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48670515
view 2532
2023.06.17 10:29
dea7bab113387b689e348d72123195f5.jpg
08f63b3cc0f0de357f0f51f77c3cadde.jpg
https://hygall.com/548272490

약 오인씹과 황실물을 더한.

메구로 렌 황태자는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두 달 뒤에 진행하기로 계획하고있던 약혼식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그 대신....

"뭐??????"

오오하시는 들고있던 푸딩을 툭 떨어뜨렸다. 연애라고는 일절 연도 없을거같아보이던 친구가 뜬금없이 황태자랑 연인 사이라고 하더니 사귄지 한달도 안돼서 뭐?

"결혼을 한다고?!!!"

메구로 렌 황태자는 연인인 미치에다 슌스케와의 국혼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현재 미치에다 슌스케가 국혼 전부터 빈궁전에서 머무르고있다는 파격적인 사실과 함께 말이다.

당연히 세간은 들썩였고 온갖 매체들은 그 조용하던 황태자를 불도저로 만든 그의 연인, 미치에다 슌스케에 대해 조사하기에 바빴다.

그리고 단연코 가장 먼저 떠오른 이슈는 미치에다 슌스케의 양친, 미치에다 부부에 관한 것이였다. 각종 빚과 신용불량. 가십거리를 찾아헤메는 미디어 매체들에게 더없이 맛좋은 먹잇감이였으나 이는 메구로 렌 황태자가 황실 법무부의 동궁 담당 변호인들을 대동해 기자회견을 개최해, 태자비 접근금지명령서를 직접 발표함으로서 세간이 한번 더 뒤집혔다.

"접근금지령이라니, 태자전하께서 어떻게 이럴수가 있으십니까?!!!!"

오오하시한테 부탁해서 잠시 궁 밖으로 내보내길 잘했지. 메구로는 제게 찾아와 울부짖는 부부를 보며 속으로 혀를 쯧 찼다.

"저니까 이렇게 할수 있는겁니다. 제가 제 힘으로 제 아내 지키겠다는데 뭐가 잘못된겁니까?"
"어찌 부모자식간의 연을 억지로 끊으시려하십니까! 슌은 저희의 하나뿐인 소중한 자식이에요!!!!"

억울한듯 울부짖는 부부를 쳐다보는 메구로의 표정은 심드렁했다.

"그러십니까? 두분께 별로 안 소중해보이는것같아서 제가 데려온건데요."
"무...무슨..!"
"저는 슌스케를 훨씬 소중하게 여길수있거든요."

그러니, 이만 나가주시겠습니까? 곧 슌스케가 올 시간이 다 되어서요.

"이럴순없습니다!!!! 이럴순없어요!!! 천륜을 저버리시는겁니다 태자전하!!!! 황제폐하와 황후마마를 뵙게 해주세요!!!"

악을 내지르는 미치에다부부를 가만히 내려다보던 메구로가 한쪽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명백한 조소가 드리운 수려한 얼굴에 미치에다 부부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미치에다 나오히토, 미치에다 미유키."

메구로의 입에서 나온 이름에 미치에다 부부는 흠칫 몸을 떨었다.

"아무리 양심이 없으시다고한들 혈연까지 없애려는건 아니시겠죠. 그것도, 이런 동생도 하나뿐인 동생이랍시고 사업할때마다 뒷바라지해준 형님 부부를."
"그걸.....태자전하께서 어떻게..."

안색이 새하얘지는 미치에다 부부를 보며 메구로는 피식 웃었다.

"줄곧 궁금했거든요. 양친이 전부 베타인데 슌스케가 어떻게 그냥 오메가도 아닌 우성 오메가 형질이 나올수있는건지. 그리고..."

그리고...?

"당신들 사이에서 태어났다고 그대로 속아주기에는...너무 예쁘잖아요."

그래서 조사 좀 했을 뿐이에요. 내 아내에 대해서.

"사...사고였어요!!! 형님과 형수님이 그렇게 사고로 돌아가시고서 슌을 호적에 넣고 지금까지 친자식처럼 정성껏 키운건 저희 부부였습니다!!! 오히려 저희에게 상을 내리셔야하는거 아닙니까?!!"

메구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긴하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럼..."
"두분이 비행기 사고를 당하고서 남겨진 보험금과 유산들, 원래는 슌스케의 것이였들을 전부 멋대로 가로챈 것도, 저는 감히 손도 못대는 제 신부를 어릴때부터 학대해온 것도 법적으로 아무것도 묻지않고 가족의 연을 끊는 것으로 끝내주는 정도면...두분이 제 아내를 키워준 값에 대한 보상은 충분했다고 생각하는데요. 아닙니까?"

서늘한 눈동자에 미치에다 부부는 입을 꾹 다물었다.

"알아들으셨으면 이만 나가주세요."

명백한 축객령에 미치에다 부부는 모멸감에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문을 열고 나가자마자 그대로 굳어버렸다.

"...슌..."
"슈...슌!!! 서...설마 다 들은거니??"

오,오해야..!다 오해란다..! 미치에다부부는 안색이 새하얗게 질린채 아들에게 달려가려했으나 그런 미치에다부부를 막아선것은 동궁전 소속의 경호원들이였다.

"이 이상 태자비 마마께 접근하시면 안됩니다."
"아직 저애는 태자비가 아니에요!!우리 아들이라고요!!"

슌스케는 메구로를 쳐다보았다.

"저...두분이랑 얘기 좀 하게 해주세요."

메구로의 황명에 의해 미치에다 가족들만 남은 공간. 적막만 이어지던 것을 깨뜨린건 부친이였다.

"슌...그게...그게 말이다...일부러 속이려던게 아니라..."

어쩔줄몰라하는 미치에다 부부에 슌스케는 희미하게 웃었다.

"...사실은, 태자전하보다 제가 더 먼저 알고 있었어요."
"뭐..?"
"...확실하게 알게된 건 고등학교때지만요, 제가 두분의 친자식이 아니구나라는 사실은 초등학교때부터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었어요."

"이거 혹시 기억나시나요?"

슌스케가 소매를 걷어올리자 길게 그어진 흉터가 있었다. 치료를 제때 하지못해 제대로 아물지않은 흉터가. 전혀 모르는 눈치로 서로를 바라보는 미치에다 부부의 표정에 슌스케는 피식 웃었다. 역시 모르실줄 알았어요.

"이거 저 초등학교 2학년때 같은반 친구랑 싸웠을때, 생긴 상처에요."

아빠가 감히 알파를 때린거냐고 윽박지르고 엄마가 우리 집안 이제 어떡하냐고 엉엉 울었던 그 날이요. 그애는 머리카락이 뜯겨나갔지만, 나는 살점이 뜯겨나가고, 심장이 뜯겨나갔던 그때.

"저를 낳아주신건 저희 부모님이지만, 그래도 키워주신건 두분이시니까요. 감사하는 마음도 있었어요."

미치에다 부부의 얼굴에 희망이 비쳐졌다. 그..그래 슌!그거야!

"우리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우리가 표현을 못해서 그렇지. 널 친자식처럼 아꼈단다."

그런 미치에다 부부를 보며 슌스케는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 표현...이라고요.

"...표현해주시지 그랬어요. 말로, 행동으로. 거짓이라도 좋으니 단 한번만이라도 보여주셨으면, 전 기꺼이 속았을텐데. 두분을 평생 떠나지못했을텐데."

미치에다 부부가 추방당하다시피 내보내지고, 방 안에 홀로 남은 이에게, 메구로가 가까이 다가갔다.

"슌"

그런 메구로에 미치에다는 조금 놀란듯한 표정을 지었다.

"뭐에요 선배. 갑자기 이름으로 부르고."

농담을 건네며 웃는 미치에다에게 웃음기 없는 얼굴로 다가간 메구로는 그를 끌어당겨 품에 가두었다.

"슌, 너희 부모님의 별명은 성당의 천사셨어. 봉사활동에 한번도 안 나오신적이 없으셨고, 한번도 웃지않은적이 없으셨대."
"...."
"뱃속에 있는 네 성별이 정해졌을 때, 두 분은 이미 네 이름을 정해두신 상태였어. 여자아이면 슈코. 남자아이면 슌스케라고."

너의 어머니께선, 널 가져서, 몸이 무거우셨을텐데, 봉사활동을 간 성당에서 단 한번도 내색하지 않으셨대. 주변에서 걱정하셔도 우리 슌과 함께라서 너무너무 행복하다고 항상 말씀하셨대.

"넌 그렇게 세상에 나오기전부터 사랑받은 아이였어 슌."

미치에다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저를 껴안은 메구로의 등을 꼭 쥐었을 뿐이다.

"네가 이토록 예쁜 이유가 있어서 다행이야."

그제야 미치에다는 메구로의 품에 안겨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아무래도...국혼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을것같구나."

울다 지친 미치에다를 품에 안고 잠들어있는 아들의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던 황후의 한마디와 함께 소란스러웠던 하루가 지나갔다.

메구로와 미치에다의 국혼 준비는 차질없이, 그리고 신속하게 진행되었다.

붉은색 혼례복을 입은 미치에다의 앞에, 검정색 혼례복을 입은 메구로가 섰다. 미치에다는, 혼례식 내내 메구로의 눈을 똑바로 마주보지 못했다. 메구로의 품에 안겨 그대로 잠들었던 날 이후로, 어쩐지 미치에다는 메구로를 똑바로 쳐다보기가 힘들었다.

"두분은 평생을 약속하는 의미로 입을 맞춰주십시오."

메구로의 손이 느리게 미치에다의 머리에 씌워진 붉은 천을 걷어내었고 미치에다의 두뺨을 감쌌다. 두 눈을 살며시 내려깐 미치에다의 속눈썹을 가만히 쳐다보는 메구로가 움직일 생각을 하지않자, 의아함을 느낀 미치에다가 고개를 들어올려 메구로를 마주보았다.

처음으로 제대로 마주보는 미치에다에 메구로는 슬며시 미소지었다. 이제야 봐주네. 그런 메구로의 속마음을 알리 없는 미치에다는 제게 입맞출 생각 없이 가만히 저를 쳐다보고만 있는 메구로에 고개를 갸웃했다.

"선배."

아주 작은 목소리로 저를 부르는 미치에다의 목소리에도 메구로는 여직 그 고운 얼굴을 들여다보기만 했다.

"연습한대로만 하면 되잖아요."

입 맞추는것처럼 보이도록, 모두가 진짜인것처럼 속을수 있게. 그렇게 하자고 했잖아요. 기억안나요?

"...기억해."

메구로가 미치에다에게 다가가자 미치에다가 살며시 눈을 감았다. 그런 미치에다를 가만히 바라보던 메구로가 싱긋 입꼬리를 올렸다.

그런데, 슌. 네가 모르는게 있어. 사람들을 정말 완벽하게 속이려면 말이야.

"선ㅂ..."

진짜로 하는수밖에 없어.

메구로의 입술이 미치에다의 입술을 삼켰다.




메메밋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