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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25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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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에서 돌아온 뒤 직원들의 시선이 달라진 걸 두 사람은 눈치 채지 못했다. 워낙 일이 바쁜 시즌이기도 하고 사무실에서 두 사람은 좀처럼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은밀한 눈빛 교환의 순간을 잡아내고 싶어 안달이 난 직원들과 달리 당사자들은 일에 집중했다.

"과장님 오늘 저희 파스타 먹으러 갈 건데 같이 안 가실래요?"
"난 과장들끼리 식사 약속이 있어서."
"아쉽다..."

보기 드물게 넉살 좋은 인턴이 들어왔다. 자유로운 분위기가 아님에도 혼자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사원들끼리 파스타 먹으러 가는 자리에 과장님을 부르려 하다니, 1년차 대리가 몰래 미간을 찌푸렸다. 노부는 3년차 대리로 애매한 위치였다. 사원들과 허물없이 가깝지도 않고, 과장급과 가깝지도 않은. 다른 1-2년차 대리들도 노부를 어려운 선배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호탕하고 성격이 좋아 모두에게 인기가 있었다.




[영업1] 스즈키 대리: 점심 맛있게 먹어요. 저녁에 데이트 해야 하니까 많이 먹지 말고.
[영업1] 마치다 과장: 응. 너도 파스타 먹으러 가?
[영업1] 스즈키 대리: 전 그냥 구내 식당이요.
[영업1] 마치다 과장: 너도 같이 가서 먹지...
[영업1] 스즈키 대리: 직원들이 불편해 해요. 아, 외롭다.
[영업1] 마치다 과장: 내일은 우리 같이 외근하고 점심 먹을까? 오늘 급한 일 대충 마무리 되면 내일 그정도 여유는 있을 것 같은데, 어때?
[영업1] 스즈키 대리: 오늘 일 마무리 되는 거 보고요.
[영업1] 마치다 과장: 알겠어! 열심히 해서 끝내자!





사내 메신저로 나눈 사적인 내용은 대화가 끝나면 바로바로 삭제했다. 언젠가 퇴사 직전 디자인을 빼돌린 한 사원의 컴퓨터를 전산팀이 원격으로 뒤져 뭔가 찾아냈던 사건이 있었던 뒤로, 두 사람은 괜히 찔려 대화를 삭제하기 시작했다. 

먼저 퇴근한 노부는 차를 끌고 데이트 장소로 향했다. 회사 주변은 위험하니 늘 차로 30분은 가야하는 곳에서 만난다. 전에 아무 생각 없이 번화가에서 데이트를 즐기다가 사원들끼리 놀러 나온 걸 목격한 뒤로 다시는 그 번화가에 가지 않게 됐다. 소란스럽지도 않고 너무 심심하지도 않은 애매한 곳에서 두 사람은 밀회를 즐긴다. 밀회라고 해봐야 저녁 식사에 술 한 잔 마시며 테이블 밑으로 허벅지를 더듬는 것 뿐이지만.

"미안, 또 저장이 안 돼서 한참 애먹었어."
"케이 컴퓨터 좀 바꿔달라고 해요."
"바꿔달라고는 작년부터 말했지!"

약속 시간보다 한참 늦은 마치다가 미안한 얼굴로 노부의 목을 끌어안았다. 이 식당 사장님은 두 사람의 관계를 알고 있어 너무 심한 스킨십만 아니면 그냥 귀엽게 봐주셨다. 노부가 미리 주문한 음식이 딱 맞춰 나왔다.

"오늘은 내가 살게요. 세미나 때 호텔방 예약하느라 케이가 돈 많이 썼으니까."
"괜찮은데. 내꺼 회사에서 나온 프리미엄 카드라 매달 20%씩 페이백 되거든. 그리고 내가 너보다 월급도 훨씬 많잖아."

월급 얘기가 나오면 노부는 말을 아꼈다. 직급이 다르니 어쩔 수 없다 쳐도, 받기만 하는 위치에 있는 건 싫었다.

"튀김 내꺼 하나 먹을래요?"
"응."

식사를 하는 내내 최근에 나온 영화 이야기, 옆집 강아지가 새끼를 낳은 이야기, 새로 온 인턴에 대한 이야기, 사무실에 있는 구식 에어컨 이야기가 오갔다. 본격적인 일 얘기만 아니라면 이정도 회사 얘기는 괜찮았다. 언제나처럼 먼저 식사를 끝낸 노부는 마치다가 음식 먹는 모습을 가만히 쳐다봤다.

"밥 먹을 땐 입 크게 잘 벌리면서."
"뭐... 또 무슨 얘기가 하고 싶은데?"
"아니에요."
"징그러워."
"왜요 나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무슨 생각하는지 뻔해서 징그러워."

침대에서의 모습을 상상한 게 맞았다. 저 입안을 꽉 채우고 숨이 안 쉬어져 눈물 콧물 흘리던 표정이 머릿속을 스쳤다. 곱게 무릎을 꿇고 앉아, 봉사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성기를 빠는 모습을 자기만 볼 수 있다는 게 새삼 야릇했다. 힘줄이 솟은 팔과 손등만 보면 벗은 몸이 그렇게 여릴 거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마치다의 몸은 옷에 꽁꽁 가려진 부위일수록 뽀얗고 부드러웠다. 남자 가슴 따위 물고 빨아봤자 별 감흥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게 무색할 만큼 노부는 마치다의 가슴을 괴롭히는 게 취미가 됐다. 부드럽고 옅은 색의 유두가 조금만 자극을 주면 바로 딱딱해져서 봉긋 솟아오르는 게 재밌었다. 물론 섹시했고.

"다 먹었으면 옆으로 와요."
"......"

마치다는 수저를 내려놓고 노부 옆자리로 갔다. 납작한 아랫배를 쓰다듬는 손에 긴장이 됐다. 고개를 꺾어 사장님이나 다른 직원이 이쪽으로 오지 않는지 살폈다. 노부가 미리 사장에게 돈을 쥐어준 걸 알 리 없었다.

"셔츠 단추 조금만 풀어 봐요."
"왜..."
"내가 케이 가슴 좋아하는 거 알잖아요."
"아는데 뭐... 여기 식당이고..."
"케이."

구석진 자리였고 다른 손님은 겨우 두 테이블정도 밖에 없긴 했어도, 엄연한 공공장소였다. 마치다는 셔츠 단추를 조용히 풀어내렸다. 있으나마나 한 그물 모양의 파티션 너머로 사람들의 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노부는 마치다의 가슴을 쓰다듬고 벌써 딱딱하게 솟은 유두를 엄지로 살살 돌렸다. 야한 소리가 흘러나올 것 같아 마치다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고개를 숙였다.

"노부... 이제 그마, 그만해..."
"몸이 너무 야해요. 당신도 알죠."

다리 사이로 손을 가져가 주무르기 시작했다. 마치다는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냥 애인의 목을 끌어안고 고개를 푹 숙인 채로 몸을 맡겼다. 자기가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면 이젠 노부가 알아서 하겠지, 라고 바로 의존해 버리는 버릇이 생기고 말았다. 실제로 노부는 알아서 할 계획이다. 이미 사장에게 두 시간 정도는 이쪽 테이블로 아무도 오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해달라고 해놨으니. 후식으로 연상 애인의 몸을 살짝 맛보는 정도는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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