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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31 22:20
세 남자는 어째서인지 밤늦도록 잠자리에 들지 않았다. 달이 중천에 걸려 연화루의 창문틈으로 부드러운 자국을 남겼다. 그만 쉬고 싶어진 이연화가 장포를 벗으며 대놓고 하품을 했다. 방다병은 무엇이 내키지 않은 지 도통 자리에서 일어날 생각을 않는 적비성을 힐끔 거렸다.
“아비, 피곤하지 않아?”
“별로.”
대답이 매우 단호하고 빨랐다. 할말이 없어진 방다병이 입을 삐죽이자 적비성이 느긋하게 웃으며 말했다.
“몰랐는데 2층이 네 자리라며. 어제는 실례했군.”
기억을 잃긴 했어도 내내 오만했던 그로서는 드물게 예의바른 말이었다. 이렇게까지 정중하게 나오는데 방다병의 체면에 1층에서 자겠다고 우길 수도 없었다. 꾸물거리는 방다병의 얼굴에서 ‘미련’의 기색을 읽은 이연화가 속으로 혀를 찼다. 뭔가 앞으로 귀찮아질 것만 같았다.
결국 방다병은 1층에 머물 핑계를 찾지 못하고 2층으로 뚜벅뚜벅 올라갔다. 이연화는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가며 말했다.
“아비, 오늘 이불 한 채를 더 장만하려 했는데 어쩐지 너무 바빴지 뭐야. 내일은 반드시 마련해놓을테니 하루만 참아줘.”
바빴던 이유는 적비성과 방다병 때문이다. 오전에는 유여경을 찾아갔었으니 오후에 시장에 들를 예정이었는데 두 사람이 사소한 것으로 또 시비가 붙어서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 사이에 껴있던 이연화는 둘을 지켜보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다. 그렇다. 구경하느라 바빴다.
이연화는 적비성이 적당한 곳에 누워 자길 바랬다. 그러나 역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연화는 파고드는 커다란 몸뚱이에 갑갑함을 느끼며 한숨을 쉬었다.
“어째서 다 큰 사내들이 이렇게 끼어 자기를 좋아하는 거야?”
“글쎄, 약속은 약속이지 않나.”
“난 약속한 적 없어.”
적비성이 어깨 위로 팔을 두르더니 이연화의 두 손목을 잡아챘다. 갑작스런 행동에 이연화가 벗어나려고 애쓰며 버둥거렸지만 내력을 실은 거친 손바닥에 살갗이 긁힐 뿐이었다.
“이봐, 이연화…. 그저 은혜를 갚는 것 뿐이야.”
빙긋 웃는 목소리가 귓가를 간질였다. 이연화는 전력으로 벗어날까 고민하다가 곧 체념했다. 적비성은 본디 비열한 수를 쓰지 않았다. 기억을 잃었다 해도 본성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순전히 어리숙한 방다병을 놀리려는 속셈이 틀림없었다. 이런 장난질에 내력을 쏟고 싶지는 않았다. 품 안의 사람이 잠잠해지자 적비성은 기혈을 순환시키며 몸안의 내력을 은근히 움직였다. 등 뒤의 사람은 점점 열기가 오르는데 정작 이연화의 몸은 속에서 은근히 뿜어져 나오는 한기로 피부가 서늘했다.
“확실히 차군.”
“아아. 밤에는 좀.”
이왕 이렇게 된 거 이연화는 마음을 편히 먹기로 했다. 밤이 늦기도 했고 따뜻한 몸에 기대어 있자니 슬슬 잠이 왔다. 고개가 까꾸러지고 목이 길게 늘어졌다. 적비성은 잠들지 않았지만 사색에 잠겼는지 말이 없었다.
이연화는 불여우를 쓰다듬고 있었다. 불여우가 컹컹거리며 치대더니 자꾸만 주둥이를 가슴에 부비고 배에 부벼댔다. 하지마, 하지마. 이연화는 손으로 까만 주둥이를 밀어댔다. 주둥이는 끈질기게 아랫배를 배회하고 있었다. 어쩐지 주둥이가 너무 길어서 배꼽 밑 부터 민감한 곳까지 닿을랑 말랑 하는데….
잠에서 깬 이연화가 풀린 눈으로 어둠 속을 방황했다. 손에 잡힌 주둥이, 아니 거친 손은 불시에 뜨끈한 내력을 아랫배에 박아넣었다.
“헉.”
이연화가 온몸을 움찔 떨었다. 단전으로 내리 꽂힌 약간의 내력은 거친 성정의 주인을 닮아 오만방자하게 기혈을 타고 내달렸다. 적비성이 마음을 먹고 강기를 내리 꽂았다면 그 순간 이연화는 기혈이 뒤틀리고 주화입마해 사망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주 약간의 내력은 이연화의 몸 속에서 거부반응을 끌어내며 열을 유발하고 있었다.
“이게 무슨 짓….”
“아, 데워주는 것만으로는 모자란 것 같아서.”
그 순간 이연화는 자신과 딱 한번만 더 싸워볼 수 있다면 바로 죽어도 상관없다며 망천화를 먹이겠다던 적비성의 고집스러운 얼굴을 떠올렸다.
“그래서 내력을 주입했단 말이야? 이… 무식한…!”
“흠.”
말을 끝맺기도 전에 뜨끈한 기운이 아랫배를 재차 뚫고 들어왔다. 그 무식한 행위에 이연화는 주먹을 불끈쥐고 고개를 젖히며 온몸으로 견뎠다. 이제는 너무 뜨겁다. 손과 발 끝까지 열기가 뿜어져나와 살갗이 따끔거렸다. 땀에 젖은 천이 등짝에 달라붙어 불쾌한 와중에 엉덩이 아래로 단단한 무언가가 걸리적거렸다. 이연화는 편히 잠들고 싶은 마음에 생각을 멈추기로 했다.
“하… 아이고, 나 죽네.”
이연화가 두손 두발을 다 들고 엄살을 떨어대자 적비성이 코웃음을 쳤다. 그제야 아랫배에서 손이 떨어져나갔다. 이연화는 어쩌다 제 삶이 이렇게 고달파졌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다음날 방다병은 아침부터 이연화를 불퉁하게 쏘아보았다. 차음벽을 치지 않았으니 필시 간밤의 대화를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왜 그 깊은밤까지 자지 않았던 걸까?
이연화는 의식적으로 생각을 닫았다.
그날 방다병이 연화루에 이불 한 채를 더 들여놓았다. 1층 침상의 반대편에 탁자가 치워지고 짚이 두텁게 깔려 쓸만한 자리가 되었다. 이연화는 남몰래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왕 쓴 김에 비성연화까지는 써야될 거 같아서
연화루 이연화 방다병 적비성
“아비, 피곤하지 않아?”
“별로.”
대답이 매우 단호하고 빨랐다. 할말이 없어진 방다병이 입을 삐죽이자 적비성이 느긋하게 웃으며 말했다.
“몰랐는데 2층이 네 자리라며. 어제는 실례했군.”
기억을 잃긴 했어도 내내 오만했던 그로서는 드물게 예의바른 말이었다. 이렇게까지 정중하게 나오는데 방다병의 체면에 1층에서 자겠다고 우길 수도 없었다. 꾸물거리는 방다병의 얼굴에서 ‘미련’의 기색을 읽은 이연화가 속으로 혀를 찼다. 뭔가 앞으로 귀찮아질 것만 같았다.
결국 방다병은 1층에 머물 핑계를 찾지 못하고 2층으로 뚜벅뚜벅 올라갔다. 이연화는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가며 말했다.
“아비, 오늘 이불 한 채를 더 장만하려 했는데 어쩐지 너무 바빴지 뭐야. 내일은 반드시 마련해놓을테니 하루만 참아줘.”
바빴던 이유는 적비성과 방다병 때문이다. 오전에는 유여경을 찾아갔었으니 오후에 시장에 들를 예정이었는데 두 사람이 사소한 것으로 또 시비가 붙어서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 사이에 껴있던 이연화는 둘을 지켜보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다. 그렇다. 구경하느라 바빴다.
이연화는 적비성이 적당한 곳에 누워 자길 바랬다. 그러나 역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연화는 파고드는 커다란 몸뚱이에 갑갑함을 느끼며 한숨을 쉬었다.
“어째서 다 큰 사내들이 이렇게 끼어 자기를 좋아하는 거야?”
“글쎄, 약속은 약속이지 않나.”
“난 약속한 적 없어.”
적비성이 어깨 위로 팔을 두르더니 이연화의 두 손목을 잡아챘다. 갑작스런 행동에 이연화가 벗어나려고 애쓰며 버둥거렸지만 내력을 실은 거친 손바닥에 살갗이 긁힐 뿐이었다.
“이봐, 이연화…. 그저 은혜를 갚는 것 뿐이야.”
빙긋 웃는 목소리가 귓가를 간질였다. 이연화는 전력으로 벗어날까 고민하다가 곧 체념했다. 적비성은 본디 비열한 수를 쓰지 않았다. 기억을 잃었다 해도 본성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순전히 어리숙한 방다병을 놀리려는 속셈이 틀림없었다. 이런 장난질에 내력을 쏟고 싶지는 않았다. 품 안의 사람이 잠잠해지자 적비성은 기혈을 순환시키며 몸안의 내력을 은근히 움직였다. 등 뒤의 사람은 점점 열기가 오르는데 정작 이연화의 몸은 속에서 은근히 뿜어져 나오는 한기로 피부가 서늘했다.
“확실히 차군.”
“아아. 밤에는 좀.”
이왕 이렇게 된 거 이연화는 마음을 편히 먹기로 했다. 밤이 늦기도 했고 따뜻한 몸에 기대어 있자니 슬슬 잠이 왔다. 고개가 까꾸러지고 목이 길게 늘어졌다. 적비성은 잠들지 않았지만 사색에 잠겼는지 말이 없었다.
이연화는 불여우를 쓰다듬고 있었다. 불여우가 컹컹거리며 치대더니 자꾸만 주둥이를 가슴에 부비고 배에 부벼댔다. 하지마, 하지마. 이연화는 손으로 까만 주둥이를 밀어댔다. 주둥이는 끈질기게 아랫배를 배회하고 있었다. 어쩐지 주둥이가 너무 길어서 배꼽 밑 부터 민감한 곳까지 닿을랑 말랑 하는데….
잠에서 깬 이연화가 풀린 눈으로 어둠 속을 방황했다. 손에 잡힌 주둥이, 아니 거친 손은 불시에 뜨끈한 내력을 아랫배에 박아넣었다.
“헉.”
이연화가 온몸을 움찔 떨었다. 단전으로 내리 꽂힌 약간의 내력은 거친 성정의 주인을 닮아 오만방자하게 기혈을 타고 내달렸다. 적비성이 마음을 먹고 강기를 내리 꽂았다면 그 순간 이연화는 기혈이 뒤틀리고 주화입마해 사망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주 약간의 내력은 이연화의 몸 속에서 거부반응을 끌어내며 열을 유발하고 있었다.
“이게 무슨 짓….”
“아, 데워주는 것만으로는 모자란 것 같아서.”
그 순간 이연화는 자신과 딱 한번만 더 싸워볼 수 있다면 바로 죽어도 상관없다며 망천화를 먹이겠다던 적비성의 고집스러운 얼굴을 떠올렸다.
“그래서 내력을 주입했단 말이야? 이… 무식한…!”
“흠.”
말을 끝맺기도 전에 뜨끈한 기운이 아랫배를 재차 뚫고 들어왔다. 그 무식한 행위에 이연화는 주먹을 불끈쥐고 고개를 젖히며 온몸으로 견뎠다. 이제는 너무 뜨겁다. 손과 발 끝까지 열기가 뿜어져나와 살갗이 따끔거렸다. 땀에 젖은 천이 등짝에 달라붙어 불쾌한 와중에 엉덩이 아래로 단단한 무언가가 걸리적거렸다. 이연화는 편히 잠들고 싶은 마음에 생각을 멈추기로 했다.
“하… 아이고, 나 죽네.”
이연화가 두손 두발을 다 들고 엄살을 떨어대자 적비성이 코웃음을 쳤다. 그제야 아랫배에서 손이 떨어져나갔다. 이연화는 어쩌다 제 삶이 이렇게 고달파졌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다음날 방다병은 아침부터 이연화를 불퉁하게 쏘아보았다. 차음벽을 치지 않았으니 필시 간밤의 대화를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왜 그 깊은밤까지 자지 않았던 걸까?
이연화는 의식적으로 생각을 닫았다.
그날 방다병이 연화루에 이불 한 채를 더 들여놓았다. 1층 침상의 반대편에 탁자가 치워지고 짚이 두텁게 깔려 쓸만한 자리가 되었다. 이연화는 남몰래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왕 쓴 김에 비성연화까지는 써야될 거 같아서
연화루 이연화 방다병 적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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