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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22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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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여행을 빙자한 일탈을 마치고 환궁한 메구로는 역시나 황제의 부름을 피할수없었다. 굳게 닫힌 황제궁의 문 앞에서 어쩔줄 몰라하는 미치에다의 어깨를 부드럽게 두드리며 부른것은 황후였다.

"황후마마..."
"신혼여행은 즐거웠니, 아가?"
"아아 네...덕분에요...근데 지금 렌은...폐하께 많이 혼나는 중인가요?"
"경호원들을 따돌리고 행동한건 황족의 신원과 품위와 귀결된 일이니 렌이 혼나도 할말은 없지."
"그렇지만..."
"경호팀의 보고를 듣고 놀라긴 했단다. 렌이 그렇게 즉흥적으로 행동한적이 없었거든. 그래서 폐하께서도 더 걱정하신것뿐이야. 그러니 너무 염려하지마렴."

그렇게 걱정되면 같이 들어가보련?황후의 제안에 미치에다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제가... 들어가도 되나요..?"
"되고말고-"

얼떨결에 황후의 손에 이끌려 황제궁으로 들어선 미치에다는 황제의 앞에 앉아있는 메구로의 뒷모습을 발견하고는 움찔 어깨를 떨었다.

"아직도 안끝났어요?애들 여독도 안풀렸을텐데 그쯤 해둬요."

황후의 지원사격과 구석에서 불안한 눈빛을 하고 서있는 미치에다에 황제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아들을 향해 이만 일어나서 나가보라는 눈짓을 해보였다. 그제야 메구로가 멋쩍은 표정으로 손을 꼼지락거리고있는 미치에다를 발견하고는 다가왔다.

"나 걱정돼서 온거야?"
"그....어쨌든 저도 공범인데...렌 혼자 혼나는거 그냥 보고있는것도... 좀...그렇기도 하고..."

작게 웅얼거리는 미치에다의 말에 메구로는 피식 웃었다.

"우리가 무슨 범죄 저지른것도 아니고."
"많이 혼났어요?"
"아니, 전혀. ...피곤하겠다. 빈궁전으로 돌아가서 푹 쉬어. 내일 아침부터 학교 가야하잖아."
"렌은요?"
"나는 아버지랑 더 이야기해야할게 있으니까 먼저 들어가."
"왜...왜요?혹시 더 혼나야해요?"

조심스럽게 제 눈치를 살피는 미치에다에 메구로는 씩 웃으며 미치에다의 머리칼을 흐뜨렸다. 그런거 아니야, 걱정하지마.

"저번주 국무회의에 관해서 얘기하실게 있나봐."
"아...."
"그러니까 걱정하지말고 먼저 들어가서 자. 아니면..."

오늘도 같이 잘까? 내 방에서? 귓가에 느릿하고 비밀스럽게 속삭여지는 목소리에 미치에다는 불에 덴듯 화들짝 놀라 뒷걸음질을 쳤다.

"선배!!!"

목까지 새빨갛게 물들인 미치에다의 모습에 메구로는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아 정말 이래서야 안 놀릴수가 없다니까. 미치에다는 웃음을 멈추지 못하는 메구로를 흘겨보았다. 원래 저렇게 짖궂은 사람이였나. 묵묵하고 어른스러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결혼하고보니 완전 중학생이 따로 없었다. 사기결혼이야 사기결혼....

그러나 미치에다는 몰랐다. 그런 메구로 렌 황태자는, 메구로 황제와 황후도 가히 놀라 동시에 서로를 마주볼 정도의 모습이였다는 사실을.

"메구로 선배 안녕하세요-"
"밋치 하이-"

응, 다들 좋은 아침- 저마다 아침인사를 건네는 이들에게 고개를 끄덕여보이며 자리로 향한 메구로가 맨 앞자리의 책상에 가방을 내려놓자 자연스럽게 미치에다가 그 옆에 앉았다. 그 모습을 쳐다보던 미치에다의 동기 한명이 두 사람한테 슬그머니 다가와 말을 걸었다. 있지, 저 선배랑 밋치한테 물어볼게 있는데.

"혹시 둘이서 오사카 여행 갔었어요?"

동기의 물음에 강의실의 모든 시선들이 일제히 두 사람을 향했다.

"제 친구가 오사카 사는데 얼마전에 유니버셜 스튜디오에서 두 사람 본것같다고 하더라고요. 모자랑 선글라스 껴서 긴가민가해서 사진은 못 찍었다고하던데, 진짜에요?"

어 맞아. 순순히 수긍하는 메구로의

"신혼여행 갔다왔거든, 슌이랑."

하는 덤덤한 대답에 헐 대박!!!! 꺅!!! 신혼여행이래!!! 강의실에는 비명이 터졌다.

"어땠어요? 신혼여행???"
"유니버셜만 갔어요??"
"호텔은 어디서 묵었어요??"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이것저것 물어오는 이들에 미치에다가 지끈거리기 시작한 이마를 짚을때였다. 미치에다의 손을 잡은 메구로가 씩 웃었다.

"신혼여행은 평생 나랑 슌, 둘만 알건데-"

으아악!!! 당했다..! 커플이다!! 아니야 부부잖아!! 바보야! 부부도 커플이야!! 소란을 떨던 이들은 수업을 알리는 벨소리와 함께 나타난 교수님을 발견하고나서야 각자 자리로 돌아갔고, 강의실은 평화를 되찾았다. 그리고

선배...있죠...혹시 그런 멘트들도 황실 후계자 수업때 배우는건가요..?미치에다는 진심으로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출석 부르겠습니다-"

안경을 고쳐 쓴 교수가 차례대로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메구로 렌."
"네."
"메구로 슌스케."

네. 손을 들어올려 출석을 마친 미치에다는 제 옆에 앉아있는 메구로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어딘가 심장 한 켠이 간질거려오기 시작했다. 메구로 슌스케라는 이름이, 제 옆에 있는 사람이 언제 이렇게 익숙해진걸까.

"왜 그렇게 봐?내가 그렇게 좋아?"
"...렌이 그런말을 안하면 좋을것같아요."

미치에다의 대답에 메구로는 아무튼 슌은 너무 차갑다니까- 장난스럽게 우는 소리를 내었고 그런 메구로를 보며 저도 모르게 피식 웃어버린 미치에다는 신기했다. 메구로 렌이 어느새 미치에다...아니 메구로 슌스케의 가장 편안한 존재가 되어있었다는 사실이.

"레포트는 다음주 수요일 오전 9시까지 제출해주세요. 이상."

과제 공지와 함께 강의실을 나가는 교수님에 아으으으- 여기저기서 우는 소리가 튀어나왔다. 가방을 챙기던 미치에다가 메구로를 불렀다.

"렌, 오늘 오전 수업밖에 없죠?"
"응? 응."
"그럼 저 오후 수업까지 시간 남았는데... 점심....같이 드실래요? 그....오늘은...제가 살테니까."

미치에다의 제안에 메구로는 눈을 크게 떴다.

"아니 그...결혼하기 전에도 렌한테 신세 많이 졌고....또....아,아무튼...."

부끄러운듯 점점 고개를 숙이는 미치에다에 메구로가 웃었다. 그래, 밥 먹으러 가자. 근데 뭐 사줄건데?

"어...음...렌이 이때까지 먹어본것중에 제일 맛있던게 뭐에요?"
"뉴욕 갔을때 동부쪽에 있던 스테이크 가게."
"....."
"...응?왜?"
"됐어요. 렌 혼자 먹으러가세요."

아 슌-장난이야 장난- 미치에다를 향해 애교어린 눈웃음을 지어내는 메구로에 강의실은 혼란에 빠져들었다.

"내가 방금 본게 메구로 선배 맞는거지? 선배가 애교도 부려..?"
"밋치도 뭔가 좀...바뀌지않았어?"
"어 맞아. 뭔가 전에는 뾰족하고 다가가기 힘들었는데 지금은 뭐랄까... 좀...말랑해진 느낌..?"

원래 결혼하면 사람이 변하는거야...?

"슌은 오늘 저녁까지 강의 있지?"
"아아, 네."
"끝나고 연락줘. 데리러올게."
"네? 아뇨 그럴 필요없어요. 저 빈궁전 보좌관님 연락처도 갖고있고..."
"내가 데리러오고싶어서 그래."

데리러오게 해주면 안돼? 하며 강아지같은 눈을 크게 뜨는 메구로에 미치에다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여버린것은 어쩔수없는 일이였다.

"여보세요, 렌?저 아직 수업 안 끝ㄴ..."
"접니다, 태자비마마."

핸드폰 너머로 들려온 목소리는, 메구로의 것이 아닌 동궁 소속 보좌관의 목소리였다.

"보좌관님?"
"태자비마마...그게..."

태자전하께서...승마 도중 낙마하셨습니다.

"태,태자비마마...!"

어떻게 황궁까지 왔는지도 모르겠다. 이 다음 수업이 이수학점이 제일 높은 전공수업이였다는 사실도, 처음으로 무단결석한 미치에다에게 걸려오는 전화들도, 단 한번도 자의로 타본적 없는 택시도,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높은 택시비도. 미치에다에겐 그 어느것도 중요하지않았다.

"....슌?"

다급하게 태자궁 안으로 들어선 저를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는 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어떻게 여기에...수업은?"

괜찮아요?많이 아파요? 어디가 어떻게 다친거에요? 대체 어쩌다가 말에서 떨어져요. 머리속으로 쏟아지는 수많은 단어들을 도저히 정리할수가 없어서.

"슌, 너...."

미치에다는 당장 달려가 그를 껴안았다.

"렌..."

그는 단단하고, 여전히 따뜻하다. 다행이다. 렌은, 할아버지처럼 갑자기 내 곁에서 사라지지않을거야. 언제나 있어줄거야.

"...많이 놀랐구나."

심장 아래에서부터 끓어올라 터질것만같은 무언가를 간신히 참아내느라 억눌리는 소리만 내던 미치에다를 안고 연신 달래던 메구로는

"죄송합니다. 제가 태자비전하께 태자전하의 낙마 소식을 전해드렸습니다."

그제야 울것같은 표정으로 동궁으로 달려온 미치에다가 납득이 되어, 고개를 숙여보이는 보좌관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을 조용히 지켜보던 보좌관이 조용히 동궁을 빠져나가자 메구로가 나긋한 목소리로 제게 안겨 흐느끼는 이의 마른 등을 천천히 쓸어내리며 달랬다.

"낙마라기보다는...말에서 내려오던 중에 발을 삐끗해서 바닥에 미끌어진것뿐이야"

괜찮아, 나 정말 괜찮아 슌.

"진짜...진짜 다친곳 더 없어요?"

울음을 참아내느라 떨리는 목소리와 눈물이 어린 눈동자는, 그 어느날, 미치에다에게 너무도 차갑고 혹독하던 밤, 절망에 찬 채로, 처음으로 먼저 저를 찾아주었던 그날 밤보다 훨씬 더 젖어있어서, 메구로는 제 앞의 그 가련한 얼굴이 못내 안타까웠고, 더없이 애틋했으며 또...

"날 이렇게 걱정해주는 널 보니까...다친게 나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드네."

기뻤다.

"그걸 말이라고 해요?!"

내가 얼마나 놀랐는데....얼마나...

무서웠는데.

"미안해, 슌."


내가 잘못했어. 눈물로 젖은 뺨을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쓸어내리는 메구로에 미치에다가 고개를 들었다.

"울지마."

눈물이 그렁그렁 차오른 미치에다의 눈동자를 바라보던 메구로의 고개가 천천히 기울어졌다. 입술이 맞닿은 동시에 겨우 참아내던 눈물이 다시 뺨으로 떨어져내렸다.




메메밋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