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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21 0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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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는 다이키치가 남자아이라고 했다. 그러자 케이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옷이 상하지 않게 잘 싸 두었던 조그만 옷들을 꺼냈다. 류세이가 이렇게 작은 옷을 자기가 입었던 게 너무 신기하다고 했던, 류세이가 아기 때 입었던 옷들이었다. 어차피 나중에 다이키치가 태어나면 꼼꼼히 세탁하고 입혀야 될 옷들이라 하나씩 꼼꼼히 살펴보자, 신생아 시절에 입는다고 한 옷들의 종류도 다양했다. 저고리 형태도 몇 개, 가운 형태도 몇 개, 바디수트나 소위 우주복이라고 하는 옷들도 있었다. 

"다이키치가 내가 아기 때 입었던 옷 입어요?"

정말로 작다고 자기 몸에 신생아 바디수트를 대보며 깔깔 웃던 류세이는 동생이 자기 옷을 물려받는 게 좋은지 신이 나서 물었다.

"응. 속싸개나 이런 저고리랑 가운은 그대로 입혀도 될 것 같고, 바디수트랑 우주복은 모르겠네."
"왜요?"
"왜요?"

케이는 똑같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노부와 류세이가 귀여운지 부드럽게 웃더니 류세이와 노부의 입술에 한 번씩 입을 맞춰주고야 대답을 했다. 

"바디수트도 체구가 크게 차이나면 못 입힐 수도 있고, 이런 우주복은 다이키치가 류세이보다 크면 이 제일 작은 건 못 입지. 다이키치가 류세이보다 작게 태어나면 더 작은 옷 만들어야 될 수도 있어."
"류세이는 컸어요?"

노부가 그렇게 묻자 류세이가 깜짝 놀라며 들고 있던 바디수트를 들었다.

"옷은 작은데!"

케이는 류세이가 귀여워서 웃다가 류세이는 조금 크게 태어난 편이었다며 책장에서 제법 두꺼운 노트를 꺼냈다. 앨범인가 했는데 첫장을 펼쳐보니 산부인과에서 속싸개로 돌돌돌 감긴 채 눈을 감고 자고 있는 류세이의 사진과 함께 케이가 꾹꾹 정성스럽게 눌러쓴 일기가 보였다. 
 
우리 류세이와의 첫만남. 태어날 때 딱 4kg! 의사와 간호사 분들은 류세이가 크다고 했는데 너무 작다. 손도 작고 발도 작은데 그 작고 귀여운 손가락과 발가락 끝에 정말 조그만 손, 발톱이 다 붙어 있어. 너무 신기하고 너무 예쁘다. 내일 목욕시킬 때 손, 발톱 사진도 꼭 찍어야지. 우리 류세이 건강하게 엄마한테 와 줘서 너무 고마워. 우리 류세이가 그날 밤의 유성우만큼 예쁜 세상만 보고 살 수 있게 엄마가 많이 사랑할게. 이미 너무 많이 사랑하지만!
노부 미안해. 정말 보고 싶어. 노부도 우리 류세이 보면 행복할 텐데.

다음 날 정말 손, 발톱 사진을 찍어놨는지 궁금해서 다음 장을 넘겨 보려던 노부는 마지막 문장에 시선이 사로잡혀서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류세이가 다시 목구멍을 뜨겁게 채우는 것을 삼킬 수 있었던 건 케이가 노부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준 덕분이고, 류세이가 다음 장 보고 싶다고 노부의 손등을 귀엽게 콕콕 찔렀기 때문이었다. 다음 장을 넘겨 보자, 정말로 조그만 손톱과 발톱이 귀엽고 가지런하게 달린 손과 발의 사진이 찍혀 있고, 씻겨서 더 뽀얗고 예뻐진 (여전히 빨갛지만) 류세이가 또 자고 있는 사진과 케이의 일기가 적혀 있었다. 

"왜 나는 계속 잠만 잤어요?"

류세이가 갸웃거리며 묻자, 케이는 류세이의 뺨을 콕 찌르며 웃었다. 

"원래 아기들은 많이 자는 거야. 많이 자고 쑥쑥 크고. 류세이가 진짜 빨리빨리 커서 엄마가 깜짝 놀랐어."
"진짜로요?"
"응. 진짜로. 이거 보면 한 달만에 막 깜짝 놀랄 정도로 커 있어. 이거 봐."

케이는 매일매일 일기를 썼는데 한 달 뒤의 사진을 보자 정말로 한 달새 훌쩍 자란 류세이가 온 얼굴로 활짝 웃고 있었다. 
 
우리 류세이가 엄마 품에 와 준 지 한 달 되는 날! 우리 류세이는 웃는 얼굴이 천사같아. 세상에서 제일 예뻐. 피곤할 때도 류세이 웃는 얼굴을 보면 피로가 다 날아가고 힘이 불쑥불쑥! 류세이가 엄마의 에너지야. 류세이를 보고 있으면 안 먹어도 배부른단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어! 내 보물 류세이! 엄마가 정말 많이 사랑해, 류세이.
노부 이제 건강해졌겠지. 많이 아픈 건 아니지? 잘 낫고 있지? 우리 류세이 웃는 얼굴 보면 노부도 힘이 날 텐데. 

류세이는 아직 한자를 몰라서 노부가 읽어줘야 했는데 끝에는 케이가 쓴 육아일기 끝에는 매일 꼭 노부에 대한 그리움과 걱정, 미안함이 담겨 있어서 매번 목이 꽉 막히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류세이의 육아일기 1년차를 다 보고 난 뒤, 노부가 류세이를 씻기고 잠옷을 입혀서 데리고 나오자 케이는 류세이의 아기 시절 옷을 늘어놓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 

"오늘 태교일기 사진은 그거예요?"
"응."

케이는 다이키치의 태교일기를 쓰고 있었고, 노부도 함께 일기를 쓰고 있었다. 병원을 매일 가는 건 아니라서 초음파 사진은 병원에 갈 때만 받아와서 육아일기장에 붙어 나오는 비닐에 소중히 넣어서 붙여놓고 있었지만, 일기는 병원에 안 갈 때도 쓰고 있었다. 노부가 생강구이를 해 줬던 날은 엄마가 먹고 싶다고 해서 아빠가 만들어준 맛있는 생강구이. 이건 류세이 형아의 (생강이 안 들어간) 생강구이. 이렇게 생강구이 사진 두 개를 붙여놓기도 했다. 오늘은 형아 신생아 때 입었던 옷들이 주제인 모양이었다. 케이는 사진을 바로 출력해서 붙이고, 형아의 옷을 깨끗하게 빨고 손질해서 다이키치에게도 입혀주고 싶다고, 다이키치의 옷도 엄마가 예쁘게 만들어 줄 거라고 썼다. 그러자 옆에서 보고 있다가 엄마가 뭐라고 썼냐고 물어본 류세이는 자기도 써도 되느냐고도 물었다. 케이가 류세이에게 펜을 쥐어주자, 류세이는 작은 손으로 야무지게 펜을 들고 케이의 글 밑에 또박또박 일기를 썼다. 
 
엄마가 만들어 준 옷은 정말 예쁘고 좋아. 다이짱도 얼른 태어나서 형아랑 같이 엄마가 만들어준 예쁜 옷 입자!

그리고 그날부터 다이키치의 태교일기는 노부와 케이, 류세이가 다 함께 다이키치가 건강하게 와 주길 바라는 소중한 마음을 담아서 조금씩 채워가는 일기장이 되었다. 류세이의 유치원 학예회를 한 날은 케이가 만든 꼬마용 정장을 입고 무대에서 합창을 하는 류세이의 사진과 노부가 준비한 꽃다발을 들고 예쁜 정장을 입은 채 뿌듯하게 웃고 있는 류세이의 사진을 붙였다. 
 
류세이 형아가 노래 부를 때 엄마 뱃속에서 다이키치가 발로 엄마 배를 빵빵 찼지? 다이키치도 형아가 노래를 너무너무 잘 불러서 신났어? 다이키치가 건강하게 뛰어놀아서 엄마도 더 신났어. 고마워. 다이키치.
다이짱 태어나면 형아가 노래 불러줄게! 형아가 노래 많이 배워서 좋은 노래 많이 불러줄게!
류세이 형아가 너무너무 근사하게 노래를 하고 멋지게 북을 치고 예쁘게 춤을 춘 날! 다이키치도 건강하게 태어나서 형아랑 같이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자. 아빠가 기타 쳐 줄게.





케이의 입덧은 아주 오래 갔고, 케이는 많이 힘들어했지만 노부가 만들어준 밥을 노부와 류세이와 함께 먹으면 힘들지 않다는 말은 사실이었는지 집에서, 라샤또네에서 셋이 함께 노부가 만든 밥을 먹으면 토하지 않고 잘 먹었다. 그렇다고 입덧이 끝난다고 힘든 시간이 다 지나가는 것도 아니었다. 두통과 어지럼즘은 여전했고, 손발이 부어서 많이 고생해야 했다. 출산이 가까워지던 때에는 다리에 쥐가 자주 나서 밤에 자다가 비명을 참으며 고통스러워 하는 케이 때문에 심장이 철렁한 날도 많았다. 

그리고 다이키치가 건강하게 태어난 날. 류세이보다는 조금 작았지만 신생아의 평균 체중으로 태어난 다이키치는 노부가 다이키치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 무색하지 않게 아직 아기인데도 케이를 많이 닮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아주 예쁜 아기였다. 

"너무너무 예쁘다. 우리 다이키치..."

속싸개에 감긴 채로 케이 옆에 누워 있는 아주 작은 아기를 보는 순간, 노부는 케이의 그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다이키치는 정말 너무너무 예쁜 아기였다. 류세이의 육아일기 속에서 봤던 아기 류세이와 마찬가지로 아기 다이키치도 정말 심장을 전부 다 주어도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로 예쁘고 귀하고 사랑스러웠다. 

류세이 눈에도 마찬가지였는지 다이키치를 처음 본 류세이는 작은 손으로 조그만 입을 틀어막고 작게 속삭였다. 

"진짜 귀여워요!"

유치원생이던 류세이는 이미 학교를 다니고 있어서 한자도 조금 배웠기 때문에 다이키치가 태어난 후 다이키치의 육아일기에 류세이가 쓰는 줄에도 가끔 간단한 한자가 등장하기도 했고, 노부와 케이가 함께 쓰는 류세이의 육아일기에는 노는 것도 열심히 놀고, 동생도 열심히 잘 돌보는 류세이가 공부도 잘 한다는 칭찬이 종종 올라왔다. 그렇게 세 사람, 아니 네 사람의 시간은 온통 행복으로 가득하게 흘러갔다. 

그리고 다이키치가 태어나고 몇 달이 지났을 때, 노부는 몇 년 전 그랬던 것처럼 유성우를 잘 볼 수 있는 펜션을 다시 예약했다. 노부는 다이키치에게 옷을 껴입히고 돌돌 잘 싸매서 아기띠에 매고 있었고, 케이는 류세이를 무릎에 앉히고 있었다. 하늘에서 정말로 많은 빛들이 쏟아지는 광경을 보며 류세이는 평소처럼 방방 뛰지도 않고 정말로 감탄한 듯, 다이키치를 처음 본 날 그랬던 것처럼 작은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눈을 반짝거리며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기 다이키치는 아직 시력이 완전히 발전하지 않았다고 하니 유성우가 잘 보이지도 않을 것 같은데 그래도 예쁘긴 예쁜지 꺄꺄거리며 온 팔과 다리를 다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한참 동안 쏟아지던 빛들이 서서히 잦아들 때, 케이는 류세이의 앙증맞은 귀에 대고 속삭였다. 

"우리 류세이가 보는 살아가는 세상이 언제나 저 유성우처럼 예뻤으면 좋겠어."

그러자 류세이는 하늘에서 눈을 떼고 몸을 돌려 케이를 꼭 끌어안았다. 

"엄마랑 아빠랑 다이짱이 있어서 세상이 너무너무 좋고 너무너무 예뻐요."
"엄마도 류세이랑 다이키치랑 아빠랑 있어서 너무너무 좋고 너무너무 예뻐."

이제 배넷웃음만 짓는 게 아니라 진짜 기분이 좋을 때 웃게 된 다이키치는 형과 엄마가 즐겁게 나누는 대화소리가 좋은지 노부의 가슴에 매달린 채 짧은 팔을 허우적거리며 웃었다. 그러자 케이는 언제나 목에 걸고 있는 목걸이를 풀어, 체인에 걸려 있던 결혼반지를 노부에게 주었다. 

"한 번만 더 끼워줄래, 노부? 이제 정말로 다시는 빼지 않을게. 정말로 우리 평생 우리 소중한 류세이랑 소중한 다이키치랑 너랑 나랑. 오늘밤처럼, 우리가 함께했던 모든 시간처럼 행복하게 예쁘게 같이 살자."

노부가 케이의 예쁜 손가락에 반지를 다시 끼워주고, 케이의 손가락, 그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 그리고 케이의 입술에 차례로 입을 맞추자, 케이의 품 안에서 헤헤 웃는 명랑하고 신난 웃음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숙이자 케이의 무릎 위에 앉은 류세이가 허우적거리는 다이키치의 손을 잡고 헤헤 웃고 있었다. 

노부에게 제일 소중한 세 사람, 노부가 제일 사랑하는 세 사람, 노부에게 가장 예쁜 세 사람이 모두 웃고 있는 걸 보자, 노부도 케이와 류세이의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케이와 류세이와 다이키치가 이렇게 노부가 함께 있는 세상은 정말로 너무너무 좋고, 너무너무 예뻤다. 환상적이던 유성우는 감히 견주어 볼 엄두도 못 낼 정도로 그렇게 아름다고 찬란했다. 






읽어 준 부케비들 ㅋㅁㅋㅁ!!!! 다 같이 계속 놉맟하자!
#노부마치  #이혼한노부마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