심귀인이 황후의 귓가에 대고 뭐라고 속삭임.
강징은 황제에게 줄 향낭에 수를 놓다가 경사방의 총관 태감이 들었다는 말에 안으로 들였음. 태감이 무릎을 꿇고 지난번에 노재를 구명해주신 일에 대해 감사 인사를 하러 들렸다고 하자 양심의 가책을 전혀 느끼지 않고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임. 강징은 황후궁의 궁인이 묵은 찻잎으로 우린 차를 내온게 자신을 골탕먹이려고 한 행동임을 알았지만 예전처럼 조용히 넘어가고 싶지 않았어. 그렇다고 찻잎 때문에 그 자리에서 황후궁의 궁인을 질책했다면 실수라고 둘러댈게 뻔했기에 다른 방법을 썼음. 황후를 업신여겼다는 죄로 내무부 태감의 처벌을 주청했던 것은 황후가 총애를 받지 못해 노비에게도 무시를 당한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주지시키고 싶어서였지. 물론 그 과정에서 아무 죄도 없는 태감이 다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기에 다른곳으로 자리를 옮겨주었음. 총관 태감이 마마께 은혜를 입었으니 마마를 위해서 무엇이든 다 하겠다고 하자마자 강징이 웃으며 자네가 매우 영민하다고 들었는데 본궁이 자네를 경사방으로 보낸 이유가 뭔지 알고 있느냐고 물었음. 태감이 마마의 깊은 뜻을 헤아리기엔 노재가 아직 부족하다고 가르침을 청한다고 했음.
강징이 상궁을 불러서 물이 가득 찬 수반을 가져 오라고 이른 다음에 거기에 돌을 집어넣음. 돌을 물에 넣으면 깊게 가라앉게 되지를 않나. 이제 무슨 뜻인지 알거라고 믿겠네. 태감이 돌이 물 밑에 가라앉아서 보이지 않게 되니 눈에 거슬리는게 사라졌다고 마마의 뜻대로 따르겠다고 하고 몸을 일으킴. 강징이 상궁에게 눈짓을 해서 준비해둔 것을 건네게 함. 태감은 은자가 두둑이 든 주머니를 받아들고 기쁜 내색을 감추지 못하더니 앞으로 시키실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불러달라고 하고는 바깥으로 물러났음. 경사방의 총관 태감은 다른 태감에게 심귀인의 녹두패 모퉁이가 깨졌다고 폐하께서 패를 뒤집으시다가 다치시기 전에 얼른 치워버리라고 함. 귀비와 태감이 나눈 말들은 심귀인의 성씨인 심과 동음어인 잠길 침에 빗대어 한 언어유희였음. 강징은 경사방의 수령 태감으로부터 심귀인의 녹두패가 치워졌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그 말을 전한 태감에게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했다고 은자가 든 주머니를 건넸어. 태감이 심귀인의 녹두패는 심혈을 기울여서 만들어야 하니 꽤 오래 걸릴거라고 하며 자리를 뜸. 강징은 궁인들을 모두 내보고 침전에 홀로 앉아서 괘씸하게도 저와 황후 모두에게 줄을 대려고 안간힘을 쓰는 중인 심귀인의 말간 얼굴을 떠올림. 이번 일로 황후를 골탕먹이긴 했지만 자신을 도와준 심귀인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커녕 그 행태에 소름이 끼쳤음. 다음번에는 황후 편에 서서 자신을 공격하겠지. 강징은 황후의 책사 역할을 하는 심귀인을 철저하게 응징할 생각이었음. 황제의 시침을 들지 못하게 수를 쓰는 것은 전초전에 불과했어.
강징은 황자가 아프다는 전갈을 받고 수강궁으로 가서 황자가 다 나을때까지만 자신이 보살피겠다고 연희궁으로 데리고 옴. 황자가 열이 올라서 울며 보채기에 안고 어르다가 탕약을 손수 떠먹였음. 잠시후에 배가 고픈지 칭얼거려서 미음을 쒀서 먹이고는 트름을 시킨후에 요람에 눕혀 재웠어. 공주는 유모와 함께 밖으로 놀러나갔다가 궁인으로부터 동생이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반가워하며 안으로 뛰어들어옴. 강징은 젖은 영견으로 공주의 손이랑 얼굴을 꼼꼼하게 닦아주고 아윤이 잠들었으니 깨우지 말고 눈으로만 보라고 일렀음. 공주가 요람에 기대고 서서 까치발을 하고 안을 들여다 보다가 젖은 영견이 황자의 이마에 올려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아윤이 아프냐고 물었어. 강징이 풍한에 걸렸다고 했더니 갑자기 안아달라고 떼를 씀. 강징이 안아서 다른곳으로 데리고 가려는데 그게 아니라고 칭얼거리다가 사윤을 볼 수 있게 몸을 숙여줬더니 아프지마 아가야하고 머리 만짐. 강징이 기특해하며 머리를 쓰다듬고는 상궁에게 간식을 내어오라고 일렀음. 공주는 좋아하는 연자떡을 양 손에 쥐고 먹다가 강징에게도 하나 권함. 강징이 우리 아린이가 좋아하는거니 배부르게 먹으라고 하고 목이 막히지 않게 미지근하게 식힌 차가 담긴 다완도 입에 대어줌. 목이 말랐는지 꼴깍꼴깍 소리를 내며 차를 마시는 모습이 귀여워서 보고 웃다가 함에 넣어두었던 향낭을 꺼내서 다시 자수를 놓기 시작함.
망기는 연희궁에 들어서자마자 문앞으로 달려온 공주를 번쩍 안아들고 공주에게 모친은 어디에 있냐고 물었음. 공주가 모친은 코오한다고 하니 늦은 시각인데 우리 보배는 왜 안자고 있었냐고 물어봄. 공주가 웃으면서 부황이 보고 싶어서 안자고 기다렸다는 말을 하는 것에 기뻐서 뺨에 입을 맞추고는 부황이 직접 재워주겠다고 말함. 유모에게 공주를 침상으로 데리고 가라고 하고는 강징이 나한상에 몸을 기댄채로 손에 천을 들고 졸고 있는 것을 보고 조용히 웃음. 회임을 해서 그런지 요즘들어 부쩍 잠이 많아지긴 했는데 오늘따라 많이 피곤했나봐. 무척 불편한 자세로 졸고 있는게 안쓰러워서 깨우려다가 손에 쥐고 있는 천은 다른곳에 두고 안아들어서 침상으로 데려감. 강징을 침상으로 데려가서 눕히고 춥지 않게 계수를 덮어줌. 공주도 그 옆에 눕혀서 잠이 들때까지 가슴팍을 토닥이다가 작은 손으로 제 소매를 꾹 잡고 잠든것을 보고 조용히 웃었음. 누가 모녀가 아니랄까봐 잠든 모습이 똑같았어. 그 모습이 참을수가 없을만큼 사랑스러워서 강징과 공주의 뺨에 입을 맞췄음.
그로부터 얼마후에 강징은 서비와 영상재를 연희궁으로 초대해서 차담회를 열었어. 강징은 그들과 한담을 나누다가 표기장군이 황성으로 돌아왔다는 이야기에 궁인들이 잔뜩 들떠있다는 소리를 듣고 조용히 웃었음. 강징은 한때 이종매부였던 표기장군 위무선과는 어린 시절부터 이웃에 살며 가깝게 지내왔던터라 의남매나 다름없는 사이였음. 그가 관직에 나가자마자 황명에 의해 수도와 멀리 떨어진 변방의 국경을 지키게 되는 바람에 황궁에 입궁한 이후로 그의 얼굴을 한번도 본적이 없었지만 말이야. 서비가 폐하께서 표기장군의 계처로 들일 사람을 물색중이라고 했음. 표기장군이 상처한지 오래됐는데 아직도 혼자라서 그를 흠모하는 내노라하는 가문의 여식들이 속앓이를 꽤나 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얼른 혼인을 해야 하지 않겠냐고 함. 강징은 태어날때부터 병약해서 혼인을 한지 겨우 석달만에 세상을 뜬 사촌 아우를 떠올림. 죽은 아우가 불쌍하기는 했지만 장군의 나이가 있으니 새로 가정을 꾸리는게 늦어져서는 안되겠구나 그리 생각함. 영상재가 웃으면서 이제 제법 배가 나온것 같다고 몸은 괜찮으시냐고 물어봤음. 강징이 배를 쓰다듬으면서 처음이 아니라 전보다 힘들지는 않지만 몸이 점점 무거워지니 버겁기는 하다고 출산을 하면 내명부를 다스리는데 힘이 들테니 서비와 영상재에게 옆에서 많이 도와달라고 부탁했음.
강징은 공주와 후원에서 산책을 하다가 홍매화 가지를 꺾어서 공주 머리 장식에 홍매화를 꽂아주고 자신의 머리 장식에도 꽃을 꽂았음. 강징은 공주를 궁인들과 눈밭에서 뛰어놀게 하고 혼자 후원을 돌아보다가 제 아명을 부르는 소리에 멈췄음. 반가운 얼굴을 발견하고 눈밭을 뛰어가려는데 뛰지말라고 말려서 뛰는 대신에 빨리 걸어감. 황제가 표기장군 위무선과 함께 있었어. 강징은 평소처럼 황제의 품에 안겼다가 무선이 함께 있다는 것을 깨닫고 민망해져서 얼굴이 붉어짐. 무선은 전과는 다르게 자신을 오라버니라는 호칭 말고 표기장군이라는 관직명으로 부르는 강징을 보고 웬지 모를 섭섭함을 느낌. 마마 그간 강녕하셨습니까. 회임을 하셨다고 들었는데 몸은 괜찮으시냐고 물었는데 강징이 부끄러운듯 배를 감싸안고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어. 황제는 사가에 있을때 친남매처럼 지냈다고 들었는데 오랜만에 만났으니 반갑겠다고 했다가 무선이 강징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것을 보고 표정이 굳어짐. 무선이 뭐라고 말을 하려는데 갑자기 공주가 달려와서 강징의 다리에 매달리는 바람에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는 것을 무선이 안아들어서 넘어지는 불상사는 없었어. 강징에게 떨어질 생각을 않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이리저리 살피는 장군을 쳐다보는 황제의 눈초리가 매우 매서워짐.
망기강징 망징 약무선강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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