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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1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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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인들의 과한 수발만 아니면 지내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모두가 친절했고 음식도 맛있고 소금이까지 귀여워해주니까. 항상 침실 문 밖에 서있는 '레나'라는 이름의 고용인은 마치다와 나이도 비슷해 좋은 말동무가 됐다. 옆 마을에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늘 이 마을 온천에서 일하고 싶었다고, 그런데 운 좋게도 저택 고용인을 구한다고 하여 바로 달려 왔다고 했다. 자신보다 작은 몸집으로 무거운 물건을 잘도 들어 날랐고 잠은 보통 낮 시간에 자는지 점심 먹을 때쯤부터 초저녁까지 안 보였다. 그땐 다른 고용인이 침실 앞을 지켰다. 언제든 이 집 주인 부부의 손과 발이 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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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식사 전, 욕실에 있는 노부와 고용인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하긴, 목욕 시중이 저들의 일이라고 하니 자기만 받을 리는 없었다. 집주인인 노부도 당연히 누릴 일. 그래도 나체 상태로 욕조물에 들어가 있는 남편의 몸을 다른 사람이 문지르고 있는 걸 보니 쉽게 발이 안 떨어졌다. "사모님도 목욕하시게요? 레나한테 2층 욕실에 준비하라고 시킬게요." 그냥 남편이 안 보여서 찾으러 다니던 중이라는 말에 노부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부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노부는 그저 편안한 자세로 고용인의 손길을 느꼈다. "당신도 벗고 들어와요. 욕조가 좁긴 하지만 붙어 앉으면 되니." 얼굴이 붉어진 건 마치다만이 아니었다. 스무 살짜리 앳된 고용인도 고개를 숙이며 뺨을 붉혔다. 마치다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그냥 사라져 버리자 노부가 콧노래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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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다의 질투가 시작된 건, 처음부터 노부의 계획이었지만 생각보다 더 기분 좋은 일이었다. 항상 늦게 일어나던 사람이 꼭 남편과 같이 침실을 나오려고 했고 고용인이 남편 밥그릇에 반찬을 올리면 자기는 두 번 올렸다. 소금이가 스무 살짜리 고용인과 놀고 있으면 꼭 가서 훼방을 놓았다. "소금아 네 엄마는 나야. 저 애가 아니라니까?" 아무리 교육을 시켜 봐도 고양이가 이해할 리 없었다. 특히 노부와 그 애가 함께 있을 때 소금이가 사이에 끼면 마치다는 참지 못하고 소금이를 데리고 왔다. 남편을 데리고 오자니 소금이와 그 애가 노는 게 싫고, 그 애한테 저리 가라고 하자니 꼴이 우스웠다. 노부는 자기 손바닥 안에 있는 부인이 사랑스러워 얼굴에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물론, 아직 애 티를 벗지도 못한 아이가 자신을 흠모하게 됐다는 걸 모르지 않았다. 그런 애를 제 부인의 질투 유발용으로 취급하는 게 조금은 미안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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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온천을 둘러봐야겠다며 일찍 식탁 앞을 떠나는 노부의 뒤를 그 애가 따랐다. "같이 가는 거예요...?" "네. 뭔가 시킬 일이 있을 것 같아서. 저녁 식사 전엔 돌아올게요. 오늘은 날이 좋으니 정원에서 책이라도 읽는 게 어때요?" 그 애는 말간 얼굴로 노부 옆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날이 좋아 봤자 정원 신세죠. 다녀오세요." 정원에 서있던 다른 고용인 한 명, 마치다 뒤에 서있던 레나, 그리고 노부까지 놀란 눈치였다. 이 와중에 고개 숙인 저 아이의 표정을 알 수 없는 게 불쾌했다. "당신 뭐 갖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해 봐요. 오는 길에 사 올 테니." "그런 것도 직접 가서 골라야 뭐가 좋은지 알죠. 저 애한테나 뭐 갖고 싶냐 물어 보세요." 한 번 말을 모나게 뱉으니 멈출 수 없게 됐다. 마치다는 레나를 끌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부인의 질투심에 외출하고 싶다는 욕구까지 더해지니 노부는 약간 감당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 온천으로 향하는 길에 당고 파는 상점이 보였다. 혼인하고 3일째 되던 날, 고작 당고 하나 사 먹고 싶어 몰래 외출 했던 부인을 모질게 혼냈던 그때가 떠올랐다. 내가 왜 질투 좀 받아 보겠다고 케이도 못 누리는 걸 이 아이에게 베푸는 거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거 사서 집으로 돌아가라. 케이는 얼마 먹지 않으니 조금만 주고 너희 먹을 것도 사서 가." 아이에게 돈을 건넸다. "온천은요...? 저 온천에 꼭 가 보고 싶었는데." 더 이상 대꾸하지 않고 혼자 온천으로 향하는 노부의 뒷모습을 한참이나 쳐다보던 아이는 당고를 사기 위해 걸음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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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도 짧은 사람이 왜 욕심을 부렸어요." 당고 한 꼬치면 될 걸 괜히 두 꼬치 먹었다가 체하고 말았다. 마치다는 머리가 어지러워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못했다. 침실 밖에 레나가 서있었다. 노부는 그 고용인을 불러 다그치기 시작했다. 상태가 낮부터 이랬으면 진작 온천으로 사람을 보내 내게 알렸어야지 뭘 한 것이냐고. 마치다는 겨우 몸을 일으켜 노부와 레나 사이로 비척비척 걸어 들어갔다. "내가 알리지 말라고 했어요... 그러니까 혼내지 마요... 자고 일어나면 괜찮을 거예요." 한낱 고용인을 싸고 도는 게 이해되지 않았지만 노부는 아픈 사람 앞에서 더 이상 큰소리 내기 싫어 문을 닫았다. "저 사람은 고용인이지 친구가 아니에요. 감쌀 필요 없어요. 자기 일을 하지 않은 건 저 사람 잘못이니까." 마치다는 다시 침대로 들어가 누우면서 끙 앓는 소리를 냈다. "그래도 내가 유일하게 속 얘기 할 수 있는 사람이에요. 그냥 고용인이라고만 생각하지 않아요." "당신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분명 저 사람이 자기 분수에 맞지 않는 행동을 했겠군요. 앞으로 당신 수발 드는 고용인을 다른..."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노부는 깜짝 놀라 침대로 다가갔고 마치다의 뺨을 어루만졌다. "그건... 그 아이도 마찬가지 아니에요...? 자기 분수에 맞지 않게 당신을 좋아하잖아요... 제 눈에 다 보인다고요." 고용인을 이용해 괜한 질투심을 느끼게 하는 건 정말 이제 관둬야 겠다고 다짐했다. 노부는 30분 넘게 침대 끝에 앉아 부인의 손을 주물렀다. 두통 때문에 미간을 확 찌푸린 채로 잠에 든 얼굴을 내려다 보며 처음으로 두려운 감정이 들었다. 더 이상 짓궂게 굴었다가는 도망쳐 버릴지도 모르겠다는. 







노부마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