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006800.jpg
https://hygall.com/548870217



말랑한 기분으로 숙소로 돌아오자 히라가 무성의하게 발로 애들 툭툭 굴리더니 벽 가까이 있는 자리를 하나 만들어줬음
여기서 자라고 하고는, 자신은 조금 떨어진 옆자리로 가 눕는데 그날 밤 키요이 가슴 터질 것 같아서 잠도 못잤을거임
히라의 사소한 친절에 또 요동치는 키요이..


사실 키요이가 애써 자신의 마음을 부정하고 자낮해하는건 상처받기 두려워서 그런거였으면 좋겠다
히라는 누가봐도 피라미드 최상층 왕자님인데 저같은 평범한 애와 말 섞는건 '단지 기분이 내켜서' 라고 생각하는 편이 나중을 위해서 더 좋다고 느끼는거지
언젠간 히라가 다른 애랑 사귈수도 있고 거기다 학교 졸업하면 못 만날텐데 히라를 기억할 수 있는 작은 기억이라도 붙들고 싶었을거임
고3때 수학여행의 밤, 키요이는 이 다정한 기억으로 평생을 살아갈 수 있을테니까

하지만 그래도 사람인지라 약간의 욕심은 내고 싶었어
키요이는 반대편을 바라보고 잠든 히라의 등을 바라보다가 몰래, 아주 조심스럽게 작은 하트를 그렸음
누군가 본다면 음침하고 기분 나쁘다고 할테지만 잠들어있는 히라는 모를테니 괜찮을거야 라고 생각하겠지


다음날 옆자리 애가 언제 사라졌냐는 투덜거림도 대충 얼버무린채 히라의 뒷모습만 눈으로 쫒았을거임
가끔 히라 옆에 붙어있는 애가 무섭게 노려보는 탓에 곤란했지만 그저 멀리서 바라봐도 좋기만 했어




여행이 끝나고 방학 직전까지 느슨한 공기였지만 키요이는 그 전까지 히라의 모습을 눈에 더 담아두고 싶었음
그래서 그날도 히라가 패스하던 농구공을 만지작거리다 자진해서 뒷정리까지 마치고 올라가는데 갑자기 키요이 몸에 차갑고 빨간게 끼얹어졌음


재생다운로드dd5f7e492dcdf1d47ca57661420efa74.gif


올려다보니 히라 옆자리에서 키요이를 째려보던 애와 그 무리였어
누가 들어도 성의없는 사과와 함께 비웃듯 깔깔거리는 모습에 다른 애들도 삼삼오오 모여들었음

키요이군 잘 어울리네~
초라해보이는게 너랑 딱이다
그러게ㅋㅋ

심한 말도 서슴없이 던지는데 지금은 누구하나 키요이를 도와주는 애도 없었음
피라미드 상층의 무리가 대놓고 짓밟는 광경에 다들 숨죽이고 눈치만 보고있었어
분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해서 잠시 울먹거리던 키요이 천천히 반으로 올라가는데 그 애가 가슴께를 세게 밀쳤음

너 기분 나쁘다고

아무 반응없이 고개숙이고 서있던 키요이를 한번 더 밀치는데 그때 단단한 손이 그 애의 손목을 부러트릴듯이 잡았어

적당히 해

피라미드의 맨 꼭대기, 히라였음

너 나한테 차여서 이지랄 하는거 꼴사납다고

히라가 아무렇지도 않게 폭탄을 떨구자 순식간에 그 애 얼굴이 새빨개졌을거임
그제야 다들 수군거리니까 그 무리들이 괜히 욕을 내뱉고는 얼른 줄행랑쳤겠지


당혹감과 비참함에 눈물 뚝뚝 흘리던 키요이를 바라본 히라는 키요이의 손목을 잡고 그 자리를 빠져나갔음



히라키요이 맇쿠유세이
앎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