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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7 04:39


연반ㅈㅇ 알오ㅈㅇ




마치다는 4황자가 갑자기 세 개의 팔찌를 막무가내로 밀어넣었던 순간 정신을 잃었던 것을 기억했다. 아득히 멀어졌던 정신이 돌아오는 것을 느낀 것은 품 안에서 따뜻한 생명체가 꺼져가는 호흡을 힘들게 내뱉고 있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고개를 내려보자, 마치다의 아이, 마치다와 마치다의 반려의 아이인 작은 청룡이 힘들게 가느다란 호흡을 내뱉으며 헐떡거리고 있었다. 언제나 활기차고 씩씩하던 작은 아기청룡은 지금 마치다의 품 안에서 가쁜 숨을 희미하게 내쉬며 스러져가고 있었다. 

안 돼, 안 돼!! 내 아기! 우리 아기!

아기청룡을 품에 꼭 끌어안은 채 다급하게 주변으로 시선을 돌리자, 온통 붉은 공간이 보였다. 

하늘이 붉었다. 

아니, 땅이 붉었다. 

하늘에서 끝도 없이 무시무시한 벼락이 내리꽂히며 산과 들이, 논과 밭이, 나무와 풀들이, 집과 거리가 불타고 있었다. 

현무가 반려를 잃고 분노해서 성현제국을 불태웠다던, 아니 대륙 전체를 불태웠다던 그때인가? 

아니다. 마치다 케이타는 자신의 품 속에서 할딱거리고 있는 작고작은 청룡을 내려다보며 발을 동동 굴렀다. 마치다는 회임을 하고 처음 아주 작은 청룡의 꿈을 꾼 뒤로 종종 작고 귀여운 청룡이 나오는 꿈을 꾸었다. 마치다가 잠이 들면 꿈 속에서 늘 총총 뛰어와서 안기는 작은 청룡은 꿈을 꿀 때마다 조금씩 커졌지만 그래봤자 아직은 너무나 작은 아기용이었고, 등에는 콩알만한 날개가 두 개 작고 귀엽게 솟아있을 뿐이라 아직은 날지도 못했다. 그래도 작은 날개를 열심히 파닥파닥거리며 날아보려 애쓰는 걸 볼 때마다 너무 귀여워서 숨을 쉬기 힘들 정도였는데.

그 귀엽고 작은 아기청룡이 지금은 날개를 파닥거리지도 못하고 마치다의 품 안에서 할딱거리며 죽어가고 있었다. 

그러니 이건 900년 전 그때의 참상이 아니었다. 아마도 지금. 바로 현재일 것이다. 그러니까 수윤제국의 4황자가 마치다에게 팔찌를 끼우고...

마치다는 작은 아기청룡을 품에 안은 채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마치다는 이곳에서 정신을 차리기 전 의식을 잃었었다. 그때 마치다는 불길이 치솟는 궁으로 달려가는 마치다의 반려가, 태자가 너무 걱정됐기 때문에 달려가는 태자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청룡이라고 해도 뜨겁고 아픈 건 똑같을 테니까. 그래도 일단 황후에게도 막내아들의 궁에 화재가 발생했다는 것을 알려야 하고 황후궁 안이 안전하다고 했으니까 황후궁 안으로 막 발을 들이려는 순간이었다. 뒤에서 누군가 갑자기 다가와 현무의 팔찌가 감긴 마치다의 팔을 잡더니 뭐라고 말릴 틈새도 없이 차랑차랑 소리를 내는 청보석과 백옥 팔찌들을 밀어넣었다. 그 순간, 정신이 아득하게 멀어지며 끔찍한 절망과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고통,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은 슬픔, 이유도 그 대상도 알 수 없는 원망, 증오, 원한이 한꺼번에 덮쳐왔다.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그 순간, 저주에 걸렸다는 것을 알았다. 

900년 전 현무의 반려도 이런 저주에 걸렸던 것인가. 

마치다는 제 몸에 걸린 그 저주가 아기청룡에게 닿지 않도록 겉옷을 벗어서 아기청룡을 둘둘 꼼꼼히 감고 자신의 피부와 아기청룡의 몸이 맞닿지 않도록 했다. 저주가 피부와 피부 따위로 전해지거나 할지 아닐지는 알 수 없지만 어딘지도 모르는 이곳에 아기청룡을 두고 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저주가 옮을지도 모르는데 맞닿게 할 수도 없어서 마련한 궁여지책이었다. 

그렇다면 저 벼락은 현무의 분노가 아니라 청룡의 분노인 것인가. 

내가 저주에 걸려서 나의 반려가 용서할 수 없는 이 세상에 벼락을 내리꽂고 있는 것인가. 

나는, 그리고 우리의 아기청룡은 아직 이렇게 살아 있는데. 

전하? 태자 전하? 태자 전하! 

그러나 마치다의 외침은 공허하게 사라졌고, 마치다만 피해서 모든 곳에 내리꽂히던 벼락이 사라지는 대신 사방이 고요해졌다.





캄캄하던 공간에 빛이 돌아왔을 때, 마치다는 4황자를 다시 보았다. 4황자는 머리 위로 망토를 눌러써서 얼굴을 가린 남자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둘이 마치다와 아기청룡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마치다는 아기청룡을 안은 채로 둘에게 다가가 상대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분명히 어디선가 본 듯한, 어째서인지 눈에 익은 얼굴이라고 생각했는데. 

- 저희 저하께서는 반드시 14왕자 저하를 제거할 것을 요구하셨습니다. 
- 태자비 말인가? 태자비가 14왕자였나?
- 그렇습니다.
- 네 주인은 태자비에게 원한이라도 있나? 배다른 동생이라도 형제지간인데 반드시 제거하라니, 네 주인은 무척 매정한 사람이군 그래.

히죽 웃는 수윤국의 4황자에게 남자가 대답하는 장면을 보며, 마치다는 그제야 남자의 정체를 떠올렸다. 늘 8왕자를 따라다니고, 8왕자가 하는 못된 일들을 늘 도와주는 심복이었다. 그 8왕자의 심복이 경멸하듯 웃으며 수윤제국의 4황자를 바라봤다.

- 황자 전하께서도 이복동생을 제거하려 하지 않으십니까? 4황자 전하께서는 태자 전하에게 원한이라도 있으신지?

수윤제국의 4황자는 기분이 상하지도 않았는지 느물거리며 웃었다. 

- 나는 같잖은 원한 따위의 개인적인 이유로 노부유키를 제거하려 하는 것이 아니다. 황위 계승이라는 대의를 위해서지. 

8왕자의 심복은 고개를 끄덕였다. 

- 저희 저하께서도 태자비가 되길 바라시니... 4황자 전하의 태자 책봉을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하셨습니다. 단, 태자 책봉에 앞서 저희 저하와 혼례를 치러주셔야 합니다.
- 뭐, 그건 이미 약속한 바니까.

마치다는 소라 형님에게 8왕자가 수윤제국의 태자비 자리를 노리고 있다는 말을 들었었다. 마치다의 반려는 괜히 마치다가 신경쓸까 말을 아꼈지만 워낙 귀비와 귀비의 아들들에게 당한 것이 많았던 소라 형님은 분을 못 참고 화를 냈었다. 자신이 다시는 8왕자가 헛된 꿈을 꾸지 못하도록 경고해 두었다고 했었는데 아무래도 경고가 먹히지 않은 모양이었다. 아니, 경고가 지나치게 잘 먹혀서 마치다를 포기하지 않을 태자를 제거하고 다른 황자를 태자로 만들어서 태자비 자리를 차지하려 한 것인가. 그리고 욕심을 버릴 수 없었던 것인가.

- 약속한대로 일을 도모하기 전에 황자 전하의 정비부터 제거하십시오. 
- 태자비에게 접근하려면 정비가 살아있어야 하네. 태자가 경계심이 심해서 아무도 태자비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데 내 정비만은 쉽게 접근하게 해 주거든. 
- 안 됩니다. 제거하십시오. 저희 저하께서는 남 좋은 일만 시켜드릴 생각이 없습니다.
- 남 좋은 일? 
- 이쪽에서 저주술을 알려주고 나서 4황자 전하께서 저희 저하를 모른 척하시고 십여 년을 함께해 오신 정비마마와 함께 동궁에 들면 저희 저하께서 입장이 곤란해지시지 않겠습니까?

4황자는 백옥 2개, 청보석 1개의 팔찌로 구성된 한 묶음의 팔찌들을 들고 미간을 찌푸린 채 잠시 말이 없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 그럼 이 팔찌들에 저주를 걸어라. 내 정비가 태자비에게 팔찌를 전달하는 즉시 정비에게 네가 준비해 준 독을 먹이도록 하지. 





다음 장면은 4황자비가 독살당하는 장면이었다. 마치다가 늘 제게 다정하고 상냥했던 이의 죽음을 지켜보면서도 아무것도 못하는 상황이 괴로워 눈물을 뚝뚝 흘리자, 품에 안은 작은 아기청룡 위로 눈물이 떨어져 작은 아기용의 몸이 젖어갔다. 마치다는 여전히 할딱거리는 아기청룡의 몸이 젖는 게 싫어서 급히 눈물을 닦았으나, 언제나 마치다에게 따뜻했던 이, 늘 마음이 고왔던 이의 마지막 순간을 눈에 담는 것은 한없이 괴로웠다. 

아무래도 4황자가 빨리 4황자비를 제거하지 않자, 닭 쫓던 개가 될까 두려웠던 연국 8왕자가 4황자비를 몰래 제거해 버린 것이었던 듯 4황자가 8왕자의 심복에게 화를 내고 둘이 다투는 장면이 눈앞에 나타났다. 4황자는 8왕자가 멋대로 구는 것을 비난했고, 8왕자의 심복은 4황자가 우유부단한 것을 비난했다. 불쾌하고 역겨운 장면이었지만 정보를 하나라도 놓칠새라 차마 눈을 돌리지도 못하고 바라보고 있다가 한숨을 내쉬자, 다시 장면이 바뀌었다. 





이젠 그보다 더 이른 시점의 이야기인지, 연국의 귀비와 8왕자가 속닥속닥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눈앞에 나타났다. 기왕 연국을 보여줄 것이면 그리운 어머니나 보여줄 것이지, 어쩌면 생의 마지막 순간,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는데 다시 만나고 싶지 않은 귀비와 8왕자만 나타난 것이 슬프고 억울했지만 그래도 마치다는 귀를 기울였다. 어쩌면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 없는 이 상황에서 빠져나갈 열쇠를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귀비와 8왕자의 대화를 통해 귀비에게 어떤 주술사가 접근해 높은 수준의 보답을 요구하며 한 사람에게 저주를 걸어 그 몸의 주인과 뱃속의 아이, 그리고 그 뱃속 아이의 또 다른 부모까지 모두 죽일 수 있는 저주술을 넘겨 주겠다고 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귀비는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 아들을 수윤제국의 태자비로 만드는 대가를 비싸게 치르고 싶지 않은지 값비싼 패물들과 큰 금액의 은자를 넘겨주고 저주술을 받은 후, 주술사를 제거해서 패물과 은자들을 도로 빼앗았었다. 참으로 욕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귀비가 아들에게 저주술을 알려주며, 4황자에게 접근하라고 하는 장면이 나타났다 사라진 후였다. 





마치다의 반려는 4황자와 8왕자의 단합 및 음모를 원래 알고 있었는지 아니면 마치다가 쓰러지는 것을 보고 진실을 알게 됐는지 새로 나타난 장면에서는 4황자와 8왕자의 몸으로 벼락이, 청룡의 분노가 내리꽂히는 모습이 나타났다. 사지를 묶인 채 벼락을 맞으며 고통과 공포에 비명을 질러대고 있는 4황자와 8왕자의 주변이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주변 환경은 벼락이 내리꽂혀서 불타는 수윤제국의 도성일 때도, 궁인들과 내관들, 황실의 가족들이 비명을 지르며 뛰어다니고 있는 수윤제국의 황궁일 때도 있었고, 또 마치다가 10살 때까지 나고 자랐던 연국의 왕궁일 때도 있었다. 멈출 줄 모르고 끝없이 떨어지는 천둥번개들은 끝없이 대지를, 산과 들을, 건물과 거리를, 인간과 동물들을 불태우고 있었다. 

안 돼, 어머니, 어머니!!! 전하! 안 됩니다! 제 어머니가!

마치다는 벼락이 떨어지는 연국 왕궁의 광경을 보며 비명을 지르고 마치다의 반려에게 달려갔다. 마치다가 눈만 깜빡거려도 필요한 것이 있느냐 묻고, 손가락만 꼼지락거려도 품에 안아주며 할 말이 있느냐 묻던 다정하고 섬세한 마치다의 반려는 마치다와 아기청룡이 보이지 않을 텐데도 마치다가 바로 옆으로 달려가자 마치다가 왔다는 것을 아는 것처럼 마치다가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 나의 반려.... 나의 비...

그러나 간절하게 내민 덜덜 떨리는 그의 손은 마치다에게 닿지 못하고 허공을 스쳤다. 그러자 마치다의 반려는 눈빛이 죽어버리고 얼굴이 다시 싸늘하게 식어 버리더니 차갑게 입술을 열었다. 

- 너희는 이 세계가 끝나는 날까지 죽지 못하고 벼락을 맞을 것이다. 

마치다에게 화난 얼굴 한 번 보이지 않았던 다정한 반려는 벼락에 고통스러워하고 공포로 벌벌 떨며 울부짖고 있는 4황자와 8왕자를 차갑게 바라보고 앉아 있었다. 아마미야는 언제 연국에서 돌아왔는지 마치다의 반려 옆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고, 언제나 능글능글하고 경망스럽던 주작이 소라 형님을 제 품에 감추고 무거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 꼬맹이는 어디 있습니까! 꼬맹이를 만나게 해 주십시오!
-...
- 꼬맹이 어디 있냐고! 네 반려 어디 있어! 마치다 케이타 어디 있어!

소라 형님이 마치다의 반려를 잡고 흔들었지만 마치다의 반려는 소라 형님을 밀어내지도, 화를 내지도 않고 무표정한 얼굴로 4황자와 8왕자의 고통을 바라보고 있기만 했다. 

- 소라, 기다려 봐.

류세이가 제 반려를 막으려 했지만, 소라 형님은 류세이의 손을 뿌리치고 마치다 반려의, 스즈키 노부유키의, 수윤제국 태자의 옷깃을 잡고 흔들어댔다. 

- 내 동생 어디 있냐고! 망할 새끼들아! 내 동생 내놔!





그때, 새카만 머리에 새카만 눈, 마른 몸에 서늘한 분위기를 지닌 남자가 허공을 가르며 스르륵 나타났다. 

마치다가 죽음의 신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그 남자의 등장에 놀라 품 안의 아기청룡을 꼭 끌어안았지만 남자는 개의치 않고 마치다에게 다가왔다.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내다보는 나의 힘 덕분이다."
"... 누구... 현무십니까?"
"그래. 그대의 반려, 스즈키 노부유키의 벗이자, 현무인 니시노 타케루다. 청룡이 선택한 자, 청룡을 선택한 자여."
"... 저는 죽었습니까? 태자 전하는 지금 어떠십니까?"
"과거는 바뀌지 않지만, 미래는 현재의 선택이 바꾸는 것. 그대가 본 벼락이 떨어지는 미래는 그저 앞으로 벌어질 수 있는 수많은 가능성 중 하나일 뿐. 그대는 아직 죽지 않았고, 그대의 반려는 아직 세상에 벌을 내리지 않았다."
"그... 그럼!"

마치다가 품 안에 꼭 안고 아기청룡을 더 꼭 끌어 안고 현무에게 다가가자, 현무인 타케루는 마치다의 얼굴을 한 번, 마치다가 안고 있는 품 안의 아기청룡을 한 번 바라보더니 마치다의 손목에 착 달라붙어 있던 현무의 팔찌 위로 손을 올렸다. 마치다가 그제서야 4황자가 억지로 끼웠던 팔찌 세 개가 아직 현무의 팔찌 위에 걸려 있는 걸 보고 화들짝 놀라 팔을 털며 팔찌를 빼려 하자, 현무가 마치다의 손목을 붙잡았다. 

"저주는 내가 정화하였으니 가만히 있어라."
"... 정말입니까?"
"팔찌들이 반대쪽 팔에 걸렸으면 미처 내 힘으로 정화하기 전에 그대의 혼에 저주가 닿았을지 모르겠으나, 내 힘이 담긴 팔찌 위로 저주가 걸린 팔찌들이 걸렸고, 나의 힘과 백호의 바람이 담긴 팔찌, 주작의 염려가 담긴 향낭, 청룡의 기원이 담긴 머리꽂이가 너를 지켰다."

마치다가 소라 형님이 걸어 주었던 향낭과 아마미야가 전달해 준 현무의 팔찌를 바라보고, 언제나 머리에 꽂고 있는 청룡과 은방울꽂의 머리꽂이를 만지작거리자, 타케루는 차가운 인상에 어울리지 않게 다정하게 웃으며 마치다의 품 안에서 고개를 갸웃거리는 아기청룡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고보니 현무가 미래는 정해진 것이 아니라고 한 순간부터 아기청룡은 다시 예전에 마치다의 꿈속에 나타날 때 그랬던 것처럼 기운을 되찾고 마치다의 가슴을 타고 활기차게 기어오르려 하고 있었다. 그때, 현무의 목소리가 들렸다. 

"기다림이 너무 길었다.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구나."

마치다는 저도 모르게 아기청룡을 가슴에 폭 끌어당겨안고 청룡을 감추려 했다. 마치다만 꿈을 꿀 때마다 아기청룡을 만났을 뿐, 마치다의 반려도 아직 아기청룡을 못 봤는데 왜 난데없이 현무가 우리 아기청룡한테 아는 척이야? 

타케루는 경계하는 마치다를 보며 희미하게 웃더니 다시 아기청룡의 머리를 톡톡 쓰다듬었다. 

"곧 다시 보자."

그리고는 마치다가 뭐라고 항의하기도 전에 마치다를 바라봤다. 

"그대가 보았는지 모르겠지만 그대의 이복형인 8왕자는 900여 년 전 나의 반려와 나의 아이를 죽인 저주를 손에 넣었다."
"..."
"나는 하늘이 새 신수의 탄생을 원치 않아서 방해하는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지금 보니 하늘은 늘 그렇듯 아무 생각도 없고 인간들의 탐욕과 욕망이 원래라면 인간의 손에 닿지 말아야 할 것들을 손에 넣게 한 것뿐인 것 같군."
"... 저주는 정말 정화됐습니까?"
"그래, 정화하였다. 저들은 노부유키가 청룡인 것까지는 몰랐지만 처음 수윤제국을 세울 때 청룡이 황제궁과 황후궁에 결계를 펼쳐둔 것은 황실의 일원인 4황자도 당연히 알았을 터. 4황자는 너의 궁에 결계가 있는지 시험을 했고, 결계에 반응이 나타나는 걸 보자마자 저주를 걸지 않은, 모양만 똑같은 여분의 팔찌를 깨 버리더군. 그래서 노부유키는 4황자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했던 듯하고."
"아..."

마치다의 반려가 팔찌가 깨졌다면서도 4황자가 무슨 의도를 품었는지 결론내리지 못한 채 혼란스러워하던 걸 떠올린 마치다는 아기청룡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때를 대비해 멀쩡한 여분 팔찌를 준비해간 탓에 마치다의 반려가 팔찌에서 아무것도 감지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타케루는 다시 아기청룡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저주에 대해 알고 있는 자들에게서 저주의 기억은 모두 지웠다. 어차피 네 이복형과 스즈키 노부유키의 이복형은 살아남을 수 없다. 네가 목숨을 잃거나 상처를 입지 않았어도 네 반려는 저 둘, 그리고 8왕자를 부추긴 귀비와 8왕자의 수족 노릇을 한 심복은 용서하지 못할 테니. 그들은 그대를 해치려 한 순간 이미 죽은 목숨이다."
"..."
"내 반려를 잃었을 때 미리 이렇게 손을 써 두었으면 그대와 그대의 아이가 다칠 일이 없었을 텐데 그때는 내가 분노에 눈이 멀어 미처 생각을 하지 못했군."

그러면서 현무는 또 아기청룡의 머리를 애틋하게 쓰다듬었다. 정말 그리운 이를 만난 듯이, 정말로 오랫동안 간절히 기다려온 이를 만난 듯이.

제 아이를 예뻐해 주니 고맙긴 하고, 서늘하게 생긴 타케루가 아기청룡에게 닿을 때마다 표정이 풀리는 것이 보는 사람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만들긴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엄연히 남의 아이인데 자꾸 허락도 없이 마음대로 머리를 쓰다듬는 것이 마냥 좋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왜 자꾸 남의 아이를 멋대로 쓰다듬고 그러십니까."

마치다가 용기를 내서 항의하자, 현무는, 그러니까 타케루는 피식 웃었다. 

"잠들어 있던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하나?"
"팔찌가 위험을 감지하면 현무가 긴 잠에서 깰지도 모른다고, 아마미야 공자가 그랬습니다."
"아, 그건 그렇지. 그래서 깨어난 건 맞는데, 여기까지 온 건, 다른 것도 함께 깨달았기 때문이다."

뭘 깨달은 건데, 아니 그보다 여기가 어딘데? 나와 우리 아기가 어디에 있는 건데?

마치다는 아기청룡을 숨기듯 품 안으로 꼭 끌어안으며 타케루의 눈을 바라봤다. 

"여기가 어디입니까?"
"그대의 의식 속."
"네?"

타케루는 손가락이 긴 커다란 손으로 허공에 복잡한 문양을 그리기 시작하며 무심하게 말했다. 

"네 반려에게 돌려보내 줄 테니 이제 돌아가라. 그리고 네 반려에게 저주는 풀렸고 팔찌는 정화되었다고 알려주어라."
"네, 감사합니다."
"내가 깨어났고 곧 벗들을 찾아갈 거라 전하렴."
"네."

그리고 타케루는 씩 장난스럽게 웃었다. 

"드디어 나의 반려가 돌아와서 내가 깨어났다고."
"네... 네?"
"나의 반려를 무사히 낳아주렴, 청룡의 반려야."
"네? 당신의 뭐... 뭐라고요????????"

타케루가 허공에 그려낸 문양이 신성한 느낌의 검은색으로 빛나기 시작하자, 타케루는 마치다가 뭐라고 항의하거나 묻기도 전에 그 검은색의 반짝이는 문양으로 마치다를 밀어버렸다. 그리고 다시 정신이 아득해졌다. 




#노부마치수수께끼의황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