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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8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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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와 나 둘 모두 휴일이라 늦잠을 잤다
내가 먼저 잠에서 깨어났고 나를 감싸 안은 히라가 보인다
히라는 잠을 잘 때면 무방비하게 이마가 드러난다
평소에는 잘 볼 수 없는 히라의 T존을 손가락으로 건들여보았다

손이 닿자마자 히라가 눈을 떴다
잠깐 놀란 눈빛이었지만,

“..잘잤어?”

아침 안부를 물어본다

“응.. 나 배고파”

여전히 내 손은 히라의 얼굴에 있다

“아..아침밥 금방 할게”

히라는 이 말을 남기고 빠르게 방 밖으로 나간다
그러다가 다시 돌아와 입술에 뽀뽀를 해준다

“저..저번에 그냥 마..막 나가지 마라고 해서..”

부끄러운듯 나의 대답은 듣지 않고 방을 다시 나갔다
이제 히라는 조금씩 연인의 모습을 갖추어가기 시작했다

히라가 나간 후 나는 침대를 정리했다
베개를 가지런히 두고, 이불을 개는데 먼지가 많이 날린다

“오늘 이불 빨래를 해야할 것 같은데..”

그리고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지금, 이불을 바꿀 때가 되었다
.
.
.

아침 겸 점심을 먹은 후 설거지를 하는 히라의 뒷모습이 보인다
그 뒤로가 속삭이듯 말하였다

“히라, 오늘은 빨래해야 할 것 같아”

“..아아아아아아아!”

무슨 생각이 났다는 듯 히라가 소리를 친다

“놀랐잖아! 갑자기 무슨일인데?”

“세..세탁기..고장났어..”

“엥? 언제부터?!”

“이..이틀전에 알았어.. 수리센터에 저..전화한다는게 그..그만..어쩌지..”

둘 다 머리를 맞대고 생각해보았지만 세탁기를 수리하려면 최소 3일은 걸린다는말에 히라가 손빨래를 하기로 결정되었다

마당에서 히라가 호스를 틀고 맨손으로 열심히 빨래를 한다
오랜만에 하는거라 빨랫감이 산더미 같이 쌓여있다
분명 내 잘못은 아닌데 히라가 저러고 있는 것을 보니 뭔가 미안해졌다
그래서 옆에서 말도 걸어보고 이리저리 봐주는데 히라는 나의 존재만으로 행복하다며 기쁜 표정을 짓고 있다

“..완전 기분나빠”

대충 빨래를 모두 한 후 이불빨래가 시작되었다
드라마에서는 이불빨래를 할 때 연인끼리 손도 잡고 발로 같이 밟으면서 하던데..물론 히라가 있는한 그럴 일은 없다

내가 같이 이불을 밟으려고 하자

“키..키요이 발은 소..소중하니까!” 하며 나를 밀어낸다

아직 히라는 갈 길이 멀다

“그래 너 혼자 실컷해라”

밀리고 난 후 어이가 없어 짜증을 내고 혼자 방에 들어와 담요를 덮고 낮잠을 청했다

“진짜 기분나빠”

현실에서도 꿈에서도 히라는 여전히 기분나쁜 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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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시간이나 지났을까 눈을 떠보니 밖은 벌써 어두워지고 있다
언제 들어왔는지 나에게 새 이불을 덮어주고 이불도 안 덮고 옆에서 자고있는 히라가 보인다
예전 같았으면 히라는 방에 들어오지도 못하고 거실에서 무릎꿇고 있었을텐데..
그런 기특한 생각도 들고, 오늘 하루 수고가 많았던 히라를 위해 저녁준비를 결심했다

..그러다가 문득 술로 만든 나베가 떠올랐다
그래서 그냥 생각을 접고 히라가 깰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거실로 나가보니 이불을 포함한 모든 빨래가 빨랫줄에 걸려있다

“진짜 집안일을 잘한단 말이야..”

내 남자라서 그런지 뿌듯하다..라는 생각을 하다가 소름이 돋아 정신을 차리기 위해 씻으러 욕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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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를 하고 나오니 언제 일어났는지 히라가 국수를 준비해놨다
몇일 전에 먹고 싶다고 했는데 그걸 기억했나보다

“야 히라, 엄청 맛있어”

“다..다행이야, 맛 없었으면 죽으려고 했어”

“자꾸 죽는다는 말 좀 하지마”

“ㅇ..안할게”

밥을 다 먹은 후 평상에 있는 히라의 무릎에 누워 히라를 쳐다본다
지금 히라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걸까

“히라”

“응?”

“할 말있어”

“ㅁ..뭔데..?”

“너랑 계속 함께있고 싶어, 물론 집안일을 잘해서 그런건 아니야.. 물론 그 이유도 있긴한데..그게 전부는 아니야”

횡설수설 말을 내뱉았다
히라랑 있으면 진짜로 좀 이상해진다

“키요이, 내 인생은 전부 키요이꺼야”

머리카락을 한올 한올 만져주면서 말한다
그리고 행복감에 젖어 나에게 키스를 해주었다


앎그 히라키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