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라는 키요이가 기억이란 걸 하기 시작한 순간 부터 함께한 소꿉친구였음. 그런 키요이의 첫 기억은 부모님이 아닌 어린 히라랑 욕조에서 물장난 치며 목욕하는 장면임. 그런데 히라는 고등학교 졸업식날 사라지더니 약10년 뒤 결혼 했다며 고향으로 돌아옴.

히라는 키요이에게 졸업식날 중요하게 할말이 있다고 했음. 키요이는 그때 히라가 하려던 말이 뭐였을지 매일 상상했음. 하지만 히라는 결혼했고 어딘가 달라져서 더이상 자기 소꿉친구가 아닌 것 같았지. 히라는 이제 같은 히라라는 성을 가진 여자의 남편이었음. 매일 자기 성을 키요이로 바꾸고 싶다고 노래를 불러놓고. 나쁜놈. 키요이는 펜 글씨가 번지자 입술을 꾹 물었음.

히라랑 키요이는 모태부터 소꿉친구로 서로가 곁에 없는 건 상상할 수도 없고 서로를 공기처럼 여기던 사이였음. 어느날 고등학교 졸업식을 남겨두고 히라와 히라 부모님 그리고 그들이 살던 곳에 흔적 조차 하루 아침에 연기처럼 사라졌음. 한동한 그 충격으로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동시에 히라 좋아하는 거 자각했던 키요이는 제대로 사람 구실도 못하고 헛소리만 한 적도 있었음. 그런데 몇년 후 히라가 결혼해서 돌아왔음.

히라 아버지 부모님 반대하에 결혼했는데 아프게 됐고 그쯤 히라 할아버지가 다 받아드리고 용서한다고 해서 결국 히라 아버지 치료비 때문에 무서운 히라가로 돌아가게 됐음. 대신 서민으로 산 흔적을 완전히 지워야했음. 하루아침에 연기처럼.

히라 싫다고 했지만 아버지 병이 심각하고 깊다는 거 알게 돼서 아버지 치료 때문에 따라 들어가게 됐음. 히라는 히라가에 들어 왔으니 히라가에 룰을 따르라는 할아버지 말에 평소 보이지 않는 히라가의 눈빛을 보였다가 할아버지 마음에 들어버림. 아버지 보다 기대가 된다며 아버지가 못한 정략혼을 하라는 조건까지 붙어서 강력하게 항의 했다가 아버지 쓰러지는 바람에 받아들임.

그렇게 몇년을 후계자 아닌 후계자로 교육 받고 정략혼 해서 히라 키요이 찾으러 옴. 물론 정략혼은 말 그대로 정략이고 계약이었음. 정략적 동반자로 무늬만 아내인 친구는 자신과 똑같이 오래 전부터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음. 그덕에 수월하게 가짜 결혼을 함. 히라는 3살 때부터 키요이를 짝사랑 했고 키요이 카즈나리가 되는 게 꿈이었음.

할아버지를 회장직에서 끌어내릴 준비를 다 마친 히라는 늦었지만 키요이 찾으러 왔고 그간에 일 설명하고 싶었음. 하지만 아직 할아버지 끌어내리기 전이라 아내와 밖에서는 친근하게 지냄. 그런 히라 보고 세월도 지나고 후계자 수업 받느라 살짝 날카로워진 히라가 결혼까지 했으니 아직 고등학교 때처럼 순수한 키요이는 도망치기 바빴음. 키요이 놀라지 않게 예전처럼 온화하게 대하고 부드럽게 오해 풀고 싶던 히라는 도망치는 키요이 보면서 지금까지는 사랑하는 키요이랑 잘 지내서 문제가 없었지만 히라가 본능에 의해서 눈 돌아가려했음. 그런데 키요이가 히라랑 불륜이라도 저지를 것 같아서 히라가 했던 것처럼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림. 히라 할아버지고 뭐고 완전히 눈 돌아감.

도망친 키요이는 할아버지 손에 있어야함. 할아버지 히라가 그룹 먹으려는 거 알고 진심으로 싸우셨는데 막지는 못했음. 그만큼 할아버지 히라에게 기대가 컸는데 그걸 히라가 만족시켜줘서 정말 기뻐하심. 그리고 두번 다시 같은 잘못을 하실 생각도 없고 히라가 고른 손자며느리인지라 키요이가 그냥 무조건 마음에 드심. 그래서 키요이 데려와서 잘 먹이고 잘 재움. 키요이는 할아버지가 우연히 길에서 만난 인상 좋고 인품 좋은 할아버지인 줄 알고 예쁜 얼굴로 방긋방긋 잘 웃고 잘 먹음. 할아버지 잘 먹는 키요이 보면서 김치국 사발로 들이켜서 히라랑 키요이 닮은 토끼 같은 증손자 상상하시는데 히라가 히라 일족 피를 가장 진하게 타고난줄은 모르셨음. 자기 집안 사람이 그렇게 까지 눈돌아 간 거 처음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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