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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13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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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에다...아니 메구로 슌스케 태자비가 실종되었다. 감쪽같이 말이다. 그리고 태자비의 실종 사실은, 황실 내에서 함구령이 내려졌다. 다른 이도 아닌, 메구로 렌 황태자에 의해.

"정말 괜찮겠니? 혹시 더 늦어지면 슌스케군이 더 위험해질 수 있어."

걱정에 가득한 메구로 황후에도 메구로 렌 황태자의 입장은 단호했다.

"범인은, 슌을 잘 아는 사람이에요. 섣불리 움직였다가는, 더 멀리 도주할 위험이 있습니다."
"그말은...새아기를 납치한 범인을 알고있다는거니?"

슌이 순순히 따라갈만한 약점을 쥐고 있는 사람.

그리고 슌의 약점은...하나밖에 없지.

"커흑...크흑..."

하루토의 목을 쥔 렌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메구로 하루토.

"슌 어디있어."
"잠...잠ㄲ...."
"내 아내 어디있어."

내...ㄱ...아니...ㅇ...목이 졸려 더는 말을 이어나가지못하는 하루토를, 렌은 바닥에 내던지듯이 했다. 연신 거친 기침을 하던 하루토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내가 아니야! 내가 한건 태자비를 만나게해준것뿐이라고! 나한테 하도 사정사정을 해서!"

억울한듯 소리를 지르는 하루토를, 렌은 조용히 노려보았다. 서늘한 눈빛에 움찔한 하루토는 나, 나도 니 부인한테 물 먹은 적 있었으니까!!!하고 변명을 덧붙였다.

"괘씸해서 곤란하게 만들게하고싶은 마음이야 있었지! 설마 태자비를 납치할줄 누가 알았겠어?!!!"

렌은 한쪽 입꼬리만 올려 웃었다. 그래, 그렇다는거지.

"메구로 하루토 대군. 태자비가 돌아오면, 대군과 그대의 모친의 황실품계를 영구박탈할것을 폐하께 요청하겠습니다."

렌의 말에 하루토는 기가 막히다는 표정으로 헛웃음을 터뜨렸다.

"황태자가 되더니 눈에 뵈는게 없나보지? 말도 안되는 소리까지 지껄이는걸 보니."

렌은 싱긋 웃었다. 정말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십니까?

"남편의 추존과 아들의 태자 즉위의 욕심에 눈이 멀어 조카를 납치를 사주한 전 태자비와, 현 태자비의 납치를 도운 공범이 황실에서 황족으로 살아가는게 더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는데요."

렌의 말에 하루토는 눈을 크게 떴다. 너....

"왜? 설마 몰랐다고 할건 아니겠지?아무것도 모른다고 대답하기엔 나도, 대군도 이젠 너무 크지 않았나?"

너와 네 어머니는, 그 애만큼은 건드리지말았어야했어.

창문도 없는 탓에 아침인지 밤인지도 알수없는 시간에 눈을 뜬 슌스케는 벌컥-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에 느리게 고개를 들어올렸다. 먹어. 슌스케의 앞에 빵을 툭 던지듯 내려놓은 이는

"설마 굶겨 죽이기라도 할줄 알았니?"

하며 조소했다.

"내 새끼는 아니여도 그래도 그동안 키운 정도 있고, 어쨌든 조카인데 그럴리가 있나."

제 부친...이였었던 남자의 말에 슌스케는 피식 힘없이 웃었다. 납치해놓고 저 아량이라도 베푸는듯한 말투와 표정은 대체 뭐란 말인가.

"슌, 우리가 널 이곳에 데려오기 전, 너한테 한 말 기억나니? 너의 부모님과 할아버지에 대한 비밀이 있다고 말이지."

기억나고 말고. 그 말을 듣고, 슌스케는 그들을 따라가지 않을 수 없었으니까. 남자는 한껏 인자한 표정을 꾸며내었다.

"너는 우리 아버지를 참 좋아했지. 진짜 손주도 아니면서 말이야. 나는 그게 참 신기했어."
"그게...무슨..."

떨리는 슌스케의 목소리에 남자는 그제서야 만족스러운듯한 미소를 지었다. 이런, 감쪽같이 속았나보군. 우리 아버지도 참, 배우를 하셨어야 했는데.

"무슨소리냐고 묻잖아!"
"네 아버지, 미치에다 나오히토가 내 친형이 아니였으니까. 네 아버지는 입양아였어. 그러니 네 할아버지도, 진짜 할아버지가 아니였다고. 너랑은 핏줄도 섞이지않았어."

미치에다의 눈이 크게 뜨였다. 남자는 비릿하게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선 황제폐하의 손주분의 정혼 상대 역시 네가 아니였다는거야. 정혼이 약조된것은 당신들의 피를 이어받은 손주들이였으니까."

그 사실을, 황제폐하께서, 태자전하께서 아시게 되면, 어떻게 될까. 응?슌스케. 남자는 웃었지만 슌스케에겐 아무것도 들리지않았다.

'우리 슌, 여기 목에 있는 점은 이 할애비랑 똑 닮았구나-'

'목에 있는 점은 복점이란다, 우리 슌은 복이 많은 아이로구나'

"알겠어? 애초에 진짜로 네 가족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남자가 나간 뒤, 슌스케는 아무것도 먹지않았다. 미치에다 부인은 그런 슌스케가 조금 걱정되어 남편에게 물었지만 남자는 지금은 충격에 빠졌을 뿐이라며, 배고프면 알아서 먹겠지. 하는 성의없는 대답을 돌려주었을뿐이였지만.

아무것도 먹지않고 죽은듯이 잠만 자는 슌스케에 그제야 미치에다 부부는 심각성을 느낀 모양이였다.

"니가 잘못한거야! 먹여주고 키워주고 재워줬더니 은혜도 모르는게!"

그들은 어떤 때는 화를 냈고

"슌스케, 생각해보렴. 네가 정말 계속 황태자비로 살수있었을거라 생각하니?"

또 어느 때는 저를 설득시키려들었고

"외국으로 떠나면 돼. 응? 우리 가족이 다시 다같이 살수있어."

회유를 시도하기도 했다. 슌스케는 그 어떤 대답도, 반응도 하지않았다. 그저, 눈을 감고 잠에 빠져들었을 뿐이였다. 그동안 눈코뜰새없이 바쁘고 힘들게 살아야만했던 시간들을 전부 보상받으려고하는듯이.

"정말 죽을 생각이라도 하고있는거야?!!! 네 부모님, 할아버지를 따라가기라도 할거냐고!!!"

그들의 고함소리가 머리를 울려 아파왔다. 글쎄요. 내가 정말 이곳에서 죽는다면 할아버지한테 물어보고 싶어요. 왜 당신은, 진짜 핏줄도 아닌데, 그렇게까지 나를 사랑해주었느냐고. 어떻게 그럴수 있었느냐고.

햇살이 녹녹한 어느 여름날, 어린 소년이 할아부지!!!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나무로 된 마루바닥 내달렸고, 할아버지는 그런 손자를 안아들고는 쉿! 하는 소리를 내었다.

"방 안에 손님이 주무시고 계시니, 시끄럽게 하면 안된다, 슌."
"형아 자요??"
"그래. 그러니까 조용히 해야한단다."
"형아랑 놀고시푼데..."

칭얼대는 슌스케의 머리를 쓰다듬은 할아버지는 싱긋 웃으며 건너방을 바라보았다.

"나중에, 지금은 안된단다. 아직 휴식이 더 필요하실테니까."
"나중에, 언제요??"
"글쎄...."

저분께서 겪어오셨을 모진 시간들과 상처들이 아주 조금이라도 아물게 되면.

"우리 슌은 착한 아이니까 기다릴수있지?"
"우웅....."

슌스케는 아쉬움이 담긴 눈으로 굳게 닫힌 방문을 바라보았다.

"형아 근데 이름이 모야??"

소년은 슌스케의 입가에 묻은 아이스크림을 닦아주고는 웃었다.

"말할수없어, 아직은."
"왜애????"
"말하면, 내가 위험해지거든."

그리고 너도. 그래서 아직은 안돼.

"형아, 여기서 계속 같이 살면 안돼???"
"응, 안돼. 형은 가야해."
"히잉....형아랑 계속계속 같이 놀고싶은데..."

울먹이는 슌스케의 눈동자에 피식 웃은 소년이 입을 열었다.

"아주 나중에 슌이 어른이 돼서 나한테 시집 오면 평생 같이 살수 있는데."
"그럼 형아가 나랑 맨날 같이 있어줄수있어??그럼 나 시집갈래!!!!"
"약속한거다, 슌?"

소년은 냅다 제게 미래를 약속해버린 어린 손자를 멍하니 쳐다보는 이를 향해 씩 웃었다.

"빈궁전은 잘 꾸며놓을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소년은 난감한 기색이였다. 문 밖에서는 소년의 캐리어들과 여권을 들고 대기하는 경호원들과 비서들이 가까워져오는 비행기 시간에 소년을 재촉하고 있었고, 슌스케는 소년의 옷을 붙잡고 가지말라고 울고 있었으니까.

"으아아아앙- 가지마아아아-"

엉엉 우는 슌스케를, 소년은 어쩔줄 몰라하며 달래고 또 달랬다.

"꼭 다시 올게, 약속해."

몇번이고 약속해도 울음을 그칠 기미를 보이지않아, 소년은 슌스케를 품에 넣었다.

"반드시 다시 만나러 올게. 널 데리러 올게. 널 절대 잊지않을게. 그러니까 너도 날 잊지말아줘, 슌. 내 이름은...."

내 이름ㅇ...

"허억...!"

눈을 번쩍 뜬 슌스케는 눈을 느리게 깜빡였다.

"어떻게...."

내가...내가 왜 잊고있었을까. 어떻게 잊을수있었을까. 어떻게....당신을 두고 그대로 죽어버리려는 생각을 했을까 내가.

"가야해..."

이 곳에서 나가야해, 지금 당장 만나러 가야해. 하지만 어떻게..?

그때였다. 슌스케의 시선이 손목에 닿은것은. 부친...아니 부친이라고 믿고있던 이에게 빼앗길뻔한, 할아버지의 시계. 슌스케의 눈빛이 결연하게 빛났다.

쾅!!!

슌스케는 혼신의 힘으로 시계를 거울에 부딪혔다. 쾅!쾅! 몇번을 부딪히자

쨍그랑- 날카로운 파열음과 함께 거울이 깨졌다. 그리고, 요란한 소리를 들은 미치에다 부부가 달려왔을때, 그들의 눈에 들어온것은,

"가까이 오지마!!!"

날카로운 유리조각을 제 목 근처로 가져다대는 슌스케의 모습이였다.

"당신들이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여기서 바로 목을 그을거야."
"너...!!!"
"날 내보내주지 않아도, 나는 목을 그어버릴거야."

슌스케가 유리를 쥔 손에 조금 힘을 주자 그새 날카로운 유리에 베인 하얀 목덜미에서 빨간 피가 배어나기 시작했다. 그제야 슌스케가 진심임을 깨달은 미치에다 부부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너,너...그 꼴로...나갈수있을거라고 생각해?!"

미치에다 부부는 경악했지만

"응."

난 나갈거야. 이곳에서, 당신들한테서. 나를 묶어두고있는 미련들에게서, 영원히. 슌스케는 더없이 후련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봤자 너는 가짜야!!!!너는 진짜로 우리 아버지의 손자도 아니고! 진짜로 태자비의 자격도 없다고!!널 받아줄수있는건 우리밖에 없어!! 모르겠어?!!!"

발악하는 이들에도 슌스케는 웃었다. 상관없어.

"내가 진짜 할아버지의 손자가 아니여도, 내가 태자비의 자격이 없어도, 다 상관없어."

할아버지도, 렌도, 내가 진짜로 사랑하니까.

"그러니까 난 나갈거야."

몇시인지조차 가늠이 가질 않았다. 그저 아주 깜깜하고, 인적도 없는 새벽이라는것말고는. 슌스케의 핸드폰은 미치에다 부부가 납치와 동시에 버렸기 때문에, 연락할 방도가 없었다. 가까운 역에서 공중전화기를 찾는 수밖에는. 그러나 도시에서 떨어진 외진 곳에서 제일 가까운 전철역이라고해도 거리가 꽤 많이 떨어져있었다.

설상가상으로 머리가 아팠고 속은 뒤집힐것같았다. 몇일간 제대로 먹은것없이 빈속에 내달렸으니 그럴만도 했다. 다리에 잠시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을뻔한 저를 받쳐안는 손길에 슌스케는 화들짝 놀라 고개를 숙이며 캡모자를 눈까지 덮이도록 푹 고쳐썼다. 아무에게도 들켜서는 안되었다.

저를 넘어지지않게 받쳐준 이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허둥지둥 도망치려했던 슌스케의 시도는 저를 품에 안는 손길에 실패로 돌아갔다.

"저기..."

제가 살짝씩 움직일수록 더 단단하게 저를 껴안는 팔에 조금씩 의아함을 느끼던 슌스케는

"찾았다..."

먹먹하게 메인, 너무도 익숙하고, 그리웠던 목소리에 모든 움직임을 멈추었다.

"렌...."

저를 껴안은 두 손이, 넓은 어깨가 형편없이 떨리고 있었다. 제 어깨죽지가 젖어가는 느낌에, 슌스케는 가만히 팔을 들어 그의 등을 토닥였다.



메메밋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