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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6 11:40
발단은 간만에 곂친 휴일날 소파에 나란히 앉아 티비를 보는데 "첫사랑 찾기"를 주제로한 예능이었음.
문득 티비를 보다가, 키요이는 당연히 히라의 첫사랑은 저라고 생각했기에 흘러가듯 말했음.

"히라, 너의 첫사랑은 누구야?"

"어... 어..."

첫사랑? 키 키요이지! 를 예상했던 키요이는 히라가 진지한 얼굴로 뜸을 들이자 그제야 티비를 향한 시선을 거두고 히라를 바라봤음. 심각하게, 뭔가를 떠올리는 옆모습에 어짜피 키요이 자신일거라 예상했지만..

"내가.. 7살쯤인가, 그 그.. 불꽃 축제때 만난 아이인데.."

희고 파란 무늬의 유카타를 입었는데 엄청 예뻤어. 정확히 얼굴은 기억나지 않지만...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였어. 기, 길 잃은 나를 도와줬는데 사탕도 나눠줬어.

"헤에..."

겉으로는 평온한척 가장했지만 뭔가 김이 팍 새는 이야기였음. 자신이라고 자부했지만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들을줄은 몰랐음. 설마 꼬맹이때 기억을 되살릴줄이야.. 게다가 천사? 어이가 없는 키요이였음. 유치하게 질투하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지 않았음. 이럴때는 남자친구로써 당연히 바로 너야. 라는 대답을 해야하는거 아닌가?
게다가, 자신을 만나기 전에 다른 아이가 히라의 열띈 시선을 받았다고 하니 텐션이 더더욱 내려가 그날 묘하게 틱틱거리게 된 키요이였음.






히라는 본인이 의식하지 못하지만 남들이 봤을때 상당히 사랑받고 자란 아들이라고, 키요이는 생각하곤 했음.
유복한 집안의 고상한 부모님과 화목한 친척들, 아낌없는 지원.. 거기다 히라의 앨범사진이 그 증거였음. 아무리 외동이라고 해도 가족사진 앨범이 10권을 넘는다는 것은 굉장히 드문 일이라 키요이는 본가에서 가져온 자신의 1권짜리 앨범이 조금 초라하게 느껴졌음. 뭐 부모님 이혼 이후 사진찍는걸 내키지 않아해서 양이 적을 수 밖에 없었지만.

사실 며칠 전 쉬는 날 히라의 앨범을 구경할 기회가 있었음. 고등학생 이전의, 아기 때의 귀여운 모습을 보니 얼굴도 절로 느슨해져 아기 히라의 사진을 쓰다듬자 옆에 있던 히라가 "나도 키요이의 사진 보고싶어." 조르는 바람에 본가에 있던 앨범을 가져오게 된것이었음.


앨범을 보여주자마자 잔뜩 흥분한 히라가 천사의 성장기록물, 이라는 말과 함께 혼자 중얼중얼거리기 바빴음.
기분 나쁘지 않으면 히라가 아니기에 키요이는 능숙하게 히라를 끌어다 앉혀 앨범을 펼쳤음.
역시나 히라는 히라라, 사진 하나하나 음미하고 핥듯 감상하기에 기분 나쁨이 배가되었지만... 여튼 어릴적부터 아름답다는 칭찬에 키요이의 입꼬리는 내려갈줄 몰랐음.

"너무 귀여워.. 신이 되기 전 천사같아.."

한장 한장 넘기는걸 아까워하길래 키요이가 다음장을 넘기는데 황홀해하던 히라의 몸이 갑자기 굳어버리는걸 느꼈음.

"어..어? 에?"

"왜 그래?"

히라가 가리킨건 키요이가 7살때 부모님과 이혼하기 전 불꽃축제때의 사진이었음. 당시의 키요이는 부모님의 두 손을 잡고 행복해보였고, 흰색의 파란 줄무늬의 유카타를 입은 모습. 그리고 동시에 어렴풋이 기억나는 장면에 키요이도 벼락맞은듯 몸이 굳어버렸음.
히라가 잠시 기다리라며 서둘러 자신의 앨범을 가져와 정신없이 넘기다가, 짙은 남색의 유카타를 입은 자신의 사진을 보여주자 어느새 기억은 7살때의 그 공간으로 되돌아갔음.
습하고 사람이 많았던 여름 밤, 미아가 되었다며 우는 또래아이가 있었던게 차례로 기억 났음. 왠지 모르게 안쓰러워져 울지 말라고 자신이 갖고 있던 사과사탕을 줬던 기억과 결국 그 아이의 부모님이 데릴러와 연신 고맙다 말했던 기억들도..

너였구나, 히라. 그 아이가 너였어. 벅찬 마음에 키요이가 고개를 들어 히라를 바라봄과 동시에 숨이 멎는 것 같았음. 히라는 우는듯하면서 웃는듯한 표정이었음.

아... 그렇다면 나는 네게 있어서,

"찾았다. 내 첫사랑."









히라키요이 앎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