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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16 22:01




맨날 울고 있는 마치다(걱정 인형이었던) 보고 싶다. 노부가 그날그날 느끼는 걱정 외로움 무력함 같은 거 다 자동으로 마치다한테 옮겨가서 대신 울어 주는 거. 덕분에 노부는 그런 부정적인 감정 다 사라졌을듯. 물론 자기 대신 우울해 하는 마치다 보고 걱정되지만 그 걱정스러운 감정 마저 마치다가 고스란히 가져가서 느낌. 처음엔 안절부절 못하다가, 한동안은 노부가 마치다를 달래주다가 한 1년 정도 지나니까 익숙해져서 노부는 근심 없이 살아가고 마치다는 혼자 울듯. 마음대로 모습을 감출 수도 있고 다시 인형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도 있고 엄지손톱만한 종이 쪼가리로 바뀔 수도 있어서, 노부 눈을 피해 우는 날도 많아지겠지. 사람의 형태로 지내는 날들이 점점 줄어가고 몇 주 동안 안 보일 때도 많지만 노부는 별로 크게 신경 안 쓸 거임. 걱정 된다는 느낌을 갖기도 전에 마치다가 알아서 걱정하고 가슴아파 하니까. 그렇게 3년을 살다가 어느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겠지. 그 걱정 인형 없으면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지? 하고 숨이 탁 막힘. 이런 걱정이 생긴 것 자체가 마치다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것임을 그땐 몰랐어서, 노부는 한동안 머리 싸매고 괴로워할듯. 그런데 내가 왜 이런 감정을 느끼지? 걱정 인형이 왜 내 걱정을 안 가져 가지? 그제야 옷장이며 추억 상자며 싹 열어 보는데 처음 웬 수상한 할머니에게서 사 왔던 걱정 인형이 새카맣게 타서 쳐박혀 있는 거 보고 노부 덜컥 눈물 쏟으면 좋겠다. 술 마신 날 찾았던 육교 위에서 가판대에 인형을 팔던 할머니를 찾아 보지만 이미 3년 전 일이고... 노부는 한참 뒤에 알게 되겠지. 걱정 인형의 미신에 대해. 주인의 걱정과 슬픔 우울을 먹으며 살아가지만 그만큼 사랑을 돌려받지 못하면 스스로 타서 죽어 버린다는. 인터넷 검색 기록도 별로 없는 그 인형에 대해서 노부는 뒤늦은 후회로 예전보다 더 우울하게 살아갈 것 같다.


노부마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