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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6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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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오인씹과 황실물을 더한.

홧김에 뱉어놓고도 미치에다는 아주 조금 자괴감이 들었다. 우와...방금은 내가 생각해도 진짜 유치하긴했다. 한참 전의 일을 이제와서....미치에다는 어쩐지 심각해진 얼굴로 생각에 잠긴 메구로를 힐끔 쳐다보았다. 그래도...궁금하긴하네. 대답할 수 있을지.

"나랑 결혼해주면 평생 행복하게만 해주겠다는 약속은 못해."

하..?미치에다의 표정이 황당함에 일그러졌다. 무슨 프로포즈가 그래요?

"태자비가 되면 얻는것만큼 포기해야할것도 많을테니까."
"뭐...그렇겠죠."
"내가 확실히 약속해줄수 있는건...끝까지 너랑 같이 도망쳐주겠다는것뿐인데."
"무슨 소리에요"

메구로는 대답 대신 준비해온 것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미치에다는 그 정체를 확인하자마자 헛웃음을 터뜨렸다.

"선배...진심이에요?"
"내 청혼은 여기까지. 미치에다, 선택은 네 몫이야."
"선배."
"응?"
"진짜 치사한거 알죠?"

메구로는 씩 웃었다.

"원래 어느 협상에서든, 더 치사한 사람이 원하는걸 얻는 법이야 미치에다."

과연, 정치학과 수석다운 대답이였다.

제 옆에서 점점 거리를 떨어뜨리는 이를 흘끗 쳐다보다가 손을 잡아끄는 메구로에 미치에다는 불에 덴듯 화들짝 놀라며 그의 손을 뿌리쳤다.

"그렇게까지 거부하면 아무리 나라도 좀 상천데."
"선배 미쳤어요 진짜 누가 보면 어쩌려고..!"
"뭐 어때. 결혼할 사이ㅇ...읍..."

미치에다는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메구로의 입을 단번에 틀어막았다. 선배 좀..!

"....제발 국혼 공식발표 전까지는 최대한 비밀로 해주세요. 저 시끄러운거 질색인거 아시잖아요."

잘 알고말고. 메구로는 제가 조금이라도 가까이 다가갈 기미를 보일때마다 귀신같이 저를 피해다니던 미치에다를 떠올리고는 피식 웃었다.

"뭐...노력해볼게."
"이건 노력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에요 선배, 메사모가 알면 저 진짜 큰일난단 말이에요."
"메사모?"
"메구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요."

미치에다의 대답에 메구로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뭐야?

"뭐긴요, 우리 학교에 있는 선배 팬클럽 이름이죠."
"그런게 있었어?"
"선배 시험 답안지같은것도 복사해서 나눠준다던데요. 무슨 필체 굿즈라나 뭐라나."
"꽤 자세히 알고있네. 알고보니 너도 가입한거 아니야 미치에다?"
"아뇨 전 절대 안해요."
"너무 단호하네. 그렇게 싫어?"
"가입비 내야한단 말이에요."
"뭐?"
"제가 아무리 전체수석이 탐나도 그렇지 시험지 한장에 오천엔은 수지타산이 안 맞잖아요."

메구로는 기어코 크게 웃어버렸다. 미치에다는 그런 메구로를 빤히 쳐다보았다. 저렇게 웃을때도 있구나...되게 즐거워보이게 웃네.

"아아 미안,미안. 미치에다가 너무 귀여워서 말이야."
"....아무튼 저 먼저 강의실 들어갈테니까 선배는 저 들어가고서 5분뒤에 들어오세요."
"그러면 나 지각하는데?"
"그건 선배 사정이죠."

뒤도 안돌아보고 걸어가는 미치에다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메구로는 이내 눈을 접어 웃었다.

"그러지말고 같이 가자- 응?"
"아 떨어져서 오라고요!"

메구로의 웃음소리가 한적한 캠퍼스 내에 울려퍼졌다.

"선ㅂ...아니 태자전하, 진짜에요? 진짜로...태자전하셨어요?!!"

"어떻게 이럴수가 있어요?!! 처음부터 우리를 속인거에요? 아니...저희 속이신거에요?!"

역시 따로 들어가자고하길 잘했지. 미치에다는 순식간에 북새통이 되어버린 메구로의 자리를 유유히 지나쳐서는 맨 앞자리에 앉아 필기구를 꺼내들었다. 메구로는 그런 미치에다를 흘끗 쳐다봤다가 이내 시선을 거두고는 후배들을 향해 싱긋 웃어보였다.

"다들 놀랐지?미안...일부러 속이려고한건 아니고 사정상 후계자로 완전히 인정받기전까진 정체를 숨겨야했어. 호칭도 평소대로 해줘도 괜찮아."
"그...그래도 태자전한데 어떻게 그래요..."
"맞아요. 선ㅂ....태자전하 평소에도 다른 세계 사는 사람같다고는 생각했지만 이건 진짜 차원이 다른 수준이라구요..."

어쩔줄몰라하는 후배들의 모습에 메구로는 시원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더 어색해서 그래. 학교에 있을때는 황족이 아니라 그냥 같은 학생으로 대해줘."
"선배, 진짜 너무한거 알죠?"
"하하...미안해 진짜로. 나중에 내가 다들 맛있는거 사줄게."
"진짜죠?이제 태자전하니까 완전 비싼거 사주셔야해요?!!"
"그래 알았어."

언제는 싼거 뜯어먹었다고...미치에다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러나저러나 저 사람은 호구 확정이군. 미치에다가 가방 속에서 노트를 꺼낼때였다.

"야 미치에다!!!"

얼굴이 울그락부르락한 채로 강의실로 들어선 이가 미치에다의 책상을 세게 내리쳤다. 쾅!!!! 굉음을 내며 흔들리는 책상에도 미치에다는 무심한 표정으로 그를 올려다보았을 뿐이다.

"무슨일이세요?"
"너 나한테 주소 일부러 이상한 주소로 알려줬지?!!!!!"
"주소요?"
"그렇지않고서야 내가 보낸게 왜 다시 주소불명으로 나한테 다 돌아와?!!!!!"

미치에다는 그제야 아아...하는 소리를 내었다.

"그거...조별발표 비상연락망 용도로 저한테 알려달라고 하신거 아니였나요?뭐 보내실 용도라는 말씀은 들은적 없는데."
"내가 뭐 독을 보냈어? 선물 보낸거잖아!!!"
"전 그런거 보내달라고 한 적 없어요. 그런걸 보낸다고 미리 말씀해주셨으면 그 주소마저도 안알려드렸을거에요."

나가주시겠어요? 곧 강의 시작해서요. 차분하기 짝이 없는 미치에다의 모습은 폭탄의 불씨를 당기기에 충분했다.

"야!!! 이게 이쁘다이쁘다했더니 진짜!!!!한낱 우성 오메가 주제에 알파인 나를 가지고 놀ㅇ...아악!!!!"

메구로에 의해 팔이 꺾인 이가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다.

"곧 강의 시작한다는 소리 못 들었어?"
"너..! 아,아니 태자전하께서 무슨 상ㄱ...악!!!!"
"...선배."

미치에다가 고개를 저어보이자 메구로는 그런 미치에다를 마주보다가 팔을 부러뜨릴듯이 쥐고있던 손에서 힘을 풀었다.

"선배, 다음부턴 직접 나서지마요."

미치에다의 말에 메구로의 잘생긴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미치에다가 그런 메구로의 이마에 손가락을 가져갔다.

"그렇게 찌푸리면 주름져요 선배."

살며시 웃으며 제 이마를 살살 매만지는 미치에다에도 메구로의 미간은 펴지지않았다. 너 지금 무슨소리야.

"약혼자가 맞아도 나서지말라고?"

손을 거둔 미치에다가 짧은 한숨을 쉬었다. 선배.

"저희 아직 약혼발표 안한 사이구요. 저 안 맞았구요. 마지막으로, 저런것쯤은 선배가 안나서도 제 선에서 해결할수있었어요. 누가 찍거나 녹음해서 SNS에 올리면 어쩌려고 그랬어요. 오늘 쪽지시험이라 조교님들이 핸드폰 미리 걷어가서 망정이지...."
"...그래, 네 말 잘 알았어. 내가 직접 나서지 말라는거지?"
"걱정돼서 그래요. 선배 더이상 평범한 대학생 아니잖아요"

미치에다의 말에 메구로는 씩 웃으며 미치에다의 머리칼을 흐뜨렸다.

"내 걱정부터 해주고, 착하네 미치에다."

그런데 내 걱정은 안해도 돼.

"야야 그거 들었어? 체교과 마츠우라 선배 황실 법무부에서 소환장 받았대."

다음날, 동기들의 대화의 중심에 있는 이름을 들은 미치에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마츠우라, 바로 전날, 미치에다를 위협한 이의 이름이였으니까.

"에??어제 일때문에??근데 왜 황실 법무부에서..?"
"막판에 메구로 선배랑 시비 붙어서 그런가??"
"예비황족모독죄라던데."
"엥?예비황족? 근데 메구로선배는 직계황족이잖아. 예비라면...."

설마....

"밋치, 나 여기 앉는다?"

자연스럽게 미치에다의 애칭을 부르며 옆자리에 가방을 올려놓는 메구로에 강의실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고.

미친.....미치에다는 지금 이 순간,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었다.




메메밋치