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61528257
view 2549
2023.08.30 00:23

ab_7.jpg
재생다운로드0c3ba0138b96fe10fdd475890736e238.gif


나오키 수염을 좋아하지만 노수염일 때 나오키도 좋지 않습니까? 매끈매끈한데 존나 예민돋아 보이는게 작가랑 어울림. 되게 유명한 작가였으면 좋겠다. 근데 필명은 따로 있는. 필명은 마츠다 테이지. 왜냐고 묻는다면 테이지가 노수염이라..ㅎ 

아무튼 자기 이름 밝히지 않고 책을 내는데 내는 족족 베스트셀러 되겠지. 그래서 정체를 궁금해하는 사람도 점점 많아지고, 차기작에 대한 기대가 높으니 나오키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아. 그래서 그런지 글도 안 써지고 날로 예민하기가 바늘 끝 같아지니까 나오키 아는 지인이 소개할 거야. 여기 괜찮은데 한번 다녀와 볼래? 하고-

거기는 나오토가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여야 맞다. 게스트하우스라고는 하지만 손님은 오로지 딱 한명만 받아서 운영하는 뭐 그런 곳. 그 지인도 예술계인데 아름아름 나오토네 다녀와서 엄청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고 할 듯. 소개하는 사람들만 받으니까 한번 가보라고 등 떠밀겠지. 나오키 싫다고 몇 번 거절하다가 책상 앞에만 앉으면 도무지 한자도 안 나오고, 코너에 몰릴 대로 몰려서 결국 나오토네 게스트하우스로 차를 몰겠지.

게스트하우스 주인이 어찌나 공사다망한지. 전화 통화 한번 못해보고 메시지 몇 번 주고받은 후에 주소를 받았을 거야. 도시에서 제법 떨어진 한적한 곳. 소박하지만 정갈한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하자마자 팽팽하게 당겨졌던 신경줄이 조금은 느슨해지는 느낌. 잘 정돈된 나무며, 풀, 꽃가지를 보고 왜 전화 통화 못했는지도 알 것 같았지. 하나같이 손이 많이 가는 일들인데 모든 게 다 가지런해서. 주인의 얼굴이 궁금해지는 순간. 왼쪽에 있는 안채에서 조그마한 애가 하나 툭 튀어나오는 바람에 미간을 모았음. 가뜩이나 예민해진 상태인데 쉬러 온 곳에 애라니.

-코바야시 나오키상?

나오키는 눈을 갸름하게 뜨고 멜빵바지를 입은 이를 아래위로 훑어봤지. 예의 없어 보이는 행동이었지만, 지금 정말 몰릴 대로 몰린 상태라 그게 잘못된 행동인 줄 알면서도 인지하지 못하는 거. 나오키는 느릿하게 눈을 끔벅이는 얼굴에서 보이는 여유에 그제야 아이가 아닌걸 알아 차리고는 작게 고갤 까딱했지. 경우 없는 모습에도 아무렇지 않게 웃더니 흙이 잔뜩 묻은 장갑을 벗곤 쑥 손을 내밀겠지.

-메시지로 인사했죠, 게스트하우스 주인 카타오카 나오토에요.

나오키의 날이 선 신경 끝으로는 도저히 그 손을 마주 잡을 수조차 없었겠지. 나오토 익숙하다는듯 어깨 으쓱 하더니 내민 손을 쓱쓱 입고 있던 멜빵바지에 문질렀음. 

-제가 머무는 곳은 이쪽이고 손님, 그러니까 코바야시상이 묵을 곳은 여기. 식사가 필요하시면 안채에 와서 드시면 되고요. 대강 말씀드린대로 편히 지내다 가세요. 전 하던 일이 있어서.

땀에 젖은 이마를 손등으로 훔친 나오토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여전 나이를 헤아려보는 나오킬거다. 이런 곳을 혼자서 운영할 정도면 제법 나이는 먹었을 텐데 하면서. 

뭐 나오토는 나오키보다 연상이겠지. 나오토 의류 브랜드 모델이었는데 작은 키는 단점이 되지 않을 정도로 옷 소화 잘하고, 마스크도 좋아서 매출상승시키는데 일조했을거임. 어린 나이부터 그 바닥에서 일하다보니 진짜 별의별 일들은 다 겪었겠지. 사람한테 델 대로 데이고 지쳐서 찾은 곳이 여기였어.

처음 주인은 나오토가 아니라 나이가 지긋한 노부부였음. 이곳에서 지내며 상처받은 마음 추스르다 보니 더 치이면서 생활하고 싶지 않았던 거. 어려서부터 활동해 돈은 충분했겠다 여기 노부부는 자식도 없었고, 일 배우며 인수했겠지. 그리고 자기처럼 마음에 상처 있는 사람들 여유를 가질 수 있게 게스트하우스 운영하고 있던 거였으면.

-입에 맞으실진 모르겠지만 드세요.

사람 좋은 웃음으로 차린 식탁 앞에 어색하게 앉은 나오키겠지. 모든 곳의 정돈된 모양처럼 식탁도 정갈했어. 하지만 먹고 싶지 않다고 거절했음에도 불구하고 초대한 나오토에 심기가 불편한걸 숨기지 않을듯.

-불편하죠, 미안해요. 근데 한 끼는 꼭 먹어야 할 것 같아서 부러 불렀어요.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재주가 있는 나오토였겠다. 사람이랑 상대를 하도 많이 해보다 보니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 정도는 구분할 줄 알게 되었고, 작은 소재거리를 가지고 어색하지 않게 분위기 이끄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일거야. 그래서 마음이 닫혀 있던 사람들도 조금 느슨해져 나오토와 대화를 하며 긴장을 푸는 걸테고.

나오토는 밥을 먹는 나오키를 보고 천천히 드세요, 웃으며 젓가락을 들었지. 기다란 손가락. 우아한 손놀림이라고 생각했겠다. 첫인상처럼 예민하고, 차갑고 까칠해 보이는 남자는 아직도 그 가시를 세운 채였지만 나오토 처음 보자마자 느낀 감상은 크다-그리고 잘생겼다, 라서. 

뭐 사회에서 만났다면 한 번쯤 만나자고 이야기해보고 싶었을 정도로 취향이었지만. 에이, 아서라. 지금은 북풍한설 저리가라인 나오키를 꿈도 꾸지 않을 듯. 그저 게스트하우스 주인으로 편안하게 다른 사람들처럼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돌아갔으면 좋겠다, 정도.

밥을 씹던 나오키는 좀 놀랐을 거야. 차려놓은 음식이 상당히 괜찮아서. 그동안 글이 써지지 않아 통 돌아오지 않던 입맛이 거짓말인 것처럼 식욕이 돌았음. 무안하지 않을 정도의 음성으로 밥공기를 가져가더니 소복하게 밥을 담아오는 나오토의 손이 조그마해. 나오키는 고맙다는 말 대신 가볍게 고개를 까딱하고 말았을 듯. 

적당한 꾸려나가는 이야기. 대꾸 없는 자기가 어색하지도 않은 모양인지 하늘을 향해 호를 그린 입꼬릴 올리며 웃는 얼굴이 고마워서 건네는 커피까지 얻어 마시게 됐을 듯. 마주 앉아 내내 나직한 목소리로 종알종알 말을 거는 사람의 음성에 뾰족한 기분이 조금 무뎌지는 것 같기도 해. 하지만 여러모로 예민한 건 그대로라 사람 좋은 척 잘도 이야기한다고 나오토를 막연히 의심하겠지. 원래 그런 사람은 아닐텐데 잠도 부족하고, 몸에 에너지원이 될만한 건 들어가지 않고. 그러다 보니 자꾸만 나쁜 감정들이 쌓이고 쌓여서.

-뭐 때문에 괴로운지는 모르지만 잘 자고, 잘 먹고, 잘 쉬어요. 우선 그게 급한 것 같아요, 코바야시상도.

길었던 식사의 끝. 나오키 정말 오랜만에 잠도 푹 잤을 거야. 늦은 시간 커피를 마신 것치곤 숙면이었지. 깨끗하고 좋은 냄새가 나는 시트도 그랬지만, 나오토가 한 별거 아닌 그 이야기가 맞는 말 같았어. 잘 먹고, 잘 쉬고, 잘 자고. 가장 기본적인 것들조차 해내지 못하면서 글을 쓰려고 했으니 나올 리가 없었겠지. 그렇게 며칠 글 생각은 하지 않았고, 나오토와도 한두 마디 말은 섞으며 지냈을 거야. 그러다가 어느 순간 팟-불이 켜지듯 글이 쓰고 싶어졌겠지. 나오토한테 커피 한잔을 부탁하고 노트북 앞에 앉았을 듯. 밥을 먹는 식탁 위에 꺼내 놓았는데 어느새 나오토가 커피만 준비해주고 자리를 피해주었음, 고맙게도. 그렇게 한참이나 자판을 두들기는 소리가 다이닝 룸 안에 들렸을듯. 후우-숨을 내뱉으며 팔을 쭉 뻗어 스트레칭을 하는데 인기척이 나. 조그마한 사람이 고개를 슬쩍 기울이며 웃었음.

-이제 방해해도 돼요?
-아...
-다 저녁땐데 밥은 먹고 해야죠. 커피도 안 드셨네.
-미안합니다.
-미안하라고 한 소린 아니에요. 그만큼 엄청나게 집중했었나 봐. 그거요.

노트북을 가리키던 나오토가 슬쩍 웃더니 배 안 고파요? 물었지. 그제야 허기가 느껴졌어. 노트북을 덮어놓자 나오토 그게 대답이 된 듯 주방으로 들어갔겠지. 작게 들리는 허밍과 물소리. 나오키는 덮어놓았던 노트북을 다시 열고 싶어졌어. 생활감 있는 소음이 더할 나위 없이편안할 줄이야. 평소 작업할 때는 음악도 듣지 않을 정도로 고요한 공간에서 일했는데. 

나오키는 싱크대 앞에 선 조그마한 사람을 쳐다보느라 식탁에 팔을 얹고 턱을 괬어. 천성이 다정한 사람이었지. 요 며칠 고작 몇 마디였지만 예민하고 까다로운 자기 성미를 무던하게 받아내는 걸 보면. 정신적 요양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한 곳이라더니. 딱 어울리는 직업을 선택했구나 싶어. 

그렇게 나오키 자기도 모르게 얼음 같았던 면이 녹아내리며 작업도 틈틈이 할 수 있게 되었겠지. 그러면서도 자기에 대해 긴 이야기를 털어놓은 적은 없었을 거임. 아직도 저 조그마한 사람을 전부 믿을 수 없어서. 그저 글 나부랭이나 끄적인다는 정도를 이야기했을 땐 동그랗게 눈을 뜨며 굉장해요! 터져 나온 감정만은 믿고 싶었어. 그러면서도 자기한테 조금 놀랐을 듯. 이렇게 경계를 세우는 사람이었던가 싶어서. 적당히 친해지고 무리에 섞이는 데 어려움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어.

+

인기척에 놀란 나오토가 얼른 걸음을 뒤로 물렸음. 자기 방에서 써도 되는 일인데 늘 이렇게 주방 근처에 머무르는 통에 나오토도 생활반경이 좁아졌거든. 노트북은 켜져 있는데 사람이 없길래. 그러면 안되는 걸 알면서도 호기심이 일어서. 찬찬히 나오키가 써내려간 글에 눈이 갔지. 매끄러운 글솜씨. 조금 읽어 내려갔지만 흥미로운 이야기. 꼭 어디서 본 것 같은 지문 같은 문체에 나오토가 푹 빠져있을 무렵이었지. 발소리는 못 들었는데 헛기침 소리에 정말 심장이 떨어져라 놀라서는 얼른 물러났어. 그리고 글의 주인에게 고개를 숙였지. 화를 내면 어쩌나.

-죄송합니다. 보면 안 되는데. 궁금해서 그만..
-어때요?
-...네?

나오토는 나오키가 물은 질문을 다시 떠올렸어. 어떠냐고..? 눈을 좌우로 굴리며 끔벅이는데 나오키가 천천히 다가와 노트북 앞에 앉았음. 나오키 원래 마지막 방점 찍을 때까지 남한테 보여주는 편은 아니었을 듯. 

근데 사람이 들어온 지 한참. 작게 소리를 냈는데도 알지 못하고 홈빡 빠져서 글을 읽는 나오토가 궁금해서 물은 거였어. 풀리지 않는 부분에 막혀 잠시 바람을 쐬러 갔던거고. 한참 망설이던 나오토의 입에서 나온 의외의 감상에 나오키 놀랐겠다. 새롭게 생각을 트여주는 부분이라. 그런 식으로는 전혀 떠올리지 못한 부분이었거든, 본인은. 말주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그 짤막하다면 짤막한 토막글을 읽고 뱉은 의견이 좋아서 세웠던 벽이 와르르 무너지는 것 같았겠지. 

그리고 그 영향은 나오키의 말문을 트이게, 마음을 열리게 했어. 육체적인 노동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 두 눈에 잔뜩 들러붙은 피로를 알면서도 모르는 척. 나오토와 나누는 이야기가 좋아서 밤이 늦도록 주방에서, 그리고 이제 막 여름의 초입으로 들어서는 바깥 마루에 앉아서 계속해서 이야길 주고받았을 거야. 

오늘도 그랬지. 한참 답이 돌아오지 않는 상대에 나오키가 고개를 돌렸음. 사람의 손을 타 반들거리는 나무 바닥. 무릎을 끌어안은 나오토가 끔벅 잠이 든 걸 보고 나오키가 희미하게 웃었음. 아직 여름의 초입이지만 깊은 곳, 깊은 밤의 바깥은 쌀랑해서. 나오키 입고 있던 카디건을 나오토 어깨에 양보하겠지. 그리고 별이 쏟아질 것 같은 하늘을 보며 숨을 돌릴 거야. 이렇게 편안해 본 게 얼마 만이던가. 그렇게 서서히 나오토한테 스며드는데 나오키 본인만 모를 테지.

-카타오카상?

나오키가 안채에서 나오토를 찾았는데 보이질 않아. 워낙 바쁜 사람이라 집을 비우는 일이 많았는데 나오키도 급한 용건이라 이곳저곳을 들여다보며 나오토를 찾았어. 그리고 나오토의 방문을 두드리다 말고 슬쩍 열린 문틈으로 보인 책꽂이에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 방안으로 성큼성큼 들어갔지. 그러면 안 된다는걸 알면서도 책꽂이에 가지런히 꽂힌 책들에 그럴 수가 없었던 거. 

설마, 떨리는 손으로 책을 꺼내 드는 데 맞아, 자기 책들이. 화가 머리끝까지 솟구쳤고, 이성적으로 생각해볼 틈도 없이 나오토가 얼굴에 물음표를 띄우고 방 안으로 들어왔을 거야. 도대체 자기 방까지 왜 들어왔나 싶었을 테지. 하지만 나오키 이미 순간적으로 화가 치솟은 상태라 들고 있던 책을 거칠게 나오토의 가슴팍에 던지듯 안기겠지. 더더욱 모르겠다는 얼굴을 하는 나오토였지만 눈이 돈 나오키에게 보일 리 있나. 

참지 못하고 퍼붓고 말았어. 예민하고 뾰족했던 감정을 드러내며.

-난 줄 알고 받은 거예요?
-네? 그게 무슨...

나오토야말로 화를 내는 나오키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어. 큰소리치며 책장을 가리키던 나오키의 손이 그곳을 쓸었을 때 와르르 아끼던 책들이 바닥으로 쏟아졌고, 그제야 화가 잔뜩 묻은 나오키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기 시작했지. 첫 책이 나올 때부터 모았었거든. 

그러니까 마츠다 테이지가 자기 앞에 선 코바야시 나오키라고? 

나오키가 노트북에 써 내려간 토막글에 비슷한 느낌을 받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예민하고 날이 선 나오키의 분위기에 그 사람일 리 없다고 생각했어. 마츠다 테이지의 글은 어쩌면 여자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감수성이 진했고, 세심하고, 조심스러웠거든. 일에 치이고 사람에 치일 때 이 사람의 책 덕분에 견뎠고, 그 덕에 차곡차곡 모으게 되었어. 그의 책들을. 

나오토는 엉망이 된 바닥의 책들을 쳐다볼 뿐 나오키의 화에 대꾸하지 않았지.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퍼붓기를 멈춘 나오키가 방을 나갔고, 나오토는 그제야 주섬주섬 책들을 끌어모았어. 화가 잔뜩 난 사람에게 이해를 구하려 해봤자 듣지 못할 걸 아니까 입을 다문 거였겠지. 괜한 대꾸를 해봐야 더 화를 돋울 테니. 하지만 자기가 너무 좋아하는 작가 마츠다 테이지가 눈앞에 있다는 사실 역시 나오토를 멈추게 했을 거야. 화를 내는 나오키가 그 작가라니. 그러니까 화를 내는 것도 기분이 상했다기보다 꿈 같았겠지. 마츠다 테이지가 실재하는구나. 그게 코바야시상이라니, 하고. 

나오키야말로 나오토의 방에서 나오는 순간부터 후회했을 거야. 집 밖으로 나와 바람을 쐬니 더더욱 정신이 명료해졌지. 뭐라고 퍼부었더라? 이를 꾹 깨문 나오키가 방안에서의 일들을 복기했어. 자기를 소개한 지인 역시 자기가 필명으로 활동하는 건 모르니까 나오토가 알고 있을 리 없는데. 자기 책이 빼곡한 책꽂이에 그만 이성을 잃었지. 

한동안 조금 무던해졌다고 여겼는데 아직도 정신적으로 몰려 있었나 봐. 그도 그럴 것이 인기를 더할 수록 테이지에 관한 기사들이 쏟아져 더 그랬는지도 몰라. 심지어 우스갯소리로 테이지의 정체를 아는 사람에게 상금 얼마-이런 류의 기사들까지 봐왔던터라. 자기를 알면서 여기 받았냐, 나를 팔아넘겨서 뭘 얻으려고 하느냐, 온갖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퍼부은 걸 떠올리고 손바닥 안에 얼굴을 묻겠지. 그리고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다시 뒤돌아 나오토에게 향하는 나오키였지. 사과해야 하니까. 

어지러운 방안. 나오토는 멍한 얼굴로 천천히 책을 줍고 있었어. 나오키가 얼른 그걸 거들자 놀란 얼굴로 쳐다만 봐. 차라리 원망이라도 했으면 마음이 편안할 텐데.


-미안해요...왜, 말하지 않았어요?
-뭘요?
-내가 이 사람인 거 몰랐잖아요. 당신도.

표지가 상당히 훼손된 책을 주워 건네며 눈을 마주쳤음. 나오토는 천천히 그 책을 돌려받으며 미간을 모았지. 아, 이 책 어렵게 구한 건데.

-흥분해 있었으니까. 말해도 들리지 않을 테고요.

나오키 다시 한번 나오토한테 놀랄 거야. 생긴 건 어린 아이처럼 개구지게 생겨 가지고 생각하는 거나 말하는 됨됨이가 깊어서. 그래서 진심으로 다시 한번 사과할 테지.

-정말 미안해요.
-그죠, 미안해해야죠.

뜻밖의 말에 고개를 떨어뜨렸던 나오키가 턱을 들어 나오토를 바라봤어. 나오토의 눈은 나오키 대신 손에 든 책을 향해있었지. 찢기고 너덜거리는 표지의 책을.

-이 책. 작가가 고루한 사람인지, 뭔지. 더 이상 재판을 안하거든요. 어렵게 구한 건데 상해버렸네요.

아, 그쪽이었어? 나오키 비난의 화살이 엉뚱한 곳으로 향하는 나오토에 바람 빠진 웃음을 짓고 말았음. 그리고도 본인도 놀라겠지. 이렇게 편안하게 웃어본 게 얼마만인지 기억도 안 나서.

-웃음이 나와요? 난 안 웃긴대.

정말로 속상해하는 얼굴이라.

-집에 있으니까 한 권 줄게요.
-...정말요?

기분이 잔뜩 상해있던 얼굴을 버리고 반색하며 기뻐하는 얼굴이 예쁘겠다. 

-네. 내 잘못이니까.
-그럼 이왕 주기로 한 거 사인도 하나 해줄래요? 뭐..이 작가 사인 안 하는 걸로 유명하긴 하지만...그래도.
-알았어요.

웃음기 섞인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나오토가 정말, 정말이에요. 빠르게 내뱉으며 새끼손가락을 내밀었어. 처음 본 순간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하던 손이 떠올라. 예의 없게 굴었지. 그 손을 맞잡고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으니까. 나오키는 네, 정말-다시 한번 확답을 주며 새끼손가락을 마주 걸었어. 자그마한 체구만큼이나 조그만 손이었음.

그날 이후 급속도로 가까워진 두 사람이었지. 나오토야 워낙 좁혀놓은 거리였지만, 나오키는 아니었으니까. 노트북 자판을 두들기다가도 몇 번 나오토에게 글을 내보이기도 했을 만큼. 

그리고 여름이 깊어진 어느 밤. 바깥 마루에 수박을 가운데 놓고 앉았던 둘이었어. 별이 쏟아질 것 같은 밤인데도 매미는 시끄럽게 울었고,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턱 밑으로 떨어질 것 같은 온도와 습도. 

나오토는 슬리퍼를 벗어 던진 채 마루 아래로 다리를 내놓고 흔들거리는 중이었고, 나오키는 자판을 두들기다가 노트북을 멀찍이 밀어 놓았지. 나오키도, 나오토도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기라도 한 사람들처럼 한참이나 말이 없었음. 그리고 먼저 다가간 건 나오키였어. 마루를 짚은 나오토의 손 위로 나오키의 손이 포개졌고, 몸이 가까워졌지. 입술이 닿을 만큼 거리가 좁혀졌을 때 나오토가 몸을 뒤로 물리며 올려다보았음.

-잠깐만요. 나, 코바야시상에 대해 하나도 몰라요.
-그건 나도 마찬가지예요.

나오키야말로 나오토에게 끌리는 감정을 뭐라 설명하지 못했을 듯. 글깨나 쓴다는 작가씩이나 되면서 나오토에게 향하는 감정조차 스스로 서술하지 못했지. 그냥 이대로 스쳐 보내기엔 아쉬운 인연이었고, 지금 당장 하늘을 올려다보는. 땀이 송글송글 맺힌 얼굴을 붙들고 입 맞추고 싶었으니까. 

-나, 마츠다 테이지가 당신인 걸 알아서 이러는 거예요. 그래도 괜찮아요?

나오토야말로 처음부터 나오키한테 관심이 있었으니까 마음에도 없는 이야길 했지. 에고가 강한 사람이니까, 기분이 상해 물러났으면 하는 바람으로. 그도 그럴 것이 나오키는 처음부터 머물다 갈 사람이니까. 어차피 떠날 이에게 마음을 줄 이유는 없잖아. 백이면 백 자기 손해가 분명해.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저 말을 듣고도 당겼으면 좋겠다는 욕심도 조금. 너무 오래 혼자였나 봐. 사람이 고팠고, 애정이 필요했지. 근데 그게 나오키이자 자기가 오래도록 좋아하던 작가다? 한 번쯤 모르는 척 넘어가고 싶기도 해서. 

나오키는 망설이지 않았지. 마츠다 테이지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넘어와 준다면 자기야말로 고마운 일이라 생각했거든. 그렇지 않고서야 말랑하지만, 곁을 내주지 않는 이 사람이 자기와 몸을 부대낄 일은 없을 것 같아서. 자존심이 상했냐고? 아니 마츠다 테이지가 본인임에 무척이나 고마웠겠지. 

멀어진만큼 가까이 다가가자 어울리지 않게 겁을 먹는 눈동자. 조심스레 뒤통수에 손을 넣어 잡아당겼어. 자기 손이 큰 탓인지, 아니면 이 사람의 머리통이 조그마한 것인지. 한 손에 쉬이 잡히는 뒤통수를 끌어당겨 입술을 누르자 첫키스라도 하는 사람마냥 파드득-

들척지근하게 입술에 달라붙은 수박의 단맛. 혀를 내어 핥아 갈라진 입술 틈으로 밀어 넣자 가슴팍을 밀어내. 뒷머리를 감쌌던 손이 뒷덜미를 힘주어 당기며 도망가지 못하도록 다른 팔론 몸을 품어 안았음. 힘을 이기지 못하고 뒤로 밀리는 작은 몸. 넘어지며 다치기라도 할까 다시 머리를 감싸며 몸이 포개졌고, 풀벌레 소리만 가득하던 곳에 두 사람이 만드는 소리가 겹쳐졌어.

뭐든 처음이, 한번이 어려운 거니까. 

나오토는 그밤 이후로도 몇 번이나 나오키와 몸을 겹치게 되었음. 나오키가 머무는 손님방에서도 그랬고, 한 번도 누구에게 보인 적 없었던 자기의 공간에서도 나오키와 몸을 부대꼈음. 그것도 여러 번이나. 

혼자서 쓰기 적당한 크기의 침대라 나오키와 누울 때면 여유라고는 조금도 없었어. 하지만 느릿한 정사를 마친 후에 나오키의 품에 안겨있을 때면 비좁은 것조차 느끼지 못했겠다. 마음을 주지 않으려 하는데도 자꾸만 나오키에게 스며드는 나오토겠지. 그러면서도 미친 듯이 불안해질 거야. 언제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날 사람이라. 

-...갈게요.

언제든 갈 사람인 걸 알았으면서도 서운해 입이 차마 떨어지지 않았지. 알면서 그에게 안겼잖아. 너도 욕심냈으면서. 나오토는 스스로에게 핀잔을 주었음. 눈을 마주치면 진심이 들킬까 고개도 들고 있지 않았어. 순간 나오토의 눈앞에 불쑥 나오키가 손을 내밀었지. 

아-

나오토는 처음 나오키가 여기 머무르러 왔을 때를 떠올렸어. 흙이 잔뜩 묻었던 장갑을 벗으며 악수를 청했었던 그 날. 나오키는 자기 손을 마주 잡지 않았었지. 그때 그의 심정이 어땠는지는 모르지만, 자기야말로 이제 내민 그의 손을 마주 잡을 수가 없었어. 

망설이는 나오토의 손끝은 영 내밀어질 생각이 없을 것 같아서 나오키가 내밀었던 손을 거두었음. 덕분에 글도 대강 마무리가 되었으니까 돌아가야 했어. 당장 나오토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이야기를 할 수는 없어서, 그저 돌아간다는 말뿐이었지. 눈조차 마주치지 않는 사람이 걱정돼. 홀로 남을 나오토가 눈에 밟히는데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는 나오키여라. 대답도 하지 않는 조그만 이에게 다시 한번 간다는 인사를 끝으로 차에 오르는 나오키였어. 

그렇게 짧은 이별이었음. 

돌아오자마자 담당자, 출판 회의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낸 나오키였지. 그리고 한숨 돌릴 즘 나오토가 무척이나 보고 싶어졌어. 작지만 단단한 몸. 동그랗고 깊이를 알 수 없는 눈동자. 등을 꾸욱 쥐는 손의 힘이나 뾰족한 이가 보일 정도로 벌어진 입술 사이서 학학-내뱉던 달뜬 신음. 작은 발, 그보다 더 작은 발가락이 쾌감을 이기지 못하고 벌어졌다가 오므라드는 순간까지. 멀리 떨어져 있으니까 그제야 알 수 있었지. 그저 입술이 닿고 싶어서, 안고 싶어서 그에게 다가갔던 게 아니었단 걸. 그곳에 내리는 햇살만큼이나 눈 부신 나오토가 좋았어. 그저 둥글고 모나지 않은 나오토가 좋았던 거야.

-왜 이렇게 전화가 안 돼.

몇 번이고 핸드폰의 통화버튼을 눌러도 닿지 않는 나오토에 조바심이 나겠다. 처음에는 그저 받지 않는 정도더니, 며칠 뒤엔 내내 전화가 꺼져있다는 소리에 애가 탔음. 당장 인쇄가 들어갈 책이 있으니 내려갈 수는 없고, 저를 소개했던 지인이 번뜩 떠올랐지. 묻는 이야기엔 대답도 않고 허튼 소릴 하더니 좀 아프대. 그래서 한동안 손님 안 받는다는 거 같던데? 돌아온 답에 나오키 심장이 쿵. 이런 감정은 처음이라 전화를 끊은 나오키 마음이 급해졌지. 아예 쓰지도 못하던 때가 있었는데 당장 출판이 뭐가 급하겠어. 담당자의 만류에도 급하게 나오토에게 달려가는 나오키였겠다. 

지인의 말대로 나오키가 떠난 뒤에 몹시 앓은 나오토였지. 제 평생 아팠던 일이 손에 꼽았는데. 건강만큼은 자부했던 게 어리석었을만큼 혼곤하게 앓았어. 그때야말로 오롯이 혼자임에 슬퍼했지. 눈물도 많이 흘렸고, 형체도 없는 마음을 끌어안고 힘들어하길 며칠. 손을 타지 않은 곳곳이 엉망이라 억지로라도 마음을 다잡고 일어서야만 했지.

집 밖으로 나와 외길을 따라 죽 걸어가는데 차가 한 대 들어오는 게 보일 거야. 이쪽으로는 자기 집뿐인데. 손님도 받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상하게 눈에 익은 차. 그리고 운전석에 앉은 사람을 확인하자마자 나오토가 그길로 뒤돌아 달리기 시작했음.

-나오토상!

자기도 왜 그런지 모르겠어.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왜 달아나는지도 모르겠어. 아니, 지금은 나오키의 얼굴이 보고 싶지 않아. 작업을 하려고 장화를 신은 탓인지 속도가 붙지 않는 다리가 엉켰고 엇-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흙바닥에 넘어지고 말았지. 창피하고 속이 상해 넘어진 채로 팡팡 땅을 두들겼어.

-괜찮아요?

한참 달린 것 같은데 어느새 자기 앞으로 다가와 손을 내미는 나오키였겠다. 나오토는 얼른 몸을 일으켜 흙이 묻은 옷이며 생채기가 잔뜩 난 손을 탁탁 털었어. 따갑고 아파서 그래. 코끝이 찡하게 매워서 훌쩍 눈물을 삼켰지. 

-왜 도망친 거예요?
-...손님 안 받아요.
-나오토상.

단단히 마음이 상했구나. 나오키야말로 미안해서 몸 둘 바를 모르는 중이었지. 그저 다니러 온 사람처럼 구는 게 아니었는데. 먼저 당긴 건 자기면서 거짓말이라도 믿음을 줄 만한 약속을 하고 떠났어야 하는데. 온전히 혼자 견뎌냈을 외로움의 크기가 느껴져. 손수건을 꺼내 다친 손부터 닦아주려는데 걸음을 뒤로 물리는 나오토였음. 그리고는 앵무새처럼 손님은 받지 않겠다고 이야기할 거야.

-손, 피나잖아요. 우선 좀 닦아요.

손을 닦아주려는데 얼른 뒤로 숨기며 고개를 트는 나오토가 아프겠다. 나오키는 알았어요, 하더니 도로 물러나 차로 향했어. 나오토야말로 너무 놀라서 나오키를 쳐다보지도 못했지. 이렇게 도로 가버린다고? 이 정도 거절도 못 하는 거야, 나는? 자기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으면서 이 정도 투정도 받아주질 않아? 눈물까지 쏟아내면 비참해질까 봐 이를 꽉 깨무는데 차로 돌아갔던 나오키가 도로 제 앞에 돌아온 걸 보고 얼른 붙들고 싶어지는 나오토였어. 이젠 가지 말라고. 하지만 그러기엔 자존심도 상했고, 나오키의 마음도 몰라. 꼭 붙드는데 뿌리치고 가버리면 어떻게 해.

-이번엔 좀 오래 머물 생각이에요. 그리고 나오토상만 허락해준다면 계속 함께 있고 싶은데...
나오키의 말에 그야말로 한숨 돌리는 나오토였겠다. 하지만 아직은 훌훌 떠났던 나오키가 미워서.

-...내 게스트하우스, 숙박료 비싸요.

고집스레 꼬아 말하고 싶은 걸 겨우 눌러 참아 이야기한 게 그 정도일 거야. 이만큼 힘들었다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괜스레 투덜거리면 다시 달아날까 두려워서. 이래서 더 좋아하는 사람이 손해라고 하는구나, 나오토는 꾹 입술을 깨물려다 말고 나오키가 내민 물건에 어...? 고갤 들었음.

-사인도 했어요. 

나오키가 손가락을 걸고 약속했던 그 책이었지. 나오토는 다정한 눈빛을 내리는 나오키와 눈빛을 주고받던 걸 그만두고 찬찬히 책을 받아들었음. 그리고 빳빳한 표지를 열자 꼭 자기처럼 정갈한 필체의 사인 아래로 나오토상에게-하고 적혀있었지. 훌쩍, 코를 들이마신 나오토는 소중하게 책 표지를 쓰다듬었어. 

-겨우 이걸로 퉁치려고..
-앞으로도 나오토상한테만 사인해줄게요. 응?

나오키가 다시 한번 손을 내밀었고 나오토는 아주 조금 망설였지. 하지만 곧 그 손을 붙들었고 힘주어 당긴 나오키의 품에 안겼어. 그제야 마음이 놓이는 것 같아. 

-미안해요. 그렇게 올라가면 안 되는 거였는데. 너무 늦었지만 좋아해요, 나오토상.

확실한 쐐기. 나오토는 보지 않고도 제 얼굴이 빨개지는 게 느낄 수 있었음.

-....글쓰는 사람이 하는 고백치고 너무 허술해요.

귀 끝이 새빨개진 나오토가 가슴팍 안에서 웅얼거리는 목소리가 징징 울렸음. 응, 대답한 나오키가 바슬바슬한 머리카락을 쓸어주며 이야기했어.

-그러게요. 나도 책에서나 해 봤지 좋아하는 사람한테 진심을 담아 이야기하는 건 어려워 그런가 허술하네요. 앞으로 조금 더 고민해서 멋지게 고백할게요.
-...아파요.

나오토는 나오키의 가슴팍을 밀어내며 어수룩한 핑곌 댔어. 이 이상 안겨있다가는 두근대는 심장을 들킬 것 같았거든.

-손바닥이요? 

걱정이 그득한 음성에 나오토가 창피함을 숨기려 입술을 비죽거렸어. 

-무릎도 그렇고 다 까졌을 거야...

나오키가 생채기가 난 손바닥을 손수건으로 조심스레 감싸더니 아프지 않을 정도로 손을 붙들었음. 그리고는 얼른 집으로 돌아가자 채근했지. 

-근데 어떻게 온거에요?
-아프다고 그래서. 회의고, 인쇄고 다 팽개치고 왔죠. 떨어져 있으니까 확실하게 알겠더라고. 나오토상 옆에 있고 싶은 거.
-인쇄?
-아, 다음 작품 계약된 건이 있어서 서둘렀..

나오키는 말을 채 끝내지도 못하고 조그만 손이 휘두른 주먹에 아야-소릴 내며 놀란 눈을 했어. 

-이러고 내려오면 어떡해요! 책은 어쩌고?
-나오토상 아프다는데 책이..
-얼른 도로 가요. 
-에, 나오토상? 지금 나 쫓겨나는 거예요? 마츠다 책이 그렇게 좋아?
-몰랐어요? 그러니까 도로 차에 타요. 일 마무리하기 전까진 못 돌아와.
-나오토상..
-초판 나오자마자 제일 먼저 내 몫으로 작가님 사인받아서 돌아와요. 그러면 그때 다시 생각해볼게요. 장기 숙박.

뭐 그리고 초판 나오자마자 나오키 부리나케 책 들고 내려온 건 안 봐도 뻔하겠지. 급하게 내려오느라 사인이고 나발이고 잊어버려서 게스트하우스 문 앞에 서서 쩔쩔매며 사인할 듯. 나오토 그렇게 장기숙박 손님 받을 테고, 거기서 나오키는 글 쓰며 나오토랑 행복하게 사는 게 보고싶다.








였는데 개길어졌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타이밍이 오토 생일에 올리게 됐네??? 우리오토 서른번째 생일 진짜진짜 축하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오토가 사십일리 없어 세상이 날 억까한다ㅠ사십짤 돼서도 나오나오 영사해 아니 근데 마흔까지 둘다 솔로면 결혼해야하는 법 같은거 있엇던거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