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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18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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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가 다시 케이의 입술에 입을 맞추려 하자, 케이가 웃음을 터뜨리더니 노부의 입술에 쪽쪽 두 번 입을 맞춰주고 노부의 뺨을 쿡 찔렀다. 

"아까 류세이 목욕시키고 화장실 갔다오게 안 했지?"
"네? 네."
"자기 전에 한 번 화장실 갔다오게 해 줘야 안 깨고 자."
"아..."

노부는 닫혀 있는 류세이 방의 문을 한 번 돌아보고 다시 케이를 돌아봤다. 

"류세이 화장실 가고 싶어서 깬 거예요?"
"그럴 거야. 내가 챙겼어야 했는데 들떠서 까먹었네."

케이는 오랜만에 노부와 술 한잔한다고 들떠서 까먹었다고 해도 노부는 정말로 몰라서 아이를 화장실에 보낼 생각도 하지 못했다. 아이가 생긴다고 해서 그냥 아빠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 떠오른 것은 어쩌면 당연할 것이라. 노부의 표정이 우울해졌는지 케이가 노부의 뺨을 다시 콕 찔렀다.

"이제부터 알아가면 되지. 먼저 방에 가 있어. 내가 류세이 화장실 보낼게. 우리 귀한 아들 방광 터지겠다."

케이는 장난스럽게 웃고 일어나 류세이의 방문을 두드렸다. 잠시 후에 문이 빼꼼 열리더니 헤헤 웃고 있는 류세이의 얼굴이 문 사이로 빼꼼 나왔다. 

"류세이, 화장실 가고 싶었어?"
"네."
"얼른 갔다 오자. 아직 밤이야. 얼른 쉬하고 또 자야지."
"네."

화장실에 다녀온 류세이가 배꼽인사를 하며 '안녕히 주무세요!'하고 다시 방에 들어간 후, 노부는 케이와 함께 케이의 방으로 들어갔다. 





"이제 쉽게 눈에 띄는 곳에 자국 남기면 안 돼. 우리 아들 보면 까무러친다."

두 사람이 함께 침대에 들어갔을 때 케이는 입을 맞추며 그렇게 속삭였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케이는 여전히 아름다웠고, 6년 전 그 시절에 그랬던 것처럼 여전히 노부를 미치게 만든 것도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머리가 멍해질 정도로 미칠 듯한 욕망에 사로잡히지 않았던 것은 케이가 지금 노부의 품 안에 있는 것이 현실인지 아니면 몇 번이나 반복돼서 노부를 괴롭혔던 꿈의 반복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비현실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케이를 찾아다니던 6년 동안 케이가 노부의 꿈에 나타난 적이 왜 없었을까. 노부는 때때로 손에 잡히지 않는 케이를 쫓아다니는 꿈을 꿨었고, 케이가 잔인하게 돌아서던 날을 꿈 속에서 다시 봤던 밤도 수없이 많았다. 그러나 또 때때로 케이가 그 옛날처럼 노부의 옆에서 행복하게 웃고, 케이의 품 속에서 입을 맞추던 꿈도 있었다. 그런 꿈의 반복일까 봐, 행복했지만 그래서 깨어났을 때는 더 슬펐던 그런 꿈의 반복일까 봐 노부가 케이의 매끄러운 피부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자, 케이는 그때처럼 촉촉하고 따뜻해진 팔로 노부를 끌어안으며 적극적으로 입을 맞춰왔다. 

두 사람의 자세가 뒤집힌 건 금방이었다. 노부를 올라타고 입술을 살짝 깨문 채 허리를 흔드는 케이는 노부가 꿈 속에서도 상상해 보지 못했을 정도로 아름다웠고 매혹적이었으며...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유혹적이고 짜릿했다. 케이는 신음소리가 방문 사이로 새어나갈까 봐 내내 입술을 깨물고 있었기 때문에 노부는 케이를 다시 품 속에 가둔 채 계속 입을 맞췄다. 덕분에 들을 때마다 노부의 마음 속 가장 깊은 곳의 뭔가를 자극하는 것 같았던 케이의 신음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하는 건 아쉬웠지만. 소중한 보물이 하나 생겼으니 이 정도는 감수해야지. 게다가 케이의 신음소리는 듣지 못해도, 발그레하게 물들어서 미치게 야한 눈가도,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서 핥아주고 싶은 예쁜 눈동자도 그대로였으니까. 평소에도 아름다운 몸이 노부의 품 속에서 흔들릴 때는 더더욱 아름다워지던 것도 그대로였으니까. 노부는 지난 6년 동안 한 번도 성욕을 느낀 적이 없었는데 케이의 안에 들어가는 순간, 어떻게 이 감각을 잊고 살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흥분해 버린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두 사람만 살던 연애 시절과 신혼 초에는 항상 노부가 손가락 까딱할 힘도 없다며 침대에 널부러진 케이를 그대로 안아서 욕실로 데려가서 씻겨주곤 했었는데, 다른 방에서 콜콜 잠들어 있을 아이가 있는데 홀랑 벗고 집안을 돌아다닐 수는 없는 일이라, 노부는 케이의 잠옷을 다시 입혀주고 자기도 대충 잠옷을 껴입은 다음 욕조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 따뜻한 물에 담가놓은 케이를 꼼꼼히 확인한 노부는 뿌듯하게 웃었다.

"우리 아들 까무러칠 일 없이 잘했죠?"

케이는 웃으며 손가락으로 물을 톡 튕기더니 노부를 잡아끌었다. 

"잘했으니까 들어와."

노부는 물속에서 케이를 끌어안은 채 케이가 말해주는 류세이의 여러 가지 버릇들이나 식성,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들을 들었다. 한참 류세이의 이야기를 듣던 노부는 케이의 어깨에 입을 맞추면서 속삭이듯 물었다. 

"케이, 나 지금 살고 있는 집 빼도 돼요?"

케이는 노부의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다가 뒤를 돌아보며 노부와 시선을 마주쳤다. 

"나는 좋아."
"우리 반짝이의 허락이 필요하겠죠, 역시?"

케이는 '반짝이?'하더니 웃음을 터뜨렸다. 왜 반짝이라고 불렀는지 이해한 모양이었다. 귀엽다고 좋아하던 케이는 반짝이는 눈으로 노부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 하루 통으로 시간 비울 수 있는 날 있어?"
"네. 이제 우리 기기에 어플도 거의 다 갖춰줘서 영업에 주력하고 있는데, 영업은 이치로랑 타카노가 잘해 주고 있거든요. 다음 제품을 개발해야 돼서 아이디어 회의 중이긴 한데, 그건 사무실에만 있는다고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니까."
"주말에도 뺄 수 있는 날 있어?"
"네. 우리 회사 주말에 출근 안 하잖아요."
"그럼 이번 일요일에 놀이공원 같이 안 갈래?"
"놀이공원이요? 반짝이가 가고 싶어해요?"
"응. 친구가 갔다 왔다고 자기도 가고 싶다고 하더라고. 조만간 가야겠다 싶었는데 너도 같이 가자. 중간에 잠깐 자리 비워 줄 테니까 그때 둘이 이야기해도 되고."
"그래요."





당연히 류세이는 뛸 듯이 기뻐했다. 소풍가는 기분으로 셋이 부엌 식탁에 모여 앉아서 조그만 주먹밥과 류세이가 좋아하는 비엔나 소시지, 닭튀김을 예쁜 도시락통에 채워넣고, 채소를 싫어하는 류세이의 마음에도 들도록 예쁘게 자른 브로콜리, 당근을 넣었다. 양상추와 토마토를 많이 넣은 미니 샌드위치도 만들었다. 류세이가 아직 어리기 때문에 탈 수 있는 어트랙션이 많지 않을 거라 아침 일찍 놀이공원으로 가면서 시간이 널널할 줄 알았는데 요즘 놀이공원은 어린이용 어트랙션도 종류가 다양해서 류세이가 타고 싶다는 걸 다 타고, 도시락을 먹고 또 놀이기구들을 타다가 거울의 집을 구경하고 나오니 벌써 저녁시간이었다. 놀이공원 내 패밀리레스토랑에서 함박스테이크와 스파게티, 오믈렛을 시킨 셋은 조금씩 나눠 먹으며 배를 가득 채웠다. 그리고 저녁 식사 후에 케이는 류세이에게 아이스크림을 사 주고 일어섰다. 

"엄마는 잠깐 전화 좀 하고 올게. 류세이는 노부랑 잠깐 있을래?"
"웅!"

아이스크림을 한 입 가득 베어문 류세이가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본 케이가 노부에게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멀어졌고, 노부는 류세이가 아이스크림을 흘릴 때마다 닦아주면서 류세이를 돌보다가 물었다. 

"류세이는 나 만나서 어때?"
"웅?"

아이스크림을 다 먹고 콘을 냠냠 먹고 있던 류세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노부를 바라봤다. 

"내가 갑자기 류세이랑 엄마랑 살고 있는데 끼어들어서 밉지 않아?"
"안 미워요."
"안 미워?"
"응."

너무 단답이라서 역시 6년이나 나타나지 않다가 갑자기 끼어들어서 낯설고 서운한 마음이 있긴 한 건가 싶어서 콘을 야무지게 다 먹는 류세이를 보고 있자, 류세이가 콘까지 다 먹고 손을 내밀었다. 

"닦아주세요."
"어."

케이가 가지고 온 가방에서 물티슈를 꺼내서 손을 닦아주자 류세이는 노부의 목을 끌어안으며 노부의 다리 위에 올라앉았다. 노부가 아이의 조그만 등을 토닥여주자, 류세이는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노부와 시선을 맞췄다. 

"엄마가 아빠는 엄마와 헤어지고 싶지 않았다고 했어요. 아빠가 나를 만나면 정말정말 좋아하고 아주 많이 사랑할 거라고 나중에 만나게 해 준다고."
"그랬어?"
"웅."

류세이는 노부의 입술에 작은 입술을 쪽 부딪치더니 노부의 눈을 다시 빤히 바라봤다. 

"정말로 나 만나서 좋아요?"
"응. 정말 좋아. 세상에 이렇게 예쁜 아이가 있을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너무너무 예쁘고 너무너무 귀여워."
"정말로 나 사랑해요?"
"당연하지. 우리 류세이랑 엄마를 세상에서 제일 사랑해."
"헤헤."

류세이는 뺨을 발그레하게 물들이고 생글생글 웃었다. 

"류세이랑 맨날맨날 같이 살고 싶어요?"
"응. 류세이랑 엄마랑 맨날맨날 같이 살고 싶어. 류세이는 어때?"
"나도 맨날맨날 같이 살고 싶어요. 엄마랑. 류세이랑.... 아빠랑."

노부가 류세이를 꼭 끌어안자, 류세이도 노부의 목을 꼭 끌어안았다. 케이가 다시 돌아온 건 노부가 다 함께 살게 된 기념으로 류세이의 방을 새로 꾸며주기로 하고, 그 계획을 신나게 논의하고 있던 중이었다. 류세이가 노부는 모르는 만화 캐릭터 벽지를 요구했기 때문에, 노부가 휴대폰으로 그 만화를 검색하고 있을 때. 

"엄마가 그 벽지 안 된다고 해서 아빠한테 조르는 중이야?"

류세이는 들킬 줄 몰랐는지 화들짝 놀라더니 노부의 품에 폭 안겨들었다. 노부가 반사적으로 류세이를 꼭 끌어안자, 케이가 노부의 품 안에 숨어 있는 류세이의 뺨을 쓰다듬었다. 

"벽지는 안 돼. 커튼은 류세이 마음에 드는 걸로 해 줄게."

류세이는 고개를 반짝 들었다. 

"진짜요?"
"응. 커튼도 있더라."
"진짜 커튼도 있어요?"
"응. 엄마가 찾아놨어."

케이가 휴대폰에 저장해 놓은 이미지들을 보자 정말로 노부가 찾아보고 있던 만화 캐릭터들이 그려진 커튼이 있었다. 저런 커튼을 치고 자면 꿈자리가 사나울 것 같지만, 그건 어른들이고. 아이는 좋은 꿈을 꾸겠지. 저렇게 요란한 방을 갖고 싶은 것도 어차피 한때라. 바꾸기 어려운 벽지 대신 커튼으로 해 주려는 이유도 그거겠지. 노부와 케이는 한껏 신난 류세이를 데리고 불꽃놀이를 보러 갔었다. 그 놀이공원에서는 야간 퍼레이드가 끝나고 불꽃놀이를 해 주었는데, 케이와 데이트하던 시절 보고 처음 보는 불꽃놀이는 아주 예뻤다. 노부의 품 안에 안겨서 고개를 한껏 꺾고 하늘을 올려다보는 류세이에게도 근사하고 아름다운 풍경이었는지 류세이는 연신 소리를 지르며 작은 손으로 박수를 쳐 대고 있었다. 그러나 노부에게는 엄청난 돈이 들어갔을 환상적인 불꽃놀이보다 그 불꽃놀이를 보고 좋아하는 류세이와 눈을 반짝거리며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케이가 훨씬 더 예뻤다. 

그래서 노부는 불꽃놀이가 끝난 후 아직도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류세이를 안고 마음 속으로 약속을 했다. 

우리 반짝이. 아빠가 내년에 이것보다 훨씬 더 예쁜 거 보여줄게. 엄마가 왜 네 이름을 류세이라고 지으려 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예쁜. 

7년마다 돌아오는 유성우가 내년에 다시 돌아올 예정이었다. 






#노부마치  #이혼한노부마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