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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17 00:14
키요이 부모님 간섭이 너무 심해서 충동적으로 가출했다가 달콤하고 시큼한 금목서 향기에 이끌려서 히라네 앞마당으로 들어와서 기지개 펴고 자기도 모르게 금목서 밑에서 잠듦. 그 시간 히라는 집 청소 마치고 마당에 빨래 걷으려고 나왔다가 음소거로 금목서 아래서 단잠에 빠진 키요이 보고 으아아아아아 소리지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고양이! 유일하게 히라 세상에 태어나서 아름답다고 생각한 고양이가 처음이라 금목서 아래 단잠에 빠진 키요이가 깨지 않도록 발소리를 죽이고 급하게 카메라 가지고 나와서 찍음.

찰칵.
키레...

예쁘다는 말로는 부족했음.

카메라 소리에 키요이 귀 쫑긋거리다가 눈을 뜸.

우츠쿠시....네코.

히라는 눈을 뜬 키요이와 키요이 눈을 보고 살짝 입을 벌린 채로 멈춰버림.

야옹~

키요이 이런 반응이 너무 익숙해서 도도하게 흥 한 번 날려주고 가려는데 히라 눈동자에 멈춰버림. 타들어갈 듯 바라보는 열기에 꼭 삼켜질 것 같았음.

츄...
야옹?
츄, 츄, 츄르가 있나 볼게!

우다다다다 뛰어가는 히라를 보며 키요이 누가 진짜 고양인줄 알아 화내려는데 히라가 너무 빨리 사라져서 어이 없어함.

키모.

그리고 인상을 찌푸림. 뭔가 진짜 기분 나쁨.

네, 네, 네코쨩!

히라 손에는 우유와 예쁜 그릇이 들려 있었음.

야옹~

그래도 키요이 칭찬해줌. 갈 곳도 없고 키요이 잠시 눈앞에 보이는 바보 집에 잠시 머물러 주기로함.

다행이다.

히라가 아이처럼 맑게 웃자 키요이 생각보다 히라 잘생겼다고 생각했는데 이때는 모름.

그렇게 히라 집에서 살게된 키요이임. 부모님께는 마음 맞는 착한 고양이족 생겨서 같이 산다고 거짓말함. 부모님 의심했지만 그 키요이가 마음 맞는 친구라니 허락함. 키요이 처음에는 사진 찍지 마라고 했는데 어느새 아름다워, 예뻐에 살짝 포즈도 잡음.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고양이족 답게 언제 찍어도 훌륭했음. 물론 좀 기분나빠도 히라의 아름다워와 예뻐는 특별했고 세상에 사람이 고양이는 자기 하나인 듯 보는 히라의 눈도 좋았음. 사진을 액자에 넣었을 때는 좀 부끄러워서 앙칼지게 울었지만.

키요이! 학교 다녀올게!
야옹.(잘 다녀와, 히라.)

귀신 같이도 키요이 이름 고민하던 히라는 키요이한테 키요이라는 이름 붙임. 키요이는 히라가 집을 비우면 사람 모습으로 변해서 편하게 지냄. 부모님 간섭이 너무 심했고 사실 바깥도 편치는 않아서 나갈 마음도 들지 않았지만 세상에 태어나서 부모님 보다 잘해준 사람은 히라뿐이었음.

고3 늦가을에 히라를 만나 어느새 봄이 왔고 히라는 대학교에 입학함. 고등학생 때는 얼굴에 그늘이 있던 히라는 말더듬도 거의 고쳤고 친구도 사귀고 사진 동아리부도 들어갔음. 어느 순간부터 코야마라는 친구도 집에 오기 시작함.

코야마가 히라네 집에 5번 정도 방문한 날 히라가 깜빡하고 안 산 재료가 있다며 잠시 슈퍼에 간 순간 코야마가 빠르게 키요이 찾음.

키요이 어딨어?!
야옹~

키요이도 벼르고 있던 차에 코야마 앞에 나타남. 코야마가 오래 있다 싶으면 키요이 딴짓 하고 있다가도 히라 무릎에 올라가서 얼굴을 비비며 안 내려왔음. 개냥이처럼.

너 고양이족이지?!
야옹.(뭐야? 눈치챈 건가?)
내가 바보인 줄 알아? 네 속마음 사람 말 소리 다 들려.
뭐야.

고양이 상태로도 인간 말이 가능했던 키요이라 심드렁하게 답함. 키요이 코야마 살펴봄. 얘도 고양이 족이였어 하며 하지만 금방 히라 주변에 고양이족이 또 있나 하고 히라 생각함. 보통 고양이족 끼리는 알아채기 쉬운데 키요이처럼 콧대가 높거나 히라처럼 둔하면 잘 모르기도 했음. 히라는 둔하기도 하지만 세상에 키요이처럼 아름다운 고양이는 처음이니 키요이처럼 아름다운 사람이 있다는 생각을 못함. 일단 이자식 고양이족인가 하는 생각을 해야 고양이 모습을 한 상대방 속마음 소리도 들렸고. 키요이는 당연히 코야마한테 관심이 없어서 몰랐고 코아마는 키요이 처음 보자마자 고양이족인 거 알았지만 아는척할 타이밍이 없었음. 마침 히라가 재료 사러 나간 틈에 코야마 담판 지을 생각함.

너 히라랑 무슨 사이야?
걔 내 집사인데?
뭐?
인간들 말로 나는 고양이 걔는 내 집사라고.
너 설마 히라가 아니, 너 고양이족인 거 히라한테 안 들켰어?
응. 히라는 내가 진짜 고양이인줄 아니까 굳이 왜 말해.

키요이는 살짝 구겨지는 코야마 표정에 뾰로통하게 바라봄. 코야마는 히라랑 아무 사이도 아니었음. 그래서 꼭 코야마가 히라랑 뭐라도 된다듯이 말하는 게 싫었음.

이상해. 히라는... 모르면 됐어! 그래서 히라가 네 속마음도 못 들었구나. 네가 나 욕했으니까 그건 나도 말 안 해 줄거야. 그거 빼고는 우리 페어플레이하자.

코야마가 살짝 눈을 좁히며 털을 세움. 키요이가 코야마 올때마다 속으로 흥 수수한 남자가 뭐가 좋다고 가버려 이제 그만 가 나보다 못난 남자 라는 말을 많이 해서 코야마는 히라를 보며 웃으며 넘겼지만 이젠 그러고 싶지 않았음.

키요이, 코야마.

근처에 갔던 히라가 금방 돌아와서 두 사람 대화도 끊김.

야옹~(히라.)

키요이 살짝 슬픈 목소리로 히라 부름.

키요이? 배고팠구나. 이거 봐 이번에 최고급 우유가 들어왔어. 맛있겠지? 악? 키요이?
야옹!(이 바보!)

키요이 점프로 히라 얼굴 앞발로 팍 눌러주고 히라가 만들어준 자기 방으로 들어감.

히라 우리 맛있는 거 해먹자.
응.

히라 코야마의 부름에도 눈 깜박이다가 키요이한테 냥냥펀치 맞은 건 처음이라 입술 물고 좋아함. 드디어 드디어 냥냥펀치 맞아봤어! 계탔어! 당장 히라 하늘로 날아가고 싶었음.

히라, 좋아해. 나랑 사귀어 줄래?
미, 미안. 코야마 아직 그런 건 너무 어, 어려운 거 같고 생, 생각을 안 해봐서... 그, 그, 그, 그게...
미안, 괜찮아, 히라.

코야마 자기가 성급했다고 생각하고 놀란 히라 토닥여줌. 코야마 고백 소리에 후다닥 나온 키요이는 충격 받음.

히라, 오늘 잘 놀고 가. 나베도 너무 맛있었고.
역까지 데려다 줄게. 여기 어두워.
응!

코야마 예쁘게 웃으며 키요이 보며 승리의 표정함.

야옹~ 야옹~(히라, 가지마.)
키요이, 집 잘 보고 있어. 카메지로랑 아히루타이쵸 먹으면 안 돼.

키요이 기기막히다는 표정 지음. 이 밥통아! 그래서 가끔 히라 집에서 속터질 때면 하는 행동함. 아히루타이쵸 통통한 옆구리 물기. 카메지로 밖에서 먹어버리겠다는 듯이 바라보기. 그 모습 보고 히라가 경악하는 게 재밌었음. 아히루타이쵸, 카메지로 하고 울먹이는 모습도 귀여웠고.

하?

키요이 하도 어이가 없어서 자기도 모르게 사람 모습으로 돌아옴.

그녀석이 귀엽다고?!

키요이 자기가 한 말에 심란해져 있는데 히라가 며칠 내내 힘 없는 키요이 지켜보다가 에비코로 만듦. 그냥 사람이든 동물이든 힘 없을 때는 맛있는 거 먹으니까. 키요이가 먹지는 못하지만.

키요이, 다녀올게. 오늘 사진 동아리부에서 다같이 노구치상 스튜디오 견학가기로 해서 만약 일 도울 수 있게 해주시면 내일 올 거 같아. 우유는 저번 것보다 더 좋은 걸로 샀으니까 맛있을 거야.

야옹.

키요이는 히라 다리에 얼굴을 비비다가 히라가 자기를 안아 들자 히라 얼굴에도 얼굴을 비빔. 히라도 그런 키요이가 너무 좋아서 같이 얼굴 비빔.

부드러워. 키요이, 나 얼굴 한 번만 더 때려주면 안 돼?
냥!(키모!)

키요이 기분 나빠서 자기도 모르게 냥펀치 날려버림.

미안, 키요이 나 너무 기뻐서 죽을 거 같아. 키요이 너무 귀엽고 예뻐.
야옹! 야옹!(잘 다녀오기나 해! 내 사진 찍어서 돈 잘 버는 사진 작가 돼! 내가 여기저기 드라마나 광고에 출연도 해줄게!)
응.응. 키요이 나 노구치상한테 잘 보이고 올게!

키요이 히라 마중하고 생각함.

가끔 내 속 얘기 알아 듣는 거 같아.
으아아아아아! 키요이 미안, 우유 안 챙겨줬어.

바보처럼 현관에서 뛰어오는 히라를 보며 키요이는 그럴리 없다고 생각함.

하암.

늦은 밤까지 히라가 안 돌아오자 키요이 히라 침대에서 몸 말고 자다가 눈떠서 히라 찾음. 아무래도 정말 오늘 하루 집을 비우는지 히라가 오지 않자 사람 모습으로 변해서 히라 후드티랑 잠옷 찾아서 깨끗한 걸로 갈아 입고 고양이처럼 늘어지게 기지개를 폄.

에비코로.

키요이 히라가 만들어 놓고 간 에비코로를 집어 먹음. 히라가 워낙 많이 해서 몇개 없어져도 잘 모름. 부엌에서 에비코로 입에 물고 나온 키요이는 다시 한 번 쭈욱 기지개를 폈다가 내리는데 뒤에서 현관문 열고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에 무의식적으로 고개 돌림. 키요이 에비코로 반쯤 입에 문 채로 굳음.

키, 키요이?

히라 사람 모습한 키요이 한 번에 알아봄.

키모.

키요이 들킨 건 들킨 거고 기분 나쁜 건 나쁜 거임.

키요이 집에 결혼한다고 소식 전함. 가볍게 카드랑 전화해서 난리가 나는데 그때 그 착한 고양이족이랑 결혼한다고 해서 부모님 안심하심. 이름이랑 사는 곳 더 자세히 말씀 드렸고 곧 상견례 하기로함.

히라.
우리 결혼식 얼마나 남았지.
삼개월 정도 남았어.
그렇구나.
졸려?
응.
히라, 근데 나 사람 모습 처음 봤을 때 어떻게 바로 알아봤어?
세상에서 그렇게 아름다운 사람은 키요이뿐이니까. 키요이는 고양이 모습일 때도 그렇지만 사람 모습일 때도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워. 감히 키요이 고양이 때 사람 모습 상상해봤는데 감히 그려지지 않았아. 근데 사람 모습인 키요이 보자마자 생각했어. 그래 이런 모습 일거라고. 너무 아름답다고.
키모.
미안.

마루에 앉아 있던 키요이가 히라 무릎을 베고 누움.

히라.
응.

키요이가 더 머리 쓰다듬어 주고 토닥여 달라는 말을 하지 않아도 알아 들은 히라가 졸린 키요이를 재우기 시작함.

히라 너도 잘생겼어...

잠들기 전 잠꼬대처럼 키요이가 중얼거리자 히라 음침하게 히죽 웃음.

키모.

잠결에도 알아챈듯 키요이 키모 하더니 잠듦.

상견례 전 키요이네 집 뒤지어짐.

키요이 소!

키요이 엄마가 전화로 불이나게 혼냄.

그게 뭐. 히라는 히라야. 정말 좋은 애..
소쨩!

키요이네 부모님 히라가 그 히라 카즈나리인 거 알고 뒤집어지심. 고양이족은 순혈에 따라 나뉘는데 히라 집안은 순혈 중에 순혈로 고양이족들 사이에서는 왕이나 다름 없었음. 그러니까 히라는 오지사마나 다를바 없었음. 키요이는 그냥 그 얘기 듣고 그렇구나함. 히라는 자기 집사니까. 단지 그래서 히라가 바보나 밥통 같아 보여도 기백이 있었구나 느낌.

전에 히라네 집 마당에 멋대로 들어온 고양이가 사실 질 나쁜 고양이족이었는데 키요이 말고는 관심 없는 히라가 고양이족인 줄은 몰랐지만 키요이한테 공격하자 그 고양이족 죽일뻔함.

흠.

키요이 그 생각에 자기도 모르게 작게 웃음. 그 소리에 키요이 부모님 포기하심. 자기들 탓이 컸음. 얘를 잘 교육시켜야 했는데 집안 특성상 오냐오냐할 수밖에 없었음. 가출도 독립도 그래서 허락해준 거였고. 근데 그렇다고 순혈 중에 순혈 히라랑 결혼한다고 할 줄은 몰랐음.

히라키요이 거창하고 화려한 결혼식 마치고 이브닝 파티하는데 모든 고양이족이 키요이만 바라봄. 다들 소근소근 떠들고 있음. 코야마도 와서 축하해줬고. 젊은 남자들 무리에서 소근소근 하길래 코야마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음.

야 뚫어지게 보지마!
왜?
아 너 외국에서 오래 살다 온 건 알겠는데 여기서는 순혈 반려자 뚫어지게 보는 거 예의 아니야.
근데 어떻게 안 봐... 그 키요이잖아?
힐끔힐끔 뚫어져라 봐!
으히힉. 고마워.

키요이 뚫어지게 보던 고양이족이 히라의 크고 새카만 동공에 전기온 듯 털이 바짝 서서 힐끔힐끔 키요이 바라봄. 히라도 키요이 뚫어지게만 보지 않으면 힐끔힐끔은 이해함. 키요이가 너무 아름다워서 황금왕국 시민이 되면 어쩔 수 없으니까.

너무 감사해요.
저희야 말로 감사하죠.

키요이네 부모님 아들이 저렇게 행복해 보이는 거 처음 본다며 얼굴 볼때마다 감사하다고 하는 히라네 부모님 보며 이제야 긴장 푸심.

고양이족 중에서 순혈은 아니고 심지어 순혈의 피도 얼마 없는 키요이 집안은 사실 힘이 별로 없었음. 하지만 고양이족들 사이에서 아름다움의 축복을 가장 많이 받았고 대대로 그걸 물려주었음. 그래서 전세계 고양이족들 사이에서 가장 아름답기로 유명했음. 하지만 힘이 약해서 숨어 살았고 종종 키요이란 성을 쓰지만 그 키요이가 아닌척 하며 살았음. 키요이는 그런 키요이 집안 고양이족 중에서 가장 아름다웠음. 키요이네 부모님은 고양이 일때 모습 조차 키요이가 너무 아름다워서 고양이 모습으로도 잘 못 나게 했음.

공부도 홈스쿨링 시켰고 사람 모습으로는 사실 웬만해서는 절대 못나게함. 그러니 키요이는 외롭게 컸음. 하지만 부모님 입장에서 키요이가 질나쁜 고양이족에게 당하는 것보다는 그게 나았음. 그래서 처음 사귄 착한 고양이족이랑 살아보고 싶다고 해서 항상 가장 아름다운 고양족이라 날 세우고 살았던 키요이가 착하다고 하면 거의 고양이가 아니라 천사라 허락했던 거였음. 고양이족은 19살이면 성인이라 혼자 살기도 하니까. 근데 생각해 보면 친구라고 답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음. 그렇다고 이렇게 곧 전세계 고양이족에 왕이 될 반려와 결혼하게 될 줄은 몰랐음.

키요이네 부모님은 키요이가 고양이족을 만날리가 별로 없어서 고양이족에 대해서 자세히 알려주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아예 안 가르친 건 아니라서 키요이가 괘심하기도 했음. 히라 집안을 사칭하는 못된 고양이족도 있었거든. 근데 키요이가 저렇게 웃는 거 처음 봐서 급 눈시울 붉히심. 누구 새끼길래 저렇게 이쁠까 하고.

히라도 키요이처럼 둔하답니다.
둘이 잘 만났죠. 천생연분이에요.

히라 엄마가 은근 슬쩍 히라도 고양이족에 대해 아는 게 키요이랑 비슷하다고 함. 키요이 엄마도 그래 답답하고 둔한 것끼리 웃으며 잘만났다 생각하심. 두분이서 환하게 웃으며 손 잡은 채 속으로 홀가분하게 그래 잘 치웠다 하심.

고양이 일족 중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키요이 집안 사람을 내눈으로 보다니.
그러게 말야.
집안이 힘이 없는 게 조금 아쉬운.

약간 연배가 있는 테이블에서 속닥 거림. 다들 작은 소리지만 입을 바로 막아버림.

애초에 반려 집안이 어떻든 무슨 상관인가.
그래 순혈께서 선택하신 거면 된거지.
태어나는 아이도 순혈에 피가 워낙 강해서 전부 순혈 중에 순혈이지 않나.
애초에 반려 집안이 순혈이었던 적이 없어.
그래 다른 순혈이 그걸 시기한 적도 없지.
그리고 고양이족은 사랑으로 결혼하는 특이한 종족이라고 손가락질 받았지만 그래서 우리만 살아남았네.
흠흠. 그냥 정말 아쉬워서 해 본 말일세. 너무 아름다우시지 않나.

같이 앉은 이들보다 살짝 젊어 보이는 남자는 키요이를 뚫어지게 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다시 입을 열음.

아마 반려 중에 키요이 집안 중에 가장 아름다웠던 고양이족으로 남으실 걸세.
그래 그리고 앞으로 태어날 히라 집안에 고양이족들은 지금 보다 더 아름답겠지.
그럼 그럼.

다들 남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황홀해함. 모두가 자신들의 수장이자 왕이자 완전한 순혈인 히라 집안 고양이족을 우러러 봄. 언제나 믿고 따를 수 있는 자신들의 경외의 존재. 물론 히라는 그런데 관심이 없지만 그래도 할일은 잘함.

키요이 부모님은 히라랑 아직 정식 혼인 절차는 안 밟았으니 돌아오고 싶으면 오라고 하셨고 히라 부모님도 전적으로 동의하심. 물론 히라에게 키요이를 키요이에게 히라 꽉 붙잡으라고도 하셨음. 두 부모님 다 엄청 축복해주심. 속으로 너네는 보니까 너네 둘이야 서로 감당할 듯 싶다 하심.

키요이는 전처럼 마루에 누워 히라 무릎을 베고 있음.

히라, 궁금한 게 있어.
응.
내 이름 어떻게 맞혔어?
어릴 때 가장 아름다운 고양이족 이름이 키요이라고 들었던 게 기억나서 분명 우츠쿠시 네코쨩 이름이 키요일 거라고 생각했어.
키모. 히라, 영원하자.
응. 키요이 언제나 키요이 옆에 있을게. 이터널.
응. 내 옆에 있어.
히라, 에비코로.

히라는 요즘 부쩍 더 부드러워진 키요이의 머릿결을 조심스레 만지며 키요이가 편히 잠들 수 있게 토닥였음. 히라랑 키요이네 부모님들 별로면 싱글로 돌아오라고 반진심반농담 담긴 말씀 하셨는데 이미 키요이 뱃속에 다음 순혈 고양이족 후계자가 자라고 있어서 두 집 다 결혼 전에 가졌을 게 뻔해서 또 집안 뒤집어짐. 물론 히라랑 키요이는 그게 뭐 큰일인가 하고 달달한 신혼 즐기느라 바쁨. 히라가 찍었던 고양이 모습인 키요이 사진은 어느새 사람 모습을 하고 환하고 예쁘게 웃고 있는 키요이 모습으로 전부 바뀜.




앎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